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피로
살아있는 모든 것은 연속된 시간축 위에서 명멸한다. 하지만 아날로그라는 환경에서도 시간에 대한 인지 측면에서 왜곡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어느 정보신경망센터 연구원은 피실험자를 동원해 백색 소음에 대해 사람마다 다른 시간으로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것이 뇌의 특정부분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최근 뇌과학 연구자들의 성과는 사람의 행동패턴이나 치료는 물론 이를 통한 공간 설계 및 건축, 제품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하물며 디지털 신호로 저장되어 주고받는 신호의 시간축 왜곡은 상상을 초월한다. 일반적으로 4uS. 즉 백만분의 4초 간격으로 소리를 인지해 추론해내는 인간의 능력에 비해 디지털의 그것은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시간축 정밀도가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좌/우 귀로 소리의 크기와 속도를 인지하지 못하면 심할 경우 죽음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각은 물론이며 청각을 통해 흡수하는 정보는 굉장히 방대하며 중요하다.
이런 시간축 정밀도는 영화, 게임, 음악 등 실시간으로 재생되고 실행되어야하는 것들 속에서도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디지털로 저장된 신호를 스트리밍해야하는 분야기 때문. 디지털은 오류가 생기면 아예 작동이 정지될 것 같지만 디지털 알고리즘 속에서 오류가 난 부분을 사람이 잘 알아채지 못할 만큼 누락시키거나 그냥 지나쳐버리기도 한다. 사람은 의식하지 않아도 그런 상황이 부자연스럽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낀다. 정밀한 시간축 특성을 구현하지 못하는 매체는 디지털 피로감(digital fatigue)을 주고 결국 지치게 만들곤 한다.
오래된 미래
이런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 녹음 또는 포맷 개발 진영에선 역사적으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비트레이트와 샘플링레이트로 양자해 표현한 디지털 포맷은 16/44.1 규격의 CD에서 시작했다가 MP3라는 압축 포맷의 함정에 빠졌지만 다시 24비트 고해상도 포맷을 통해 아날로그를 구원하려 노력해왔다. 그러나 SN비는 높아졌을지언정 여전히 아날로그의 그 자연스럽고 피로감 없는 사운드를 완전히 구현하지 못한다. 높은 다이내믹레인지에도 불구하고 디지털의 태생적 단점을 완전히 보완하기란 요원하다.
녹음 기술과 포맷 개발 진영 외에 하드웨어 진영에서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어왔다. 특히 가격대와 상관없이 최고 수준의 소리에 도달하려는 하이엔드 오디오 분야의 연구와 개발은 작은 시장 규모에 비하면 눈물겨울 정도다. 때론 델타 시그마 방식으로 그리고 독보적인 FPGA를 통해서 여전히 진화 중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다. 이미 80년대 델타 시그마 칩셋의 높은 채산성과 효율성 앞에 사라졌던 R2R 방식 DAC들이 최근 들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마치 자연스럽고 풍부한 아날로그 사운드의 매력을 다시 깨닫고 엘피가 유행인 것처럼. 게다가 R, 2R 저항을 하나하나 붙여 디스크리트로 구성한 R2R 래더 DAC가 높은 가격대에 하이엔드 DAC로 탄생하고 있는 모습. R2R DAC는 돌고 돌아 오래된 미래를 예견했던 것일까? 과연 이 구시대적인 R2R DAC는 만들긴 어렵고 높은 SN비를 얻기 힘들지만 시간축 특성에서 뛰어나 마치 엘피 같은 소리를 내고 있다. 인간이 피로감을 느끼게 만드는 원인인 시간축 특성에서 레이턴시가 적기 때문이다.
홀로오디오 May
이미 MSB, 토탈 DAC, 램피제이터, 등 다양한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들 R2R 래더 DAC를 만들고 시장에서 높은 음악성과 자연스러운 아날로직 사운드로 호평 받고 있다. 하지만 대단히 값비싼 돈을 지불해야하는 것은 물론이다. 정확한 정밀도를 위해 공차가 적은 저항을 일일이 선별하고 깎아야 하며 심지어 자체적으로 모듈화해서 장착해야하기 때문이다. 아날로그는 어느 분야든 이런 지난한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그 결과는 아이러니하게도 수십 년 전 이미 거의 사망선고를 받은 R2R 래더 DAC을 하이엔드 오디오 반열에 올려놓았다.
몇 년 전 이 시장에 자신만만하게 출사표를 던진 메이커가 등장했다. 바로 홀로오디오다. 홀로오디오는 이미 약 4년 전 Spring DAC를 출시했고 이는 커다란 호평을 얻으면 유수의 하이엔드 오디오 매거진에서 추천을 받았다. 흥미로운 건 중국에서 만들고 홀로오디오 USA에서 키츠네(Kitsuné) 에디션을 출시해 성능을 드라마틱하게 업그레이드해 판매하는 방식. 이번엔 Spring에 이어 May가 선보였다. 그리고 운 좋게 필자의 손에 들어왔는데 L1, L2, KTE 등 세 버전 중 최상급인 KTE 버전을 손에 넣었다.
May DAC는 총 두 개의 박스에 고이 담겨 있어 각각 포장을 풀어야했다. 모습을 드러낸 제품은 검은 섀시에 전원부와 본체 두 덩이로 구성되어 있는 모습이다. 전원부를 완전히 분리시켜신호 경로에 끼치는 영향을 줄였고 모노블럭으로 구성해 각 채널에 별도의 전원을 공급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정류단에 루비콘, 특주 커패시터를 배치하고 있다. 설계 시부터 여러 부품들을 일일이 테스트한 후 음질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부품을 선택한 것이다.
본체로 시선을 옮기면 일단 May DAC는 오직 DAC 기능에만 충실한 모습이다. 프리앰프 기능이 따로 없고 리모컨을 지원할 뿐이다. 후면엔 USB 입력단 외에 S/PDIF 동축 두 조 및 옵티컬 및 AES 하나 그리고 i2S 입력 두 조를 지원하고 있다. 아날로그 출력은 RCA는 물론 XLR 도 지원한다. 전원부와 연결할 때 필요한 전원 케이블은 순은 DC 케이블이 공급되며 내부로 들어가면 상상 이상의 집요한 설계를 보인다. 마치 고집스러운 튜닝 전문가가 몇 년간 집요하게 파고 든 결과물이라는 인상이랄까?
Wrri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Specifications
Description: Solid-state, two-chassis D/A processor with R–2R ladder DAC modules, Inputs: two coaxial S/PDIF, one optical S/PDIF, one AES/EBU, one USB, and two I2S over HDMI. Analog outputs: balanced (XLR) and single-ended (RCA).
Dimensions: 17″ (432mm) W × 2.2″ (56mm) H × 12″ (305mm) D each (processor and power supply).
Weight: 31.8lb (18kg) together.
Finish: Black-anodized aluminum and polished copper.
Price: $3798–$4998 depending on options
제조사 : 홀로오디오 USA
공식 수입원 : 소노리스 (http://sonoris.co.kr)
소비자 가격 : 74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