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같은 계열에서 인사 이동은 꽤 많은 편이다. 연봉이나 새로운 프로젝트, 인적 네트워크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하이파이 오디오에서도 이런 부분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종종 자신의 꿈을 더 크게 꽃피우기 위한 동기 부여가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어설픈 도전은 실패로 끝나기도 한다. 종종 성공적인 엔지니어의 경우 팬덤을 키우고 브랜드보다 인물 중심의 역사가 펼쳐지기도 한다.
최근 수년간 앤드류 존스의 행보를 보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자신의 기술적 성과, 노하우를 여러 브랜드에서 시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케프에 있었고 당시 익힌 기술은 파이오니어 그리고 TAD 등의 브랜드에서 진보되어 가시화되었다. 이후 그의 책임과 권한이 더욱 커진 것은 엘락의 미국 지사였다. 엘락 아메리카는 독일 본사 엘락과 달리 독자적인 설계에 대해 전권을 행사하면서 다양한 고성능 스피커를 내놓게 된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앤드류 존스가 돌연 엘락을 떠나 Mo-Fi 일렉트로닉스에 새로운 둥지를 틀기로 했다고 한다. 존 샤퍼, 조쉬 비자와 스티브 쉐이드 등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Mo-Fi는 사실 음악 마니아에겐 MFSL 시리즈 엘피 및 SACD 등 고음질 음반사로 유명하다. 하지만 오래 전 이미 뮤직다이렉트라는 회사로 인수, 합병 처리되었고 이후 뜸하다가 Mo-Fi 일렉트로닉스라는 방계 브랜드를 설립하면서 오디오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유통 사업에서 뛰어들어 Mo-Fi 디스트리뷰션이라는 회사를 설립, BAT, 와피데일, 쿼드, 피에가 그리고 최근엔 국내 브랜드 하이파이로즈의 미국 유통을 맡고 있다.
이미 Mo-Fi는 음반 제작 및 오디오 유통을 통해 수익을 내던 회사였는데 턴테이블, 카트리지 등 자사 브랜드 제품까지 내놓으면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멀쩡히 엘락 아메리카를 운영 중인 수장 앤드류 존스를 영입한 건 확실한 복안이 있었을 것. 아마도 스피커를 제작할 계획인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앤드류 존스라면 이미 과거 독보적인 동축 드라이브 유닛 설계가 전매특허인 만큼 Mo-Fi에서 이를 적용한 스피커 라인업을 조만간 개발, 발표하지 않을까 예상된다.
그렇다면 엘락 아메리카의 앞으로의 행보는 어떻게 될 것인가? 여전히 뛰어난 JET 트위터를 사용해 훌륭한 스피커를 만들어내고 있는 오리지널 독일 엘락은 건재하다. 하지만 엘락 아메리카를 이끌어왔던 수석 엔지니어의 공석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다. 스피커 외에 네트워크 스트리밍 등의 기술은 부족한 편이었고 그런 이유에서 피터 매드닉을 통해 오디오 알케미를 인수한 지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지만 엘락알케미 또한 큰 호응을 얻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엘락의 행보가 더 궁금해지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