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아폴로 미션 그리고 에베레스트 원정, 해저 10,911m 탐험으로 유명한 트리에스테 바티스카프까지. 이 모두의 임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레코더 나그라. 누벨바그의 전설 프랑소와 트뤼포, 장 뤽 고다르의 영화부터 밥 딜런의 라이브 투어, 영화 ‘타이타닉’의 수중 촬영에 동원되기도 했던 레코더 제조사가 바로 그들이다.
1951년 설립자는 스페판 쿠델스키로 폴란드어로 ‘It is recording’이라는 의미의 나그라(Nagra)를 회사 이름으로 정했고 이후 I, II, III 등의 레코더를 차례로 선보이면서 예술, 과학, 기술, 음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이것은 단순히 기술적 영역을 넘어 현장의 소리를 녹음하는 방식을 통해 예술적 영역으로 진보시켰다.
나그라는 결국 회사 창립 70주년을 기념해 턴테이블을 공개했다. 사실 나그라는 레코더를 개발하던 오래 전부터 턴테이블 제작을 구상했다. 왜냐하면 스프링 와인딩 메커니즘을 사용해 릴과 캡스턴을 회전시키는 메커니즘은 일부 턴테이블과 유사하기 때문. 하지만 아이디어만 논의되는 정도에서 그쳤다. 단, 1972년에 톤암 추적 시스템에 대한 특수한 기술로 특허를 출원한 적이 있다.
이번에 출시된 레퍼런스 에니버서리 턴테이블은 릴-투-릴 레코더와 마찬가지로 불변의 물리학 및 역학 법칙을 적용한 순수 아날로그 턴테이블이다. 개발의 시작은 약 4년 전으로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되었다. 개발 팀은 응용 물리학, 기계 및 전기공학, 재료 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의 연구 및 철저한 청취 테스트를 거쳐 나그라의 명예를 걸고 70주년 레퍼런스 애니버서리 턴테이블을 탄생시켰다.
주요 설계 특징을 살펴보면 릴-투-릴 레코더에서 영감받은 벨트 드라이브 방식에 정밀 가공한 듀얼 모터를 중심으로 하는 구동부가 일단 눈에 띈다. 더불어 부동 기계식 및 유압식 서스펜션을 채용한 플로팅 메커니즘과 항공우주 분야에서 사용하는 특수 플래터도 흥미롭다. 이 외에 독보적인 비접촉 자기 방식의 안티스케이팅 및 순수 구리 소재의 카운터웨이트, 마치 카메라 렌즈처럼 조정 가능한 VTA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주 단결정 순은 소재의 톤암 케이블 및 내/외부에 투입한 슈퍼 캡 모듈 등은 아주 작은 부문에 지나지 않는다. 플로팅 섀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캘리브레이션 시스템을 장착해 약 20초씩 진행한다. 이 때 속도는 고정밀 쿼르츠를 기준으로 삼으며 이 절대 기준 속도와 편차가 포착되면 빠르게 보정해주는 방식이 적용되었다. 플래터는 극도의 진동 감쇄 특성을 지니고 있으면 티타늄보다 60% 밀도가 높은 초고밀도의 비철 합금 Exium AM을 세계 최초로 턴테이블에 사용했다.
레퍼런스 애니버서리는 카본 톤암부터 시작해 특수 합금 플래터 및 캘리브레이션 기능 등 거의 모든 부분들이 일반적인 턴테이블의 보편적 설계 패턴을 혁신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마도 이 모델을 개발하면서 얻은 기술적 성과는 이후 다른 모델로 트리클다운되며 다양한 신제품이 개발될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