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논과 나의 오디오
데논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모델이 무엇인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인 AV 리시버나 인티앰프, SACDP 등을 떠올릴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데논을 처음 알게 된 건 다른 게 아니라 MC 카트리지였다. 아마도 당시 레가, 린 같은 주로 영국산 턴테이블을 주로 섭렵해가던 시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데논 DL-103을 사용하면서 MC 카트리지의 맛을 알았다. 비교적 평탄산 주파수 특성으로 처음엔 조금 밋밋한 소리를 내주었다. 하지만 포노앰프를 바꾸어가면서 들어보면 기본 특성은 그대로지만 포노앰프의 특성을 잘 살려주었다.
카트리지의 성능을 좀 더 표출해내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던 것 같다. DL-103 계열은 그런 시도를 달갑게 받아줄만한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만고만한 가격대의 승압트랜스를 사용하다가 좀 더 높은 레벨의 승압트랜스를 사용하면 그만큼 소리가 더 좋아지곤 했다. 한 때는 카트리지 자체를 개조해보기도 했다. 내부 코일이나 그런 것들을 건드릴 재간은 없고 카트리지 바디를 교체하는 일이었다. 흑단 바디를 구해 교체했는데 소리가 정말 많이 바뀌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당시 사용하던 벤츠 마이크로 같은 소릿결과 유사한 맛이 났다.
데논은 일본 국영 방송국과 함께 1960년대부터 이미 카트리지를 개발했으니 그들의 기술력이나 노하우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데논은 아날로그 시절은 지나 디지털 시절에서 더 빛났다. 아날로그 시절 카트리지와 턴테이블부터 시작해 디지털 시절의 앰프나 시디플레이어 또한 합리적인 가격대에 훌륭한 성능을 보장했다. 특히 입문 시절 데논은 마란츠와 함께 가장 친근한 브랜드로 기억에 남는다. 더불어 홈시어터를 시작할 때 데논은 그 어떤 브랜드보다 탄탄한 중, 저역과 호쾌한 사운드로 나의 귀를 사로잡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데논 또한 나의 오디오 인생의 한편에 켜켜이 추억을 쌓아나가고 있는 브랜드 중 하나다.
데논 네트워크 플레이어
최신 주류 하이파이 그리고 홈시어터 브랜드 중 메인스트림 시장에서 커다란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데논. 당연히 현재 가장 뜨거운 분야 중 하나인 스트리밍 시장에 대응하는 기기를 발매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이미 여러 기기들을 통해 네트워크 스트리밍 플랫폼 위에서 유영 중이다. 특히 데논은 마란츠와 함께 사운드 유나이티드 산하에서 HEOS라는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다. 하드웨어 분야에선 이미 완성된 데논이다. SACDP 등을 통해 DAC 및 자체 프로세싱, 아날로그 증폭 회로 등 모든 것들이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최근 데논은 기존의 스트리밍 플레이어를 한껏 혁신한 듯한 모습의 제품을 선보였다. 바로 DNP-2000NE라는 모델이다. 이 모델은 기본적으로 DAC를 내장한 본격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정석 같은 기능과 인터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와이파이, 이더넷을 지원하며 후면 좌/우를 봄면 블루투스/와이파이 안테나를 설치할 수 있게 단자가 마련되어 있다. 당연히 블루투스 및 애플 에어플레이 2를 지원하고 있다.
디지털 입력은 USB(B) 및 동축, 광 입력을 지원하며 출력 또한 광, 동축 출력을 지원한다. 이런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경우 종종 USB(B)를 생략하고 오직 네트워크 스트리밍만 즐기도록 설계한 경우가 많지만 데논의 경우 PC 등과 연동을 배려해 USB 입력단을 마련해놓은 모습. 별 것 아니지만 직접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USB(B)는 여전히 매우 유용하다. 더불어 별도의 외장 DAC를 사용하고 싶다면 광, 동축 출력을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부 설계를 볼 때 과연 별도의 DAC를 사용해 이 모델 자체 사운드보다 더 뛰어난 소리를 얻으려면 상당한 예산을 추가로 지출해야할 듯하다. 일단 내부 설계는 네트워크 스트리밍 섹션과 DAC 그리고 출력단 등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내부가 꽉 들어차 있는 모습이다. 전원 또한 두 개의 트랜스포머로부터 나누어 공급하는 등 상당히 공들인 모습을 역력하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DAC 회로를 꾸려놓고 있을까?
우선 DAC 파트에선 DAC 칩셋이 눈에 띈다. 바로 ESS 테크놀로지의 ES9018K2M이다. 그런데 회로를 자세히 보면 이 DAC 칩셋을 총 네 개가 투입하고 있다. 네 개나 투입할 이유가 있을까? 분명히 있다. 좌측 채널의 포지티브와 네거티브 신호 그리고 우측 채널의 포지티브와 네거티브 신호를 각각의 DAC 칩셋에 맡긴 것이다. 이런 설계는 사실 중저가 기기에선 좀처럼 발견할 수 없고 중상위 기기에서도 가끔 발견되는 모습으로 데논이 내장 DAC에 상당히 공들인 부분으로 보인다.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이라면 데논의 울트라 AL-32 프로세싱이다. AL 프로세싱은 오랫동안 데논이 공들여 진화시킨 자체 프로세싱이다. 목표는 하나다. 보다 아날로그 신호가 가까운 파형을 출력해내는 것으로 일종의 보간 필터라고 할 수 있다. AL 프로세싱은 데논이 1993년 DP-S1 및 DA-S1에서 선보인 알파 프로세싱에 그 젖줄을 대고 있으며 이후 계속해서 진화된다. AL-20, AL-24 등이 그것이다. 이후 2004년엔 DCD-SA1에서 Advanced AL-24를 진화되었고 이는 향후 AL-32로 이어진다. 이번에 DNP-2000NE에선 Ultra AL-32 라는 최신 프로세싱 회로가 탑재되었다.
인터페이스, 편의성
기본적으로 DNP-2000NE는 DLNA/UPnP에 대응하므로 HEOS 외에도 여러 유니버설 UPnP 앱을 사용해 조작 가능하다. 또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는 스포티파이, 타이달 등 다양한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응하는데 코부즈는 예외인 점은 아쉽다. 물론 NAS 등 외장 네트워크 스토리지에 대응하므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기. 참고로 HEOS의 경우 설정에서 지역 설정을 한국이 아닌 미국 등으로 지정해야 보다 다양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론칭하지 않은 서비스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이 외에도 다양한 부가 기능들이 관찰된다. 예를 들어 HDMI ARC 입력단이 있어 TV 등 HDMI ARC 출력이 있는 영상 기기의 음성 출력을 DNP-2000NE를 통해 하이파이 시스템으로 즐길 수 있다. 전면에 헤드폰 출력단도 갖추고 있으며 전면 좌측 하단엔 USB(A) 단자를 마련해 플래시 메모리에 음원을 담아 재생도 가능하다. 한편 아날로그 출력은 고정, 가변 출력 등 두 조를 지원한다. 인티, 프리앰프에 연결할 경우 고정 출력, 파워앰프나 액티브 스피커 등 볼륨을 지원하지 않는 기기에 연결할 경우 가변 출력을 활용하면 간단히 볼륨 기능도 활용할 수 있다.
청음
청음은 코부즈를 사용해서 DLNA 접속 후 시청하면서 진행했다. 앰프는 패스랩스 XP-12 프리앰프와 일렉트로콤파니에 AW-250R 그리고 PMC fact12sig.를 사용했음을 밝힌다. 기존에 사용하던 SOtM SMS200 Ultra 및 코드 Mscaler 그리고 마이텍 Manhattan II DAC를 모두 DNP-2000NE 하나가 대체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해상도는 상당히 높다. ES9018K2M이라는 준수한 DAC를 네 개나 투입하면서 전체적인 해상력, SN비 등은 비약적으로 높아질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추측이 들었다. 예를 들어 모비의 ‘Heroes’를 들어보면 녹음 자체에 포함된 공간의 바닥 잡음이 매우 생생하게 모두 표현된다. 하지만 그것이 거칠거나 차갑지 않고 마치 그 공간에 들어선 듯 매우 자연스러운 앰비언스로 승화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해상력은 특히 잰 존슨의 ‘Staple it together’에서 더욱 고조되어 표현된다. 녹음 자체가 매우 생생하고 어떤 군더더기 없이, 가감 없이 녹음된 곡. 하지만 그것이 더욱 더 부각되어 표현되는 모습이다. 예를 들어 드럼의 하이햇 심벌의 아주 섬세한 소리들이 모두 분해되어 들린다. 디지털 기기에서 가장 심도 깊게 테스트되어할 부분 중 하나나 분해력이라고 볼 때 이런 생생하고 섬세한 사운드는 제품의 가격대를 생각하면 이례적이라 할 만하다.
리듬감 또한 발군인데 예를 들어 마커스 밀러의 ‘Cousin John’ 같은 곡에서 그 특성이 잘 드러난다. 사실 이런 리듬감은 속도감에서 온다. 잔향을 지저분하게 남기지 않아야하며 기본적으로 소리와 소리 사이에 여백이 분명히 표현되어야한다. 특히 마커스 밀러의 커다란 손가락으로 연주하는 베이스 기타는 굵고 펀치력이 상당한데 데논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확실히 데논의 중, 저역은 비슷한 가격대 제품군 중에서도 유독 굵고 강력한 사운드로 청감을 자극한다.
공간감에서 데논은 사실 중저가 제품 중에서 아주 좋은 평가를 해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중, 저역 타격감과 밀도감이 데논의 트레이드마크였으며 트레이드오프로 중, 고역이 만들어내는 홀로그래픽 음장은 약간 미흡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이 모델에서 듣는 파우스토 메소렐라의 알카트라즈 라이브는 싱싱한 무대를 그대로 그려낸다. 훨씬 더 상위 제품들에서 들을 수 있었던 악기의 정위감, 싱싱하며 섬세한 악기의 떨림이 가감 없이 표현된다.
총평
최근 데논은 AV 리시버 부문에서 디락 라이브를 지원하는 등 차세대 포맷을 발 빠르게 지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턴테이블 그리고 카트리지의 꾸준한 스테디셀러 보유 브랜드이기도 하다. 그러나 네트워크 플레이어 부문에서 이렇다할 대표 제품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DNP-2000NE는 이런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해당 가격대에서 투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투입한 듯 보인다. 시장에서 뚜렷한 자리매김을 위해서 진행한 과감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네트워크 플레이어에서 자칫 소홀하기 쉬운 DAC 부문은 이 가격대 제품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이 가격대에서 DAC 내장 고음질 스트리밍 플레이어를 찾는다면 반드시 고려해야할 모델이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DAC : ES9018K2M×4
디지털 입력 : Optical×2, Coaxial×1, USB B×1, USB A×1, Network×1
디지털 출력 : Optical×1, Coaxial×1
아날로그 출력 : RCA(Fixed)×1, RCA(Variable)×1
출력 전압 : 2.2V, 4.5V(Variable)
HDMI(ARC) 지원
블루투스 지원
네트워크 지원
전용 어플리케이션 지원(HEOS)
헤드폰 출력 지원
크기(WHD) 43.4×10.7×37.4cm
무게 9.7kg
제작사 : 데논
공식 수입원 : 사운드유나이티드
소비자 가격 : 2,20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