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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비알레 스트리밍과 증폭의 꽃

드비알레 1000 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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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 와트의 괴물

전 고조파 왜곡 0.0001%, 신호 대 잡음비 133dB. 댐핑 팩터 8000, 이런 무시무시한 스펙을 자랑하는 앰프가 있다. 그것도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내장한, 이른바 올인원 네트워크 앰프다. 다양한 아날로그 입력단은 물론 USB 등 디지털 입력단도 풍부하며 ROON을 지원하고 UPnP 및 에어플레이 등 대응하지 못하는 인터페이스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게다가 MM/MC 포노단까지 갖추고 있으니 금상첨화다. 당신이 음악을 즐기기 위해 해야 할 일이라곤 이 앰프에 스피커를 연결하는 것뿐이다. 소리는? 이제까지 수백 개 앰프를 경험해본 내게 이 소리는 정말 충격적이었다고만 말하겠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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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드비알레 익스퍼트 시리즈 중 1000 Pro라는 모델이다. 싱글 섀시 버전 세 개 모델 그리고 듀얼 섀시 모델 세 개 중에 최상위 모델로서 이전에 검토했던 익스퍼트 250 Pro 두 개를 합체한 형태다. 다른 모델이 그렇듯 모델명은 출력을 의미한다. 요컨대 이 앰프는 채널당 무려 1천 와트 출력을 갖는 괴물이다. 출력이 전부는 아니다. 되레 출력이 높을 경우 힘은 좋을지 모르겠지만 중, 고역이 탁하고 건조해 이른바 음악성을 떨어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드비알레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이 앰프를 대출력에 왜곡은 적고 SN비는 높으며 출력 임피던스는 0.001까지 극단적으로 낮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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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비알레는 우선 ADH라는 희한한 증폭 방식을 도입하면서 기존 전통적인 하이파이 앰프 브랜드를 놀라게 했다. 이 증폭 방식은 클래스 A와 클래스 D의 증폭 방식을 조합해 각각의 강점만 취한 기술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면서 음악적인 표현력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그래서 얇은 섀시지만 내부엔 다양한 소자들이 빼곡하고 열도 제법 나는 편이다. 뜨거운 앰프 중에 소리 좋지 않은 경우를 보지 못했다.

Devialet SAM tenchnoligie made in France

못 울릴 스피커가 없다?

그러나 아무리 넉넉한 출력과 낮은 왜곡, 높은 신호 대 잡음비와 다이내믹레인지, 댐핑 팩터를 확보한 앰프라고 하더라도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다. 우리는 지금까지 많은 뛰어난 앰프들을 보아오고 사용해보았지만, 스피커와 매칭이라는 또 다른 수렁에서 종종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 달 혹은 두, 세 달 모아온 지갑을 털어 그토록 오매불망 원하던 스피커를 손에 넣었지만 가지고 있는 앰프와 매칭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망연자실하기를 반복하곤 한다. 이후 풍경은 보나 마나다. 여러 앰프가 문지방을 들락거리면서 예산을 방비하고 비상금은 어느새 바닥이 나버린다. 오디오가 어려운 것은 다름 아닌 매칭 때문이며 이는 단순한 머니 게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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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는 앰프와 스피커 각각의 여러 특성, 간단히 스펙부터 시작해 다양한 특성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실타래는 단지 두세 개 단순한 문제를 푼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스펙이라는 아주 파편적인 숫자 놀이가 종종 허상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예를 들어 스피커는 공칭 임피던스, 감도, 능률 외에 Q 값, 내부 댐핑, 저음 반사형인지 밀폐형인지. 유닛의 소재와 인클로저의 로딩 방식 및 구조, 포트의 소재와 효율, 임피던스 변화 특성 등 매우 많은 변수가 있다. 이를 측정을 통해 일부 패턴을 알아차릴 수 있고 대략적인 음향 특성을 예측했다고 하자. 그러나 이를 통해 예상 가능한 앰프 매칭의 단서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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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비알레는 이런 매칭의 변수를 제어하고 자신들의 스피커를 앰프의 통제하에 두기 위해 창의적인 기술을 연구했다. 일단 전 세계 가용한 스피커를 취합하고 자료를 보았다. 스피커의 주파수 대역 폭부터 응답 특성, 임피던스 특성 및 감도, 시간축 주파수 특성 등 다양한 각도에서 스피커의 특성을 대변하는 데이터들이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자사의 앰프들이 이에 최적의 성능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작동 특성을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만들어냈다. 이를 자사의 컨피규레이터에 업로드한 후 언제든 SD 카드에 다운로드 받아 드비알레 익스퍼트 앰프에 꼽은 후 적용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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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드비알레에선 ‘SAM’이라고 이름 붙였다. ‘Speaker Active Matching’의 준말이다. 이들은 SAM 프로세싱 서비스 초기에 전 세계 스피커를 하나하나 측정해나가면서 동시에 드비알레 홈페이지에 앰프의 매칭 데이터를 등록해나갔다. 굉장히 적극적이고 창의적이었으면 등록이 되지 않은 스피커를 사용하는 사용자들가 투표를 통해 등록되지 않은 스피커를 등록해나가기도 했다. 약 10년이 넘은 현재 드비알레에서 SAM 프로세싱을 적용할 수 있는 스피커는 무려 1천여 개가 넘은 상황이다. 입문용 스피커부터 카르마 같은 스피커까지 대응하지 못할 스피커가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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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업

이번엔 직접 드비알레 플래그십 모델 1000 Pro를 테스트하기 위해 특별한 공간을 찾았다. 한남동에 위치한 드비알레 플래그십 스토어다. 입구에서부터 드비알레 월드가 펼쳐졌다. 팬텀 스피커부터 드비알레의 여러 제품군이 우주적인 인테리어 속에서 시선을 앗아갔다. 하지만 이 곳에 온 목적은 더욱 분명해졌다. 바로 안쪽으로 마련되어 있는 익스퍼트 시리즈 전용 시연 룸에 들어서면서부터였다. 카르마 엘레강스 라인업 중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기 좋은 모델 dB-9S 스피커가 세팅되어 있었다. 그 옆으로는 당연히 익스퍼트 1000 Pro가 나를 맞이했다.

익스퍼트 1000 Pro는 하위 모델 익스퍼트 250 Pro 두 대를 모노 브리지 형태로 연결하면서 완성된다. 디지털 입/출력을 연결하면 두 개의 모델이 동기화되어 1000 Pro로 세팅 가능하며 둘 중 하나를 마스터, 나머지 하나를 슬레이브 채널로 설정하면 그만이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피커 결선의 경우 + 신호를 출력하는 바인딩 포스트만 사용해 두 개 앰프를 좌/우 스피커에 각각 연결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각 앰프의 양쪽 채널 증폭단이 한쪽 채널에 증폭된 신호를 몰아주어 채널당 250와트였던 250 Pro 두 대는 채널당 1천와트 앰프로 변신한다. 모노 브리지 결선 시 스테레오보다 네 배가 정석인데 정확히 네 배 출력을 내주는 앰프는 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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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음

이번 테스트에 사용한 스피커 카르마 엘레강스 dB9 시그니처다. 일반적으로 이 정도 하이엔드 스피커라면 프리, 파워 분리형 앰프에 DAC 및 네트워크 플레이어 모두 분리형에 때론 파워앰프도 모노 블록 파워앰프를 세팅해 즐기는 경우가 많다. 광대역에 소리의 털끝 하나도 놓치지 않을 것 같은 해상력은 이 스피커 고유의 것이지만 극단의 퍼포먼스를 추구하는 하이엔드 제품들이 다들 그렇듯 까다롭다. 앞단의 강점도 부각되지만 단점도 노출되기 쉬운, 거울 같은 스피커이기 때문이다.

극강의 해상도를 자랑하는 베릴륨 트위터며 카르마의 전매특허 7인치 오메가 7 카본 미드레인지는 또 어떤가? 여기에 9인치 알루미늄 우퍼는 스위스 다즐 파워앰프 정도 매칭했을 때에서도 제소리를 내곤 했다. 힘은 물론 섬세한 입자, 정위감, 리듬감 모든 것들이 균형을 이루었을 때 카르마는 독보적인 소리를 뿜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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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비알레 1000 Pro가 놀라운 점은 일단 전체 대역 밸런스가 고르고 입자가 고와 카르마 스피커를 어르고 달래며 고유의 사운드를 충실히 서포트해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조수미의 ‘Dona Dona’를 들어보면 탁 트인 대역폭과 매우 적막한 무대 위에 보컬만 두둥실 떠 오른다. 정적이 흐르는 배경은 130dB가 넘어서는 높은 신호 대 잡음비의 증거다. 더불어 보컬의 토널 밸런스는 왜곡 없이 그대로 그녀만의 목소리 톤을 싱싱하게 살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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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이런 높은 스펙의 앰프들이 사실 실제로 음악 재생시엔 무척 무미건조하고 차가운 음색으로 음악 감상에 흥미를 잃게 만드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리고 낮은 중역부터 이하 대역이 얇고 텅 빈 사운드를 내주면서 목욕탕 사운드처럼 귀를 괴롭히곤 한다. 그러나 드비알레는 대역 밸런스가 되레 약간 낮은 편으로 분리형 하이엔드 앰프를 연상시킨다. 다이애나 크롤의 ‘No moot at all’을 들어보면 더블 베이스가 응집력 있고 에지 있게 현을 튕기는 모습이 눈에 보일 듯하다. 보컬 또한 약간 중성적인 다이애나의 묵직한 토널 밸런스를 정확히 잡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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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 드라이빙 능력을 알아보려 재생한 빌리 아일리시의 ‘Bad guy’에선 이 스피커의 저역 하강 능력에 마침표를 찍는 모습이다. 확실히 SAM 프로세싱은 드비알레가 내놓은 신의 한 수다. 최근 유행하는 디락 라이브(Dirac Live) 같은 공간 음향 보정 기능도 탁월한 음향 보정 방법이지만 일단 스피커 자체에서 완성된 사운드로 출력되어주는 게 우선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실제로 카르마 스피커를 등록해 SAM 프로세싱 적용 후 체크한 저역 퍼포먼스는 그들이 주장하는대로 20Hz 이하까지 재생이 가능한 듯 우퍼의 진폭 길이 자체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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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비알레의 특이한 점은 ADH라는, 정확히 말하면 아날로그, 디지털 하이브리드가 아닌 클래스 A와 클래스 D 증폭의 결합이 만들어낸 시너지의 결과다. 음질적으로 클래스 D에 약간의 클래스 A 느낌을 첨가한 것이 아니라 클래스 A의 지분이 더 커 보인다. 스코틀랜드 챔버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 피아노 협주곡 5번’을 들어보면 악기들이 생기가 넘치며 촉촉한 음결이 녹아 있다. 절대 건조하거나 딱딱한 결이 느껴지지 않는다. 소리의 표면 텍스처는 매우 곱고 부드러운 연결을 보여준다. 소란스러울 수 있는 베릴륨의 특성을 잡아주면서도 극도의 해상도는 그대로 품어주는 미덕을 보여주면서 카르마와 탁월한 매칭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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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드비알레는 네트워크 플레이어와 앰프의 전통적인 기능과 성능에 대한 포괄적인 분해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를 모두 분해 후 재분석의 과정을 통과하면서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기술을 적재적소에 끼워 넣어 재창조의 길을 열었다. 디지털 소스 기기로서 UPnP, ROON, 에어플레이와 스포티파이 커넥트 같은 보편적인 프로토콜을 부드럽게 수용하면서 동시에 EVO®, DAC Magic Wire® 같은 자체적인 플랫폼을 구축했다. 여기에 과거와 현재를 잇는 RAM®를 통해 LP 레코드만이 가질 수 있는 음악 감상의 폭과 깊이를 내면화했다. 그리고 핵심적으로 ADHV2®로 진화한 초유의 증폭 기술을 심장에 이식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고 SAM® 이라는 프로세싱으로 앰프의 음질 저 너머의 퍼포먼스 향상을 도모했다.

그리고 여기 익스퍼트 1000 Pro를 통해 그들이 창조한 네트워크 스트리밍과 앰프의 전통적 기능과 성능은 재창조되었다. 만일 이 앰프에 내장된 기능과 그 성능은 향후 초고밀도 집약을 통해 다른 얼굴로 대중화될 수 있지도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드비알레는 애초에 익스퍼트 1000 Pro를 설계하고 이후 약간씩 덜어내며 하위 모델을 설계했을 가능성이 크다. 익스퍼트 1000 Pro는 드비알레 스트리밍과 증폭의 꽃이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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