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과 수단
같은 수치를 나타내지만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체커 그림자 착시’(checker shadow illusion)라는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M.I.T 시과학(Vision Science) 교수였던 에드워드 에셀슨이 1995년 발견해 일반에 공개된 것이다. 이 그림에서 A와 B는 동일한 회색이지만 사람은 B가 더 밝은 회색으로 느낀다. 하지만 실제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전체 이미지에서 해당 A, B 이미지만 떼어서 보면 동일한 회색임을 확인할 수 있다. 혹시 속임수가 있지 않나해서 사람들이 유사한 모양의 블록을 만들어 실험한 영상도 있을 정도다. 결론은 그림자가 두 블록의 색상을 다르게 느끼도록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시각적 착시 외에도 수치와 실제 인간의 감각의 차이는 청각, 미각 등 다양한 분야에 산재해있다. 사람의 감각 기관은 사물이나 사건을 기계처럼 지엽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포괄적, 입체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청각적인 것도 마찬가지여서 가끔 우리는 느리고 여유있다. 또는 빠르고 민첩하다고 어떤 음악에 대한 감상을 표현한다. 하지만 실제로 두 가지 하드웨어로 동일한 곡을 재생했을 때 이런 상반된 표현이 여러 사람들에게 균일하게 표출되었을 땐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실제로 3분짜리 녹음이 4분으로 늘어나거나 2분으로 줄어든 것이 아니라면.
이것 또한 인간의 찬감각이 일으키는 환청 같은 것이라고 말할 텐가? 아니다. 이는 사람의 인지 특성과 관련된 것으로 반응이 느리고 잔향이 길 경우 느리게 느껴지기도 하고 반응이 빠르고 잔향이 짧은 경우 민첩하다고 느낀다. 전자의 특성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현대 하이엔드 오디오는 후자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설계와 기술이 필요할까? 0과 1이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저장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이듯 스피커 또는 앰프 등 오디오 기기에서도 이를 위해 다양한 방법, 즉 수단이 필요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앰프
영국의 코드 일렉트로닉스는 1980년대 이후 세계에서 그 응답속도가 가장 빠르고 정교한 앰프를 만드는 메이커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코드 일렉트로닉스 제품을 처음 접했을 당시의 충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시작은 앰프가 아니라 DAC였다. 전설의 서막은 DAC64로서 디지털 설계 전문가 롭 와츠가 하이엔드 디지털 소스기기 분야에서 1장 1막을 열어젖힌 사건이었다. 시간축 정밀도를 WTA 라는 디지털 알고리즘으로 만들어 FPGA에 탑재하면서 시간축 정확도를 인간의 인지 한계에 버금가도록 끌어올린 연구의 첫 번째 결과물이 바로 DAC64였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놀란 것은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앰프에서였다. 디지털 소스기기와 앰프, 완전히 다른 분야지만 앰프에서 이런 특성은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런 특성의 소스기기와 앰프를 만들 수 있었던 수단은 일단 스위칭 전원부에 있었다. 이전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독보적 증폭 설계>에서 이미 다루었듯 무려 80,000Hz 주파수에서 작동하는 스위칭 전원은 일반적으로 50Hz, 60Hz에서 작동하는 트랜스포머에 비해 응답 속도를 비약적으로 상승시켰다. 전원의 인간의 심장과 같아서 빠르고 정확한 전원 공급은 앰프의 증폭 성능과 직결되는 부분. 더불어 일반적으로 고전적인 설계의 하이엔드 앰프와 달리 작은 용량의 커패시터를 다량 투입해 전원의 충방전 속도를 높이고 결과적으로 출력단에서 필요로 하는 전기를 빠르게 공급해줄 수 있었다. 초고속 앰프 코드 앰프는 이렇게 완성되었다.
코드 증폭 회로의 진화 ‘ULTIMA’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설계 철학은 마치 철옹성 같았다. 초고속 작동하는 HF 스위칭 모드 전원부를 기반으로 특수 MOSFET을 사용한 출력단을 구성해 전혀 상관없을 것 같았던 두 개의 개념을 융합해냈다. 종종 전혀 상관관계가 없을 것 같은 것들이 융합하면 종종 이런 창의적인 제품이 나온다. 게다가 출력단의 + 신호와 – 증폭에 있어서 마치 씨줄과 날줄처럼 최적화된 증폭 성능을 유지할 수 있게 한 ‘다이내믹 커플링’ 회로는 코드 앰프의 완성도를 더욱 끌어올렸다.
이후 코드 일렉트로닉스는 디지털 분야에선 전 세계적으로 개가를 이루며 승승장구했다. 하이엔드 디지털 기술을 포터블 DAC에까지 적용하면서 커다란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좀처럼 앰프 부문에선 커다란 혁신이 없었던 것이 사실. 그 전모가 드러나기 전 휴고 Etude 파워앰프를 통해 라인업 혁신의 냄새를 모락모락 피워내고 있었다. 바로 듀얼 피드 포워드(Dual Feed Forward)라는 신선한 회로를 탑재해놓았기 때문이다.
ULTIMA 모노블럭 파워앰프
결국 오랫동안 잠잠했던 신형 앰프 라인업의 전모는 ULTIMA라는 이름으로 하나하나 공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 플래그십 분리형 파워앰프의 위용은 ULTIMA라는 새로운 DNA의 모든 것을 한 몸에 품고 있었다. 사전적으로 ‘미(尾)음절’, ‘마지막 음절’을 뜻하는 ULTIMA를 신형 라인업으로 명명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수십년간 발전, 개선시켜온 코드 일렉트로닉스 앰프 설계에 있어서 마지막 담판을 짓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것 같아서다.
우선 ULTIMA 모노블럭 파워앰프는 좌/우 채널을 별도의 파워앰프가 각각 증폭하며 섀시 등 모든 것이 분리되어 있는 앰프다. 싱글 와이어링은 물론 바이와이어링에 모두 대응할 수 있도록 출력단은 두 조를 지원하고 있다. 전원 입력단은 15a IEC 타입. 입력단의 경우 RCA 및 XLR 모두 지원하며 정위상과 역위상 각각 한 조씩 지원하고 있다. 출력은 8옴 기준 채널당 780와트이며 4옴에선 1,400와트, 무려 2옴까지 내려가도 너끈하게 2,500와트라는 대출력을 내준다. 피크 출력 전류가 무려 500A 이상으로 굉장히 높아 어떤 입력에서도 다이내믹스와 해상도를 잃지 않고 스피커를 제어할 수 있는 앰프다.
기본적으로 코드 앰프들이 역사적으로 구사해왔던 스위칭 전원부 및 MOSFET 출력단은 이번에도 고수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두 요소의 결합은 그 어떤 파워앰프보다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성능과 음질적 매력을 규정짓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최상위 ULTIMA 파워앰프의 경우 채널당 총 64개의 특주 MOSFET를 중심으로 초고속으로 작동하는 초저왜곡 전압 증폭 회로를 구현해놓고 있다. 증폭 방식은 이른바 ‘슬라이딩 AB크래스’ 방식으로 입력 신호에 따라 바이어스 전압을 달리 적용하는 증폭 방식이다. 따라서 평소엔 A클래스로 작동해 열도 꽤 나는 편이다. 물론 전체 신호 경로는 풀 밸런스 형태로 설계해 음질적으로 만전을 기한 모습이다.
아마도 가장 흥미로우면서 기존 코드 앰프들과 구분되는 점은 ‘듀얼 피드 포워드’ 회로의 적용이다. 간단히 말해 포지티브(+) 신호와 네거티브(-) 신호가 빠르게 교차 증폭될 경우 그 사이 구간에서의 크로스오버 왜곡을 최소화기 위한 회로다. 이 회로를 통해 앰프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크로오버 왜곡율을 극단적으로 낮추어 다이내믹스, 타이밍 등 다양한 부문에서 음질적 성능 향상을 이룩했다는 것이 이번 ULTIMA의 핵심이다.
ULTIMA 프리앰프
ULTIMA 모노블럭 파워앰와 짝을 이루는 프리앰프 또한 기존 플래그십 CPA8000을 완전히 대체하는 결과물이다. 코드에서도 30년 역사에서 가장 진보한 프리앰프라고 소개하고 있는 제품. 일단 초고속 HF 스위치 모드 전원부를 채널별도 독립적으로 분리 설계해 탑재한 듀얼 모도 구조를 취하고 있다. 더불어 라인 입력부터 AV 프로세서와 연계를 위한 바이패스 입력을 별도로 탑재했고 헤드폰 출력단도 마련해놓는 등 여러 다양한 입/출력 및 편의 기능까지 빼놓지 않고 설계해놓은 모습이다.
우선 ULTIMA 프리앰프는 총 네 조의 RCA 및 XLR 입력단을 배치해놓고 있는 모습이다. RCA 및 XLR을 선택해 출력 가능한 총 세 조의 아날로그 출력단을 마련해놓고 있고 별도의 AV 바이패스 입력도 구비하고 있다. 참고로 헤드폰 출력단은 1/4인치 소켓을 사용하고 있고 전면에 배치해 사용상 편의성을 도모하고 있다. 좌/우 채널 밸런스를 조정할 수 있는 노브를 볼륨 노브 우측 하단에 작게 설치해놓은 디자인도 인상적. 메인 볼륨의 경우 디지털 볼륨이 아닌 ALPS 블루 벨멧 포텐셔미터를 활용한 아날로그 볼륨을 장착했다. 볼륨 레벨은 0부터 98까지 조정 가능하고 전면의 VU 디스플레이 창에 표시된다.
흥미로운 점은 전면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네 개의 조정 노브다. 이는 많은 현대 하이엔드 메이커들이 신호 손실과 왜곡을 이유로 삭제한 이퀄라이저 조정을 위한 것. 좌/우 채널에 대해 각각 고역과 저역을 따로 구분해 설계해놓았는데 공간이나 취향에 따라 조정해 들을 경우 상당히 유용하다. 당연히 리모컨 조작을 통해서도 이 기능을 완전히 끌 수도 있지만 조정에 따른 음질적 손실은 거의 없어보인다. 실제로 조작해보면서 들어보면 ULTIMA 프리앰프는 무색무취의 하이엔드 프리앰프의 전형이다. 입력된 신호에 음색을 더하지 않고 음원의 디테일과 다이내믹스, 공간 정보 등 모든 정보를 그대로 증폭해 파워앰프에 전달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제품 사양
ULTIMA 파워앰프
Output Power:
780w RMS per channel @ 0.005% distortion into 8Ω
1405w RMS per channel into 4Ω
Frequency Response:
-1dB @ 0.2Hz to 46kHz and -3dB 0.1Hz to 200kHz
Signal to Noise Ratio: Better than -90dB
Input Impedance: 100kΩ Unbalanced/Balanced
Output Impedance: 0.04Ω
Dimensions with included Integra Legs: 30.5cm (H) x 48cm (W) x 75cm (D)
Dimensions with optional Side Blocks: 28.5cm (H) x 42cm (W) x 75cm (D)
ULTIMA 프리앰프
Frequency Range: 2.5Hz – 200kHz +/- 3dB
Total Harmonic Distortion: 0.002% 20Hz – 20kHz
Intermodulation Distortion: -125dB on all inputs
Signal to Noise Ratio: -117dB on all inputs
Channel Separation:
20Hz @ 110dB, 1kHz @ 105dB, 10kHz @ 100dB, 20kHz @ 95dB
Channel Balance: 0.01dB
Input Max Voltage: 17v RMS Balanced – 8.5v RMS Unbalanced
Output Max Voltage: 17v RMS Balanced – 8.5v RMS Unbalanced
Output Offset: 0mV (Both Channels)
Potentiometer Performance:
0dB 0.5dB, -20dB 0.2dB, -60dB 0.24dB (13seconds Full Travel)
Nominal Gain:
All inputs subject to six levels of switchable gain (x0.5, x1, x1.5, x2, x2.5, x3)
Input Impedance: 100 kΩ Balanced – 50 kΩ Unbalanced
Output Impedance: 100Ω (Short Circuit Protected)
Operating Voltage: 85v – 270v AC (50Hz – 60Hz) Auto Switching
Power Consumption: 60w
Dimensions Without Integra Legs: 420mm (w) x 355mm (d) x 310mm (h)
Dimensions With Included Integra Legs: 480mm (w) x 355mm (d) x 350mm (h)
Weight: 30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