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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커넥트 Da Vinci

크리스탈커넥트 Da Vinci, 무섭도록 아름다운 전대미문의 세계

크리스탈커넥트 Da Vinci

예술과 과학

예술과 과학은 은밀한 내연 관계다. 겉으로 보기엔 전혀 다른 분야 같지만 서로 긴밀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예술의 과학의 딸이라는 말도 있는데 우주의 섭리를 음악과 연결시키는 현대 과학자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기원을 따라 올라가면 우린 위대한 르네상스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시선이 몰리게 된다. 마치 그가 그림에 적용한 소실점의 원리처럼 그는 과학과 예술의 소실점 같은 존재로서 여전히 총총히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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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452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이후 화가의 공방에서 견습생으로 그림을 그리던 다빈치. 무릇 천재들이 그렇듯 아주 짧은 시간에 스승의 실력을 앞섰다. 하지만 그는 단지 그림에만 집중하지 못했다. 그림도 그리다가 손을 놓는 경우가 다반사였을 정도였다. 그림을 그리다가 인간의 신체 구조를 세부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사람의 시체 수십 구를 해부한 후 스케치하기도 했던 다빈치다. 

이 외에도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조각, 건축에서부터 수학, 과학, 철학 등 다방면에서 엄청난 집중력과 학구열을 불태웠다. <최후의 만찬>이나 <모나리자>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여러 과학적 연구의 집약이다. 회화에 과학적 접근법을 적용해 원근법과 투시법을 활용했으며 인간의 안면 근육과 신체 구조에 대한 연구가 표정을 만들었다. 물론 낙하산이나 비행기, 증기기관 등 당시엔 상상도 못했고 제작도 어려웠던 것들을 스케치해 남기기도 했던 과학자이자 예술가였다. 천재라는 말도 그에겐 부족하다.

크리스탈커넥트 ‘Da Vinci’

네덜란드의 케이블 메이커 크리스탈커넥트가 새롭게 출시한 케이블 시리즈 ART 컬렉션 중 최상위 라인업을 다빈치라고 이름 지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저 신호를 전달하는 존재로서 케이블은 오디오 시스템에서 조연으로 치부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의 뇌는 시시각각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음악 신호에 그리 간단하게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 케이블 메이커는 다방면에 걸쳐 신호 전송 관련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도체의 소재와 지오메트리, 전류와 자기장, 절연 방식, 커넥터에 따른 시그널 전송 효율 및 차폐 그리고 터미네이션 방식에 따른 차이 연구해왔다. 케이블 하나에도 상당히 다양한 분야의 과학적 이론이 집약되어 있다. 그래서 단순히 좋은 도체 하나 또는 뛰어난 지오메트리 기술만 가지고는 레퍼런스급 케이블을 만들 수 없다. 이 한 줄의 케이블에도 여러 분야의 과학적, 음악적 통찰이 필요한 것이다. 

크리스탈커넥트는 그 이름을 바꾸기 전인 크리스탈 케이블 때부터 매우 우수한 케이블을 제작하며 하이엔드 케이블이 도달할 수 있는 한계를 몇 번이고 넘어섰다. 그리고 새롭게 개발한 ART 시리즈는 다시 한 번 가장 뛰어난 신호 전송의 기준의 벽을 부숴버리기 위해 태어났다. 그 중 최고급 모델이 바로 다빈치다. 과학과 예술 다방면에서 천재적 성과를 이룬 다빈치를 최상위 모델명으로 명명한 것은 그래서 타당하다. 

우선 ART 시리즈는 이전 크리스탈 케이블 시절에 사용하던 모노 크리스탈 형태의 도체를 사용한다. 하지만 그 물리적, 전기적 완성도를 더욱 더 높여 iCS, 즉 ‘Infinite Crystal Silver’라고 명명한 도체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단결정, 그러니까 도체를 구성하는 결정의 배열을 규칙적으로 만든 도체를 넘어 배열 자체가 무의미한, 하나의 결정을 갖는 도체를 의미한다. 크리스탈커넥트 ART는 여기서 한발자국 더 나아가 그 전도도 및 결정의 미세 왜곡을 더 감소시켜 거의 완벽에 가까운 결정 구조를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이 iCS는 전도체의 개수를 줄일 수 있게 되어서 디스토션과 커패시턴스를 더 낮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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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과 측정 가능한 업그레이드가 확인되었고 청감상으로도 그 차이를 면밀히 검토한 후 완제품으로 출시된 것이 바로 ART 시리즈다. ART 시리즈는 모네, 반 고흐, 그리고 다빈치 세 종류. 이 중 이번에 테스트한 세 개의 스피커 케이블 중 다 빈치는 최고가 모델로서 ART 시리즈의 진면모를 확인하게 해주었다. 외모부터 그리고 내부 도체 및 지오메트리, 단자에 이르기까지 최상급 다빈치는 실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댐퍼는 갈바닉 아이솔레이터로 작동하도록 설계해 주변 기기로부터 생길 수 있는 자기장으로부터 케이블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했다. 별 것 아닐지 모르겠지만 상황에 따라서 이런 아이솔레이션은 상당히 커다란 효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외부에 전류가 흐르는 여러 케이블이나 컴포넌트 등이 놓여 있을 경우엔 더더욱 치명적일 수 있는데 이 댐퍼는 케이블을 갈바닉 아이솔레이션을 통해 안정적으로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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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가 두 조, 반 고흐가 네 조의 케이블을 꼬아 만들었다면 다 빈치에 이르러서는 총 여섯 조의 동축 케이블을 꼬아서 만들었다. 각 케이블은 중심에 iCS 도체를 두고 PTFE와 캡톤으로 절연 후 차폐까지도 iCS를 사용해 감싼 후 투명 테플론으로 마무리한 형태다. 따라서 겉에서 내부 케이블이 은은하게 비치면서 아름다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한 편 이 케이블들은 모두 자체 장비를 사용해 정확한 각도를 의도해 꼬은 것으로 크로스 밸런스드 기술이라고 부른다. X-밸런스드는 파워케이블과 스피커케이블에서 특히 그 효과가 크다. 왜냐하면 커다란 전류를 흘리기 때문인데 전류가 크면 그만큼 자기장도 커지기 때문. 모네와 반 고흐는 물론 다 빈치 등 모든 ART 시리즈는 ‘크로스 밸런스드’ 방식을 적용해 만들어졌다.

단자 또한 새로워졌다. 기본적으로 WBT 단자 중 최고급인 nextgen™ 단자를 사용하고 있는데 WBT 0610AG와 WBT 0681AG가 그 주인공이다. 기본적으로 순은 단자지만 여기에 금도금을 입힌 것을 사용한다. 참고로 모네에선 기존 단자 그대로지만 반 고흐와 다빈치에선  WBT PlasmaProtect™버전을 사용하고 있다. 쉽게 말해 기존 전기 도금 방식에서 벗어나 플라즈마 금도금 방식을 채용한 WBT의 최신 플래그십 단자들이다. 플라즈마 도금은 다른 도금 방식에 비해 생산 과정에서 에너지 효율 뿐 아니라 자원 절약은 물론이고 환경오염도 없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신호 전송 면에서 월등한 정밀도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청음평

테스트는 자택에서 진행했다. 스피커는 토템 마니2SIG, 앰프는 나드 M33을 활용했으며 소스기기는 별도로 웨이버사 W코어 및 마이트너 MA1, 마이텍 맨해튼 II 등을 사용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케이블이 킴버, 어쿠스틱젠 같은 동선이어서 상당히 대비되었고 오히려 음색 표현 및 성능을 알아보기 용이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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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이 테시마의 ‘The rose’에서 그녀의 보컬은 둥글고 풍만한 풍채처럼 느껴진다. 물론 반 고흐나 모네에 대비해서 그렇다. 여전히 여타 케이블, 특히 실텍에 비하면 조금은 슬림한 타입이다. 놀라운 것은 보컬과 피아노의 거의 완벽에 가까운 분리도다. 보컬과 피아니스트가 완전히 분리되어 한 공간에서 노래, 연주하면 감상자는 마치 그 곳에 존재하는 듯 현실감, 실체감이 드라마틱하게 상승한다. 깨질 듯 단단하며 투명한 사운드는 마치 얼음 속을 흐르는 물결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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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의 질감 표현은 과거 크리스탈커넥트 케이블에서 피아노 재생음에 비해선 두드러지지 못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새로운 아트 시리즈에서 현악 표현은 대폭 상승했다. 아무래도 표면 질감 표현력은 배음과 그로 인한 악기 고유의 음색 표현이 관건인데 잔향 표현이 더 구체적으로 표출된다. 앙상블 에스페란자의 ‘Sarabande’를 들어보면 마치 활과 현이 마찰하는 가운데 광채가 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밝고 화창한 음색이지만 절대 빛에 표백되지 않고 표면의 텍스처가 한 올 한 올 섬세하게 포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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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나 앰프는 물론 케이블에 있어서도 가장 표현하기 힘든 악기 중 하나가 관악기들이다. 배음 구조가 가장 복잡다단하며 음폭도 넓은 반면 에너지가 여러 주파수 대역에 걸쳐 복잡한 패턴을 보이기 때문이다. 얀 가바렉의 [Officium]은 이런 특성의 훌륭한 교보재가 되어준다. 예를 들어 첫 곡에서 물결에 잔잔한 파장이 일 듯 일렁이는 소프라노 색소폰은 특히 중, 고역대에서 딱딱하고 건조하게 갈라지기 쉽다. 하지만 다 빈치는 유연하고 촉촉하게, 마치 하늘이 열리는 듯 찬란한 음색을 내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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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야 웨스트의 ‘Runaway’에서 피아노 타건은 처음 들을 때부터 그 에너지가 귀 뿐만 아니라 몸으로 전해져온다. 아트 시리즈 중에서도 상위 모델로 갈수록 이런 전대역에 걸친 에너지의 증강은 몰입감, 밀도감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더불어 초반부를 지나 여러 악기들이 들어와서 서로 섞이거나 이로 인해 혼탁하게 뭉개지지 않으면서 선명하고 강력한 추진력을 이어나간다. 상위 모델로 올라올수록 중, 저역 중량감과 두께도 좀 더 상승해 전반적으로 꽉 찬 포만감이 상승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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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빠르고 날렵한 움직임을 구사하는 케이블이기 때문에 귀를 쫑긋 세우고 악기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음악이 끝나 있다. 무대 또한 그 어떤 뿌연 느낌도 없이 탁 트인, 시원하고 맑은 전망을 선사한다. 이런 속도감은 때로 전기에 감전된 듯한 짜릿한 쾌감과 실체감을 북돋우는데 특히 다중악기가 출몰하는 대편성 음악에서 그렇다. 키릴 게르슈타인의 거쉰 피아노 협주곡을 들어보면 아주 예리한 강/약 세기 표현과 넓고 입체적이며 정교한 정위감 덕분에 한시도 의자에 몸을 기대지 않고 연주에 빨려들게 만든다. 첨언하자면 전체적으로 모네와 반고흐의 차이보다 반고흐와 다빈치의 차이가 훨씬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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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모든 악기들이 새로운 생명을 얻은 듯 파릇파릇한 모습으로 다시금 다가왔다. 모든 곡과 모든 목소리, 악기 소리가 마치 처음 듣는 듯 생소하게 느껴져 한 동안 적응이 안 될 지경이었다. 또한 여러 악기와 목소리가 마치 다른 곳에서 녹음한 듯, 공간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세팅해버렸다. 원래 이런 공간감과 이런 배음을 가진 곡인지 처음 알게 된 곡들이 너무 많았다. 단지 케이블 하나가 이런 소리의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고 심지어 무섭기까지 했다. 무섭도록 아름다운 이 케이블은 전대미문의 하이엔드 케이블 세계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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