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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TT 유니버스의 마지막 퍼즐

코드 BerTTi

TT Lifestyle 002 FULL

스위칭 전원

전원에 대한 오래된 레토릭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SMPS, 그러니까 스위칭 전원은 리니어 전원부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원가를 낮추어 생산자 입장에선 적은 비용으로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아주 미세하고 섬세한 음악 신호를 다루는 기기에선 적당하지 않다는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스위칭 전원부는 잘 만들면 되레 리니어 전원부가 절대 도달하지 못하는 성능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앰프들에서 이는 가정이 아니라 사실이 된다.

chord

코드의 신제품 리뷰 때문에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일례로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SPM 시리즈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나의 귀를 의심했다. 어떻게 이럲게 슬림한 앰프가 이렇게 광대역에 빠른 스피드, 엄청난 과도 응답특성과 함께 힘까지 놓치지 않고 있는지. 토템 Mani2 스피커를 해외에서 구입해 들여온 후 한정된 예산 안에서 어떻게 저역을 제대로 제어할지 고심이 깊었던 때 코드는 아주 자연스럽게 토템을 자신의 포로로 만들어버렸다. 오리지널 Mani2의 경우 80dB 초중반까지 내려가는 극악의 저 감도였지만 낮은 저역 근방까지 리니어리티를 끌어내렸다.

코드의 설립자이자 대표 존 프랭스는 다름 아닌 우주 항공 산업 분야에서 스위칭 전원부 설계를 맡았던 인물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초고속으로 작동하는 코드 앰프의 스위칭 전원부는 초당 무려 8만 회에 걸쳐 on/off를 반복하므로 굉장히 높은 응답 속도를 자랑한다. 일반적인 리니어 전원부의 트랜스포머가 50hz 혹은 60hz로 작동하는 것과 비교해 강점이 확실했다. 커패시터 뱅크 또한 대형 파워앰프에서도 대용량 커패시터가 아니라 무척 작은 용량의 커패시터를 다량으로 사용해 충, 방전 속도를 빠르게 진행시키고 그만큼 출력단에 빠르고 정확한 전원을 공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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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SFET

흥미로운 건 코드 파워앰프가 MOSFET 증폭 소자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 증폭 소자는 사실 일반적으로 바이폴라 같은 증폭 소자와 정 반대편에 선 음질 경향으로 앰프 제조사 및 오디오파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여러 클래스 A 증폭 파워앰프들로부터 시작해 뮤지컬 피델리티 같은 소출력 클래스 A 증폭 앰프들의 설계에서 단골 메뉴처럼 등장했다. 잔향 시간이 길고 살짝 온기를 머금고 있었으며 특히 중역대 진한 질감 표현이 좋은 앰프들은 알고 보면 MOSFET를 사용했었다.

하지만 내가 들어본 앰프 중 MOSFET을 사용하면서도 가장 MOSFET 같지 않은 소리를 내준 앰프가 코드 앰프들이다. 필자는 가장 최신 앰프인 ULTIMA 시리즈가 나온 이후에도 락포트 테크놀로지스 Atria 스피커에 코드의 구형 앰프 SPM1400E 모노 블럭 앰프를 사용했었다. 광대역에 매우 낮은 저역까지 매우 빠르고 응집력 높게 제어 가능한 앰프였기 때문이다. 묵직한 펀치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절대 잔향을 길께 뿌리지 않았으며 따라서 온기 있는 소리를 내주진 않았다. 매칭에 따라선 약간 딱딱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었고 따스한 면보단 되레 냉정한 면이 돋보였다. 따라서 ULTIMA에서의 코드는 물론 코드 팬들에게 얼마나 큰 변화며 진화였는지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컸을 것이라는 걸 비슷한 시기에 종적 비교를 통해 체감했다.

BerTTi FRONT Black

코드 BerTTi 파워앰프

코드 일렉트로닉스에서 새롭게 내놓은 파워앰프가 배달되어 왔다. ULTIMA에서 받았던 충격이 이제 좀 사그라질 즈음이었기에 사실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게다가 풀 사이즈 앰프가 아닌 하프 사이즈 파워앰프다. 이를테면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라인업 중 Hugo TT2 혹은 Mscaler 같은 제품들과 같은 전면 사이즈를 가진다. TT라는 알파벳 두 개를 크게 적는 것만 보아도 지레 짐작이 가능하다. 솔직히 이 라인업에서 현재 쓸만한 파워앰프가 공석인 것은 사실이고 언제 출시되어도 출시되었어야할 모델이다. 과연 어떤 모습으로 태어났을까? 스펙을 보니 이 파워앰프에선 ULTIMA의 향기가 짙게 풍겨온다.

CHORD BerTTi FRONT Black

우선 제품 섀시는 으레 코드 일렉트로닉스가 그렇듯 항공 등급용 알루미늄 섀시를 통으로 깎아 만든 몸체가 예술이다. 헤어라인이 매우 곱고 라운드 형태의 깎아지른 모습이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진하게 풍긴다. 전면엔 중앙에 자사의 로고 하나만 장착해놓았고 하단에 버튼 겸 인디게이터가 보인다. 이는 단순한 조명이 아니라 스탠바이 버튼 기능을 겸한다. 전원을 공급하면 일단 붉은 빛을 내다가 버튼을 눌러 깨우면 녹색으로 바뀌며 시그널을 증폭할 채비를 마친다.

후면으로 시선을 옮기면 입력 인렛을 갖추고 있다. Hugo TT2처럼 저전력으로 작동하기엔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는 BerTTi는 AC 전원 입력을 위한 인렛을 갖추고 있다. 라인 레벨 입력은 RCA 한 조 그리고 XLR 입력도 한 조 구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Hugo TT2와 XLR 입력으로 연결하면 안성맞춤이겠거니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한다. 한편 스피커 출력단은 좌/우 각 한 조씩 마련되어 있다. 말굽 및 바나나 단자 등 모두 사용 가능하고 체결력 또한 훌륭한 편이다. 단, 바이와이어링은 지원하지 않는다.

BerTTi TOP Black

BerTTi의 출력은 8옴 기준 채널당 75와트다. 요즘 클래스 D 증폭을 통해 수백 와트의 출력을 내는 앰프들이 흔해진 요즘 추세에 비하면 작은 편이다. 한편 입력 임피던스는 100K옴으로 충분히 큰 편이어서 다양한 프리앰프와 매칭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게인은 30dB로 적지 않다. 주파수 구간은 무려 5Hz에서 100kHz까지 광대역이며 전고조파 왜곡은 0.008%로 뛰어나지만 SN비는 87dB로 아주 높진 않은 편이다. 전체적인 스펙만 보면 왜곡이 매우 낮은 광대역 스테레오 파워앰프며 75와트 정도에 하프 사이즈로 작은 방 혹은 넓은 책상에서도 사용하기 좋은 앰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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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음

BerTTi 파워앰프는 다양한 시스템에 적용해 사용 가능한 스펙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코드 일렉트로닉스에서는 자사의 같은 라인업들끼리 매칭을 고려해 디자인했다. 그래서 일단 그들이 주창하는 매칭을 그대로 재현해 테스트해보았다. 예를 들어 DAC 겸 프리앰프에 Hugo TT2를 사용했다. 앰프 모드로 진입하면 섬세한 볼륨 조정이 가능하며 게인도 하이, 로두 두 종류를 지원하므로 어떤 공간에서도 사용이 수월한 편이다.

한편 이번 테스트엔 특별힌 Mscaler도 투입했다. 코드의 전매특허인 WTA 탭이 무려 100만 탭까지 진화한 증거로서 Hugo TT2 이전 단계에서 일종의 업샘플링을 진행하도록 했다. 따라서 오렌더 A1000을 오직 네트워크 렌더러로 사용해 USB 출력 후 Mscaler에 연결하고 Mscaler에서 BNC 디지털 출력으로 Hugo TT2에 입력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이후 Hugo TT2에서 XLR 밸런스 연결로 BerTTi 파워앰프와 연결했다. 스피커는 바워스앤윌킨스의 705S3를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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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전체적인 대역 밸런스를 헤치지 않으면서 제법 평탄한 반응 특성을 이끌어내는 모습이다. 이 파워앰프는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여타 디지털 기기처럼 시간축 반응 특성이 뛰어난 편이며 그에 따라 입체적인 무대를 그려내는 면이 가장 먼저 귓전을 때린다. 예를 들어 앨리스 사라 오트의 ‘그리그 : 피아노 협주곡’을 들어보면 좌측에서 피아노 타건이 번개처럼 날아와 꽂힌다. 과도 응답 특성이 매우 뛰어날 때 느껴지는 전율이 있다. 마치 섬광처럼 공간을 가르는 소리인데 이어지는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섬세하게 무대를 전/후로 구분해 들려준다. 마치 악기들을 분해 후 다시 새로운 방식으로 재배치한 듯한 소리다.

bjork debut

뷰욕의 ‘Venus as a boy’ 같은 곡에서 BerTTi는 그런 입체감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곡은 오케스트라 등 어쿠스틱 악기들보단 전자 악기들 그리고 다양한 믹싱 기술이 돋보인다. 타악기 그리고 전자악기들이 난무하므로 악기들이 뭉개지거나 복잡하게 섞여 탁해지기 쉽지만 코드 시스템은 바워스앤윌킨스 705S3의 성능을 최대한 이끌어내면서 악기들을 선명하게 분리해낸다. 또한 중간 중간 악기들의 급격한 어택에도 절대 흐릿하게 흔들리지 않고 중심이 곧게 정확한 타격을 해준다. 뭔기 지지부진하게 늘어지거나 묽은 느낌은 전혀 없이 명료하다.

daft punk

이렇게 이야기하면 과거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앰프와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사실 어택과 이어지는 디케이, 서스테인으로 이어지는 엔벨로프 특성은 비슷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좀 더 여운을 둔 듯 소리의 진행이 좀 더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따라서 ULTIMA 이전 세대 코드 일렉트로닉스 앰프들이 겪고 있는, 단단함을 넘어 약간 딱딱하게 느껴졌던 부분들이 상당 부분 해소된 모습을 보여준다. 다프트 펑크의 ‘Get lucky’ 같은 녹음에서 좀 더 순하고 더 선명하겨 유연한 베이스 리프와 함께 순발력 좋은 추진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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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앰프 BerTTi 테스트였지만 이번 TT 조합은 또 다른 곳으로 시선의 앵글을 옮기게 만든다. Hugo TT2와 BerTTi 조합만으로 별도의 프리앰프 없이 705S3를 드라이빙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대단히 뛰어난 매칭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코드와 바워스앤윌킨스의 조합은 추천할만하다. 간만에 호기심에서 Mscaler의 유무에 따른 음질적 차이를 살펴보았는데 스틸리 댄의 ‘Aja’ 같은 곡을 들어보면 Mscaler 없이도 좋은 소리를 들려주었으나 Mscaler를 투입하면 더 곱고 섬세하게 음악적 뉘앙스를 살려낸다. 따라서 아날로직 사운드에 더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Mscaler는 여러 DAC에 적용 가능하지만 코드 DAC에 최적화되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TT Lifestyle 001 FULL

총평

채널당 75와트짜리 앰프, 게다가 하프 사이즈로 출시된 BerTTi. 그러나 가격은 본국에서 무려 4천 파운드에 이르는, 절대 적지 않은 가격표를 달고 있다. 그러나 75와트는 그저 숫자에 불과했다. 출력은 낮되 되레 소리의 순도는 여느 ULTIMA의 그것보다 절대 낮지 않으며 705S3의 우퍼를 터질 듯 드라이빙하면서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하나 빼먹은 내용이 있다. 바로 ‘듀얼 피드 포워드’ 에러 보정 기술의 투입이다. 수천만원대 ULTIMA 파워앰프에 투입되면서 코드 일렉트로닉스 앰프의 새로운 모멘텀으로서 작용한 기술이다.

‘듀얼 피드 포워드’ 에러 보정 기술을 통해 초고속, 광대역 앰프로서 충격을 안겨주었던 과거 코드 일렉트로닉스의 신화는 다시 한번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 기술을 고안한 영국 에섹스 대학의 헥스포드 박사와 벨 연구소의 밥 코델이 이를 보았다면 대단히 흡족해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보다 유연한 반응 특성과 매끄럽고 부드러운 음촉에 덜 차가워진 음색은 이 기술에 크게 빚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BerTTi는 코드 일렉트로닉스가 그토록 고집해온 MOSFET 사운드의 결정체이자 TT 유니버스의 마지막 퍼즐이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제품 사양

Output Power: 75 W into 8 Ω
Power consumption: Full power – 240 W, Standby – 1 W
Frequency Range: 5 Hz-100 kHz +/- 0.5 dB
THD: 0.008%
Signal-to-Noise Ratio: 87 dB (A-weighted)
Input Impedance: 100kΩ Unbalanced/Balanced
Input sensitivity: 0.78 V
Gain: 30dB
Dimensions: 59 mm (H) 235 mm (W) 256 mm (D)
Weight: 3.75kG

제조사 : Chord Electronics Ltd(UK)
공식 수입원 : ㈜ 웅진음향
공식 소비자 가격 : 8,900,000원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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