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하이엔드 사운드의 명장면

풀레인지 스피커

가벼운 페이퍼 소재 진동판에 작은 모터와 코일, 무게도 가벼워 지금 생산되는 유닛과 비교해보면 정말 여려 보이는 유닛들이 많았다. 하이파이 오디오의 여명기에 라디오 또는 장전축 같은 지금은 빈티지로 분류되는 오디오에 쓰였던 유닛들이다. 지금도 풀레인지 스피커를 사용하는 빈티지 마니아들이 많다. 어떤 것은 마치 꽂봉오리 같은 진동판 모양을 가지고 있어 보는 것만으로 고아한 모습이 신선할 정도다. 웨스턴 일렉트릭, 굿맨, 텔레풍캔, 일렉트로 보이스 등 풀레인지 유닛은 이젠 빈티지 컬렉터들의 표적이 되었고 가격도 만만치 않다.

현재 하이엔드 오디오 진영에선 풀레인지 유닛을 배제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주파수 대역이나 다이내믹스 등에서 좁디 좁은 유닛은 나름 그것이 단점이자 장점이다. 요즘엔 인간의 가청 대역을 모두 재생할 수 있는 스피커를 풀레인지 스피커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애초에 풀레인지의 고전적 의미는 하나의 유닛으로 만든 스피커를 의미했다. 그렇다보니 초고역과 초저역이 잘려 있다. 반대로 여러 유닛에 주파수 대역을 잘라서 각각 할당하는 크로스오버 회로를 생략할 수 있다. 스피커 설계에서 필요악인 크로스오버를 날려버리면서 왜곡은 다량 감소한다.

뿐만 아니다. 여러 유닛에 따라 할당된 주파수 대역은 각각 그 속도가 달라 다발의 유닛을 장착해 만든 스피커들은 위상 오류를 완전히 피해가기 어려운 반면 풀레인지 스피커는 이런 문제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다. 주파수 대역이 좁은 것도 사실 작은 공간에 설치하고 근거리에서 듣는다면 크게 문제되진 않는다. 플래처와 먼슨이 주창한 인간의 등청감 곡선을 보면 초고역과 저역은 인간이 가장 둔감한 구간이니까. 물론 잘 들리면 좋지만 오히려 이런 고성능 하이엔드 스피커가 근거리에서 피곤할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한다.

풀레인지 스피커가 여전히 사라질 것만 같았지만 여전히 빈티지 마니아는 물론 일부 스피커 유닛 메이커에서 꾸준히 생산하는 것은 그럴만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WE 755A 같은 유닛이 날이 갈수록 그 가격이 고공행진하는 것은 이런 현상의 여러 증거 중 하나다. 아마도 가장 인간적인 소리를 내주는 것 때문이 아닐까?

사운드카오스

사운드카오스라는 스피커 메이커를 처음 접했을 때 나의 생각이 미친 곳은 일단 전면에 예쁘게 자리잡은 풀레인지 유닛 때문이었다. 그 중에서도 사운드카오스는 현재 생산하는 스피커의 대부분에 알니코 마그넷을 사용한다. 빈티지 스피커 중에서도 동일한 스피커지만 알니코 버전이냐 페라이트 버전이냐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지는데 대개 알니코가 비싸다.

그 이유는 아마도 트랜지스터보다 진공관을 선호하고 반도체보다 저항 사다리도 일일이 비트를 구현하는 R2R DAC를 선호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돈다발을 한 뭉치 쥐어들고 아날로그의 황금기 시절 WE 755a나 탄노이 빨간 배꼽을 찾아 헤매는 것은 그것 아니면 만족할 수 없는 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마틴 게이틀리는 취미도 이런 소리를 내는 스피커를 만들기 시작했고 급기야 사운드카오스라는 브랜드를 직접 런칭하기에 이르렀다. 사운드카오스의 스피커가 태어난 곳은 스위스의 Feutersoey라는 곳. 이 곳에도 한땀 한땀 만들어내는 스피커는 마치 수공 맞춤 정장이나 기계식 명품 시계의 그것을 닮았다.

VOX 3a

마틴은 과거에 박제된 꿈을 핥으며 그저 추억하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현재 생산되는 풀레인지 드라이버 중 가장 이상적인 유닛을 찾아 헤맨 끝에 Enviee라는 유닛을 제조하는 독일 회사 Galm Audio를 찾았다. 이 메이커는 과거 빈티지 풀레인지 유닛의 주파수 특성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반응 특성을 가지고 있다. 결국 특주를 통해 풀 알니코 마그넷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명확하다. 주파수 대역은 좁더라도 딱딱하거나 거칠지 않고 풍부하고 부드러운 사운드를 내기 위해서다. 일반적인 페라이트 또는 네오디뮴 자석에 비해 네 배 정도 비싼 비용을 치루더라도 VOX 3a에선 오직 알니코 자석을 사용한 유닛만 고집한 이유다. 다만 참고로 VOX 3f는 VOX 3a의 하위 버전으로 Tangband의 페라이트 버전 풀레인지 유닛을 사용하고 있다.

천연의 사운드를 내기 위한 사운드카오스의 노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일반적인 브랜드라면 완제품을 구입해 사용했을 테지만 마틴은 한 발 더 나아가 바스켓 설계를 달리했다. 하나는 알루미늄 그리고 또 하나는 청동으로 만들어 실험을 한 것. 측정 결과 사운드카오스가 선택한 것은 청동 소재의 바스켓이었다. VOX 3a 스피커엔 바로 이 유닛을 사용하며 그 구경은 11cm로 알니코 마그넷과 페이퍼 콘을 채용한 고성능 풀레인지 스피커의 핵심이 된다.

풀레인지 유닛의 선정과 함께 특주를 통해 만들어놓은 것을 발판으로 사운드카오스는 풀레인지 스피커의 한계를 뛰어넘을 길을 모색했다. 고역과 저역의 부족을 보완하는 것이다. 일단 고역의 경우 고역 선형성 및 그 광대역 특성에서 월등한 리본 트위터를 선택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여기서 선택한 트위터는 35kHz까지 뻗는 수퍼 트위터다. 다름 아닌 세르비아 소재 RAAL의 리본 트위터를 사용하고 있다.

카이저 어쿠스틱스로 익숙했던 유닛을 여기서 만날 줄이야. 워낙 뛰어난 고역 선형성과 개방감 등으로 인해 혼 스피커에서 종종 사용하는 현존 최고의 리본 유닛 중 하나다. 여기에도 여지없이 특주 청동 플레이트를 장착해 인클로저 상단에 탑재해놓고 있는 모습이다. 배음을 내는 영역으로서 일종의 고역 앰비언스를 담당하게 만든 것이다.

저역을 보강을 위해서 사운드카오스는 VOX 3a에 13cm 구경의 우퍼를 두 발이나 사용하고 있다. 이 정도 사이즈에서 양 쪽 사이드 패널에 각각 베이스 우퍼를 구성해놓는 경우는 처음이다. 서로 동일하게 움직이면서 후방 에너지를 캔슬링시키는 설계로서 35Hz까지 자연스럽게 하강하는 저역을 구사하고 있다. 참고로 베이스 우퍼의 경우 역시 풀레인지 유닛과 동일하게 독일 Galm Audio에서 처음부터 완전히 새롭게 설계, 제작한 특주 제품이다.

더불어 인클로저 내부엔 아라미드 섬유로 만든 벌집 구조의 패드를 다량 배치해 내부 정재파를 최소화하려는 튜닝을 해놓은 모습. 인클로저 자체도 단순히 MDF나 HDF 같은 것이 아니라 원목을 CNC로 가공해 만들어내는 등 대량 생산되는 메이저 제품과 달리 거의 수공예품에 가까운 제작 방식을 고수했다. 네트워크 크로스오버 같은 경우도 한단계 하위 버전 VOX 3f는 Jantzen 및 문도르프의 스탠다드 부품을 사용했지만 VOX 3a에선 Jantzen의 ALUMEN 포일 커패시터 등 최고급 부품을 투입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러 모로 음향적으로 상당한 구력을 가진 사람의 솜씨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2부로 이어집니다.

Product Description

VOX 3f

is a remarkable minimalist all solid wood 3-way monitor is a ported design featuring a 100 mm full-range driver with wood fibre membrane and ferrite motor system.
Two 130 mm custom made bass woofers in a back to back force canceling configuration with 35Hz extension. For HF a custom made RAAL ribbon super tweeter with bronze face plate and 35kHz reach.
Jantzen & Mundorf caps and inductors in critical path.

VOX 3a

Identical to the 3f version in terms of size this minimalist all solid wood 3-way monitor is a ported design featuring a 110 mm custom full-range driver with bronze basket wood fibre membrane and Alnico motor system.
Two 130 mm custom made bass woofers in a back to back force canceling configuration with 35Hz extension. For HF a custom made RAAL ribbon super tweeter with bronze face plate and 35kHz reach
Jantzen ALUMEN (aluminium) caps and inductors in critical path

FEATUR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