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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메이드, 하이엔드 앰프의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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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력에 순도를 더하다

CH 프리시전의 10 시리즈 프리, 파워앰프는 그 사이즈를 비교할 때 M1의 두 배에 달한다. 각각의 사이즈는 유사하지만 전원부를 분리해냈기 때문이다. 게다가 M1에 두 개의 앰프가 들어있다면 M10엔 네 개의 앰프가 들어앉아 있으므로 비교가 무색할 정도다. 더 놀라운 것은 전원부다. 예를 들어 M10의 전원부 내부를 보면 성인 머리 크기만 한 트랜스포머를 중심으로 상단엔 팔뚝만한 커패시터 네 개가 설치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프리는 두 조의 전원을 별도로 받으며 파워앰프는 총 네 조의 케이블을 통해 전원을 인가받는다.

물론 이런 규모 키우기가 반드시 음질적으로 가장 우수하다고 볼 순 없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분명 엄청난 거구에 수백 와트 출력을 내는 앰프들이 스피커 제어력은 더 좋을 수 있고 다이내믹레인지 표현력도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수십 와트에 불과한 소출력 A클래스 앰프들이 소리의 투명도와 순도 면에선 더 나은 경우도 많다. 패스 퍼스트와트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며 진공관 앰프로 시선을 옮기면 그 사례는 더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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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프리시전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근본적으로 CH 프리시전은 높은 출력과 광대역 그리고 가정에서 필요한 최대폭의 다이내믹레인지를 추구한다. 그러나 음질적인 저하를 고려해 전원부를 필요 이상으로 크게 설계했다. M1보다 100와트 높은 출력을 가졌지만 대출력에서도 고조파 왜율과 SN비 뛰어난 슬루 레이트 및 크로스토크 에러 최소화를 위해 100와트 상승분을 초과하는 스케일의 전원부를 구성한 것. M1에 비해 출력은 50% 늘렸지만 전원부는 두 배로 늘려 음악적 잠재력을 최고조의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의지가 호기롭다.

고로 L10 프리앰프와 M10 파워앰프에 진입한 음원은 거의 그 존재를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고요한, 거울 같은 프리앰프를 거쳐 커다란 힘의 저수지에 빠져든 격이다. 실제로 우린 이런 대출력이 왜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한다. 평소 수 와트 정도의 출력만 사용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오케스트라의 투티 부분에서 다이내믹스와 디테일, 정위감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 대출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면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실제 여러 앰프를 테스트해보면 잘 만든 하이엔드 앰프의 비범함은 곡의 클라이맥스가 아닌 아주 작은 음의 표현에서 드러난다. 소리와 공간 사이의 공기, 안정된 피치와 선명한 아티큘레이션 그리고 각 악기들의 세밀한 강, 약 변화들이 그 차이를 유의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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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업

매지코 M6와 매칭해 테스트한 CH L10과 M10은 음원 속에 내재된 정보를 남김없이 입체적으로 증폭해낸다. 스트리밍 HD 보드를 장착한 C1 HD 및 D1에 X1 전원장치를 연결하고 아이맥을 ROON 코로 활용해서 들었는데 내가 가져간 음원을 듣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물론 더 뛰어난 스트리밍 DAC가 있을 수 있겠지만 CH 전용 링크로 얻는 시너지를 감안한다면 순정조합의 매력은 간과할 수 없다.

참고로 L10과 M10 모두 L1과 M1 시리즈처럼 한 조씩 추가해 모노럴 구성이 가능하다. 이번 테스트에선 L10은 스테레오 모드로 세팅했고 M10의 경우엔 한 조를 더 추가해 모노 브리지로 세팅했다. 결국 L10이 두 덩어리, M10의 경우 네 덩어리가 되어 앰프만 총 여섯 개의 섀시로 구성했다. 이렇게 셋업할 경우 출력은 무려 1K와트를 넘어서게 된다. 단, 이렇게 모노 브리지로 세팅할 경우 클리핑이 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따라서 실제 사용자의 경우엔 스피커 제조사에서 표기하는 입력 한계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청음

kelly horz 1

M6의 경우 10 시리즈 분리형 앰프, 그것도 모노 브리지로 구성한 앰프의 출력을 너끈히 받아냈다. 높은 볼륨에서도 전혀 클리핑이 없이 균형 잡힌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녹음한 공간의 특성과 내부 디테일을 한껏 내비쳐주어 어떤 음악에서도 실체감이 드높아졌다. 켈리 스윗의 ‘Nella fantasia’를 들어보면 보컬과 피아노의 기음도 또렷하지만 배음이 더 높은 대역까지 뿌려지면서 소름끼치는 앰비언스를 만들어낸다. 이런 소편성 녹음의 경우 글로벌 피드백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듣는 편이 더 좋았는데 앰프의 존재 자체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투명하면서도 녹음 공간을 바로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놓았다.

CH 프리시전은 별도의 음색을 추가해 넣지 않는다. 양념이 필요 없는 음식이다. 본래 전달받은 재료만 뛰어나다면 이 앰프는 전혀 부족할 없을 만큼 본래 음원의 속성을 모두 끌어내 풍부하게 증폭,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사벨 파우스트가 연주한 바흐 ‘샤콘느’를 들어보면 스무 살 ‘청신의 얼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월에 찌든 굴곡이나 때가 보이지 않는 투명한 사운드는 그 내부까지 비칠 정도다. 어떤 색상도 덧칠하지 않은 민낯의 바이올린 음색은 해상도의 의미를 재정의 하고 있다. 아주 고운 입자가 단정하게 응결된 듯 알알이 눈에 보일 정도인데 흥미로운 것은 그 표면이 너무 딱딱하지 않고 유기적 구조 안에서 부드러운 운행을 보인다는 점이다.

요컨대 촉감은 단단하지만 그 물리적 움직임은 유연하다. 거대한 출력으로 인해 음결이 드세고 딱딱해질 위험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기우였다. 물론 강력한 파워를 가진 앰프다. 조용하게 나긋나긋한 약음을 연주하다가도 낙폭 큰 다이내믹스를 갖는 음원이 도착하면 금세 표정을 바꿔 리스닝 룸을 날려버릴 듯 그르렁댄다. 그러나 외향적으로 거세게 휘몰아치기보단 내면적으로 강력한 힘을 조율해 표현한다. 따라서 커다란 강음이 몰아치는 가운데서도 산만하거나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제임스 블레이크의 ‘Limit to your love’에서 양감은 타이트하게 조율되어 있고 높은 저역 해상도를 기반으로 탄력적인 비트를 표현해준다.

tutti horz

프리, 파워앰프 공히 별도의 전원부가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더구나 총 네 조의 앰프가 내장되어 있고 정위상과 역위상에 개별 전원이 인가되면서 크로스토크 에러는 극도로 낮아졌을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이런 규모의 확장은 적어도 L10과 M10에선 출력의 증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단 거함 매지코 M6를 제어하는데 있어서도 별로 힘을 들이지 않고 여유 넘치는 모습이다. 보다 여유 있는 다이내믹 헤드룸 아래에서 에너지의 양적 분출이 아니라 에너지의 퀄리티를 더 섬세하게 전달해주는 모습이다. 예를 들어 [Tutti] 중 브루크너 교향곡 9번 ‘Scherzo’에서 약음은 더 선명하게 세밀하게, 강음은 디스토션 없이 더 강력하게 계단식으로 정밀하게 쪼개서 분포시킨다.

소스 기기 C1HD에서 받아들인 신호는 L10의 무색, 투명한 프리앰프를 거쳐 드디어 M10에서 세부적으로 풀어헤쳐 증폭된다. 이 과정에서 노이즈 플로어나 크로스토크 왜곡 그리고 고조파왜곡 등은 거의 마법처럼 사라진 듯한 음질이다. 특히 음색과 공간 표현력에서 그러한데 엘르 들어 1995년 레인보우 스튜디오에서 얀 에릭 콩샤우가 녹음한 아릴드 안데르센의 ‘Bryllupsmars’를 들어보면 녹음 현장의 모습이 상상될 정도로 싱싱한 음색을 보여준다. 오르간은 발끝까지 내려와 스멀스멀 움직이며 색소폰이 높은 중역 이상으로 높게 뻗어 올라가는 와중에도 거슬리는 부분이 없이 부드럽게 치고 빠진다.

CH 프리시전 풀 셋과 매지코 M6로 듣는 니어 이스트 쿼텟의 ‘갈까부다’에서 싱글 스페이스에 가장 이상적으로 악기를 그려넣는 방식을 낱낱이 보여준다. 마치 이른 아침 비가 그친 후 말게 갠 하늘을 내려다보는 듯 너른 전망을 펼쳐놓는다. 비좁은 시야에서 무대를 올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널찍이 앉아 바라보는 전망이 떠오른다. 흡사 먼지가 깨끗이 쓸려 내려간 소나무 숲 속 공기를 테너 색소폰이 일순간 가르며 맑은 울림을 뿌리는 듯하다. 악기들 고유의 음색이 탈색되지 않으며 뚜렷하게 대비되므로 정위감은 더 또렷하게 느껴진다. 어떤 색상을 추가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드라마틱한 입체감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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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을 알 수 없는 심연

최근 몇 년간 2채널 하이엔드 오디오는 두 개의 축으로 진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나는 편의성이나 크기, 세팅과 관련 없이 최고의 성능을 내기 위한 시스템이면 다른 하나는 최대한 심플한 디자인 속에 고음질을 추구하는 타입이다. 전자의 경우 예를 들어 공간의 특성 및 사용자의 청취 위치에 맞추어 모든 유닛 모듈을 조정, 최적화시키는 윌슨 WAMM 같은 스피커다. 반대로 컴팩트 하이엔드 시스템을 추구하는 브랜드는 룸 코렉션 기능을 집적해 탑재하며 때론 액티브 스피커로 구현하기도 한다.

크기나 무게, 예산과 관계없이 극단의 사운드를 추구하는 예는 갈수록 다양한 형태로 귀결되고 있지만 고전적인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매킨토시는 MC901이라는 얼핏 보면 모노블럭 파워앰프지만 자세히 보면 고역은 진공관, 저역은 솔리드스테이트 방식으로 액티브 바이앰핑이 가능한 구조다. 스피커를 예를 들면 대표적으로 매지코의 새로운 플래그십 M9이 들 수 있다. 이 또한 상위 대역과 하위 대역을 서로 다른 파워앰프로 구동할 수 있도록 액티브 바이앰핑을 지원하는 스피커로 구현되었다.

CH 프리시전 또한 하이엔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어 결국 그 정점을 밟고 싶었던 것이다. 겉으론 심플해 보이지만 스테레오, 모노, 모노 브리지 그리고 바이앰핑을 지원하며 이를 제대로 구사하기 위해 내부에 파워앰프 네 대를 탑재했다 게다가 프리, 파워앰프 공히 별도의 전원부로 승부하고 있다. 과거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는 앰프로 구사할 수 있는 최고의 난코스 중 하나며 시스템 운용의 정점이다. 여기서 실패한다면 뒤돌아갈 곳이 없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을 여행하고 함께하고 싶다면 L10과 M10은 멋진 동반자가 되어줄 듯. 단언컨대 두 모델은 향후 10년간 CH 프리시전 뿐만 아니라 스위스 메이드 하이엔드 앰프의 대명사로 기억될 것이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Specifications

Output power

Stereo and Bi-amplification mode : 2×300WRMS / 8Ω, 2×550WRMS / 4Ω, 2×900WRMS / 2Ω

Monaural mode : 1×600WRMS / 4Ω, 1×1’000WRMS / 2Ω, 1×1’600WRMS / 1Ω

Bridged mode : 1×1’100WRMS / 8Ω, 1×1’700WRMS / 4Ω, 1×2’500WRMS / 2Ω

Analog inputs

Balanced : 1x XLR (Vin = 3.6VRMS, Zin = 94kΩ or 600Ω; pin1 = GND, pin2 = +, pin3 = -)

Single-ended : 1x RCA + 1x BNC (Vin = 1.8VRMS, Zin = 47kΩ or 300Ω)

Amplification

Input stage : Ultra low noise, high slew rate, zero global feedback, full discrete class A design

Output stage : Ultra low noise, high slew rate, with adjustable feedback, full discrete class AB design

Feedback : Unique user programmable amplifier stage local/global feedback ratio in 1% steps

Gain

+18dB to +24dB, in 0.5dB steps (stereo, monaural and bi-amp modes)

+24dB to +30dB, in 0.5dB steps (bridged mode)

Analog Audio outputs

Speaker terminals : 4 pairs of customized Argento Audio binding posts

Total Harmonic Distortion + Noise (THD+N)

Less than 0.01% at 0% global feedback (100% local feedback)

Less than 0.002% at 100% global feedback (0% local feedback)

(1kHz signal, BW 22Hz-80kHz window, 50WRMS under 8Ω,all operating modes)

Inter-modulation distortion (IMD SMPTE) : Less than 0.001%

Signal to Noise Ratio (SNR, unweighted)

Better than 132dB, stereo, monaural and bi-amp modes

Better than 135dB, bridged mode

Bandwidth (-3dB point, 1WRMS into 8Ω)

DC to 500kHz (low pass filter off)

DC to 120kHz (low pass filter on)

Output noise (27Ω input terminated, 22Hz-22kHz measurement window)

Less than -95dBu (14 μVRMS), stereo, bi-amp and monaural modes

Less than -92dBu (20 μVRMS), bridged mode

General

Display : 800×480 24bits RGB

Power supply : Selectable 100V, 115V or 230V AC, 47Hz to 63Hz, <1W in Standby

Dimensions of each chassis (WxDxH)

440mm x 500mm x 272mm (main body)

440mm x 560mm x 285mm (overall, including connectors and feet)

Weight

Audio unit: 53kg

Power supply unit: 78 kg

Software update USB port for software update / Ethernet based system control

공식 수입원 : ㈜극동음향

판매처 : 에이브이플라자

www.avplaza.co.kr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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