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증폭의 알파와 오메가 그리고 델타
클래스 A의 전성시대
클래스 A, 클래스 B, 클래스 D. 마치 학점을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다. 혹시 벤츠 S클래스는 없냐고 질문을 던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이파이 오디오에서 이런 언어는 증폭 방식을 이야기한다. 그 중 제일은 역시 가장 앞서 있는 클래스 A. 어느 분야는 가장 앞쪽에 위치해 가장 먼저 지명되는 것이 가장 뛰어난 무엇인가를 지칭하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앰프에서도 클래스 A는 전대미문의 증폭 형태였다. 출력 소자에 항상 높은 바이어스를 걸어 이론적으로 왜곡율이 가장 적고 +와 –신호의 스위칭으로 인한 크로스토크 왜곡이 적을 수밖에 없다.
필자 또한 클래스 A 증폭의 신봉자 중 하나다. 현재는 여러 증폭 형태를 가진 앰프들도 뛰어난 스펙과 음질을 확보하고 있지만 여전히 클래스 A 증폭만의 음질적 개성을 따라갈 트랜지스터 앰프는 흔치 않다. 클래스 A 앰프는 다른 증폭 앰프를 쓰다가도 계속해서 다시 회귀하기를 반복하게 만들었다. 시작은 크렐 같은 앰프였다. 후기엔 슬라이딩 바이어스 방식을 도입했다곤 하지만 KSA 시리즈의 진하고 따스하며 중후한 탄력감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패스 알레프 시리즈로 유명한 넬슨 패스의 작품들 그리고 스레숄드까지 여러 앰프들이 머릿속을 지나간다. 물론 마크 레빈슨 최전성기의 No.20.6 같은 앰프는 클래스 A의 전성시대를 대표한다.
그 중 클라세도 한 자리 차지했다. 그 유명한 DR-2는 1980년대 클라세의 시작을 알리는 신화 같은 존재였다. 특이하게 양 옆으로 커다란 방열판이 본체만한 크기로 도열하는 기괴한 모습은 당시에도 파격적이었다. 물론 수모 9이나 패스 알레프도 특이하긴 마찬가지였지만 이런 방열판은 클래스 A 앰프들의 태생적 발열 때문이었다. 이후 DR-3를 비롯해 DR-10, DR-15, DR-25 같은 모델들이 줄지어 출시되며 클라세 앰프는 크렐 같은 앰프들과 함께 저능률, 저 임피던스 스피커를 휘어잡는, 전대미문의 몬스터로 활약했다.
클라세 그리고 B&W
클라세와 필자의 인연은 마치 오래된 친구와의 추억을 떠올리는 일처럼 무척 다채롭다. 만남의 순간, 순간들을 이어붙이면 또 하나의 거대한 지도가 될 듯 한데 가장 많이 사용했던 것들은 아마도 DR 시리즈 이후 출시된 CA-101, CA201, CA-301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파워앰프들이다. 프리앰프는 별다른 특색이 없었지만 파워앰프만큼은 2천년 전후를 기해 출시된 앰프들 중에서도 무척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가격까지 생각하면 클라세는 무적이었다. 이 당시 경쟁상대가 되었던 파워앰프라면 브라이스턴 정도였다. 워낙 뛰어난 스피커 제어력과 상쾌한 음색, 다부지고 타이트한 저역은 ATC, 토템, B&W 대형기 등 당시 일종의 ‘파워 헝그리’ 스피커들의 킬러였기 때문.
흥미로운 건 B&W의 노틸러스 라인업이 처음 출시되었던 당시 무척 뛰어난 매칭을 보였던 앰프도 클라세였다는 사실. 베스트 매칭 앰프로 마크 레빈슨의 3 시리즈 혹은 코드 일렉트노닉스 앰프도 거론되던 당시 클라세도 B&W 사용자들에게 지목된 앰프였다. CA-401까지 매칭하는 경우도 있었고 최후의 보루로 최상위 플래그십 오메가 라인업이 버티고 있었다. SACDP와 프리, 파워앰프 등 오메가 시리즈는 그 당시 그야말로 꿈의 라인업을 펼쳐보였다. 그 중 클라세의 궁극의 이데아는 다름 아닌 오메가 최상위 라인업인 오미크론 파워앰프였다. 그 중 최상위 모델인 오메가 오미크론 모노블럭 앰프는 꿈에나 나올법한 드림카 같은 존재였다. 오미크론은 당시 국내에서 거의 구경조차 힘들어 필자에겐 항상 물음표를 던지곤 했던 라인업이다.
오메가, 오미크론의 이상에 대한 재도전
세월을 가로질러 최근 새롭게 출시한 클라세의 델타는 이미 존재했던 프로젝트였다. 다름 아닌 최상위 라인업 오메가에 대한 대안으로 출시한 라인업으로 2천 년대 초반 CA-2100, CA-2200 등의 스테레오 파워앰프 및 그 외 모노블럭 파워앰프와 프리앰프 등이 이미 존재했다. 이후에도 클라세는 계속해서 델타 시리즈로 프리, 파워앰프를 출시하면서 명맥을 유지했다. 이때부터 프리앰프에 디지털 입력단을 추가하면서 시대의 조류에 따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클라세는 어느 날 문을 닫았고 영영 기억에서 잊히는 듯했다. 그리고 보란 듯이 다시 등장했다. 바로 사운드 유나이티드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나타난 것.
클라세는 다시 일어서며 다시 오메가에서 추구했던 이상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바로 새로운 델타 시리즈의 출범. 이제 델타 시리즈는 이것으로 종결이라는 듯 프리, 스테레오, 모노 등 세 개 모델로 끝이다. 생산지를 사운드 유나이티드의 일본 내 공장으로 옮겼을 뿐 캐나다 몬트리올에 본사를 두고 기존 베테랑 엔지니어를 다시 모은 클라세의 절취부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Classe 델타 PRE
이번에 만만 델타 프리와 모노블럭 파워앰프는 공히 클라세의 현존 플래그십 분리형이다. 외관을 보면 둥근 모서리 등 이전의 델타 시리즈를 승계하고 있는 모습. 하지만 내부 설계와 기능 등에선 기존 골격을 유지하면서도 몇 단계 진화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일단 델타 프리앰프는 라인 레벨 입력을 받는 아날로그 프리앰프면서 내부에 스트리밍 DAC를 내장하고 있다. USB, AES/EBU, 광/동축 등 다양한 디지털 입력을 받으면 이더넷 입력을 통해 네트워크 스트리밍도 가능하다. 입력은 모든 입력에서 DSD64까지 지원하며 USB 입력으로는 최대 DSD256까지 지원하는 등 거의 최고 스펙이다.
테스트하면서 가장 돋보였던 점은 아무래도 본격 프리앰프로서 가장 중요한 볼륨단이었다. 0.25dB 간격으로 –93dB에서 +14dB까지 조정되는 이 볼륨 컨트롤은 극단적인 근거리 시청에서도 미세한 볼륨 조절이 가능해 매우 편리하다. 또한 청감상 볼륨에 따른 좌/우 편차나 스테이징, 다이내믹스 왜곡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고성능 단독 프리앰프를 장만해야하는 이유를 증명해내고 있다. 풀 사이즈 독립 프리앰프로서 다양한 아날로그 RCA/XLR 입, 출력이 가능한 것은 물론 패스스루 모드도 지원하므로 AV 시스템과 연동도 수월하다.
넉넉한 입력단엔 포노단도 포함하고 있는데 MM은 물론 MC 카트리지까지 다양하게 지원하는 고품질 포노단이다. 예를 들어 MM의 경우 50pF에서 450pF까지 50pF 간격으로 총 아홉 단계로 커패시턴스를 조정할 수 있다. 더불어 MC의 경우 다양한 로딩 임피던스 조정이 가능하다. 그 조정 폭은 7.5옴부터 1K옴 그리고 고출력을 MC 카트리지를 위해 47K옴도 선택할 수 있다. 최근 출시된 독립형 포노앰프에서도 구경하기 힘든 7.5옴 초저임피던스 대응이 가능한 점이 돋보인다. 더불어 MM이나 고출력 MC의 경우 41.5dB, 저출력 MC의 경우 60dB 게인을 지원하는 등 웬만한 카트리지를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대응폭이 넓은 편이다.
이 외에도 흥미로운 것은 더 있다. 내부 셋업 메뉴로 들어가면 톤 컨트롤 및 다양한 EQ 기능을 마련해놓고 있어 공간에 따라 좀 더 최적화된 음향 특성을 만들어줄 수 있다. 디지털 도메인에서 총 5밴드 파라미터 EQ를 내장시킨 것. 더불어 여러 소스기기를 연결할 때를 대비해 각 입력단별 입력 게인을 별도로 조정 가능하게끔 설계한 것도 필요에 따라서는 무척 유용하다. 필자의 경험상 현존하는 레퍼런스급 프리앰프 중에서도 기본 옵션에서 이 정도로 다양한 기능과 편의성을 지원하는 프리앰프는 흔치 않다.
델타 MONO
파워 앰프는 기존 클라세 제품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무척 생소한 것이 눈에 띌 것이다. 다름 아니라 레벨미터 디스플레이다. 이런 레벨미터는 흔히 매킨토시나 아큐페이즈 등 전통적인 설계를 추구하는 메이커들이 과거의 유산을 그대로 이어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마도 클라세는 새로운 델타 시리즈를 기획하면서 뭔가 특별한 디자인을 도입하고 싶었던 듯. 결과적으로 이 레벨미터는 VU, 즉 음량 단위를 시시각각으로 포착해 드러내는 레벨미터는 정확히 로그 스케일로 계산된 수치를 보여준다. 더불어 너무 화려하지 않고 마치 고전적인 아날로그 시계 같은 이미지를 보여준다.
델타 모노 파워앰프는 클라세 델타 시리즈의 최상위 파워앰프로서 대출력을 자랑한다. 과거 클라세의 대출력 몬스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데 8옴 기준 3백와트, 4옴 기준 600와트로 4오까지 선형적인 출력을 보여주는 앰프다. 요즘 같아선 이런 선형적인 출력 특성을 보여주는 앰프도 흔치 않은데 2옴에서도 너끈히 1천 와트를 보증해주는 괴물이다. 구미를 당기게 만드는 건 사실 출력 수치보다 8옴에서 35와트까지 클래스 A 증폭을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대출력에도 불구하고 스피커 임피던스 하강에 따른 선형적인 출력 증강 그리고 저출력에서 클래스 A 증폭이 가능한 이유는 다름 아닌 역전노장 클라세이기 때문. 이들은 거대한 고품질 특주트랜스포머를 채용했으며 독일 문드로프의 고급 소자를 사용해 채널당 무려 215,000uF라는 거대한 커패시터 뱅크를 건축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요한 건 출력 트랜지스터다. 아마 기존 클라세 델타나 그 이전 제품까지 골고루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클라세가 바이폴라를 사용해왔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직전의 델타 CA-M 600 같은 모노블럭을 보면 바이폴라 출력석을 채널당 총 18개 사용했다. 이번엔 Mosfet이다. 채널당 총 16개를 채용해 병렬 연결함으로써 대출력을 구현하는 한편 클래스 A 증폭 구간을 35와트까지 확장시킨 것. 중요한 것은 얼마나 왜곡이 적은 출력을 만들어내느냐인데 클라세는 자신만만해 보인다. 실제로 SN비는 117dB, 상호 변조 왜곡은 0.001% 정도의 놀라운 수치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 출력 임피던스를 1kHz 기준 0.011옴까지 내려 댐핑팩터를 700옴까지 끌어올렸다. 스피커 제어력의 기준 중 하나인 댐핑 팩터로서 상당히 뛰어난 성능을 담보하고 있다고 봐도 좋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전체 크기
가로 : 17.50 in (444 mm)
세로 : 19.37 in (492 mm)
높이 : 8.74 in (222 mm)
무게
전체 무게 : 111.6 lbs (50.6 kg)
순 무게 : 97.7 lbs (44.3 kg)
일반
주파수 응답 (-3dB, 50Ω 소스 임피던스) : 1Hz ~ 650kHz
정격 출력 : (1kHz, 0.1% THD+N 기준)
300W / 8Ω
600W / 4Ω
1000W / 2Ω (AC 라인이 일정하게 유지)
고조파 왜곡 (측정 대역폭: 500kHz, 25Vrms, 4Ω 또는 8Ω)
1kHz에서 0.0016% 미만
10kHz에서 0.0018% 미만
20kHz에서 0.0028% 미만
고조파 왜곡 (측정 대역폭: 90kHz, 25Vrms, 4Ω 또는 8Ω)
1kHz에서 0.0005% 미만
10kHz에서 0.0006% 미만
20kHz에서 0.0015% 미만
최대 출력 전압 (공칭 AC 라인)
148Vp-p ( 8Ω )
156Vp-p ( 부하 없을 시 )
입력 임피던스 (1kHz, 밸런스/싱글 엔드 기준) : 82kΩ
전압 게인 (1kHz, 밸런스/싱글 엔드 기준) : 29dB
상호 변조 왜곡 (SMPTE 4:1) (8Ω 또는 4Ω, 밸런스/싱글 엔드) : 0.001% 미만
상호 변조 왜곡 (CCIF) (8Ω 또는 4Ω, 밸런스/싱글 엔드) : 0.002% 미만
신호 대 잡음비 (괄호 안의 A 가중) (22kHz BW) : 117dB (119.5dBA)
슬루 레이트 : 72V / μs
출력 임피던스 : 0.01Ω (100Hz), 0.011Ω (1kHz), 0.015Ω (10kHz)
댐핑 팩터 (1kHz 기준, 8Ω 참조) : 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