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설립을 기념하는 제품들이 언제부턴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중견 메이커들이 40~50년을 넘어가니 스스로 자축하고 싶은 욕심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회사 안에서 자축하는 것을 넘어 마케팅이나 세일즈 쪽으로 좀 억지스러운 기획 제품들도 남발하고 있는 장면도 많이 포착된다. 뭔가 특별한 아이디어도 없이 그저 과거 그들이 만들었던 제품을 어설프게 빈티지라는 패션으로 소비하고 있는 모습들이다. 무릇 수십 년의 역사를 기념하고 싶다면 자사의 전통과 현재의 혁신을 모두 보여주면서 새로운 가치를 담아야 그 의미가 오롯이 새겨질 텐데…일부 메이커를 보면 억지스러운 자화자찬이 유치하게 느껴질 때도 많다.

NAD도 올해 설립 50주년을 기념하면서 여러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이번 10월부터 내년 5월 뮌헨 하이엔드 오디오 쇼까지 기획되어 있는 이벤트는 NAD 브랜드의 다큐멘터리 상영도 포함되어 있어 흥미를 끈다. 50주년을 기념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벤트는 아무래도 C3050 한정판 출시에 방점이 찍힌다. NAD에 대해 그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디자인만 보고도 그들의 초창기 시절 앰프들이 생각날 것이다.
그렇다. NAD가 50주년을 기념해 소환한 것은 지금의 NAD를 있게 한 3020 그리고 3030 같은 엔트리급 인티앰프다. 1970년대 NAD는 이 일련의 인티앰프로 당시 하이파이 오디오 부문의 보급형 인티앰프 분야를 휩쓸었다. 20와트 혹은 30와트 등 저출력이었지만 넓은 다이내믹레인지와 디테일 등 기존에 보기 힘든 뚜렷한 스펙과 측정치 등을 통해 하이파이 오디오의 저변을 넓히고 입문형 인티앰프의 기준을 한껏 끌어올렸다.

마티 보리쉬와 비요른 에릭 에드바르센이라는 두 명의 설립자가 만들어낸 NAD의 기적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으며 NAD 및 렌브룩 인터내셔널은 매년 그들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그리고 이번 50주년 기념을 위해 개발한 제품은 C 3050이라는 한정판이다. 다분히 NAD 초장기 모델의 레트로 감성이 돋보이는 디자인으로 LED 조명과 좌우 VU 미터 등이 새틴 월넛 베니어 목재 케이스에 담겨 있다.

하지만 내부 설계와 인터페이스는 최신 NAD 올인원 스트리밍 앰프의 공식을 따른 모습이다. 채널당 100와트급 하이브리드디지털 증폭 성능을 갖추고 있으며 32/384 TI PCM5242 칩셋을 사용한다. BluOS 플랫폼을 통한 스트리밍 기능을 제공하며 MQA 디코딩 및 에어플레이어 2, 블루투스 aptX HD에 대응한다. 더불어 Dirac 룸 보정 소프트웨어를 포함하고 있는 등 가장 진보한 NAD 기술을 대거 적용한 모습이다.
하지만 가격은 1972달러 수준. 1번부터 1972번까지 고유 넘버가 각각의 제품에 매겨지는데 1972의 의미는 이 제품의 오리지널 디자인이 완성된 시점으로 보인다. 11월 한정판 출시 이후 C3050 일반판도 출시한다고 한다. 가격은 1299달러로 내년 3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50주년을 위해 단단히 준비한 모양새인데 과연 어떤 성능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과연 NAD는 다른 일부 메이커들처럼 메이커 설립 기념작이라는 표제 아래 진정 기념비적인 제품을 보여줄 수 있을까? 제품이 나와 보면 알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