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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마루나 EVO400 – Part.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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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 진공관 앰프

2015년 12월호에 YG 어쿠스틱스 Carmel2 리뷰가 스테레오파일 평론가 존 앳킨슨에 의해 이루어졌다. 당시 막 발매된 Carmel2는 상위 모델인 Hailey와 Sonja에 비해 훨씬 더 낮은 가격대의 스피커지만 절대 저렴하지 않다. 비슷한 가격대 여타 하이엔드 메이커의 스피커에 비하면 어쩌면 볼품없어 보이는 이 2만불대 작은 2웨이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는 대단히 뛰어난 주파수 응답 특성을 보여주었다. 약 2.8kHz에서 4.5kHz 사이 약간의 딥 이외에 약 50Hz에서 20kHz 초고역까지 무척 평탄한 주파수 반응을 보여주는 초유의 2웨이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로 평가되었다.

그는 측정 리뷰까지 도맡으면 대단히 열정적으로 리뷰했다. 앰프 같은 경우에도 낮은 저역에서 고역까지 모두 어떤 특성을 갖는지 알아보기 위해 여러 앰프를 테스트했다. 예를 들어 아캄 FMJ P49와 패러사운드 JC-1 모노블럭을 비롯해 패스랩스 XA60.5 모노블럭 파워앰프 그리고 스피커 가격보다 더 비싼 MBL 코로나 C15 모노블럭 파워앰프까지 동원했다. 하지만 그가 마지막으로 손을 들어준 것은 프리마루나 다이알로그 프리미엄 HP 인티앰프였다. 미국 시장에 소개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고 평론가 로버트 도이치는 이 앰프의 리뷰 테스트를 마친 상태였다. 2014년 12월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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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앳킨슨은 본래 스피커 리뷰에 진공관 앰프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가 테스트에 사용하는 수만불대 하이엔드 앰프들에 비해 대부분의 진공관 앰프는 측정치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프리마루나 다이알로그 프리미엄 HP를 YG 어쿠스틱스의 Carmel 2 스피커 리뷰에 사용했다. 청취 테스트 및 측정 테스트까지 모두 마친 상태지만 결국 그는 다이알로그 프리미엄 HP를 최종적인 테스트 앰프로 사용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5극 울트라니어 모드가 아니라 3극 트라이오드 모드를 사용해 채널당 약 36와트만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만족스러운 음질을 들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표지를 장식한 해당 잡지의 대표적인 리뷰에 평소 절대 사용하지 않던 진공관 앰프를 사용했으며 결과적으로 프리마루나의 독보적 성능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이는 현재까지도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남았다.

새로운 시도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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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 응답이 32Hz에서 40kHz까지며 능률이 2.83v/1m 기준 87dB에 불과하며 공칭 임피던스가 4옴에 머무는 YG 어쿠스틱스 Carmel을 멋지게 노래하게 만든 앰프. 나는 절대 그 말만 듣고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내게 다이알로그 프리미엄 HP가 안겨준 감동은 매우 컸다. 그리고 존 앳킨스와 로버트 도이치의 평가가 과정되지 않았음을 몸소 확인했다. 처음 다이알로그 프리미엄 HP를 매칭한 스피커는 토템 시그니처 원이었고 87.5dB, 8옴의 특성은 프리마루나에게 아무것도 아닌 듯 제동해냈고 특히 중역과 저역을 보강해주었다. 존 앳킨슨이 Carmel2에서 약점으로 지적했던 높은 중역의 착색과 다소 야윈 베이스를 다이알로그 프리미엄 HP가 보완해주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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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엔 좀 색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다이알로그 프리미엄 HP에서도 계속해서 이 앰프의 잠재력을 너무 썩히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KT150 출력관 적용이다. EL34는 프리마루나에서 가장 추천하는 출력관이며 나 또한 매우 만족했으나 호기심은 날이 갈수록 꺼져버리기는 커녕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만 했다. 그리고 신형 EVO 400을 들이면서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프리마 루나에 대한 다양한 활용도는 조금 지루해졌다하면 다시 시동을 걸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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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150이 만들어낸 변화

프리마루나 EVO400은 이미 다이알로그 프리미엄 HP에서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더 큰 변화는 역시 출력관 변경에서 이루어졌다. 물론 다이알로그 프리미엄 HP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단 출력관은 프리마루나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텅솔인데 프리마루나에서 까다로운 테스트 과정을 거쳐 선별하고 번인 과정을 거친 제품이다. 따라서 진공관 표면에 프리마루나 로그를 인쇄해 여타 번들 진공관과 구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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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150은 우리가 익히 아는 KT88에 비해 플레이트 손실이 두 배에 달한다. 출력도 더 크게 뽑아낼 수 있어 특히 갈수록 저역 제동이 힘든 현대 하이파이 스피커에도 너끈히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마치 풍선을 불어놓은 것 같은 모습으로 모양도 무척 예쁘고 듬직한 크기를 자랑하는데 음색도 매우 현대적이고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과거 진공관에서 기대할 수었던 여러 성능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프리마루나 EVO400의 전원을 끈 후 EL34를 걷어내고 우측의 바이어스 전압 변환 스위치를 ‘High Bias’로 조정한 후 예열을 시켰다. 며칠 정도 여유를 가지고 시간 날 때마다 음악을 재생하면서 음질적 특징을 살폈다. 삼복 더위에 총 여덟 개의 KT150이 뿜어내는 열기는 대단해서 에어컨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뿜어내는 열만큼 음악적 울림도 덩달아 후끈 달라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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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함 ls 3/5A – 과도한 힘

일단 그라함 LS 3/5A에 걸어서 기존 EL34 적용시 퍼포먼스와 비교해보았다. 음색은 물론이며 전체적인 대역 밸런스, 스피드와 저역 깊이 등 모든 것이 달라져있었다. 거의 다른 앰프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 변화폭이 커서 당황스러울 정도. EL34를 적용했을 때 채널당 70와트였던 것이 88와트로 무려 18와트가 증가했으나 트랜지스터 앰프와 달리 와트 증가에 대한 체감폭이 훨씬 더 크게 느껴졌다.

보컬 등 악기의 음상도 조금 더 커졌고 전체 무대도 좀 더 감상자 위치로 더 밀고 나온다. 저역 스피드 및 탄력도 모두 상승해 다이내믹한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그라함 LS 3/5A는 이런 재미로 듣는 스피커는 아니다. 분명 객관적 기준 면에서 상승한 퍼포먼스지만 이 스피커는 이런 종류의 쾌감으로 인해 오히려 음악을 경직되게 만들었다. 결론적으로 LS 3/5A에 KT150 버전 EVO400은 과도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다음 순서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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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티 피델리오 앙코르 – 하이엔드 진공관 앰프로 변신

그라함에서 너무 경직된 사운드로 내가 생각했던 그라함 LS 3/5A의 포근한 음결을 잘 살려내지 못했다. 그래서 역시 프리마루나가 EL34를 선택했던 이유가 있다는 심증이 굳어져갔다. 어쨌거나 EL34를 중심으로 설계했고 여타 KT88/120/150은 곁다리로 대응 가능하도록 개발단계에서 의견을 모은게 아닐까 했다. 그렇다면 그저 이런 다양한 진공관 대응은 적응형 오토 바이어스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기능하는 것일까?

하지만 스피커 하나와의 매칭만 가지고 쉽게 결론낼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EL34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KT150같은 슈퍼 진공관을 추가로 구입해 스피커에 따라 골라듣는 재미를 누리고 싶은 나같은 사람도 분명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턴테이블에 헤드셀 탈착이 자유로운 SME이나 젤코 같은 톤암을 달고 여러 헤드셀에 여러 카트리지를 장착시켜놓은 후 LP에 따라서 다른 카트리지를 장착해 즐기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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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베리티 피델리오 앙코르를 매칭해보았다. 어차피 다이알로그 프리미엄 HP 사용 당시부터 한번은 KT150을 출력관으로 장착한 후 들어보고 싶었다. 일단 다이애나 크롤의 ‘Temptation’을 들어보면 음상은 매우 정확한 위치에 흔들림 없이 맺힌다. 각각의 보컬, 기타, 더블 베이스 등이 사이사이 충분한 간격을 두고 위치한다. 그라함과 매칭에서 악기들이 너무 크게 형성되며 앞으로 쏟아지던 것과 달리 전/후 간격에서도 적절한 거리감을 형성하며서 자연스러운 음장을 만들어준다. 각 음상의 크기도 적절하며 마스킹 현상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EL34를 적용했던 소리에 비하면 소리 두께도 좀 더 굵어져 남성미가 물씬 풍긴다.

EL34로 듣는 소리가 은은한 잔향과 온도감 높은 소리라면 KT150으로 듣는 소리는 첨예한 해상력과 단단한 밀도감이 부각되는 소리다. 음색적으로 상당히 중립적인 편인데 앨리스 사라 오트와 올라퍼 아르날즈의 쇼팽 ‘녹턴’에서 시작과 동시에 터져나오는 피아노 소리가 무척 빠르게 치고 나온다. 피아노 타건에 더욱 힘이 실려 있으며 둥근 덩어리감이 크게 느껴진다. 이후 빌레모뜨 스트라디바리 소리는 바이올린의 몸채에서 풍기는 풍만한 울림이 공간을 넉넉히 감싼다. 베리티 피델리오 앙코르를 EL34 버전으로 울릴 때의 면모와는 상당히 달라진 인상. 특히 중역과 고역대 또한 좀 더 두터워지고 힘있게 뻗어나가는 인상이다. 이는 매칭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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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 제동은 확실히 더 나아졌다. EL34 버전도 나름 훌륭했지만 KT150이 만들어내는 저역은 더 두툼하고 묵직하다. 예를 들어 포플레이의 ‘Chant’나 제니퍼 원스의 ‘Way down deep’, 보즈 스캑스의 ‘Thanks to you’ 등 저역 테스트가 용이한 음악들에서 공통적으로 저역이 빠르게 빠져나온다. 무척 말쑥한 저역으로 탁하지 않고 말깡한 느낌으로 전해오면서 글래머러스한 탄력감이 일품이다. 단지 출력만 놓고 허전한 저역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내가 들어본 피델리오 앙코르의 그 어떤 저역보다 힘차고 적당히 잘 조율된, 맛있는 저역을 보여준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사용 중인 플리니우스의 A클래스 120와트 트랜지스터 파워앰프의 슬램을 진공관 88와트에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프리마루나 EVO400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윤기가 흐르며 무척 싱싱한 소리다. 디스토션을 꽤 많이 포함하고 있는 빈티지 리플리카같은 진공관 앰프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오디오리서치 등 현대 하이엔드 하이브리드 앰프와 더 가깝다. 이렇게 음색적으로 매력적인 진공관 앰프의 경우 무대 폭이 좁고 심도가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EVO400의 경우 음장 표현에서도 예상을 뛰어넘는다. 이 또한 KT150의 역할이 큰데 정명훈 지휘의 ‘Adios Nonino’에서 확실히 넓어진 좌/우 스테이징 규모와 전/후 거리감은 답답하지 않은 시야를 확보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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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KT150을 적용한 EVO400은 작은 서브시스템에서 BBC 모니터 북셀프나 하베스 SHL5 등 통울림이 많은 영국제 스피커들과 어울릴 앰프가 더 이상 아니다. 오히려 그런 류의 스피커보다는 내가 테스트에 사용한 베리티 피델리오 앙코르 같은 스피거 등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들과 좋은 매칭을 이룬다. 물론 좀 더 대형기들의 임피던스과 능률에도 어느 정도 선까진 대응하리라 예상한다. 존 앳킨스가 3극 모드로 YG 어쿠스틱스의 Carmel 2를 무척 감명깊게 들었다고 한 것은 약간의 과장도 있지만 내 생각에 KT150 출려관을 사용했다면 훨씬 더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나의 경우도 현재까지 KT150을 간과한 것은 커다란 실수였음을 반성했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Specifications Model EVO 400

for EL34 / KT88 / KT120 / KT150

Power : UL 70 / 72 / 85 / 88 Watts per channel

Power : TR 38 / 40 / 45 / 50 Watts per channel

Frequency Response : 9 Hz – 50 kHz +/- 1 dB 8 Hz – 68 kHz +/- 3 dB

THD with AABB < 0.1% @ 1W; less than 2% at rated power

S/N Ratio : 90 dB (98 dB A-Weighted)

Input Impedance : 100 kOhm

Input Sensitivity : 320 / 320 / 360 / 370 mV (for rated power at maximum volume setting)

Maximum Gain – UL: 37 / 37.5 / 37.5 / 36.9 dB TR: 36.5 / 36 / 36 / 36 dB

Power Consumption : 470 Watts / 480 Watts / 540 Watts / 550 Watts

Weight Net: 68.2 lbs / 31 kg Shipping: 79.2 lbs / 36 kg

Dimensions : 405 mm x 385 mm x 205 mm (L x W x H)

Inputs : 5 pairs Stereo RCA, 1 pair Home Theater input

Outputs :4 & 8 Ohm Speaker Taps, 1 pair Subwoofer RCA, 1 pair Tape Out RCA 1/4” Headphone

Tube Complement : 8 x EL34, 6 x 12AU7

Damping Coefficient :7 KD (1 kHz)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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