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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퍼런스 북셀프에 대한 PMC의 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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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C Prophecy 1

북셀프 예찬

누구나 북셀프 스피커로 오디오를 시작했을 것이다. 나 또한 작은 사이즈의 스피커를 책상 위에 놓고 작은 올인원 앰프로 음악을 듣고 했다. 작은 미니 USB DAC와 트랜지스터 앰프는 나만의 공간인 컴퓨터 책상 위에 안착해 많은 음악을 선사했다. 어쩌면 20대 그 때가 지금보다 더 많은 음악을 듣고 더 감동받았던 시절인지도 모른다. 시간은 많은 걸 희석시킨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고 더 좋은 오디오를 들어도 그 값싼 오디오의 감흥은 애석하게도 잘 찾아오지 않는다. 아주 가끔 찾아올 때는 그 당시 오디오의 수십, 수백 배 가격표를 달고 있는 오디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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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셀프에서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로 업그레이드했다가 다시 북셀프 스피커로 돌아오는 건 그런 추억 때문만은 아니다. 북셀프는 그 형식만큼이나 그 고유의 음질적인 매력으로 충만한다. 우선 캐비닛 공진이 덜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커다란 우퍼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 고역에 영향을 덜 미친다. 이로서 음상이 더 뛰어난 경우가 많다. 플로어스탠딩 스피커에서 북셀프 같은 포커싱을 얻으려면 꽤 비싼 값을 치러야한다. 이 때문에 어정쩡한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보단 서브우퍼를 추가한 2.1 시스템이 나은 경우도 있다.

Prophecy 1 001 pair MO

저음이 덜 나오긴 하지만 그만큼 저역이 흐려지거나 붕 뜨는 듯한 소리를 피해갈 수 있다. 깊이가 한정적이고 대체로 높은 저역 이하로 급격히 감쇄되는 스피커가 많아서 되레 저역이 깔끔하게 떨어진다. 과거 ATC SCM20SL, 토템 어쿠스틱스 Model 1, MANI 2, PMC TB1, TB2, 어쿠스틱 에너지 AE1, AE2, 셀레스턴 SL6si, 플래티넘 Solo 등 셀 수 없이 많은 북셀프들이 나의 방을 들락거린 이유다. 지금도 KEF LS50Meta, 그라함 LS 5/9, PSB Alpha B1, 바워스앤윌킨스 705S3 sig. 같은 스피커들을 가지고 있다. 종종 매지코 A1 같은 스피커나 ATC SCM20SL을 다시 사용하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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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딩 방식이 음질을 결정짓는다

무척 다양한 북셀프 스피커를 사용해보면서 운용상의 강점이나 팁, 매칭에 대한 데이터는 쌓여갔다. 소프트 돔인지 금속 돔인지, 인클로저 소재가 어떤 소재인지, 크로스오버 주파수가 몇 Hz인지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종종 크로스오버 네트워크의 부품이 너무 저가인 것을 보면 인두기를 들고 부품을 교체하고 싶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원본을 지켰다. 가장 흥미로운 건 로딩 구조에 따른 음질적이 차이와 그 패턴이다. 저음 반사형, 밀폐형, 트랜스미션라인 등등. 같은 저음 반사형이라고 해도 포트가 전면에 있는지 혹은 후면, 하단인지에 따라서도 그 소리 차이가 생기고 세팅 방향도 다르게 가져간다. 아래는 필자가 파악한, 로딩 방식에 따른 차이점이다.

저음 반사형의 강점

  • 작은 크기로 깊은 저음 구현 가능하다
  • 효율 높아서 출력이 작은 앰프로도 큰 소리를 얻을 수 있다.
  • 설계가 용이하고, 상용 제품 80~90%가 이 방식이므로 선택 범위가 넓다
  • 강하고 임팩트 있는 저음 좋아하는 사람에게 매력적이다

저음 반사형의 약점

  • 포트 공진 때문에 그룹 딜레이 확율이 높아 저역이 느슨하게 재생될 수 있다.
  • 높은 볼륨으로 재생시 포트 소음발생 가능성이 있다.
  • 포트를 통해 새어나오는 주파수가 중역까지 흐리게 만들 수 있다.

밀폐형의 강점

  • 저음이 단단하고 타이트하다
  • 그룹 딜레이가 낮아 과도응답 특성이 우수하다
  • 포트 소음(chuffing)이나 공진이 없어서 전체적으로 덜 혼탁함
  • 룸 모드와의 상호작용이 덜 극단적이어서 배치가, 튜닝이 쉽다

밀폐형의 단점

  • 저음 양과 확장이 부족하다
  • 효율(Sensitivity)이 낮은 편이어서 대출력 앰프가 필요하다
  • 대체로 비싼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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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미션라인의 강점

  • 저음이 빠르고 정확하며, 타이트하면서도 저음 반사형만큼 깊다
  • 포트 소음·중역 오염 없어 중고역이 더 깨끗하고 해상도 높다
  • 볼륨이 커져도 저역이 붕 뜨는 현상이 없고 일관적이다.
  • 왜곡이 낮고, 그룹 딜레이가 적어 타이밍/펀치력/어택 성능이 우수하다

트랜스미션라인의 약점

  • 크고 무겁다
  • 효율이 낮아서 높은 출력이 필요한 편이다
  • 잘못 설계하면 중, 저역이 뭉치거나 균질하지 못할 수 있다
  • 제작/튜닝 비용·시간 많이 들어 보기와 달리 가격이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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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C Prophecy 1

PMC는 초창기부터 줄곧 트랜스미션라인 로딩 기법을 적용해왔다. 스피커에서 중요한 것은 드라이브 유닛부터 크로스오버, 인클로저 설계 및 로딩 기법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 그 설계와 소자, 그리고 결론적으로 이 모든 것들이 각각 필요충분조건을 가지고 유기적으로 조화롭게 어우러졌을 때 좋은 소리를 얻을 수 있다. 드라이브 유닛만 다이아몬드, 베릴륨 같은 고가를 사용했지만 결코 빼어난 소리가 도출되지 않는 경우를 우리는 너무 많이 보아왔다.

Prophecy 베이스 우퍼 1

PMC의 새로운 승부수 Prophecy 라인업, 그 중에서도 북셀프 타입 Prophecy 1은 일단 1인치 소프트 돔 트위터를 채용했다. 그리고 그릴을 만들어 조밀한 방사 패턴을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미드/베이스 우퍼는 5인치로 인클로저 사이즈에 비하면 작은 사이즈를 채용했다. 대신 LT, 즉 ‘Long Throw’라는 의미로서 우퍼의 진폭이 매우 크게 설계해 저역 하한을 최대한 확장시키는 포석을 마련했다. 진동판은 미네랄로 강화시킨 합성 수지 계열이다.

Prophecy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여기서 중요한 건 드라이버를 하나의 금속 패널에 장착했다는 사실과 그 디자인에 있다. fenestria 같은 경우도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드라이버를 네스트(NEST)라는 구조물에 함께 장착했는데 이런 설계의 장점은 크다. 일단 긴 미로형 트랜스미션라인이 지나가는 목재 인클로저에서 두 개 드라이버를 격리시켜 진동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진다. 또한 동일한 소재에, 커브 형태로 제작해 통일된 배플을 기반으로 보다 일관성 있는 주파수, 시간축 특성을 튜닝한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와 미드/베이스 우퍼의 주파수 방사 출발점을 일치시키기 위해 트위터 주변의 배플은 움푹 파서 만든 모습도 음향적으로 충분히 고려한 디자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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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c / (4 x Fc)
L: 트랜스미션 라인의 효과적인 길이 (미터)
c: 공기 중 음속 (약 343 m/s, 20°C 기준)
Fc: 목표 저주파수 (Hz)

이 공식에 대입하면 L = 343/4X50 = 1.715가 나온다. PMC가 Prophecy 1에서 설계한 유효 길이와 유사한 값이다. PMC는 흡음재 및 트랜스미션 라인의 테이퍼링 구조 및 공진 주파수, Q 값 등을 고려해 가장 효율적인 길이를 설계하고 있다. 한편 이번 Prophecy 라인업의 특징이라면 Laminair라는 벤트 기술의 진화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Laminair X의 적용이다. 이는 F1 레이싱카의 설계에서 영감 받은 것으로 비행기의 양력과 달리 도로에서 미끄럼 없이 최대한 빠르게 주행하기 위한 방편으로 공기의 저항을 최소화한 방식이다.

Prophecy Laminair X 포트

이에 영감을 받은 Laminair X 구조는 이전 Twenty 때와 달리 아예 드라이버를 담은 본체와 분리된 금속 구조물을 설계해 붙였다. 기본적으로 트랜스미션 라인을 빠져나온 후면파는 내부에서 디스토션이 최소화되고 저음 출력은 부드러우면서 깊은 저주파 재생을 돕게 된다. 스튜디오 모니터링 환경에서 엔지니어들이 PMC 스피커를 굉장히 선호하는 이유는 다른 모든 것보다 바로 이런 구조에서 나오는 선명하고 깨끗한 저역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주 높은 볼륨에서도 깊고 깨끗하게 훅~ 떨어지는 저역은 PMC가 아니면 안 되는 것. 또한 하단 금속 구조물은 드라이버를 담은 본체와 분리하면서 서로 간섭을 억제했고 본체의 진동을 저감시키는 역할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Prophecy Circuit Board 크로스오버 네트워크

청음

이번 테스트는 나의 시청실에서 진행했다. 평소 거의 매일 사용하다시피 하는 기기들과 셋업 환경이라서 Prophecy 1의 특성은 비교적 쉽게 드러났다. 참고로 테스트 시스템은 아래와 같다.

※ 테스트 시스템
네트워크 플레이어 : 오렌더 N10
LAN 아이솔레이터 : 웨이버사 Wlan EXT Reference Plus
DAC : 반오디오 Firebird MK3 Final Evo
앰프 : 아큐페이즈 E-5000

anette askvik

PMC Prophecy 1은 스탠드마운트 스피커로서 저역은 제한되어 있는 모델이다. 그러나 실제 들어보면 Prophecy 라인업 중에서 밸런스는 가장 좋은 느낌이 든다. 일단 아네트 아스크빅의 ‘Liberty’를 들어보면 중역에서 고역까지 이음매가 무척 자연스럽다. 스튜디오 모니터 계열이 아니라 정말 음악적인 측면에서 재고해야할 PMC 사운드다. 한편 음상은 크지 않고 또렷하며 동시에 전/후, 좌/우로 꽤 깊고 넓게 펼쳐지는 사운드 스테이지는 북셀프라는 말을 무색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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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인 측면에서 질감 표현도 이전의 PMC와 달라졌다. 아론 네빌의 ‘Everybody plays the fool’을 들어보면 퍼커션 악기의 통통 튀는 소리가 굉장히 탄력적이며 선명하다. 탁하거나 너무 건조한 소리로 흐르지 않고 물리적으로 부드러우면서도 탄성이 있어 말랑말랑한 질감 표현이 잘 살아난다. 만약 이전의 PMC로 들으면 좀 딱딱하고 건조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확실히 이번 Prophecy가 나의 취향에 더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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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C 스피커는 스튜디오와 가정, 즉 음악 창작자와 소비자가 모두 사용하는 스피커 메이커 중 하나다. 따라서 음질 경향에서 특별히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한 때 자주 들었던 에릭 존슨의 ‘Manhattan’을 들어보면 왜 그런지 이유를 알 수 있다. 에릭 존슨 특유의 기타 톤이 여과 없이 솔직 담백하게 표현된다. 힘은 완급과 음색이 과거의 향수를 짙게 불러일으킨다. 너무 과도하게 밀어붙이지 않으면서도 임팩트가 실린 사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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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하고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스트라빈스키의 ‘The Firebird’를 들어보았다. 사실 북셀프 스피커 치곤 넓은 저역 하한(50Hz)을 보여준다고 스펙에 표기되어 있긴 하지만 크고 강력한 저역 다이내믹은 기대하지 않았다. 게다가 공칭 임피던스가 6옴, 감도는 고작 85dB에 머무른다. 물론 저역 제어가 쉬운 스피커는 절대 아니란 걸 아는 데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E-5000 인티앰프 매칭에서 포효하는 성능은 나의 예상을 훌쩍 상회했다. ATL 로딩으로 인한 깊고 유연하면서도 빠르고 펀치력 좋은 저역이 이 스피커를 살렸다.

PMC Prophecy Loc 1742 rg

총평

확실히 이번 Prophecy는 기존 PMC의 fact.나 Twenty 시리즈에서 상당 부분 진화한 모습을 보여준다. 대역간 밸런스가 좋아졌고 무척 자연스러워졌으며 청감상 S/N비가 높아졌다. 아마도 ATL 포트를 금속으로 처리하고 전면 배플을 fenestria처럼 분리 설계한 것이 이 같은 성능 향상을 이끈 듯하다. 결과적으로 건조하거나 딱딱한 기운을 느낄 새도 없이 유연하면서도 빠르고 강력했다. 소음은 낮아졌으며 그 덕분에 더 맑고 개운해졌다. 이런 걸 개방감이라고 표현하면 맞을 듯하다. 만일 5백만 원 미만에서 레퍼런스급 북셀프 스피커를 고려하고 있다면 가장 우선으로 살펴보아야 할 모델 중 하나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제품 사양

Frequency Response: 50Hz-20kHz (-3dB)
Sensitivity: 85dB SPL 1W 1m
Recommended Amp Power: 20 – 200W
Effective ATL™ Length: 1.79m (5.8ft)
Impedance: 6 Ohm
Drive Units:
LF PMC 5”/125mm LT XL mineral cone with cast alloy chassis
HF PMC 1”/27mm soft dome

Crossover Frequency: 1.5kHz
Input Connectors: One pair 4mm binding posts finished in satin nickel
Dimensions:
H 400mm
W 165mm
D 260mm

Weight:10.3kg/ea.

제조사 : Professional Monitor Company (UK)
공식 수입원 : 웅진음향 (www.wjsound.com)
공식 소비자 가격 : 4,740,000원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3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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