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음에 대한 고찰
최근 홈시어터에 대한 열정이 다시 불살라 오르기 시작했다. 꿈에 그리던 시청실을 얻어서 충분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필자는 오랜 전부터 하이파이와 홈시어터를 병행해왔다. 음악을 좋아하며 지금은 이것이 일이 되었지만 영상 또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종종 영상을 보면서 글에 쓸 소재를 얻기도 하며 글을 쓰는 일이 영상에서 공감되기도 하는 등 서로 공집합이 있기도 하다. 필자가 관심 있게 보는 영상 컨텐츠는 영화, 드라마부터 다큐멘터리 그리고 유튜브의 광활한 채널에까지 굉장히 넓게 분포하고 있다.
그 중 홈시어터, 즉 하드웨어 부분에서 가장 고민되는 것이 바로 서브우퍼다. 작은 방에서 하이파이 오디오를 즐길 땐 북셀프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되지만 넓은 거실로 나가면 이내 북셀프의 빈약한 저역 양과 하한이 아쉬워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를 찾듯 홈시어터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홈시어터는 접근 방식이 조금 다르다. 저역 이펙트는 질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일단 낮은 저역까지 힘 있고 박력 있게 충분한 양으로 재생될 때 영상물 시청시 강점이 많다. 이는 사용자 입장에서도 그렇지만 영상물, 예를 들어 영화 제작시 음향 제작의 표준부터 다르다.
하이파이와 홈시어터 시스템을 동시에 운영한 지 꽤 오래 되었기 때문에 종종 홈시어터용 서브우퍼를 하이파이 시스템에 적용해보곤 한 적도 있지만 오래 가진 못했다. 너무 과장된 볼륨과 함께 무엇보다 메인 스피커와 불화 때문이다. 영화 감상 시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큰 북 소리가 같은 것은 몰라도 낮은 중역부터 초저역까지 하나의 악기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음악에선 여지없이 음색이 불편해진다.
이는 아주 희귀한 현상이 아니다. 게다가 북셀프를 사용하는 경우 높은 저역부터 시작해 그 이하 저역을 오가는 악기들에 모두 해당된다. 피아노, 첼로, 더블 베이스, 파이프 오르간, 튜바, 트럼 본 등 건반 악기에서 리듬 악기, 현악기, 관악기 그리고 인간의 목소리까지 다방면의 악기에 걸쳐 있는 대역이 저역이고 이 저역은 북셀프에서 재생한다고 해도 충분한 리니어리티 확보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20Hz에서 40Hz까지의 낮은 저역, 40Hz에서 80Hz까지 중간 저역, 그리고 80Hz에서 160Hz의 높은 저역은 그래서 스피커 제작자들에겐 골치 아픈 존재가 되어 왔다.
문제는 하이파이 스피커에서 저역의 질을 확보하기 위한 조건들이다. 그저 낮은 저역까지 내주는 스피커를 만드는 것은 쉽지만 상위 저역을 해치지 않으면서 평탄한 반응을 이끌어내긴 쉽지 않다. 베이스 우퍼는 가장 많은 진동을 만들어내기 때문. 이 때문에 초저역까지 충분히 재생 가능한 스피커를 만들 경우 베이스 우퍼를 별도의 인클로저에 설계해 미드, 트위터 모듈과 합체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윌슨오디오, 락포트, 매지코, YG 어쿠스틱스 등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의 최고봉에 위치한 메이커들도 마찬가지다.
렐이 건넨 하이파이 서브우퍼
하지만 이러한 하이엔드 스피커의 저역을 얻기 위해 사용자는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한다. 베이스 우퍼의 진동 제어를 위해 높은 강도의 알루미늄, 카본 및 각종 수지를 사용해 설계하며 내부 설계 또한 대단히 복잡다단해진다. 이 외에 크로스오버 및 캐비닛에 대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저역에서 고역까지 주파수 응답 특성 및 지향성 측면 등 고려해야할 부분이 하나 둘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합리적인 가격대에 저역을 보강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지금 당신이 사용하는 스피커에 추가로 액티브 서브우퍼를 추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홈시어터용 서브우퍼는 한계가 있다. 별도의 앰프를 통해 만들어낸 서브우퍼 내부 앰프로 작동하는 서브우퍼는 진동판의 소재와 함께 메인 스피커와 음질적 균형을 어긋나게 하는 결정적 원인이 된다. 이러한 사용자들의 소구를 읽은 것일까? 렐(REL)이라는 메이커가 하이파이 오디오 마니아들에게 성큼 다가와 ‘하이 레벨’ 접속이 가능한 서브우퍼를 건넸다. 천장에 닿을 듯 한 광대역 스피커를 사용하면서도 Quake, Strata 서브우퍼를 사용하는 해외 유저들의 모습에 이어 국내에서도 하이파이를 위한 서브우퍼 사용자들이 늘어가던 시절이 생각난다. 당시 벨로다인 같은 브랜드도 화제를 모았지만 렐은 하이파이 오디오에서 서브우퍼의 존재를 이슈화시킨 입지전적인 메이커로 떠올랐다.
렐 T/9x
새롭게 태어난 렐 서브우퍼의 현역 라인업 중 T/x 렐 서브우퍼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초입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시리즈는 T/9x는 그 중 최고 레벨에 위치한다. 아래로 Classic이 있고 그 아래로 HT 라인업, 즉 홈시어터 전용 라인업이 따로 있지만 하이파이 오디오에 적용을 목표로 제대로 만든 라인업은 T/x 시리즈부터다. 물론 상위로 S시리즈와 레퍼런스 시리즈가 존재하는데 가격이 상당히 많이 올라가며 청취 공간을 꽤 진지하게 고려해야한다. 결국 가장 접근이 쉬운 라인업이 T/x 시리즈며 그 중 최상급이 T/9x라고 볼 수 있다.
우선 T/9x에 탑재된 유닛을 살펴보면 무려 10인치 우퍼가 눈에 띈다. 전방에서 보면 매우 늠름한 모습에 겉으로 보아도 유닛이 매우 견고하고 탄력적으로 움직일 듯 한 느낌이다. 더불어 또 하나의 우퍼가 숨어 있다. 전면의 10인치 우퍼가 액티브 스피커라면 하단에 위치한 것은 동일한 10인치지만 패스 방식이다. 두 개의 우퍼를 사용하되 전면 하나의 우퍼에만 클래스AB 증폭 3백 와트 급의 대출력 앰프를 내장해 액티브로 작동하게 하면서도 무려 27Hz 초저역까지 낮은 하한과 양감을 얻기 위한 설계다.
렐 T/7x의 특징은 인클로저에서도 드러난다. 저음 반사형으로 설계하지 않고 밀폐형으로 설계해 양감만 부풀린 저역이 아니라 깊고 단단한 저역을 목표로 하고 있는 모습이다. 참고로 내장된 앰프의 경우 증폭에 MOSFET을 사용하고 있다. 클래스 AB 중에서도 온도감이 있으면서도 다발로 채용해 대출력도 구사할 수 있는 증폭 소자를 서브 우퍼에 채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힘뿐만 아니라 음질을 고려한 설계로 볼 수 있다. 커다란 방열판은 바로 MOSFET의 열을 방출하기 위한 방편이며 그 옆으로는 하이/로우 레벨 및 크로스오버 조정 노브 등이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LFE 같은 입력도 있지만 렐의 하이라이트이자 핵심인 하이 레벨 입력 단자가 크게 보인다.
셋업
이번 테스트에선 북셀프 스피커와 매칭을 통해 저역 제한이 있는 북셀프 스피커에서 과연 서브우퍼가 어떤 역할을 해주는지 알아보았다. 참고로 스피커는 오디오벡터 R1 아르떼로서 사실 북셀프로선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는 모델이다. 이단 주파수 응답 구간이 저역에서 38Hz, 즉 낮은 저역의 상단에서 중간 저역 하한에 걸쳐 있어 낮은 초저역 외엔 모두 스스로 재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퍼 구경은 6.5인치로 진동판은 카본이다. 렐 서브우퍼가 10인치 우퍼 두 발에 진동판이 알루미늄과 페이퍼 합금인 것이 다르다. 한편 컴포넌트의 경우 소스 기기로 RS130 네트워크 플레이어에 T+A의 DAC200 및 M200 파워앰프를 사용했음을 밝힌다. 물론 서브우퍼와 연결은 전용 스피콘 단자를 사용해 하이레벨 입력으로 연결했다.
청음
T/9x는 T/x의 최상급답게 같은 라인업 중에선 가장 큰 사이즈를 가지며 무게도 20.6kg에 달한다. 그만큼 저역의 깊이와 퀄리티 또한 가장 좋고 서브 우퍼의 존재감은 많은 음악에서 거의 모두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사라 맥라클란의 ‘I love you’ 같은 곡에선 마치 전기적인 잡음처럼 들리는 배경음이 더욱 크게 들린다. R1 아르떼도 38Hz까지 내려가니 9Hz 정도는 큰 차이가 아닐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대형 플로어스탠딩 스피커까진 아니더라고 중형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를 듣고 있는 듯 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팻 메시니의 ‘Spiritual’은 저역 테스트에 항상 레퍼런스로 듣는 곡이다. 느린 템포로 조금씩 걷다가 갑자기 수렁에 발이 쑤욱 들어가는 듯 한 저역은 상당히 당황스럽게 만들곤 하는데 렐 서브우퍼의 경우 마치 잔잔한 호수에 파장이 퍼지는 듯 섬세하고 드라마틱하다. 긴 파장이 이어지면서 종국에 물결이 높게 진폭 하는 모습이 연상되는데 과장된 힘보단 매우 절제되고 탄력적인 저역을 보여준다. 이러한 저역은 매우 은은하게 느껴지지만 중독성은 상당히 높은 저역이다. 들을 땐 모르다가 서브우퍼를 빼고 들어보면 무척 아쉬워지는 이유다.
아마도 가장 직접적으로, 가장 빨리 귀에 들어오는 서브우퍼의 개입 효과는 타악기에서일 것이다. 타악의 어택과 깊이 그리고 리듬감, 북의 쿠션, 탄력 등이 다르다. 저역이 든든히 받쳐줄 때 그 악기의 실체 소리와 더욱 가까워지며 음악은 더욱 생생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키 하트의 ‘The gates of dafos’를 들어보면 북소리가 크고 웅장하게 바닥을 친다. 초저역은 아니고 높은 저역에서 중간 저역 구간인데 R1 아르떼와 조화를 이루면서 음색적 이질감이나 시간축 부조화 없이 빠르고 단단한 저역을 구사한다.
저역의 폭과 양 그리고 속도, 어택은 재생음의 스케일 뿐 아니라 전체적인 균형감, 역동성을 좌우하면서 음악에 대한 인상 자체를 큰 폭으로 바꿔버린다. 예를 들어 ‘Tutti’ 컴필레이션 중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중 ‘Baba-Yaga’와 ‘The great gate of kiev’ 등을 들어보면 왜 대형 하이엔드 오디오 마니아들이 고작 10Hz를 더 내리기 위해 많은 돈을 소비하는지 이해할 만도 하다. 그 10Hz가 음악에 대한 감동을 몇 배로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교향곡, 대편성에서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총평
일반적으로 서브우퍼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은 단순히 저역을 깊고 웅장하게만 재생해주는 기기로 착각하고 있다. 그것은 보통 엉성하게 설계된 극장이나 또는 많이 보급된 입문용 홈시어터 또는 사운드바에 달려오는 서브우퍼 등으로 인해 형성된 편견이다. 잘 만든 서브우퍼의 경우 단지 저역 깊이 외에도 음질의 다각적인 면들에서 업그레이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속도감은 물론이며 그로 인한 저역의 어택 및 리듬감, 추진력이 달라지고 든든한 저역을 등에 업은 중, 고역 또한 더욱 뛰어난 밸런스를 얻게 된다. 또한 소리의 다이내믹 컨트라스트, 토널 밸런스가 향상되기도 한다. 소리는 시소처럼 서로 상호 작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 브랜드에서 저역에서 고역까지 모두 함께 제대로 설계한 스피커를 들일 여유가 있다면 그것이 나을 수 있다. 그러나 하이레벨 입력을 통해 음질적 부조화를 최소화한 렐 T/x 시리즈의 최상급 T/9x 정도라면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 될 것이다. 참고로 볼륨을 높이면 조금씩 움직일 수 있으므로 블루텍 등으로 바닥과 고정하길 바라면 탄탄한 두께의 받침대는 필수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제원
TYPE : Front-firing active driver, down-firing passive
ACTIVE DRIVER SIZE & MATERIAL : 10 in. FibreAlloy™, 254mm long-throw, inverted alloy dust cap, steel chassis
PASSIVE RADIATOR SIZE & MATERIAL : 10 in., 254mm long throw, inverted dust cap
LOW FREQUENCY EXTENTION : -6dB at 27 Hz
INPUT CONNECTORS : High Level Neutrik Speakon, Low Level single RCA, LFE RCA
OUTPUT CONNECTORS : N/A
POWER OUTPUT : 300 watts (RMS)
AMPLIFIER TYPE : Class A/B
WIRELESS CAPABILITY :
Arrow (Optional), Zero Compression Single Large Scale Integrated Chip
Protection System
FULLY ELECTRONIC SET SAFE
D.C. FAULT
OUTPUT SHORT
MAINS INPUT VOLTAGE : 220-240 volts, 110-120 volts for certain markets
FUSES : 3.15 Amp semi delay 230 volts operation, 6.3 Amp semi delay 115 volts operation
Dimensions
W X H X D : 370 x 340 x 393 mm
NET WEIGHT : 20.6 kg
FINISH : High Gloss Black, High Gloss White, 5 coats
Supplied Accessories
MAINS LEAD
NEUTRIK SPEAKON
(10 Meters Nominal)
INTERCONNECT
USERS MANU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