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텐하임 Ultime Two
하이엔드 스피커의 설계 공식
몇 년 전의 일이었다. 해외 스피커 제조사의 마케팅 관련 임원으로 여러 하이엔드 제조사에서 몸담았던 사람과 인터뷰를 했었다. 워낙 여러 메이커에서 일하면서 엔지니어링 관련 지식도 쌓여서인지 마케팅 담당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내 질문에 성실하고 재미있게 답변해 주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여러 의미 있는 이야기가 오갔음에도 가장 기억에 선명한 답변이 하나 있었다. 바로 스피커 인클로저에 관한 설명이었다.
나의 질문은 인클로저에 관한 것이었다.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목재도 요즘 HDF라고 훌륭한 소재가 있는데 왜 인클로저 소재로 알루미늄이나 카본 또는 특수 레진을 사용하는지 물었다. 사실 답은 나도 알고 있었지만 제조사의 의견을 확인하고 싶었던 심정이 컸다. 돌아온 답변은 나의 생각과 일치했지만 표현 방식은 재치 있는 비유를 통해서였다. 갑자기 입을 오므려 벌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면서 양쪽 볼을 치는 게 아닌가. 당연히 소리가 떨리며 괴성이 울렸다. 옆에 있던 사람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려는 찰라 그 소리를 멈추었다.

그의 이야기는 이렇다. 목청을 통해 내뱉는 소리의 역할이 드라이브 유닛이라면 최종적으로 소리를 토해내는 구강부와 볼 등 머리는 물론 상반신 전체가 일종의 인클로저인 것이라는 것. 양 쪽 볼만 두들겨도 이렇게 소리가 변형되고 찌그러지는데 스피커는 어떻겠냐고 반문했다. 물론 과학적으로 맞는 이야기다. 물론 통 울림의 잔향을 이용하는 메이커도 있긴 하다. 그러나 오직 음원에 담긴 신호를 가장 정확히 전달하고자 하는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가 가져야할 음향적 기준으로서는 옳은 이야기다.
인클로저 뿐만 아니다. 현재 미국 주도의 하이엔드 스피커들은 드라이버도 과학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소재와 형태를 띄며 진화하고 있다. 과거 페이퍼, 펄프 소재를 버리고 그 자리를 알루미늄이나 카본, 더 나아가 일부 메이커는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알루미늄 같은 경우도 일반적인 구조가 아니라 내부를 허니컴, 즉 벌집 구조로 제작해 드라이브 유닛의 진동판에 사용하기도 한다. 발음원이 되는 드라이버의 진동판으로서 갖추어야할 가장 이상적인 조건은 낮은 무게와 높은 강도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현재 일반적인 미국 주도 하이엔드 스피커의 설계 공식이다.

스텐하임이 쏘아올린 공
스텐하임(Stenheim) Reference Ultime Two는 스위스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스텐하임의 플래그십 라인업인 Reference 시리즈 중 가장 작은 플로어스탠딩 모델이다. 2021년 출시된 Ultime Three보다 콤팩트하지만, 기술과 성능은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압축했다. 무게는 한 쪽당 231kg (총 462kg), 완전 수작업으로 제작하며 스위스 현지 생산하고 있다. 일단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인클로저 소재와 그 설계에 있다. 이들은 매지코, YG 어쿠스틱스 같은 메이처럼 알루미늄을 사용하고 있다. 전체 6mm 두께 알루미늄 플레이트를 채용하고 있다. 모두 CNC 가공 후 수작업으로 조립한다. 일체의 빈틈을 찾기 힘든 퀄리티. 실제 보면 정말이지 환상적인 이음매와 표면 마감을 확인할 수 있다.
내부 구조에서도 이들이 얼마나 인클로저로 인한 공진을 억제하려 했는지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총 여섯 개의 독립 챔버를 만들어 각 드라이버의 후방 에너지가 섞이지 않게 하고 있다. 내부에서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에너지가 공진을 일으키고 그것이 결국 드라이버 간 간섭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내부는 진동을 억제하기 위해 복잡한 브레이싱 구조를 취하고 있고 더 나아가 특수 댐핑 소재를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겉으로 보기엔 심플하지만, 내부는 상당히 복잡다단한 설계를 통해 공진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스 포트는 후면에 일명 라미나 플로우(Laminar Flow) 포트를 마련해놓았다. 일명 난류로 불리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고 매우 빠르고 자연스럽게, 효율적으로 방사되도록 설계한 포트다. 이는 또한 25Hz라는 초저역까지 깊으면서도 디스토션 없이 깨끗한 저역을 얻도록 해준다. Ultime Two의 크기는 높이 153.5cm, 너비 36.8cm, 깊이 50.5cm로 일반적인 거실을 채우고도 남을 중후장대한 사이즈를 자랑한다. 여기에 더해 이번 테스트에서는 SX 버전에서 볼 수 있는 대형 플랫폼, 즉 받침대를 동원해 진동 억제, 감쇠에 더욱 더 완벽을 기하고 있다. 이 플랫폼이 더해지면 상하 ±2.5cm 범위에서 높이 조정이 가능하며 스피커를 뒤로 기울여 세팅도 가능하므로 해당 시청 공간에서 최적의 사운드를 튜닝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최신 미국 하이엔드 스피커들과 다른 스텐하임의 진면모가 드라이브 유닛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트위터를 보면 1인치 구경으로 패브릭 소재의 소프트 돔을 채용하고 있다. 그리고 중역을 담담하는 미드레인지는 6.5인로서 펄프 소재를 그 진동판으로 사용했다. 프랑스의 PHL에 특주한 것으로 총 두 조를 투입했다. 이어서 저역을 도맡은 베이스 우퍼는 무려 12인치로 이 또한 채널당 두 조를 할애했다. 이전에 필자가 리뷰한 Alumine Five에서 10인치였던 것을 상기한다면 2인치 증강은 상상 이상으로 커다란 스케일 상승을 예감하게 만든다. 내부 마그넷은 막강한 자속 밀도를 갖는 네오디뮴이며 대형 보이스코일로 고속 응답과 강력한 파워 핸들링 능력을 부여한 모습이다. 크로스오버 부품은 문드로프 등 최고급을 아낌없이 사용해 신호의 순도 저하를 막고 있다.
여기서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각 유닛들의 배치에 있다. 혹시 조셉 다폴리토 박사를 아는가? 우리가 일명 ‘가상 동축’이라고 일컫는 스피커 설계 원칙을 제시한 인물이다. 트위터를 중심으로 미드, 베이스 우퍼를 상하 대칭으로 배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간단히 ‘다폴리토 어레이’라고 일컫는데 이 설계 방식의 강점이라면 아래와 같다.

대칭성으로 인한 우수한 음향 통합: 두 미드우퍼가 트위터를 중심으로 정확히 대칭되면, 크로스오버 영역에서 위상(phase) 정렬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평탄한 주파수 응답(flat frequency response)을 얻을 수 있다. 이는 MT(Mid-Tweeter) 배열의 로빙 문제를 최소화한다.
좁은 수직 빔 패턴: 청취 위치에서 더 집중된 음향을 제공하여, 스테레오 이미징(소리의 위치감)과 깊이를 향상시킨다. 특히 홈시어터나 가까운 청취 거리에서 유리하다.
시간 정렬(Time Alignment): 드라이버 간 거리가 동일해 음파 지연이 적어, 더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재현할 수 있다.
다폴리토 박사는 1986년 AES(Audio Engineering Society) 저널에 이 디자인을 발표하며 명성을 얻었고, 이후 여러 음향 관련 매거진에 여러 프로젝트를 기고하기도 했다. 그의 작업은 스피커 설계의 표준을 바꾸었으며, 오늘날 아렌달 사운드(Arendal Sound) 등 여러 브랜드에서 “다폴리토 어레이”로 명명되어 활용되고 있다. 대체로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들은 가격대를 막론하고 일정 이상 사이즈가 대형으로 커지면 적어도 미드베이스 우퍼까지는 이러한 다폴리토 어레이, 즉 가장 동축 형태를 취해 큰 키로 인한 위상, 시간축 오차를 보정하고 있다.

셋업
Ultime Two는 3웨이 5스피커에 후면에 트윈 포트를 설계해놓은 저음 반사형 스피커다. 12인치 우퍼를 두 발이나 채용한 대형기지만 펄프, 페이퍼 소재 진동판을 사용했고 감도가 95dB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공칭 임피던스는 Alumine 시리즈와 달리 절반인 4옴으로 하강한 모습이다. 25Hz에서 최대 35kHz까지 뻗는 광대역 스피커로서 권장 최소 출력은 30와트로 명시하고 있으므로 제어가 아주 어렵다고 볼 수는 없는 편이다. 아래는 이번 테스트에 사용한 컴포넌트 목록으로 Ultime Two의 퍼포먼스를 끌어올리기엔 객관적으로 볼 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 테스트 시스템
- 소스 기기 : AQWO 2+
- 프리앰프 : 골드문트 Mimesis Reference
- 파워앰프 : 골드문트 Telos 2800
- 스피커 : 스텐하임 Reference Ultime Two

여기서 잠깐. 흥미로운 건 또 하나 있는데 다름 아닌 고역과 중역 그리고 저역에 대해 총 세 개의 출력 조정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워낙 큰 대형기의 경우 일반 가정에서 부밍이 있을 수도 있으며 조금만 자리를 옮겨도 대역 밸런스 및 직접음, 간접음 사이의 균형이 흐트러질 수 있으므로 이런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방의 크기와 배치, 그리고 취향에 따라 각 대역을 약간씩 조정해 최적의 사운드를 얻어보길 권한다.
청음

에바 캐시디 – Fields of gold
필자가 처음 접한 스텐하임은 Alumine 2였다. 당시 처음 이 스피커를 접할 당시엔 감도가 낮고 SN비가 높으며 매우 정교하고 타이트한 사운드를 즐기던 때였다. 하지만 스텐하임은 정 반대편에 서 있으면서도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Ultime Two도 마찬가지다. 수지 계열이나 카본 등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들의 단단한 진동판 대신 펄프 소재를 택했다. 더불어 감도를 높게 설계해 제어가 쉽다. 일단 에바 캐시디의 보컬이 무척 자연스럽게 쏟아진다. 본래의 배음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생략하거나 너무 다듬지 않고 풍부하게 표현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하이엔드 스피커는 어쩌면 음원의 많은 부분을 너무 압축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샨탈 챔버랜드 – Temptation
물리적인 촉감은 매우 유연하고 탄력이 넘친다. 감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은 동일한 볼륨에서 더 큰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사람으로 치면 목청이 좋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단지 목소리만 큰 것이 아니다. 감도를 높게 설정한 이유에 대해 스텐하임은 음악적, 음향적으로 다이내믹스의 폭을 더 넓고 쉽게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Temptation’을 들어보면 작은 볼륨에서도 아주 쉽게 커다란 다이내믹스를 구현해낸다. 100dB가 넘는 혼 스피커 정도는 아니지만 SN가 높으면서도 정교한 세부 묘사가 가능하다.

그레고리 포터 – Holding on
12인치 우퍼 두 발을 채용한 대형 스피커 Ultime Two를 마주하면 우선 압도적인 스케일과 함께 풍부한 저역 다이내믹에 놀라게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스피드에 대해서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번개 같은 스피드와 타이트한 물리적 특성을 가지진 않는다. 대신 MTM 기법으로 조율된 각 대역은 위상 오차를 느끼기 힘들 정도로 톱니바퀴처럼 맞아들어간다. 저역은 절대 얇지 않고 두터우며 무엇보다 압도적인 무게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냉정하지 않고 따뜻하게 표현해주는 저역이다. 물론 공간에 따라서 dB 조정을 한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안네 소피 무터/빈 필 – 사라사테: Carmen Fantasy
알루미늄 인클로저로 드라이브 유닛을 단단히 고정시켰고 복잡다단한 내부 구조와 듀얼 포트로 공진을 최대한 낮춘 구조. 하지만 드라이브 유닛의 펄프 진동판이 표현해내는 음악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파릇파릇한 생명력이 느껴지는 바이올린은 가공되지 않아 실체감을 최고조로 올려놓는다. 한편 이 거대한 몸체의 스피커는 단숨에 필자를 공연장으로 안내한다. 스튜디오 녹음도 콘서트 녹음처럼 생생하게 만들어버리는 능력이 있다. 악기의 위치는 정확하지만 심하게 말끔하게 오래낸 듯한 포커싱이 아니라 촛불처럼 일렁이는 현실의 소리에 가깝다. 여기에 풍부하고 권위 넘치는 저역이 든든하게 받쳐주는 모습이다.

총평
여러 스피커들을 전전하면서 다양한 사운드를 들어보다보지만 하나의 스피커, 하나의 오디오 시스템으로 모두 만족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음원에 담긴 소리를 정확하고 깨끗하게 가감 없이 높은 해상도와 SN비로 표현해주는 스피커가 좋다가도 종종 물 흐르듯 여유 있게 흘러나오는 고감도의 탄노이 같은 스피커가 당기기도 한다. 저감도에 벨리륨, 다이아몬드, 카본인가 아니면 고감도에 펄프, 페이퍼 드라이버인가, 항상 고민하게 만드는 주제다. 필자 같은 경우도 시청실에선 락포트, 윌슨을 즐기지만 집에선 그라함에 진공관 앰프를 즐긴다.
과연 스텐하임이 도달하고자 했던 사운드의 목표 지점은 어디였을까? 전체 설계와 소재 그리고 스펙과 사운드를 모두 감안했을 때 이들은 위 두 카테고리에 있는 사운드의 중앙에 위치한다. 종종 해상도와 음악적 질감 표현은 서로 상충하는 경우가 많다. 스텐하임은 고감도에 음악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면서도 불필요한 공진을 억제했으며 현대 하이엔드 사운드의 디테일, 입체감에 도달했다. 스텐하임의 대표 장 파스칼 판차드는 음악인으로서 프로듀서, 공연 기획자로서 일하면서 다양한 주변 음악인, 엔지니어들과 함께 이 스피커를 튜닝한 결과다.
Alumine Two. Five를 사용하고 있는 필자로서 Ultime Two는 꿈의 스피커다. 이 가격대에 경쟁자들이 꽤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애호가라면 이 스피커는 유행과 상관없이 오랜 시간 당신 곁에서 함께할 것이 분명하다. Ultime Two는 하이엔드 스피커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제품 사양
Passive 3-way floor-standing speakers
Full d’Appolito array
2x30cm(12″) woofers, 2×16.5cm(6.5″) medium driver, 1×2.6cm (1″) soft dome tweeter
Rear laminar port bass reflex design
Full aluminium construction
6 independent chambers
Phase coherent crossover employing high grade, audiophile components
Passive room control fine tuner panel
Frequency response: 25Hz to 35kHz
Sensitivity: 95dB SPL, half space
Power handling: 400W RMS, 800W Peak
Minimum recommended power: 30W
Nominal impedance: 4 Ohms
Dimensions: Height 153.5cm x Width 36.8cm x Depth 50.5mm
Weight: 231 kg (509.3Ibs) each
Available in metallic Light Grey or Dark Greywith black front and rear
Extended Warranty: 5 years (by registration)
Delivered with adjustable spikes
제조사 : STENHEIM (스위스)
공식 수입원 : HMG 오디오비주얼(www.hmga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