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요구
애플로 기억되는 스티브 잡스의 인생은 실리콘 밸리와 그들의 삶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의 삶과 일에 대한 통찰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어떻게 아이폰, 아이패드처럼 디지털의 생태계를 바꾼, 혁신적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을까. 대체로 사람들은 좋은 가정을 꾸리고 돈을 더 모으기 위해 일한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 그리고 그 주변의 많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개발자들은 그러한 제한적인 삶을 벗어나 더 나은 삶과 더 많은 변화를 꿈꾸었다. ‘여러분이 삶이라고 부르는 주변의 모든 것들은 사실 여러분보다 똑똑하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삶은 종종 기존 질서에 따르고 머물기 보단 잘못된 것을 떨쳐버리고 변화, 개선시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우리 주변의 많은 소프트웨어와 기계들을 손 안에 쏙 들어오는 스마트폰으로 치환해버린 혁명. 그리고 그 희한한 물건 하나는 음악 소비 부문에서도 커다란 변화를 끌고 왔다. 우선 아이튠즈라는 음원 플랫폼은 당시 CD 같은 물리매체에서 음원 공유로 넘어가면서 엉망진창이 되어가던 음악 유통 시장을 구원해냈다. 하이파이 오디오 부문에서도 커다란 패러다임의 변화가 감지되었다. 시작은 영국의 린(Linn)과 메리디안(Meridian)이었다. NAS에 음원을 저장하고 이를 네트워크플레이어서 재생하는 기능을 가진 제품을 개발해내기 시작했다. 린은 수십 년 동안 만들어왔던 CD플레이어를 과감히 단종시켰다.
애플 아이폰부터 시작해 현재 스마트폰이 만들어낸 나비효과는 우리 일상의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지금도 일반 PC 혹은 맥북, 아니 아이패드나 아이폰만으로도 하이파이오디오와 연결해 음악을 듣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것도 오디오 전용 기기보다 훨씬 더 저렴한 가격표를 달고 있고 심지어 밖으로 가지고 나가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디오파일들은 더 좋은 음질과 함께 일반적인 오디오 컴포넌트와 더 잘 통용되는 인터페이스를 원하고 있었다. 네트워크 플레이어라는 물건은 시대의 요구로 탄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이파이로즈 유니버스
시대의 조류와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하이파이오디오 메이커는 수많은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내놓기 시작했다. 필자 또한 여러 제품들을 섭렵해가면서 시대의 흐름을 따라갔다. 처음엔 CD 플레이어를 켜는 일이 급속히 줄었고 대신 PC에 음원을 저장해 USB DAC로 음악을 들었다. 이후엔 NAS 시스템을 구축해 내부 스토리지에 수 테라바이트의 음원을 저장하면서 라이브러리를 꾸렸다. 음원 목록을 만들고 CD를 리핑하며 업데이트해나가는 일이 고역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과정을 통해 음악 감상 시간이 더 증가하는 순환 구조가 생겼다. 이후엔 뮤직 서버를 지나 결국엔 타이달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즐기게 되었다.

그 사이 흥미로운 제품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바로 하이파이로즈라는 국내 신생 오디오 메이커 제품이었다. RS201부터 마치 스마트폰의 전면 화면을 옮겨놓은 듯한 커다란 디스플레이는 눈에 확 띄었다. 마치 음악 재생 전용 아이패드를 보는 듯한 전면 디스플레이에서 하이파이로즈는 이른바 ‘보이는 오디오’를 추구했다. 이후 RS250, RS150 같은 모델을 선보이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오디오 마니아들에게 커다란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이후 RS130 같은 플래그십 네트워크 트랜스포트를 개발해내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RS520 같은 네트워크 앰프를 내놓으면서 이제 시대를 선도하는 오디오 메이커로 성장해나가고 있다. 그 중심엔 유튜브 뮤직을 커스터마이징한 로즈 튜브가 있었고 TV와 호환성은 음악 애호가를 음악 뿐 아니라 영상을 함께 즐기도록 유도했다. 결국 하이파이로즈는 그들만의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RS451
최근 하이파이로즈는 그들의 생태계에 또 하나의 모델을 추가했다. 모델명은 RS451로서 기존 레퍼런스 모델 RS151에서 숫자 하나면 변경했다. 과연 어떤 모델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RS451은 RS151의 여러 핵심 기술을 이어 받으면서 인터페이스 등을 축소한 모습이다. 더불어 거의 독립적인 따로 만들어도 될 만한 헤드폰앰프를 내장했다. 외부 디자인에서도 이런 특징을 드러낸다. 기존 RS151의 15.4인치 풀 디스플레이 창은 8인치(IPS 터치 패널) 정도로 대폭 축소시켰다. 대신 우측에 커다란 볼륨 노브를 추가해 근거리에서 편의성을 높였다. 한편 좌측으로는 4.4mm, 6.35mm, XLR 등 총 세 개의 헤드폰 출력단을 마련해 헤드폰 사용자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듯하다.

후면으로 넘어가면 여러 인터페이스가 시야를 가득 메운다. 우선 디지털 입력은 이더넷, 광, 동축, USB(B) 입력단이 보인다. 추가로 HDMI eARC 입력단을 마련해 TV와 연결해 TV의 음성 출력을 RS451과 연결된 하이파이 시스템으로 즐길 수 있다. 한편 한 조의 RCA 라인 입력도 갖추고 있어 프리앰프 역할도 가능하다. USB 3.0 단자도 마련해놓아 USB 메모리 재생도 거뜬하다. 출력으로 눈길을 돌리면 역시 광, 동축, 출력 모드 가능하며 라인 입력 같은 경우 RCA 및 XLR 모두 대응하고 있다. 블루투스 안테나는 전파 간섭 등을 고려해 오렌더 같은 제품처럼 밀봉시킨 모습이며 와이파이 또한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별도의 USB 와이파이 동글을 꼽아 사용하도록 했다. 리모컨 또한 기본 제공하지만 한번 세팅이 끝나면 사용할 일은 별로 없을 듯하다. RS151에서 AES/EBU 같은 입/출력이나 I2S 출력을 뺀 것을 알 수 있다.

음원 처리 과정에선 RD160에서 시작해 RS151으로 이어졌던 별도의 디지털 프로세서 DPC™(Digital Processing Core)를 탑재했다. 이는 USB, SPDIF 등 다양한 경로로 입력되는 디지털 신호를 디코딩한 이후 고정밀 Femto 클럭을 통해 디지털 도메인에서 시간축 정렬, 동기화시키는 회로다.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 잡다한 기능을 담당하는 회로와 음악 재생에 사용되는 회로를 분리해 신호 간섭, 왜곡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설계다.

DPC™를 거치면서 정교하게 정렬된 디지털 신호는 ES9027PRO로 인입되어 최종적으로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된다. RS151에서 사용한 ES9039PRO보단 하위 칩셋이지만 최신 칩셋으로 8채널 분량의 출력을 병렬로 묶어 출력한다. 마지막으로 NRA™ (Noise Reduction Analog) 필터를 개발해 적용했다. 이 또한 이전 RS151에서 적용되었던 독자 기술로서 최종 아날로그 출력단까지 왜곡 없이 선형적인 주파수 특성을 얻어내기 위한 방편이다. 실제로 하이파이로즈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대단히 선형적이며 평탄한 주파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셋업
RS451은 다양한 포맷 및 인터페이스에 거의 모두 대응하므로 사용은 상당히 직관적이고 편리한 편이다. 기본적으로 DLNA/UPnP에 대응하며 이 외에 블루투스, 에어플레이는 기본이다. 더불어 ROON 같은 경우도 조만간 인증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전용 앱으로 조작을 해보면 하이파이로즈의 대표 메뉴인 유튜브 뮤직 뿐 아니라 타이달, 코부즈, 스포티파이는 물론 국내 벅스뮤직 및 애플뮤직까지 다양하게 대응하고 있다. 대응하지 못하는 음악 서비스를 찾는 것이 더 빠를 정도로 거의 백화점식 메뉴가 마련되어 있어 자신의 취향과 식성에 맞게 세팅해 사용할 수 있다.

이번 테스트는 필자의 전용 시청실에서 메인 시스템들을 사용해 진행했다. 참고로 필자가 사용 중인 디지털 소스 기기는 기본적으로 오렌더 A1000과 반오디오의 R2S DAC인 Firebird MK3 Final Evo. 그리고 또 하나는 NAD M66이다. 여기에 더해 웨이버사 시스템즈의 LAN-EXT 레퍼런스 아이솔레이터를 사용 중이다. 이 모든 장비를 빼내고 오직 RS451만 세팅해 테스트에 들어갔다. 앰프는 아큐페이즈 E-5000, 스피커는 바워스앤윌킨스 705S3Sig, 스텐하임 Alumine Two.Five. 락포트 테크놀로지스 Atria 등을 활용했다.
청음

정미조 – 귀로
차분한 밸런스가 귀를 감싼다. 전반적으로 잘 잡힌 대역 밸런스 기조는 이전 RS150과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DAC 및 RS151에서 물려받은 신기술 덕분인지 골격이 더 또렷하며 무대 중앙에 보컬 음상도 더 또렷하며 둥글고 입체적이다. 긴장감이 많아 팽팽한 소리보단 여유가 넘치며 감상자에게 바짝 다가와 호소하는 소리를 내준다.

이매진 드래곤스 – Believer
소스기기에 담긴 정보를 충분히 빨아들여 내뿜는 능력은 수준 이상이다. 꽉 찬 밀도감과 높은 펀치력 등은 확실히 RS150보다는 RS151에 가깝다. 정보량, 해상력에서 특히 그런 증거들이 드러난다. 단, 호소력이 짙고 앞으로 전진하는 소리는 높은 게인 때문이다. 앰프의 입력 감도에 따라서는 과할 수 있으니 RS451의 볼륨 조절을 통해 적당한 레벨을 찾길 권한다.

파우스토 메소렐라 – Sonatina Improvvisata D’inizio Estate
음색은 따뜻하며 입자가 고운 편이어서 이물감 없이 다가오는 편이다. 소리가 고감도 대형 풀레인지나 동축 스피커처럼 시원시원하게, 막힘없이 흘러나와 공간을 메운다. 악기의 사이즈도 크게 그려지며 외향적인 성격을 보여주어 누구나 처음 들으면 좋아할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다. 종종 프리앰프를 따로 투입한 것처럼 힘이 배가되며 무대도 넓고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모습이다.

안네 소피 무터/빈 필 – 사라사테 : Carmen fantasy
일반적인 가요나 스탠더드 팝, 그리고 록뿐만 아니라 재즈, 클래식까지 장르는 크게 가리지 않는다. 내향적으로 웅크린 스타일이 아니라 외향적이며 활달하고 밝은 편으로 대편성 녹음에서도 다이내믹한 사운드를 뽐낸다. 해상력은 발군이며 음영 대비가 강하고 사진으로 치면 컨트라스트가 높은 편이다. 소스 기기 하나만으로 음악은 더 역동적이고 리드미컬해지면서 강력한 추진력과 임팩트를 얻었다.

총평
RS451은 RS151의 매우 합리적인 트리클 다운 모델로 평가된다. DAC 칩셋을 변경하고 기타 AES/EBU 등 인터페이스를 생략해 다이어트를 한 모습이지만 기본적인 뼈대가 되면서 종전의 하이파이로즈 사운드에서 일신하는데 큰 영향을 준 DPC™, NRA™등의 회로를 전격 투입했다. 게다가 디지털 회로의 심장이라 할만한 클럭 또한 상위 모델처럼 Femto 그레이드를 그대로 유지했다. 다이내믹 레인지는 RS151이 318dB였고 RS451은 128dB다. 한편 THD+N, 즉 전 고조파 왜곡은 RS151이 –122dB였으며 RS451은 –114dB에 이른다. 어느 정도 차이는 있는 편이지만 청감상 그리 큰 차이는 나지 않는 모습이다. DAC 칩셋은 RS151에 비해 하위 모델이지만 최신 칩셋의 강점이 분명이 있다고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하이파이로즈 RS451의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영/미권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높아지고 있고 이 가격대에선 중국 브랜드 외엔 선택지가 많지 않아 보인다. 아마도 이 가격대 경쟁들은 바짝 긴장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가격대에 이런 성능의 제품은 국산이기에 가능하며 국내 애호가들에게 주는 특전 즈음으로 받아들여도 될 만하다. 미들급 챔피언의 탄생을 기대해본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제조사 : (주) 씨아이테크
홈페이지 : www.hifirose.com
커뮤니티 : https://cafe.naver.com/hifiroseclub
연락처 : 1899-6042
공식 소비자 가격 : 3,29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