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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에 대한 짧은 생각

simon bakoon chord thumb

음악을 듣는 거리는 생각보다 다양한 음향적 이슈를 낳는다. 거리가 멀 경우 더 빠르게 멀리 뻗어나갈 수 있는 소리를 가진 스피커가 유리하다. 예를 들어 지향성은 낮더라도 넓게 골고루 잘 분산되는 유닛보단 지향성이 높아 전면으로 직진하는 성질이 강한 스피커가 더 좋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혼 스피커 같은 스피커가 과거에 유행했던 것도 큰 규모의 극장에서 더 멀리 소리를 보내 관객들이 대사를 잘 알아들을 수 있게 하는 데 유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하이엔드 스피커들은 기본적으로 빠른 스피드, 넓은 입체적 무대를 잘 그려낸다. 그에 맞게 앰프도 과도 응답 특성이 좋아졌고 소스기기도 디지털 도메인에서 시간축 특성이 좋아졌다. 꽤 넓은 공간에서도 목소리는 물론 악기의 위치가 섬세하게 구분되어 이미지로 떠오른다. 굳이 하이엔드 시스템이 아니더라도 입문형들도 이런 특성은 좋다. 기술 발전의 결과다.

이런 세상이지만 나는 종종 책상 위에서 듣기를 즐긴다. 아마도 책상 앞에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는 등 책상 앞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가까운 위치에 오디오 컴포넌트가 있으면 좋은 점도 많다. 물론 무대가 크게 그려지진 않지만 오디오가 가까이 있으면 요즘 유행하는 리모트 앱을 쓰지도 않고 리모컨을 쓸 필요도 없다. 대신 오디오의 볼륨, 버튼, 때론 토글 스위치 등을 직접 손으로 조작한다. 이른바 손맛이 있다. 또한 바로 눈 앞에 기기들이 있을 때 내 것이라는 소유의 충족도도 더 높아진다.

simon bakoon chord 2

오디오 바꿈이 잦고 음향적인 면에서 평가를 통해 리뷰를 밥 먹듯 하는 내겐 니어필드 리스닝, 즉 근거리 청취가 유리할 때도 많다. 큰 공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공간에서 리뷰를 할 땐 귀까지 소리가 도달하는 데 반사음의 지분이 커지면 소리의 특성이 조금이라도 훼손된다. 이 때문에 룸 튜닝을 하고 디락 라이브를 사용하기도 한다. 한편 근거리 청취시엔 직접음이 더 많고 룸 어쿠스틱 영향이 적어 더 또렷한 소리 특성을 흡수할 수 있다. 요즘 듣는 시스템은 SAL i5와 HP100SE 그리고 바쿤 인티앰프 SCA7511MK4, 코드 일렉트로닉스 Hugo TT2다. 모두 하프 사이즈에 책상 또는 작은 시스템을 꾸리기 좋다. 물론 이들이 그려내는 음악의 사이즈는 절대 작지 않지만.

큰 공간에서 커다란 스피커와 밥상만한 앰프들로 들으면 대역폭, 무대 스케일도 함께 커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러자면 공간은 물론 스피커의 크기 등 모두 커져야한다. 많은 예산이 필요하며 룸 어쿠스틱 특성도 신경써야 한다. 그렇다고 음악적 감동의 크기도 정비례로 커질까? 항상 그렇진 않다. 나는 되레 락포트와 코드 일렉트로닉스 모노블럭 파워를 위시로한 메인 시스템보다 이 작은 기기로 구성된 작은 시스템에서 더 큰 음악적 감동을 맛보기도 한다. 작은 것들에 대한 짧은 생각이다. 간만에 헤드폰으로도 음악을 들어봐야겠다.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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