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일부 군소 하이엔드 메이커만 만들고 있는 클래스 A 증폭 앰프. 클래스 AB, D 증폭에 밀려 이젠 추억 속으로 점점 사라지고 있는 듯하다. 고효율에 높은 출력과 광대역이 이 분야를 지배해버리면서 저효율에 저출력까진 매칭에 따라 참을 수 있을지라도 끓어오르는 열은 참기 힘들 것 같다. 모두 경제적이며 편리한 하이파이 라이프를 추구하는 현재 클래스 A, 더군다나 싱글엔디드 클래스 A 앰프를 사용하는 건 시대착오적일지도 모르겠다.
패스 Aleph 같은 앰프가 대표적이다. 이 앰프는 오디오 마니아라면 알 만한 이 분야의 살아 있는 전설 넬슨 패스의 초기작들이다.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패스랩스를 설립하기 전 넬슨 패스는 스레숄드에 근무했었고 그는 그 곳에서 SA/3.9e. SA/4e 등 클래스 A 증폭 앰프 명기들을 개발한 적이 있다. 당시 스레숄드의 앰프들은 개인적으로도 몇 번 사용해봤고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스레숄드 앰프의 설계나 음질은 비범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 설계가 당시 중, 저가의 실용기들을 만들던 애드컴이나 나카미치로 라이센스된 건 우연이 아니다. 애드컴의 GFP-750 프리앰프나 GFA-5802 같은 게 넬슨 패스 설계로 유명하고 나카미치의 PA-5나 CA-5도 당시 넬슨 패스 디자인의 방계 패밀리 안에 있다. 토템 Mani2를 저렴하게 울려보겠다고 GFA-5802를 매칭했던 시절, 다인 스피커에 PA-5를 엮어서 사용했던 시절이 아련하게 생각난다.
지금은 넬슨 패스가 패스랩스에서 조금 거리를 두면서 거의 웨인 콜번에게 자리는 내주고 있는 상황. 정작 넬슨 패스 본인은 퍼스트 와트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퍼스트 와트의 원류를 따져 올라가면 나오는 게 다름 아닌 패스 Aleph 시리즈다. 싱글 엔디드 클래스 A 증폭 앰프야말로 넬슨 패스가 가장 좋아하는 앰프의 시작이자 끝인 것.
최근 Aleph 파워앰프 중에서 Aleph 2를 오랜만에 들어봤다. 한 20만에 해후 같은데 반갑기 그지없다. Aleph는 너무 좋아해서 다양하게 써보았는데 모델 가리지 않고 다들 좋다. 매칭을 좀 타고 열이 후끈 달아오르면 소리가 아주 좋아진다. Aleph 3와 Aleph 5, Aleph Os 같은 스테레오 파워앰프가 비교적 접근하지 좋은 편이며 모노블럭으로 가면 Aleph 5를 모노블럭으로 만든 Aleph 2 및 Aleph Os의 모노블럭 버전 Aleph O가 나온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Aelph 1과 그 개량버전 Aleph 1.2 같은 고출력 앰프들도 있다.
소리는 지금 들어도 매력적이다. 포근하고 꽤 투명한 소리로 어떤 스피커를 매칭해도 아늑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대역폭이나 해상력은 요즘 앰프들에 비해 떨어지지만 음결 하나는 지금도 충분히 돋보인다. 마치 고슴도치를 닮은, 까끌까끌한 방열판 속에 뽀얗고 고운 소리를 담아낸 내유외강형 파워앰프랄까? 당시 서늘한 얼음골 같은 스펙트랄, 모범적 범생이 같은 마크 레빈슨, 그리고 폭주하는 기관차 같던 크렐 사이에서도 빛났던 Aleph의 가치는 현재도 유효하다. 남들이 힘 겨루며 우당탕탕 뛰어 놀 때 그저 조용히 음악을 듣게 만드는 앰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