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들을 여러 시점에도 관찰하다 보면 흥미로운 점들이 발견된다. 그 시점은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인물을 중심으로 분류하고 엔지니어들의 이동 및 연관 관계를 통해 해당 브랜드의 음향적 지향점을 이해할 수도 있다. 아니면 스피커가 되었든 앰프가 되었든 서로 어느 정도 설계의 지향점이 유사한 브랜드들도 있다. 같은 그룹 소속일 경우 그렇기도 하고 워낙 대형 자본이 끼어들어 있는 경우 OEM을 통해 제작하면서 동일한 공정에서 서로 다른 제품들이 양산되는 경우도 있다. 네트워크 스트리머 같은 경우 내부를 보면 특정 제품들을 특주로 공급받기도 하며 스피커 드라이브 유닛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또 하나 재미있는 부분은 케이블이다. 하드웨어 제조사들은 케이블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하드웨어 제조사가 케이블을 수입하기도 하고 반대로 그 케이블 메이커가 성장해나가면서 하드웨어를 제작하기도 한다. 가장 비근한 예는 하드웨어 제조사가 자사의 제품에 하이엔드 케이블을 사용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의 역사를 새로 쓴 윌슨 오디오가 트랜스페어런트를 내부 선재로 사용하는 건 오래된 일이다. 또한 락포트 테크놀로지도 내부 선재로 트랜스페어런트를 사용한다. 덴마크 라이도 어쿠스틱스는 고가의 노도스트 케이블을 사용하고 있다.
앰프 등 다른 분야로 가도 이런 예는 흔치 않게 발견된다. 플리니우스는 실텍을 내부 선재로 사용해왔다. 개인적으로 궁금해 예전에 사용하던 플리니우스의 SA-102 파워앰프의 시리얼 넘버와 내부 사진을 플리니우스 본사에 보내 사용된 케이블을 검증받을 적도 있다. 직접 확인한 경우는 오더블 일루전스 프리앰프도 있었고 케이블 메이커는 다름 아닌 킴버였다. 이 외에도 한동안 궁금증이 일어서 내 손에 들어오는 기기들의 내부 와이어링을 종종 확인해보았다. 제프 롤랜드는 내부에 카다스 케이블을 사용하며 EMM Labs는 아얘 기본 제공하는 케이블이 킴버 파워 케이블이다.
아날로그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또 많은 하드웨어 제조사들이 등장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메이커는 미국의 턴테이블 전문 메이커 VPI다. 이들은 톤암에서 나온 톤암 케이블과 인터케이블 사이에 Junction 박스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는데 업그레이드 키트엔 노도스트 케이블을 사용했다. 요즘은 고가 모델엔 아예 기본 톤암 케이블 옵션이 노도스트인 모델도 있고 자체적으로 톤암 케이블을 출시하기도 했다. SME도 대표적이다. 오래 전부터 SME는 반덴헐 케이블에 특주한 톤암 케이블을 사용했다는 건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최근 발견한 흥미로운 경험은 SME의 Synergy 턴테이블이었다. 이 턴테이블은 포노앰프까지 내장한 흔치 않은 하이엔드 턴테이블이었는데 포노앰프는 나그라에서 만들어주었다. 재미있는 건 톤암 케이블로 값비싼 실버/골드 도체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실텍의 자매 브랜드 크리스탈 케이블을 사용하고 있었다. 실제로 SME 뿐만 아니라 아날로그 관련 메이커 중에 최근 들어 크리스탈 케이블의 인기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베르테르 그리고 반오디오
이번에 소개하는 베르테르의 톤암 케이블은 여타 메이커에서 사용한 적을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애비 로드 스튜디오의 마스터링, 커팅 엔지니어 마일스 쇼웰의 커팅 머신에서 베르테르 케이블을 발견할 수 있다. 커닝 머신에서 마일스 쇼웰은 커터 헤드에 베르테르 케이블, 그 중에서도 고가의 PULSE-HB 시그널 케이블을 사용했다. 이 뿐만 아니라 커팅 파워 앰프에도 역시 최상위 PULSE-HB 전원 케이블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흥미로운 건 국내 디지털 전문 메이커 중 하나인 반오디오가 베르테르 케이블의 한국 공식 디스트리뷰터라는 점이다. 아직도 반오디오가 출시했던 Firebird DAC를 처음 들었을 때의 놀라움이 생생하다. 델타 시그마 칩셋에 의존했던 여타 메이커와 달리 아날로그 디바이시스의 R2R 칩셋을 사용해 세계 시장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빼어난 래더 DAC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최근 Firebird MK3까지 내놓으면서 래더 DAC의 신기원을 이뤄앴다. 시작은 반오디오 USB 2.0 오디오 허브과 가장 좋은 매칭을 이룰 수 있는 케이블을 찾다가 베르테르라는 보석을 발견한 것. 그리고 현재까지 반오디오는 베르테르 케이블의 팬이자 디스트리뷰터로 일해오고 있다.
Verum Solo 톤암 케이블
최근 반오디오에서 Verum Solo 케이블을 테스트해보아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베르테르에서 새롭게 출시한 라인업으로 내심 기대가 컸다. 게다가 반오디오의 신제품 Firebird MK3를 대여받으면서 PULSE HB 라인업의 USB 케이블도 청음해볼 기회가 생겼다. 졸지에 베르테르 케이블 만찬이 나의 앞에 차려진 것. 하지만 이번 리뷰의 주인공은 베르테르의 새로운 라인업 Verum Solo 톤암 케이블이다. 우선 이 라인업은 표면적으로 기존의 PULSE R 라인업을 대체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거의 PULSE HB에 육박하는 성능에 가격은 상대적으로 조금 낮게 책정되어 베르테르 팬층의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톤암케이블은 톤암 헤드셀의 리드선부터 시작되어 이후 톤암 하단에서 커넥터를 통해 포노앰프로 연결하는데 사용된다. 리드선부터 포노앰프까지 끊김없이 연결되는 턴테이블도 있지만 대개 톤암 끝단에서 끊은 후 다시 RCA 또는 DIN 단자로 연결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일단 이번에 출시한 Verum Solo 톤암 케이블은 DIN 단자로 신호를 받아 케이블로 연결된 후 최종적으로 RCA 단자를 사용해 단말 처리한 형태다. 단자는 한눈에 봐도 완성도가 높아보인다.
케이블은 매우 가는 도체를 활용해 베르테르의 특징적인 연선 구조로 만들어졌다. 사람의 머리카락보다 더 얇은 케이블을 꼬아 만들었으며 모두 은도금 처리한 동선이다. 베르테르 어쿠스틱에 의하면 서로 다른 신호 특성에 따라 다른 두께의 Verum 도체를 활용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베르테르는 신호에 따라 마이크로라인 또는 모델라인 등 은도금 고순도 동선으로 다중 연선으로 처리해 활용하고 있다. 각 케이블은 모두 FEP, 즉 테프론 유전체로 감쌌고 특수 호일과 주석 도금 동선으로 차폐한 모습. 외 외에 댐핑을 위해 면을 충전하고 최종적으로 PVC로 마감한 걸 볼 수 있다.
셋업 & 청음
톤암 케이블이 외부에서 볼 때 일반적인 인터케이블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접지 케이블을 밖으로 노출시켰다는 점이다. 베르테르의 Verum Solo도 마찬가지다. 단, 이 케이블의 경우 접지선의 양 쪽 단말처리가 상이한데 신호의 출발점인 톤암 쪽은 동그란 모양의 단자고 포노앰프나 승압트랜스 쪽은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미니 말굽단자 모양으로 만들어놓았다. 또한 양 쪽 접지 케이블의 굵기 또한 다르다.
테스트는 평소 사용하던 턴테이블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트랜스로터 ZET3-MKII 턴테이블의 9인치 톤암에 기본으로 장착되는 톤암 케이블을 걷어내고 베르테르 톤암 케이블을 장착했다. 귀찮은 일이긴 하지만 이 톤암의 경우엔 톤암 케이블을 교체하려면 톤암을 톤암 베이스에서 완전히 탈거해야만 한다. 장착은 쉽게 이뤄졌고 이후엔 일사천리로 세팅을 했다. VTA, 침압 등을 다시 조정하고 베르테르 포노앰프 및 프리마루나 EVO400 인티앰프의 전원을 켰다. 스피커는 케프 LS50 및 베리티 Rienzi 등을 활용했다.
무대는 좀 더 더 넓고 입체적이다. 슈트트가르트 실내 관현악단의 [Die Röhre – The Tube]를 들어보면 각 악기들의 더 세세하고 더 명확하게 구분되어 들리면서 정위감이 향상되는 모습이 뚜렷하다. 여러 현악기들의 음색 구분도 명확하다. 이는 배음 특성이 더 향상되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복잡한 배음 구조가 이 케이블을 통해 더 풍부하고 정확히 표현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음색 뿐 아니라 각 악기들의 동적 구조가 더 부각되어 활을 보잉하는 모습이 눈에 보일 듯 더 역동적으로 느껴진다는 점이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적당히 누그러져 연주하던 단원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연주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중, 고역의 변화도 눈에 번쩍 띌 만큼 변화가 크다. 파트리샤 바버의 ‘Yellow car III’를 들어보면 특히 하이 햇 심벌의 움직임이 번개처럼 빠르며 그 와중에서도 움직임피 세밀하게 포착된다. 스틱의 움직임, 심벌에 닿는 감촉이 느껴질 정도로 매우 섬세한 세부 디테일이 빛난다. 더불어 피아노 연주에서 빠른 패시지에서 말 그대로 또랑또랑 정확한 타건이 느껴진다. 그 뒤로 연주하는 더블 베이스도 이 정도로 일사분란하게 연주하고 있었는지 새삼 그 역동성과 리듬감이 배가되어 더 뚜렷하게 들린다. 기존 톤암 케이블로는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베르테르 케이블을 커팅 머신에 사용하는 마스터링 에니지어 마일스 쇼웰이 작업한 엘피를 듣고 싶어졌다. 레코드의 매트릭스를 보니 ‘Miles Showell’ 각인이 선명하다. 예를 들어 비틀즈의 [1] 같은 엘피 말이다. 그 중 ‘Come together’를 들어보면 특히 중, 저역 리듬 파트의 질감 표현이 눈에 띄게 달려졌다. 일단 명료하고 타이트하다. 심하게 조인 소리는 아니며 탄탄하게 잘 단련된 근육을 보는 듯 텐션이 좋다. 이런 탄력감이 더해져 전체적으로 음악을 앞으로 추진시키는 역동감도 더 살아난다. 중, 저역 사이 구간의 변화로 인한 펀치력, 리듬감, 저역 해상도 상승은 중, 고역도 더 선명하게 만들어준다.
총평
사실 기존에도 톤암 케이블을 교체해보지 않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만고만한 가격대에선 굳이 바꿀 이유까진 찾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테스트는 나를 시험에 들게 하기 충분했다. 베르테르 톤암 케이블은 소리의 디테일, 악기의 배음과 질감 그리고 고역과 저역의 확장, 사운드 스테이징까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모두 변화시켜주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작은 부분일지 모르겠지만 작은 부문에선 상대적으로 큰 부분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건 베르테르 포노앰프와의 시너지다. 다른 포노앰프보다 베르테르 포노앰프와 매칭시 그 시너지가 좀 더 높았다. 왜 베르테르 사용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베르테르 턴테이블과 케이블로 자신의 아날로그 시스템을 채워 가는지 조금 알 것 같다. 아날로그 사운드를 물들인 베르테르의 저력을 실감한 테스트였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veRum Solo Tonearm Cable
Type
Tonearm Cable (2x Interconnects, 1x Ground/Power & Outer Covering)
Termination and Length
Tonearm DIN to RCA, XLR 1.15m (Additional lengths in 0.5m steps)
Cable Type (Each Interconnect)
x9 Conductors, Vertere Pulse Multi Type
x1 Ground, x4 Signal (Hot), x4 Signal (Return)
x2 Conductors & Braid
Ground/Power
x2 Conductors & Braid
Outer
Filler & Braid
Conductor
High Purity Copper
Plating
Silver, Tin
Insulation
FEP, PVC
Shield
Main Braid + Special foil Inner Wrap – on all four cables
Connector
Vertere Tonearm DIN, veRum RCA & XLR – Gold Plated contacts
x2 Splitters with 210mm free cable – on Amplifier side
Size
4.7mm Dia. – interconnects
3.0mm Dia. – Ground/Power
12.0mm Dia. – Outer
18.0mm Dia. – Splitter
제조사 : 베르테르 어쿠스틱스 (www.vertereacoustics.com)
공식 수입원 : 반오디오 (http://bannaudi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