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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 실버/골드, 시스템을 지배하다

실텍 880L

880L thumb

1%의 차이

평소 여러 기기들을 경험한다. 리뷰를 통해 접하는 경우도 많지만 개인적으로도 다양한 기기를 구입해 들어본다. 리뷰어 이전에 필자도 오디오파일이기 때문이다. 관점은 대부분 기기의 설계와 소리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그 사운드의 정체 및 매칭에 관련된 부분이다. 디지털 소스 기기는 물론이고 최근 몇 년간은 아날로그 시스템에 많은 정성을 들이고 있다. 앰프와 스피커는 두 대지만 소스기기는 DAC가 두 대, 시디피가 하나,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두 대고 아날로그 소스기기 또한 턴테이블이 두 대에 포노앰프도 두 대, 카트리지가 서너 개에서 왔다 갔다 한다. 소스 쪽 기기 개수만 합해도 열 대 정도가 된다.

이 때문에 케이블에 대한 소구가 상당히 많은 편이다. 전원 케이블만 해도 열 조 이상이 항상 필요한 이유다. 그렇다보니 케이블에 대한 매칭이 상당히 골치 아플 때가 있다.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종종 케이블 매칭에 힌트를 주는 경우가 있다. 각 메이커들이 사용하는 케이블들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금 사용하는 베리티오디오의 스피커들은 단자부터 내부 와이어링 및 점퍼까지 모두 카다스를 사용한다. 윌슨오디오는 트랜스페어런트를 오랫동안 사용해온 메이커다. VPI가 노도스트 케이블을 사용하더니 최근엔 SME 같은 경우 크리스탈케이블을 톤암케이블로 활용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다양한 메이커에서 발견되어 케이블 매칭에 힌트를 준다. 오래 전에 사용했던 오더블 일루전스 프르앰프는 내부 배선으로 킴버를 사용했었던 걸 알게 되면서 여러 제조사들의 내부 와이어링을 조사한 적도 있었다. 플리니우스가 내부에 실텍 케이블을 사용했다는 것도 그 때 알게 되었다. 최근엔 컨스텔레이션이나 CH 프리시전 같은 메이커가 하이엔드 케이블로 유명한 아르젠토의 바인딩포스트를 사용하는 경우도 유사한 예다. 시점을 이러한 케이블, 단자 등으로 옮기면 그 제품의 음질적 튜닝 방향을 잡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된다. 때론 단 1%가 전체를 좌우할 정도로 음색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silteck 880l

실텍

그럼 이러한 정보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스피커의 내부 배선으로 카다스를 사용하고 있는 스피커를 예를 들어보자. 과연 동일한 카다스 스피커케이블을 선택하면 최선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여러 시도를 해보면 스피커 내부 배선과 동일한 케이블로 통일할 경우 좋게 들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결국 이것도 사용자의 취향에 기대는 부분이 많은데 오히려 전혀 반대 성향의 케이블로 튜닝하는 경우가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다.

최근 필자의 경우 베리티 오디오의 Rienzi를 사용하면서 여러 케이블을 테스트하고 있다. 와이어월드와 킴버 등 동선을 여러 모로 비교해보고 있는 와중에 있다. 이후 테스트해보고 싶었던 것이 다름 아닌 실텍과 크리스탈케이블이었다. 이들의 실버/골드 도체가 내주는 독특한 사운드를 그냥 지나칠 순 없기 때문이며 종종 아주 좋은 결과를 얻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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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880L

이런 와중에 필자의 시스템에 들어온 레전드 880L이라는 실텍의 신형 케이블은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우연은 필연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던가? 우연처럼 보이지만 사실 실텍은 수 년 전부터 레전드 시리즈를 개발해온 모양이다. 이전 라인업인 클래식 애니버서리의 최신 버전이 출시된 해가 2013년이니 벌써 8년의 세월이 흘렀고 그 당시 G7 도체는 이미 천수를 누렸다. 이미 뛰어난 도체였기 때문에 다름은 실버/골드가 아닌 또 다른 혁신적인 도체가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실텍은 이 실버/골드 도체를 G9이라는 극한 버전까지 끌어올렸다.

그 중 이번에 인터케이블, 디지털케이블 등과 함께 스피커 케이블인 880L까지 내쳐 테스트하게 되었다. 다른 케이블도 마찬가지지만 380, 680 그리고 순서대로 880이 최상위 모델에 붙는 숫자이며 이니셜 L은 ‘Loudspeaker’, 즉 스피커에 사용하는 케이블임을 의미하고 있다. 기존에 330/550/770으로 기억되는 클래식 애니버서리와 비교되는데 도체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부분에 걸쳐 완전히 새롭게 설계한 라인업임을 알 수 있다.

siltech classic legend

우선 도체의 경우 스피커케이블도 G9도체를 사용하고 있다. 어닐링 과정을 개선에 기존에 비해 전도도를 더욱 높이고 오히려 브레이크-인 시간은 줄였다는 게 실텍의 설명이다. 실텍이나 크리스탈 케이블을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실버/골드 케이블이 유독 브레이크-인 시간이 긴 편인데 기본적으로 순은 도체 사이에 존재하는 입자들의 경계면에 금을 주입한 도체 구조 때문이다. 일단 이번 G9 도체의 경우 표면적이 기존에 비해 두 배 더 넓고 전도도 등 여러 측정 수치 면에서도 2.5배 더 나은 성능을 보여준다는 것이 실텍의 설명.

siltech 880l spade

도체뿐만 아니라 절연 부분에서도 G7 라인업에선 테플론과 캡톤 등의 소재를 사용해 이중 절연을 했다면 이전 레전드 시리즈에선 3중 절연을 시도했다. 다름아닌 테플론/PEEK/테플론 순서도 트리플 레이어 절연을 적용한 것. 더불어 스피커 케이블의 경우 트리플 크라운 레벨에서나 볼 수 있었던 ‘Floating Shield Technology’를 적용하고 있다. 모두 케이블 내/외부로부터 일어날 수 있는 디스토션은 더욱 더 낮은 레벨로 감쇄시키면서 다이내믹스는 최대화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다.

파워앰프로부터 출력된 신호를 전송하는 스피커케이블이니만큼 얼마나 커다란 전력을 핸들링할 수 있는지도 성능의 관건이 된다. 실텍에서는 380L이 최대 200와트, 680L은 네 배인 800와트가 권장되며 최상위 모델 880L은 두 배 이상인 1,800와트까지 핸들링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설계 구조와 소재 등 모든 면에서 클래식 레전드 시리즈는 이전의 클래식 애니버서리의 단순한 후속 라인업이 아니다. 오히려 상위 로열 시그니처에 더욱 근접하는 라인업으로 볼 수 있다.

청음

안 그래도 실텍 스피커케이블을 테스트해보고 싶었던 요즘 클래식 레전드는 나의 시스템에 좋은 교보재가 되어주었다. 스피커는 베리티오디오 Rienzi 그리고 앰프는 SAL i5 인티앰프를 연결했고 소스기기로는 웨이버사 Wcore/Wstreamer를 중심으로 마이트너 MA1 DAC를 활용했따. 이 외에 레가 RP10 및 트랜스로터 등의 턴테이블에 각각 Ania 프로, 다이나벡터 DV20X2, 골드링 1042 등을 매칭해 테스트해보았다.

nah

나윤선의 ‘My favorite things’를 재생하자마자 볼륨이 커졌다는 걸 알았다. 오르골 소리가 스피커 사이 중앙 무대를 가득 메우며 울림 하나하나가 임팩트 넘치게 들린다. 보컬은 완벽히 정 중앙에서 또렷한 발음으로 노래하며 음상, 피치 모두 모범적이지만 약간 달콤한 맛이 난다. 전반적으로는 토널 밸런스를 심하게 왜곡하는 등 나쁜 버릇이 별로 없는 소리다. 특히 해상도의 경우 기존 클래식 케이블에 비해 현격하게 올라간 느낌이 다분해 어떤 곡을 들어도 청감상 다이내믹스, 정보량 등이 상승한 느낌이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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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기기나 케이블, 액세서리 등을 테스트할 때 기본이 되는 악기라면 피아노다. 여러 피아노 레코딩을 들어보았는데 일단 투명도가 높으면서도 무척 음악적이라는 느낌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뮤지컬리티 뒤엔 케이블로 인한 소리의 정보 손실이나 왜곡이 덜하다는 전제가 있다. 앨리스 사라 오트의 쇼팽 ‘녹턴’에서 타건은 풍부한 힘이 실려 있으면서도 두루뭉술하게 번지지 않고 또렷하고 힘있게, 그리고 질서 정연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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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실재 녹음보다 좀 더 곱고 아름답게 들려주는 소리다. 현악 표현이 특히 그런 느낌을 배가시키는데 안야 레흐너와 파블로 파르케즈가 함께한 슈베르트 ‘녹턴’에서 바이올린과 기타의 협연은 낮보단 밤의 것이다. 활 끝의 셈, 여림. 기타의 짧고 명징한 아르페지오까지도 놓치지 않고 또렷하게 표현한다. 확실히 기존 클래식 시리즈보단 더 맑아졌지만 여전히 차갑고 아카데믹한 사운드보단 서정적인 맛이 느껴진다. 말 그대로 온기 있고 촉촉한 음결을 살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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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하모닉스 구조를 가지는 관악기의 표현에서 이 케이블의 특성은 더욱 또렷하게 드러난다. 특히 중, 고역대가 매력적인데 얀 가바렉과 에그베르토 지스몬티 그리고 찰리 헤이든이 함께 한 앨범에서 ‘Palhco’가 그 증거 중 하나다. 무척 유연하고 부드럽고 고역으로 치고 올라가는 소프라노 색소폰은 소리의 파장을 멀리 그리고 높게 보낸다. 가볍고 빠르게 끊어내기보단 잔잔하며 따스한 음결을 길게 뱉어낸다. 저역의 경우엔 자리를 잡는데 좀 시간이 걸리는 편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낮게 그리고 명확해지는 모습이다.

880L DETAIL B

총평

필자는 최근 베리티오디오 Rienzi를 사용하면 기존 Fidelio Encore나 Parsifal 스피커와 상당히 다른 소리 특성에 놀라고 있는 중이었다. 스카닝의 단단하고 진한 소릿결에 적막한 배경 등의 특성이 사라지고 대신 활달하고 명량하며 좀 더 밝은 톤의 시어스가 자리 잡았다. 스카닝도 좋지만 어떤 면에선 시어스 미드/베이스 유닛의 매력이 굉장하다. 그래서 스피커 케이블을 바꿔보면서 그 매력을 한껏 살려주면서도 스카닝의 밀도를 얻어내려고 하는 중이었다.

이미 점퍼 케이블은 카다스가 아닌 실텍을 사용하고 있던 와중에 클래식 레전드 880L은 딱 맞는 상/하의 조합을 찾은 듯 훌륭한 매칭을 보여주었다. 그저 케이블일 뿐이라곤 하지만 마지막 사운드 튜닝에서 이 작은 부분이 내게 너무나 크게 느껴졌다. 마지막 1%가 시스템을 지배하고 있었고 나는 조만간 이 케이블을 구입해야할지도 모르겠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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