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제품을 테스트하고 리뷰하는 것과 국내 제작사의 제품을 리뷰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그네들은 자국 내 제조사의 설계자와 직접 소통하면서 제품의 특성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더불어 장시간 대여를 해주므로 보다 상세한 분석과 리뷰가 가능하다. 해외 제품을 해외 리뷰어가 테스트하고 리뷰하는 과정을 보면 항상 부러움의 시선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국내에서 꽤 많은 오디오 제조사가 존재한다. 모두 다 알고 지내고 있진 않지만 내가 보기에 뛰어난 제품을 만드는 곳은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그 중 웨이버사 시스템즈는 리뷰어에게 시쳇말로 ‘호기심 천국’이다. 최근엔 또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었다고 해서 간만에 웨이버사 시스템즈에 다녀왔다.
신제품은 LAN 아이솔레이터라는 것. LAN 케이블로 연결되는 모든 구간에서 발생하는 노이즈를 제거해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예전엔 USB 인터페이스 관련 아이솔레이터가 꽤 많이 출시되었는데 몇 년 사이 스트리밍으로 음악 듣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LAN 아이솔레이터가 출시되고 있는 형국. 그런데 웨이버사가 만든 LAN 아이솔레이터는 여타 메이커의 그것과 베이스부터 다른 이론에서 출발하고 있다.
하지만 웨이버사 시스템즈가 만들어낸 LAN 아이솔레이터엔 자체적으로 연구한 특허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다른 웨이버사 제품들도 그렇지만 독자적인 기술의 정체를 캐물어도 알려주질 않는 이유다. 아무튼 LAN 아이솔레이터의 성능을 직접 체험해봤는데 별로 집중하지 않고 들어도 그 차이가 상당히 크게 다가왔다. 소리의 디테일부터, 음장과 배경, 다이내믹스 등 거의 전반에 걸친 음질 향상이 있다.
이런 변화를 그냥 ‘변화’인지 아니면 ‘향상’인지 묻는다면 ‘향상’이 맞다. 음질을 평가할 때 들이대는 여러 기준이 있지만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아날로직 사운드에 더 가까워졌다고 평가하고 싶다. 음의 이음매가 더 자연스러워지고 윤기, 촉감 등 음색적인 부분이 향상되어 훨씬 고급스러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특히 민감한 대역인 중, 고역에서 이런 변화가 두드러졌다. 비유하자면 아날로그 시스템에서 승압트랜스를 대폭 업그레이드한 느낌이다.
적용 포인트는 LAN 케이블을 사용하는 모든 곳이다. 이번엔 W코어 그리고 Wslim LITE 등에 테스트해보았는데 하나에만 적용했을 때보다 두 기기에 모두 적용했을 때 그 음질 향상폭이 더 컸다. 많이 사용할수록 좋은 장치다. 도저히 그 이전의 소리로 돌아가긴 싫어 간 김에 내가 사용 중인 W코어에도 내장시켜 업그레이드를 받았다. 외장용으로도 출시했다는데 조만간 이것도 테스트해봐야겠다. 이번 LAN 아이솔레이터 업그레이드는 W코어 사용자에겐 필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