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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소너스 파베르 Extre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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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브랜드의 역사를 살펴보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제품 모델을 넘어 만든 사람들을 통해 인물 중심으로 살펴보면 전혀 다른 관점을 선사하기도 한다. 얼마 전 소너스 파베르의 Extrema를 들어보면서 여러 상념에 잠긴 건 아마도 프랑코 세블린 때문이었을 것이다. 고집스럽게 아름다움을 추구했으며 음악 재생의 또 다른 세계를 열어젖힌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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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90년대 초반, 미국에선 윌슨, 틸, 아발론 등 거대한 하이엔드 군단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각축을 벌이고 있었다. 윌슨 Watt/Puppy, 틸 CS 시리즈, 아발론 어쿠스틱스 Ascent, 인피니티 IRS 라인업 등. 한편 유럽에선 상상을 초월하는 디자인의 스피커가 출현했다. 마치 악기를 연상시키는 쪽매붙임 형식으로 만든 인클로저에 당시 최고급 드라이브 유닛을 탑재하고 있었다. 거대한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를 주무기로 했던 미국과 달리 이 스피커는 스탠드마운트 타입으로 설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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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탈리아 소너스 파베르가 출시한 Extrema라는 스피커였다. 원목 조각을 정교하게 이어 붙인 적층 구조로 공진을 최대한 억제한 모습은 정말 예술 작품 같았다. 또한 전면에 가죽을 입혀 시각적으로도 고급스러웠지만 고역의 난반사를 억제해 차분하면서 부드러운 고역을 들려주었다. 트위터는 당시 최고급 트위터였던 다인오디오 T330D, 다름 아닌 에소타를 사용해 무척 실키한 사운드를 뽑아냈다. 한편 오디오 테크놀로지의 스카닝 우퍼를 채용해 중, 저역을 책임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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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 에소타는 물론이며 스카닝까지 모두 질감 표현에 상당히 우수한 성능을 보여주었던 드라이버들이다. 윌슨이 포칼의 유닛을 사용했던 것과 확실히 대비되는 음향적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게다가 또 하나의 우퍼가 추가되는데 후방엔 패시브 라디에이터가 숨어 있다. 이 드라이버는 KEF의 B139 우퍼로 예전엔 ‘운동장 우퍼’로 불리던 유닛. 실제로 달리기 경기를 하는 운동장의 레이싱 트랙처럼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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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프랑코 세블린이 여전히 소너스 파베르의 설계 사상을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프랑코 세블린이 만든 스피커는 길게 잡아도 Elipsa까지다. 사실 그가 만든 모델은 Electa Amator, Extrema, Guarneri Homage, Amati Homage, Stradivari Homage 등 몇 개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모델들은 현재까지 소너스 파베르가 내놓은 모든 스피커들의 원형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역사상 가장 뛰어난 모델로 기억된다. 이후 회사가 커지면서 상업화에 대한 우려 등을 이유로 회사를 떠나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설립했다. 하지만 Ktema, Accordo 등 두 개 모델만 남기고 아쉽게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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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마주한 소너스 파베르를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우렁차게 자신의 올곧은 소리를 내주고 있었다. 진공관 프리와 파워앰프, 그리고 오직 턴테이블에 얹은 LP를 소스 삼아 집안 곳곳을 단순히 음향이 아닌 음악으로 가득 메웠다.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3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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