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

스테레오 앰프의 화려한 모노 변신

프리마루나 EVO 400 프리/파워앰프 – 3부

primaluna evo400 thumb

프리마루나의 플래그십 파워앰프 EVO 400에는 각별한 것이 하나 더 있다. 원래 스테레오 앰프로 나왔지만 한 대 더 추가하면 곧바로 모노블럭 앰프로 변신한다는 것이다. 일단 스테레오 앰프로 시작해서 소리가 마음에 들고 브랜드에 대해 신뢰가 생기면 그 때 가서 모노로 갈아타면 된다. 이는 에볼루션(Evolution) 시리즈의 EVO 100, 200, 300, 400 전 모델에 모두 해당되는 시그니처다.

프리마루나는 이를 위해 처음부터 후면 단자 배치에 신경을 썼다. 후면에 ‘Mono’라고 테두리가 씌어진 단자들에 필요한 케이블을 꽂기만 하면 된다.

1) 딥 스위치로 XLR, RCA 인터케이블을 선택한다.
2) 딥 스위치로 Stereo, Mono를 선택한다.
3) Mono Input(Stereo R 채널)에 인터케이블을 꽂는다.
4) Mono Output(Stereo R 채널)에 스피커케이블을 꽂는다.

EVO400 4Rear

확실히 짚고 넘어갈 것은 스피커케이블의 탭 연결. 스테레오 파워앰프에서는 0옴, 4옴, 8옴, 16옴 탭이지만 모노 파워앰프에서는 0옴, 2옴, 4옴, 8옴으로 바뀐다. 확실히 모노블럭 파워앰프가 보다 낮은 스피커 부하 임피던스에 대응하는 것을 알 수 있다.

EVO 400 스테레오 앰프가 모노블럭 파워앰프로 변신하면 스펙 또한 바뀐다. 우선 출력이다. 이는 출력관을 어떤 것을 쓰는지, 또한 출력관 결속을 UL(울트라리니어) 혹은 TR(트라이오드) 모드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다르다. EL34와 KT150을 번갈아 가며 쓴다면 총 8가지 출력값이 생긴다.

EVO400 4Blackfrontanglecover2

● 스테레오 EL34 UL : 70W
● 모노블럭 EL34 UL : 140W
● 스테레오 EL34 TR : 38W
● 모노블럭 EL34 TR : 82W
● 스테레오 KT150 UL : 89W
● 모노블럭 KT150 UL : 188W
● 모노블럭 KT150 TR : 51W
● 모노블럭 KT150 TR : 109W

자세히 보면 5극관 EL34든, 빔관 KT150이든 UR 울트라리니어 모드에서는 모노 출력이 스테레오 출력에 정확히 2배가 된다. 이는 그만큼 스테레오 앰프 내부가 철저히 듀얼 모노로 설계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즉, 스테레오 파워앰프에서는 출력관이 채널당 2개씩 푸시풀 구동하는데 비해, 모노 파워앰프에서는 채널당 4개씩 푸시풀 구동하기 때문에 출력이 2배로 늘어나게 된다.

그런데 TR 트라이오드 모드에서는 상황이 좀 다르다. EL34를 트라이오드 모드로 구동하면 스테레오 앰프에서는 38W를 얻지만 모노블럭에서는 2배가 넘는 82W가 나온다. 트라이오드 모드의 KT150도 모노로 구성하면 출력값이 2배 넘게 나온다. 따라서 주로 TR 모드로 출력관을 운용하는 애호가의 경우 모노 변환시 체감상 더 큰 변화를 즐기실 수 있다. 3결 접속한 진공관으로 채널당 최대 109W를 얻는다? 이는 좀체 접하기 힘든 세계다.

EVO400PWR Small

모노가 되면 게인(gain)도 변한다. 게인은 출력에 상관없이 전압증폭 단계에서 확보되는 증폭률인데, EVO 400에서는 이 역할을 쌍3극관 12AU7 6개가 담당한다. 스테레오 앰프의 경우 채널당 3개의 12AU7이 총 26.5dB(UL), 24dB(TR)의 게인을 확보한다. 정배수로 표기하면 각각 21.1배, 15.8배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뒤의 12AU7 2개는 출력관 드라이브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전압증폭(및 위상반전)을 전담하는 증폭관은 앞에 오는 12AU7 1개로 봐야 한다. 이와 관련해 프리마루나가 어떤 회로를 썼는지 공개하지 않았지만, 전압증폭과 위상반전이 동시에 이뤄지는 대표적인 회로로는 리크 뮬라드 회로가 있다.

어쨌든, 스테레오 앰프에서 26.5dB(UL), 24dB(TR)였던 게인은 모노가 되면 각각 30dB(UL), 27dB(TR)로 높아진다. 모노가 되면서 전압증폭에 참여하는 12AU7이 2배로 늘어난 결과다. 30dB는 31.6배, 27dB는 22.3배. 따라서 모노 구동시의 체감상 변화는 스피커로 전해지는 힘(출력) 뿐만 아니라, 입력신호의 증폭값인 게인(전압)의 변화도 크게 한몫한다.

primaluna evo400 thumb

모노블럭 파워앰프가 되면 생기는 이득 몇가지

이처럼 모노블럭 파워앰프가 스테레오 파워앰프에 비해 유리한 것은 출력과 게인의 증가 뿐만이 아니다. 우선 스테레오 파워앰프에 비해 파워 커패시터의 정전용량 역시 정확히 2배로 늘어나기 때문에 특히 스피커의 낮은 부하 임피던스에 적극 대응할 수 있다. 스피커 임피던스가 2옴으로 떨어져 대전류를 실시간으로 요구할 때에도 이에 재빠르게 대처한다는 얘기다.

모노가 되면 또한 채널 분리도가 좋아진다. 스테레오 앰프의 경우 아무리 좌우 대칭, 듀얼 모노로 설계했더라도 한 섀시에 있기 때문에 채널간 간섭은 피할 수 없다. 게다가 두 채널이 전원부를 공통으로 쓰는 듀얼 모노 스테레오 앰프라면 DC 전원의 정확한 배분 역시 불가능하다.

이에 비해 모노블럭 파워앰프는 전원부와 입력단, 증폭단, 위상반전단, 드라이브단, 출력단이 모두 채널별로 다른 섀시에 담겼기 때문에 채널간 간섭은 이론적으로 0이 된다. 스테레오 이미지와 홀로그래픽한 무대가 보다 잘 구현된다는 얘기다.

DSC00477

모노가 되면 또한 파워앰프를 각각 좌우 채널 스피커에 가장 가깝게 놓을 수 있기 때문에 임피던스 매칭도 훨씬 유리해진다. 잘 아시는 대로 소스기기와 프리앰프, 프리앰프와 파워앰프는 전압전송이 이뤄지고 이 경우 받는 쪽의 입력 임피던스가 주는 쪽의 출력 임피던스보다 통상 10배 정도 높아야 한다. 이래야 기기간 전송시 전압손실을 10% 미만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파워앰프와 스피커는 전압전송이 아니라 전력전송이 이뤄지고 이 경우 원칙적으로는 주는 쪽(파워앰프)의 출력 임피던스와 받는 쪽(스피커)의 입력 임피던스가 동일해야 한다. 스피커의 공칭 임피던스가 4옴이라면 진공관 파워앰프의 신호선(+) 탭도 4옴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파워앰프와 스피커를 연결하는 스피커케이블이 고유의 특성 임피던스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 경우에도 주는 쪽이 받는 쪽보다 낮아야 한다. 그런데 특성 임피던스는 케이블의 지오메트리와 길이에 따른 값이기 때문에 같은 스피커케이블이라도 길이가 짧을수록 이 값이 낮다. 결국 모노앰프로 최단거리에서 스피커를 울리면 ‘전력전송’ 임피던스 매칭도 훨씬 유리해지게 된다.

끝으로 모노블럭의 이점은 SN비의 상승이다. 다른 채널의 전원부가 분리되면서 그 전원부가 일으킨 전자파노이즈(EMI, RFI)와 기계적 노이즈(진동)가 차단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채널의 증폭부 자체가 일으키는 전자파노이즈와 기계적 노이즈로부터도 자유로워지기 때문이기도하다. 개인적으로는 모노블럭 파워앰프의 가장 큰 이득은 SN비 상승과 이로 인해 체감상 무대 배경이 정숙해지고 음 자체가 깨끗해지는 것이라고 본다.

DSC00457

시청

그러면 스테레오 파워앰프 EVO 400과 모노블럭 파워앰프 EVO 400은 얼마나 다른 음과 무대를 선사했을까. 스테레오와 모노 비교시청에는 EVO 400 프리앰프와 솜의 네트워크 렌더러 sMS-200 Ultra, 반오디오의 R2R DAC Firebird MK3, 드보어 피델리티의 2웨이 스피커 Orangutan O/96을 동원했다. 출력관은 스테레오, 모노 모두 EL34, 출력관 결속은 UL(울트라리니어)을 선택했다.

anne 1

Anne-Sofie von Otter ‘Baby Plays Around’(For The Stars)

먼저 스테레오 EVO 400으로 들어보면 역시나 따뜻하고 촉촉하며 소프트한 음의 감촉이 만연하다. EL34에서 개대했던 바로 그 음색과 소릿결이다. 기타 연주음의 배음은 풍성하고 보컬의 목소리에서는 향긋한 입술향마저 느껴진다. 가운데에 맺힌 보컬과 피아노의 음상은 또렷하다.

EVO 400 한 대를 더 추가해 모노로 들어보면, 보컬이 좀 더 앞으로 다가선 가운데 보다 넉넉하고 여유로운 음과 무대가 펼쳐진다. 음수와 에너지가 단번에 늘어났다. 특히 피아노가 스테레오 앰프 때보다 잘 보이는데, 이는 모노가 되면서 스테레오 이미지가 더 명확해진 덕으로 보인다.

fausto

Fausto Mesolella ‘Sonatina Improvvisata D’inizio Estate(Live at Alcatraz)

스테레오 앰프로 들어도 초반에 등장한 박수소리가 마치 현장에서 듣는 것 같다. 무엇보다 솔리드 증폭소자는 얻기 힘든 이 소프트한 음의 감촉이 압권. 음은 충분히 깨끗하고 무대 앞은 더할 나위 없이 투명하다.

모노 앰프로 바꿔 들어보면 박수 치는 사람들 수가 늘어난 듯하고, 필자의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기타의 배음이 크게 늘어났다. 이는 모노블럭이 되면서 게인과 SN비가 동시에 늘어난 결과다. 스테레오 앰프 때에 비해 무대 좌우의 빈 공간이 사라진 점, 그래서 무대를 음으로 꽉 채운 점도 눈에 띈다.

ratm

Rage Against The Machine – Wake Up Rage Against The Machine

처음부터 그냥 단전의 힘을 모아 ‘빡’이다. 일렉 베이스기타의 저음은 바닥을 설설 기고, 무대의 넓직한 공간감도 장난이 아니다. 보컬 역시 리퀴드하고 세다. 더 나아질까 싶지만, 모노로 바꾸니 ‘어이쿠’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음의 에너지가 크게 늘어난 것은 물론이거니와 무대의 앰비언스까지 보다 잘 포착되기 때문이다. 작고 여린 소리들이 더 많이 들리는 것은 모노 앰프의 즐거운 선물.

andris

Andris Nelsons, Boston Symphony Orchestra ‘Shostakovich Symphony No.5’(Shostakovich Under Stalin’s Shadow)

모노로 바꾸니 4악장 초반에 터지는 팀파니의 음이 보다 탄력적으로 변한다. 왼쪽 현악기 무리들이 보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도 큰 변화. 확실히 모노가 되면서 오케스트라의 모습이 더 잘 잡힌다. 신기한 것은 전체적으로 청감상 앰프의 스피드가 빨라지고 각 악기 이미지의 윤곽선이 선명해졌다는 것. 무대 앞도 더 투명해졌는데 이 모든 것은 결국 채널 분리도와 SN비의 상승 덕분으로 봐야 한다.

primaluna mono

총평

프리마루나 EVO 400은 참으로 여러 얼굴을 가진 앰프다. 2년 전 EVO 400 인티앰프를 3개월 여 동안 필자의 집에서 시청했을 때는 사운드는 물론, 그 강력한 튜브롤링과 UL/TR 변환, 그리고 여러 진공관 앰프 보호장치에 감탄했다.

그리고 이번 분리형 EVO 400에서는 프리앰프의 명확한 존재이유와 분리형 앰프의 이점을 실감했다. 프리앰프는 사운드스테이지를 입체적으로 만들었고, 분리형 앰프는 각 악기와 보컬의 이미지를 정확하게 맺히도록 했다. 전원부를 분리하고 게인 스트럭처를 보다 정교하게 분배한 덕이다.

화룡점정은 EVO 400 스테레오 파워앰프의 모노블럭 변신. 아직 실생활에서 스테레오 파워앰프를 쓰고 있는 필자 입장에서는 군침이 돌 정도였다. 음의 기세가 훨씬 좋아진 것은 물론, 음상까지 보다 또렷해졌다. 개인적으로는 여린 음들이 보다 살뜰하게 포착되는 점이 좋았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보면 스테레오 앰프로 시작해 여차하면 하나 더 추가, 모노 앰프로 변신할 수 있는 점이 프리마루나 에볼루션 파워앰프의 특장점이 아닐까 싶다. 모노 상황에서도 스피커나 시청환경에 따라 한 대로만 스테레오의 세계를 음미할 수도 있다. 여러 모로 합리적이라서 더욱 마음에 드는 앰프다.

글 : 오디오 평론가 김편

1편 : 진공관 앰프만의 특권이 가득
2편 : ‘온기’ EL34 vs ‘단단’ KT150
3편 : 스테레오 앰프의 화려한 모노 변신

Specifications
Model EVO 400 for EL34 / KT88 / KT120 / KT150

Power
UL Stereo: 70 / 72 / 85 / 89 Watts per channel
Mono: 140 / 145 / 175 / 188 Watts

Power
TR Stereo: 38 / 43 / 45 / 51 Watts per channel
Mono: 82 / 88 / 94 / 109 Watts

Frequency Response
9 Hz – 60 kHz +/- 1 dB
8 Hz – 70 kHz +/- 3 dB

THD with AABB
Stereo / Mono: < 0.1% @ 1W; less than 2% at rated power
S/N Ratio : 95 dB (105dB A-Weighted)
Input Impedance : 100 kOhm
Input Sensitivity : 1100 mV (for rated power at maximum volume setting)
Maximum Gain
UL: 26.5 dB (Stereo); 30 dB (Mono)
TR: 24 dB (Stereo); 27 dB (Mono)

Power Consumption : 470 Watts / 480 Watts / 540 Watts / 550 Watts
Weight
Net : 68.2 lbs / 31 kg
Shipping : 79.2 lbs / 36 kg
Dimensions : 405 mm x 385 mm x 205 mm (L x W x H)
Inputs : 1 pair Stereo RCA & XLR , 1 piece Mono RCA & XLR
Outputs
Stereo: 4, 8 & 16 Ohm Speaker Taps
Mono: 2, 4 & 8 Ohm Speaker Taps

Tube Complement : 8 x EL34, 6 x 12AU7
Damping Coefficient : 7 KD (1 kHz)

공식 수입원 : 웅진음향 (www.wjsound.com)
공식 소비자 가격
EVO400 프리앰프 : 7,000,000원
EVO400 파워앰프 : 7,000,000원

Avatar photo

Written by 김편

김편은 오디오 평론가 겸 테크니컬 라이터다. 특히 스펙 분석, 연보 정리의 달인이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devialet dione thumb

사운드바의 미래, 드비알레 Dione

Technics SL 1200 series 50th anniversary 2

테크닉스 SL-1200 시리즈 50주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