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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일렉트로닉스 ULTIMA 5

chord ultima 5

경계를 허물다

이제 프로 스튜디오 출신 브랜드의 홈 오디오 진출은 말 그대로 ‘전가의 보도’가 되었다. 그 패턴은 상당히 다양해서 스튜디오 출신 에니지어가 홈 오디오 메이커를 만들어낸다던가 또는 기존 브랜드 자체가 홈 오디오 제작을 병행하는 형태다. 하지만 하이엔드 메이커로서 발돋움하는데 있어 프로 스튜디오 메이커는 단 몇 곳만 성공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곤 한다. 최근 성공한 예라며 마이텍 디지털 그리고 DSD 레코딩으로 유명한 머징 테크놀로지 정도다. 앰프 메이커 중에서는 브라이스턴을 꼽을만하며 스피커 중에선 BBC 모니터 출신 메이커와 PMC 같은 메이커가 주류 하이파이 시장에서 성공했다.

프로 스튜디오 장비 메이커가 이렇듯 하이파이 오디오 분야에서 명암이 갈리는 사이 이미 오래 전부터 양 쪽에서 모두 사랑받아온 앰프 메이커가 하나 있다. 바로 영국 출신의 코드 일렉트로닉스(이하 ‘코드’)라는 메이커다. 1989년 존 프랭스가 영국에서 서립된 이후 BBC에 앰프를 납품해왔다. 심지어 코드는 초창기 우리가 알고 있는 그 BBC 라이센스를 받아 LS3/5A를 만든 적도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스튜디오 라이센스 제품에서 끝나지 않고 이들은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통해 진화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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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항공 관련 엔지니어 출신인 대표 존 프랭스는 전통적인 하이엔드 앰프의 공식을 깨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고주파 전원 장치 회사 Astec의 이사를 역임한 커리어 그리고 AT&T에서의 전원장치 개발과 설계에 참여한 이력은 그를 독보적 앰프 제작자로서 영감을 주었다. 코드 일렉트로닉스는 이후 고정밀, 초스피드 고주파 스위칭 전원부를 탑재한 전대미문의 앰프 제작사로서 파란을 일으킨다. 이것이 코드의 정체성이다.

코드의 제품은 이후 애비로드 스튜디오, 에어 스튜디오 그리고 소니, 데카 뉴욕의 쿼드 스튜디오, 스카이워커 사운드 등 유수의 세계적인 스튜디오에서 인정받고 사용되는 앰프가 되었다. 런던의 로열 오페라 하우스나 호주의 오페라 하우스에서 수십대의 코드 앰프를 사용했던 사실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코드야말로 스튜디오와 홈 하이엔드 오디오의 경계를 허문 진정한 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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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TIMA 5

코드를 먼저 알린 건 뭐니 뭐니 해도 앰프들이었다. 과거 검은색 바디의 초창기 앰프들부터 시작해 이후 반짝이는 실버 마감에 금빛 노브를 탑재했던 코드 앰프들이 생각난다. 필자 또한 이 당시 앰프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서 스피커를 바꿀 때면 코드 앰프를 매칭해보곤 했다. 코드 앰프는 무엇보다 바람을 가르는 듯한 섬뜩한 스피드와 바닥을 찍고 올라오는 농구공 같은 저역이 주 무기였다. 여타 앰프들과 확실히 구분되는 코드 앰프의 특색은 스피커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히 갈렸지만 그만큼 좋은 매칭을 만났을 때 시너지는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이후 코드가 디지털 소스 기기 쪽으로 집중하면서 코드 앰프에 대한 관심이 조금 사그라든 것이 사실이다. 하프 사이즈의 코드 메조 시리즈 앰프를 두 대 구해 모노 브리지로 셋업해 포커스 오디오, 토템 스피커의 상위 스피커들을 강력하게 드라이빙했던 쾌감은 추억으로만 남을 듯했다. 물론 그 사이사이 인티앰프 그리고 드라마틱하게 진화한 DAVE 같은 소스 기기를 통해 코드의 전재함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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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코드의 파워앰프 전 라인업 교체가 시작된 것이다. 라이업 이름은 이전의 SPM 이름을 과감이 버렸고 ULTIMA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진정한 라인업 리노베이션을 천명한 것. 그 중 ULTIMA 5는 기존의 SPM1200MKII를 대체하는 모델이다. 코드 앰프를 많이 섭렵했던 사람이라면 코드 파워앰프 중 SPM1200 시리즈의 위상을 기억할 것이다. B&W 스피커 라인업에 비유하자면 가장 인기가 높은 802 정도에 해당하는 파워앰프로서 하위 모델과 격차가 꽤 큰 반면 상위 모델과 격차가 크지 않아 가장 사랑받았던 모델이다. 이 때문에 그 버전도 SPM1200C, 1200E, 1200MKII 등 다양하게 출시되며 롱런했다.

이를 대체하는 ULTIMA 5는 최신 ULTIMA 플래그십 파워앰프의 DNA을 그대로 물려받고 있다. 영국 에섹스 대학의 말콤 혹스포드 박사의 연구 논문을 바탕으로 벨 연구소의 밥 코델 발전시킨 증폭 관련 기술을 존 프랭스가 ULTIMA 테크놀로지로 실용화시킨 것이 핵심이다. 바로 ‘듀얼-피드-포워드 토폴로지’가 그것으로서 ULTIMA의 라인업의 주요 기술이다. 출력단에 일어날 수 있는 증폭 관련 오류를 실시간으로 세밀하게 보정해주는 서킷이 코드 ULTIMA 5에도 적용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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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코델 박사의 저서

Designing Audio Power Amplifiers, 2nd Edition By Bob Cordell

Focal Press, June 2019 (Paperback, 772 pages)

ISBN 978-1138555440

ULTIMA 5에서도 코드 앰프의 알파와 오메가라고 할 수 있는 초고속 고주파 전원부는 더욱 진화되어 탑재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높은 피크 전류를 갖는 출력 회로와 ‘듀얼-피드-포워드 토폴로지’ 기술이 합해져 훨씬 더 높은 다이내믹스와 정교한 타이밍 등 전체적인 성능의 대폭 향상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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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코드 앰프를 스위칭 증폭 앰프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ULTIMA 5는 엄밀히 말해 클래스 AB 방식 증폭을 하며 전원부만 스위칭 방식을 채용한 파워앰프다. 커패시터 뱅크엔 좀 더 빠르고 정확한 전류 공급을 위해 작은 용량의 커패시터를 다량 적용한 모습이며 출력단엔 여전히 MOSFET을 사용하고 있다. 바이폴라에 비해 이른바 음악성이 더 뛰어난 출력 소자로서 코드는 여전히 독자적인 설계의 MOSFET를 특주해 사용하고 있다. ULTIMA 5엔 32개의 MOSFET가 투입되어 있다.

출력은 기존 SPM1200MKII와 동일하게 8옴 기준 채널당 350와트 출력을 가진다. 한편 이보다 더 중요한 전 고조파 왜곡율 같은 경우 비교할 수 없을만큼 낮아진 모습. 전작이 0.05%였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인 0.005%까지 낮아졌다. 주파수 응답 구간 또한 그 한계가 46kHz에서 무려 100kHz까지 높아진 인상이다. 최신 스피커들의 광대역 특성 및 고해상도 음원에 대응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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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업 & 리스닝 테스트

이번 테스트는 B&W 800D 스피커를 주축으로 소스기기는 오렌더 N100 그리고 코드 DAVE DAC를 사용해 진행했다. 프리앰프는 코드의 CPA5000 그리고 파워앰프는 ULTIMA 5의 전작인 SPM1200MKII를 공수해 비교해보면서 이루어졌다. 청음 공간은 방배동 오디언스. 필자도 종종 들르는 곳이라 크게 위화감 없는 청음 환경이었다.

기존에 ULTIMA 6를 들어보면서 그리고 기존 SPM 시리즈와 비교해보면서 코드의 기존 특성이 꽤 많은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것은 단지 다름이 아닌 진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이번 ULTIMA 5에서도 이런 변화는 아주 쉽게 음질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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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사라 맥라클란의 ‘Angel’같은 보컬 레코딩에서 바닥에 낮게 깔리는 피아노 타건의 안정감이 높아졌다. 가볍게 때리고 사라지는 타건이 아니라 충분히 힘을 실어 무게감 있게 강타하는 어택이 두드러진다. 이처럼 간단한 악기 편성에서도 좌/우 너비와 전/후 깊이, 즉 심도가 대폭 상승해 전망이 여유 있게 탁 트인 모습을 연출해주었다. 낮음 옥타브의 연속적이며 느린 타건에서도 확연히 각 파트의 거리가 확연히 이격되어 탁월한 홀 톤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악기 사이의 숨 쉴 공간이 넉넉해지면 무대를 여유롭게 조망할 수 있다. 마치 QBD76에서 DAVE로 업그레이드된 것과 유사한 방향으로 이행된 코드 앰프의 소리다. 예를 들어 다프트 펑크의 ‘Within’에서 피아 타건의 높은 옥타브 음계들이 선형적으로 표현되며 탁 트인 사운드를 내뱉는다. B&W 800D지만 마치 최신 버전인 듯 대역폭 자체가 상당히 넓게 그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보면 전 대역에 걸친 밸런스는 구형에 비해 좀 더 낮아지고 중립적인 토널 밸런스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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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TIMA 시리즈의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라면 다이내믹 헤드룸이 넉넉해졌다는 것이다. 마치 5미터 터널을 지나가가 10미터 터널을 지나가는 안정된 느낌을 여러 음악에서 포착할 수 있다. 어떤 강력한 다이내믹 폭에서도 여유로운 음폭의 표현이 두드러지며 펀치력도 향상된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커스 밀러의 ‘Trip trap’에서 그의 일렉트릭 베이스 기타가 만들어내는 두껍고 묵직한 음 하나 하나가 마치 바위 덩어리처럼 단단하게 표현된다. 음악을 쥐어짜는 느낌이 사라지고 800D 대형기도 빠르면서도 여유 있게 드라이빙하는 모습이다. 비유하자면 마치 소형 스포츠카에서 중대형 세단으로 옮겨 탄 듯한 승차감이다.

코드 앰프에서 이런 고급스러운 공간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그리고 이런 부분은 당연히 전체적인 사운드스테이징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예를 들어 맨프레드 호넥 지휘, 피츠버그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로 베토벤 교향곡 3번을 들어보면 포르티시모부터 피아니시모까지 그리고 알레그로에서 프레스토까지 음의 강/약, 스피드의 노련한 완급조절이 드러난다. 그리고 이런 물리적, 시간적 정교한 특성 위로 무대의 폭넓은 깊이와 그 세부적인 레이어링이 촘촘히 펼쳐진다. 차례차례 커튼을 올리는 듯한 입체적 무대의 파노라마는 녹음 공간의 기억을 정확히 소환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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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코드를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은 기존 앰프들의 특성과 대비된 모습으로 개성적인 음질을 어필했다. 하지만 때론 그런 개성이 음악을 쉽게 질리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ULTIMA 시리즈로 진화하면서 코드는 더욱 원숙한 기술과 설계로 노련한 퍼포먼스를 뽐내고 있었다. 디테일과 다이내믹스 향상은 거론할 가치도 없이 높아졌다. 더불어 감상자를 향해 윽박지르며 쏟아내는 소리가 아니라 감상자를 음악 속으로 빨아들이는 설득력을 배웠다.

또한 이번에도 B&W 스피커와는 전통적인 매칭답게 뛰어난 조화를 이루어냈다. ULTIMA 5는 이번 ULTIMA 시리즈 중에서도 가격을 감안할 때 가장 빼어난 스테레오 파워앰프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오랜만에 코드가 앰프 부문에서 쏘아올린 축포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Output Power: 350W RMS per channel @ 0.005% distortion into 8Ω

THD: 0.005% distortion

Frequency Response: -1dB – 0.5Hz – 100kHz

Dimensions with included Integra Legs: 18cm (H) x 48cm (W) x 36cm (D)

Dimensions with optional Side Blocks: 15cm (H) x 42cm (W) x 36cm (D)

Weight: 22.4kG

공식 수입원 : 웅진음향

연락처 : 02-6338-8525

공식 소비자가격 : 16,500,000원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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