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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에쿠오 Stilla – 2부

사본 stilla 14

과학과 음향의 직소퍼즐

셋업

스피커를 설치하는 방식도 조금 다르다. 저역의 후방 에너지가 우퍼의 후방에 마련된 꽤 긴 포트를 타고 전면 패널 하단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도록 설계해놓았다. 일종의 ‘혼 로딩’ 기법을 적용한 것으로 원치 않은 탁한 에너지를 없애고 더 저역 하한을 낮추기 위한 방안. 더불어 전체 캐비닛의 공진을 없애기 위해 별도의 하단 받침을 설계하고 이것은 단 하나의 스테인리스 베어링으로 빠져나가도록 설계한 것. 인클로저 설계 및 소재 선택 그리고 하단 받침까지 진동에 치열하게 대비한 모습으로 일반적인 스피커 설계의 범주를 훌쩍 넘어선 모습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공간에 대한 대응 방식이다. 스피커가 설치된 공간에 따라 재생음의 차이는 천차만별인 것이 사실. 이 때문에 Dirac Live 등 요즘엔 소프트웨어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데 아에쿠오 같은 경우 Stilla의 그릴 상단 뒤편에 룸 보정 기능을 탑재해놓고 있다. 이를 아에쿠오에선 ARPEC™라고 명명하고 있는데 풀어서 ‘Analogue Roomsize and Placement Extention Control’이라는 의미로 방의 사이즈와 벽과의 거리 조정를 설정해 보다 뛰어난 밸런스 및 음장, 타이밍을 얻을 수 있도록 고안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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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음평

Stilla를 처음 세팅했을 땐 벽과 가깝게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청음 했다. 어차피 전면 하단에 포트가 있기 때문에 후방 포트에서 반사해서 나오는 저역의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만들어놓은 ARPEC™ 은 또 다른 세팅을 시도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는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일단 방의 크기는 중간 정도로 설정했을 때 별다른 부밍 없이 적당한 양감의 저역을 얻을 수 있었다.

흥미로운 건 스피커 위치의 변경이었다. 벽으로부터 내가 청취하는 위치로 더 가까이 놓을수록, 그러니까 스피커 뒷벽에서 스피커 사이 간격을 멀리할수록 사운드 스테이징이 굉장히 깊어졌다. 대개 이럴 경우 음상이 너무 커지고 포커싱이 흐릿해 질 수 있는데 Stilla의 경우엔 음상의 크기도 적당하고 포커싱도 또렷했다. 물론 토인은 더 많이 주었다. 매뉴얼에선 약 다섯 가지 위치를 예로 들고 있는데 두 번째 샘플과 유사한 세팅에서 가장 좋은 소릴 들을 수 있었다. 참고로 테스트는 웨이버사 W코어 및 W스트리머, 마이트너 MA1 DAC 외에 나드 M33, 프리마루나 EVO400 등을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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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스피커에 스피커 케이블을 연결하고 추가로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전원케이블을 연결하니 스피커 상단 안쪽에 은은하게 푸른 불빛이 들어온다. 일단 보컬이나 솔로 피아노를 들어보면 매우 정결한 중, 고역을 들려준다. 예를 들어 홍해란의 ‘진달래꽃’을 들어보면 마치 무대 앞에 커튼이 드디어 걷힌 듯 또렷한 포커싱과 함께 보컬의 모습이 무대 위에 선명하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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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 테시마의 ‘The rose’를 들어보면 보컬은 여전히 명료한 포커싱이 돋보이는데 더불어 피아노 타건이 눈앞에서 일렁이는 듯 리얼하다. 이런 원인은 넓은 대역폭과 풍부한 해상도에서 비롯되는 세부 묘사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피아노 타건의 배음과 함께 잔향의 길이와 양까지도 솔직하게 드러낸다. 고역이 초고역까지 확실히 열려 있어 푸른 하늘을 향해 열려있는 모습인데 스튜디오를 넘어 야외에서 듣는 듯한 상쾌하고 싱싱한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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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a를 듣다가 깜짝 놀란 지점들은 보다 넓은 대역에 걸친 주파수 대역을 오가는 악기들이 등장할 때다. 예를 들어 에 수록된 ‘Lights of Barcelona’에서 베이스는 나도 모르게 저 밑으로 유유히 그러나 선명하게 흐르고 있었고 고역대 타악기들이 눈에 보일 듯 섬광처럼 흩어지는 모습을 보는 듯했다. 마치 우주 체험 영화에서 무중력의 검은 우주 공간을 유영한 듯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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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리듬감이 부각되는 녹음을 들어보면 이런 풍부한 앰비언스, 마치 눈에 이미징의 근간에 정밀한 시간축 반응 속도가 있다는 걸 유추할 수 있다. 바로 액티브 방식 우퍼의 뛰어난 과도 응답 특성과 발빠른 어택은 마치 배구에서 시간차 공격으로 인해 허를 찔린 듯한 체감을 느끼게 만든다. RATM의 ‘Take the power back’에서 넘실거리는 리듬과 치고 빠지는 비트는 음악에 커다란 실체감을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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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세팅했을 경우 스피커는 완전히 사라지고 음악만 남는다. 특히 다중악기가 출현하는 대편성 녹음, 교향곡에서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나의 리스닝 룸에서 세팅한 결과 스피커 뒷벽 끝에서 눈앞까지 다채로운 레이어링을 통해 악기들의 전/후 거리감을 충분히 살려내준다. 예를 들어 앤드류 데이비스 경이 지휘한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 중 ‘Marche au supplice’에서 보여주는 폭넓은 다이내믹스와 드넓은 깊이, 사운드스테이징은 스피커의 사이즈를 완전히 잊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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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세계적인 과학 기술의 허브인 네덜란드의 브레인포트 아인트호벤. 그 곳의 첨단 하이테크 기업들 및 공과대학과의 연대를 통해 탄생한 아에쿠오의 면면은 실로 놀랍다. 기존 제품은 들어보지 못했지만 Stilla 자체만으로 과학과 기술 그리고 음향과 음질에 대한 철학이 직소퍼즐처럼 정확히 맞물려 융합되어 있는 모습이다. 편안하게 입체적인 무대를 조망하다가 갑자기 발밑으로 쏟아지는 파이프 오르간에 놀란 적이 여러 번이다. 때로 타임 어택처럼 급소를 찌르는 듯 공격하는 드럼과 기타 피킹이 늦은 오후의 졸음을 화들짝 깨우기 일쑤였다. 최근 들어본 스피커 중 손가락 안에 꼽을 만한 역작이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Specifications

SIZE | 107 x 16 x 26 cm

WEIGHT | 21 kg

SENSITIVITY | 90dB

ENCLOSURE | Floorstanding, Horn loaded bass reflex

FREQUENCY RANGE | 14-35.000hz

IMPEDANCE | 8 ohms nominal (for all amplifiers rated 2 to 8ohm)

제조사 : 아에쿠오 오디오

공식 수입원 : 소노리스

www.sonoris.co.kr

소비자 가격 : 2,430만원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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