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을 살고 있는 20대에서 30대 전후가 음악을 듣는 패턴은 40대 이상과 상당히 다른 것 같다. 록 음악을 마치 성경이나 되는 듯 계보를 외우고 뮤지션의 포지션 그리고 이적 관련 내용을 뒤지면서 들었던 시대와 다르다. 이미 록 음악은 주류 음악 세계에서 지위가 한참 내려앉았고 그 자리를 힙합과 R&B, 펑키, EDM 등 일렉트로니카 음악들이 차지했다.
얼마 전 열린 서울 레코드페어에선 그런 청년층의 음악 소비 패턴을 그대로 드러냈다. 신보가 아닌 구보 중 그들이 선택하는 건 지금 유행하는 음악들의 토양이 되는 음악들이다. 미국의 AOR 같은 장르의 음악이나 70~80년대 펑키 음악들 그리고 시티팝이라는 음악을이 그 예다.
그 중 최근 몇 년간 시티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음악의 인기는 20~30대 젊은 층의 음악 감상 패턴을 알 수 있는 단초 중 하나다. 그리고 그 재발굴의 과정 속에서 주목받은 음악이 바로 동아기획 작품들이다. 지금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들국화, 시인과 촌장, 김현식, 김현철, 봄 여름 가을 겨울 등의 앨범들이 모두 동아기획에서 음반을 출시했다.
내 레코드 컬렉션만 봐도 손만 대면 동아기획 LP들이 우수수 손에 잡힐 정도로 많은데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고 충분히 추억하며 즐길만한 양질의 녹음과 수준 높은 음악을 담고 있다. 그럴 수 있었던 데는 동아기획의 참신한 기획과 뛰어난 세션 및 녹음이 있었다. 이 음악들 중 지금은 시티팝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세련된 음악들이 가득하다.
최근 이런 젊은층의 트렌드와 맞물려 동아기획 작품들이 재조명을 받으며 모음집까지 발매되는 일이 생겼다. 이름은 ‘아워 타운’. 화려한 도시의 다운타운 조명과 그 속에서의 낭만을 꿈꾸는 젊은층의 정서를 시티팝이라고 한다면 동아기획 작품들 중 꽤 많은 공감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
표지엔 한껏 멋을 낸 자동차를 타고 다운타운가를 질주하는 젊은이 그리고 그 옆으로 클럽과 바가 늘어서있다. 헤드라이트를 켜야 하는 밤이지만 마치 대낮을 방불케 하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함께 일상이 축제인 듯한 거리 풍경들. 그러나 한 남자는 팔에 롤러스케이트를 메고 있고 또 벽엔 포니 사진이 붙어있는 등 과거의 풍경들이다.
A면과 B면을 가득 채운 곡들은 1990년대 전후 동아기획에서 발매한 음반들의 수록곡들로서 빛과 소금, 봄여름가을겨울 등 익숙한 뮤지션들이 반갑다. 선곡을 일반적인 음악 마니아가 아니라 바로 현시점에서 필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DJ가 맡은 점도 이채롭다. 단순한 회고나 추억팔이가 아닌 현재 젊은층 입장에서의 음악적 착종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 앨범은 보편적인 재발매 LP와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접근한 기획에서 출발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 20~30대의 시각으로 보는 동아기획 음악들은 또 새로울 것이고 감정의 파도는 어디로 쓸려갈지 알 수 없다. 시점이 달라지면 동일한 컨텐츠도 또 다른 해석과 재미로 다가오며 새로운 생명력을 얻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앨범의 타켓은 당시 이런 음악을 즐겨왔던 40대 이상이 아니라 지금 현재의 더 젊은 층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리 복잡하게 생각할 건 없다. 수록곡들은 남녀노소 어느 세대가 들어도 마냥 즐겁고 상쾌하며 시대를 넘나드는 보편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게다가 음질, 패키지 모두 수준급. 내부에 4페이지 해설지와 동아기획을 추억하는 팬들이라면 분명 미소를 지을 게 뻔한 ‘동아기획 훼밀리 모집 안내’ 엽서 등 너무 반갑고 정겨운 컴필레이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