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평
두 발의 우퍼는 35Hz까지 큰 감쇄 없이 아주 깨끗하면서도 풍성한 저역을 내준다. 더불어 풀레인지 유닛은 약 10kHz에서부터 자연스럽게 롤오프되지만 RAAL 리본 트위터가 약 35kHz 초고역까지 배음을 뿌려주기 때문에 답답하다는 인상은 전혀 포착할 수 없었다. 인클로저의 경우 전면 하단을 둥글게 디자인해 아주 매력적인 포름을 구현하고 있는데 음질적으로도 좋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요약하면 VOX 3a는 채널당 네 개의 유닛을 사용한 3웨이 스피커로서 후방 하단에 포트를 가로로 만들어놓은 저음 반사형 타입 북셀프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북셀프와 전혀 다른 독특한 설계는 소리에서 그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전체 대역의 균형감은 매우 뛰어나 특별히 흠을 잡을 곳이 없으나 놀라운 것은 꽉 찬 밀도감이다. 단순히 미드 베이스 유닛에 저역 유닛을 더해놓은 것이 아니라 풀레인지 드라이버를 중심으로 기타의 잔향이 후방으로 풍부하게 펼쳐진다. 사실 이런 앰비언스는 밀도가 높으면서도 입 안 가득 퍼치는 향기를 머금은 듯한 중역 디테일 위에서 가능하다. 나윤선의 ‘Lento’ 그리고 ‘Early rain’에서 동글동글하면서 존득한 촉감이 입맛을 다시게 만든다.
헬게 리엔의 [Hummingbird] 앨범 중 ‘Take another five’는 어느 독일 하이파이 매거진의 샘플러에서 듣고는 빠져들게 된 곡이다. 이전에도 몇 곡을 좋아했지만 이 곡에서 펼쳐지는 잔향은 VOX3a에서 마치 분무기로 소리 입자를 뿌리는 듯 기분 좋은 앰비언스를 만들어낸다. 잔향이 탁하거나 또는 너무 공간을 뭉개버리지 않고 파릇파릇하게 숨쉬는 실체감을 더해준다. 어떤 곡을 들어도 디지털 음원보단 엘피를 듣는 듯 소리의 연결음들이 선형적으로 이어져 네추럴한 느낌이 충만하다. 디지털 음원을 이렇게 따뜻하고 촉촉하게 들을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속도감은 최신 녹음이라고 하더라도 전혀 위화감 없이 즐길 수 있을만큼 빠르다. 특히 저역의 해상도와 속도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났다. 예를 들어 브라이언 브롬버그가 연주하는 업라이트 베이스는 이 크기의 북셀프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육중하고 또렷하다. ‘ The saga of harrison crabfeathers’에서 저역 옥타브를 오가는 와중에서도 절대 뭉개지지 않고 축 처진 소리가 아니라 타이트하게 당겨진 텐션을 시종일관 유지한다. 절대 부풀어오르진 않지만 굳이 분류하자면 조여져 있으면서도 양감을 너무 잃지 않는, 손아귀에 잡힐 듯한 저역이다.
아마도 오랫동안 다양한 종류의 스피커를 즐겨왔다면 왜 요즘 스피커들에선 그 예전 스피커에서 울부짖는 듯한 진한 기타 소리를 듣기 힘든지 아쉬울 때가 있다. 레드 제플린부터 로이 부캐넌, 스티비 레이 본 같은 음악들까지 말이다. 나는 진동판의 영향도 있지만 알니코 유닛의 전매특허 같은 소리가 있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제프 백의 ‘Come dancing’ 같은 음악을 들어보면 그 예전의 빈티지 명기에서 들을 수 있을 법한 진하고 농도 높은 기타의 컨트라스트를 마주칠 수 있다. 기타 소리 하나하나가 에스프레소처럼 짙게 파고들며 리듬감이 넘실댄다.
상단의 RAAL 리본은 풀레인지 유닛의 음색을 침범하지 않고 철저히 보좌한다. 더불어 두 발의 베이스 우퍼는 종종 깜짝 놀랄만큼 낮은 저역을 동글동글한 모습으로 더한다. 어떤 음악을 들어도 자극 없이 폭신하면서도 재생할 소리는 모두 능청맞게 재생해주는 스피커에 헛웃음이 나왔다. 예를 들어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중 ‘March to the scaffold’를 들어보면 낙폭 큰 다이내믹스를 부드럽고 유연하게 그려내면서 깊은 전망을 보여준다. 화려한 기교 없이도 얼마나 음악을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는지 알려주려는 듯 영민하면서 동시에 젠틀하다.
총평
사운드카오스 VOX 3a를 SAL i5 인티앰프와 W코어/W스트리머 그리고 마이트너 MA1 DAC와 함께 들어보면서 한동안 다른 스피커를 들을 수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의 첫인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그림자처럼 귀에 붙어 다녔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스피커의 리뷰는 진행할 수 없었다. 풀레인지 유닛을 중심으로 설계했지만 수퍼 트위터와 더블 우퍼의 투입으로 35Hz에서 35kHz까지 재생하는 VOX 3a는 풀레인지 유닛의 한계를 훌쩍 벗어나 훨훨 날았다.
게다가 4옴에 92dB 능률은 채널당 45와트짜리 i5로 제동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4X4미터 사이즈의 공간에선 저역의 양감이나 무대 사이즈에 대한 불만이 없을만큼 좋은 밸런스를 보여주었다. 참고로 이 제품엔 전용 스탠드가 공급되며 이 스탠드는 오직 VOX 3a를 위해 최적화된 성능을 제공한다. 상단에 리본 트위터를 장착하고 있는 VOX 3a의 설계를 감안해 높이를 약간 낮게 잡는 한편 스피커를 스탠드와 볼트로 체결하는 방식이다.
요컨대 앰프에 대한 부담 없이 크지 않은 공간에서 세심하고 사려 깊게 그러나 우아하며 가장 인간적인 사운드를 즐기고 싶다면 매우 훌륭한 소리로 보답할 스피커다. 우리는 정말 관심을 쏟아야할 음색보다는 스펙, 내면보단 외양에 대한 열광으로 말미암아 풀레인지 유닛이라는 보석 같은 존재를 방기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반성해본다. VOX 3a는 천연의 풀레인지 사운드가 어떻게 사람의 가슴을 파고 드는지 증명하고 있다. 그로 분명 스위스 하이엔드 사운드의 명장면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Product Description
VOX 3f
- is a remarkable minimalist all solid wood 3-way monitor is a ported design featuring a 100 mm full-range driver with wood fibre membrane and ferrite motor system.
- Two 130 mm custom made bass woofers in a back to back force canceling configuration with 35Hz extension. For HF a custom made RAAL ribbon super tweeter with bronze face plate and 35kHz reach.
- Jantzen & Mundorf caps and inductors in critical path.
VOX 3a
- Identical to the 3f version in terms of size this minimalist all solid wood 3-way monitor is a ported design featuring a 110 mm custom full-range driver with bronze basket wood fibre membrane and Alnico motor system.
- Two 130 mm custom made bass woofers in a back to back force canceling configuration with 35Hz extension. For HF a custom made RAAL ribbon super tweeter with bronze face plate and 35kHz reach
- Jantzen ALUMEN (aluminium) caps and inductors in critical path
FEATURES
- ETI / KRYO silver plated terminals
- Anti vibration base with rubber suspension
- Wood species in oiled/waxed finish Walnut and Cherry
SPECIFICATION
- Dimensions : W 175 D 275 H 360 (mm)
- Weight : 7.2 kg (each)
- Bandwidth : 35Hz – 35kHz
- Sensitivity : 90 dB (VOX 3f) / 92 dB (VOX 3a)
- Impedance : 4 Ohm
- Amplification : 25 – 150W
- Accessories : Custom floor stand
제조사 : SOUNDKAOS GmbH (사운드카오스)
공식 수입원 : ㈜ 바쿤 (Bakoon International Corp.)
www.bakoon.com / www.bakoon.co.kr / info@bak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