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 오디오의 접지
오디오 기기를 오래 다루다 보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하기 힘든 일이 자주 벌어진다. 전자기 관련 지식이 해박한 주변 지인조차도 그 원인을 찾지 못하고 한동안 골머리를 썩는 모습을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단 하나의 기기라면 그 기기 자체의 문제려니 하겠지만 여러 기기들을 조합한 하이엔드 시스템에서 다양한 이슈들에 대응하기란 여간 피곤한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어떤 기기가 새롭게 들어왔는데 갑자기 스피커 우퍼에서 험이 뜬다던가 또는 고역 노이즈가 대폭 상승해 음악 감상을 방해하는 경우. 또는 아침에 일어나 기기를 켜는데 섀시에서 전기를 옮는 경우 등이다.
노이즈를 제거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험이 뜨는 경우는 앰프를 의심해야한다. 대개 노후로 인해 커패시터, 저항 등의 수치가 낮아지면서 발생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무척 오래된 구형 앰프는 구입하면 전체 오버홀을 한 이후에 쓰던가 아니면 쳐다보질 않는다. 빈티지 오디오에 깊게 접근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리 오래되지도 않은 앰프나 소스기기가 말썽을 부리는 경우도 있다. 남들 같으면 그냥 지나칠만도 하지만 그라운드 루프로 인한 음질적 해악이다. 이는 실제 기기의 수명에 해악이 되기도 하며 음질적 훼손도 당연히 동반한다.
그라운드, 그러니까 접지는 오디오 컴포넌트에서 매우 중요하며 어쩌면 기본이다. 전자기기 생산 관련 법규상 섀시에 접지를 시키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그라운드라는 것이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일단 전자 회로 내의 신호 입/출력 등 내부 처리 과정에서 생기는 커먼 그라운드, 섀시에 접지를 시키는 섀시 그라운드,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지구의 땅으로 흘려보내는 어스 그라운드 등이 그것들이다. 그라운드를 이야기할 때 일반적으로 ‘어스’를 시킨다는 것이 바로 접지를 시킨다는 의미가 바로 이 의미다.
접지에 대한 독보적 접근
AC 전원을 사용하는 가정환경에서 이러한 접지에 대한 연구는 제품 설계 엔지니어는 물론 사용자 입장에서도 다양한 접근이 있어 왔다. 하지만 결국 개발자 입장과 사용자 입장은 다르다. 어떤 제품 같은 경우 제조사에서 일부러 접지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황당한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잔류 접지 전류가 모든 시스템을 돌면서 노이즈를 만드는 ‘그라운드 루프’ 현상이 생긴다. 또는 일부 앰프 메이커 같은 경우 접지를 ‘섀시’ 혹은 ‘플로팅’ 등으로 구분해놓고 선택하게끔 설계해놓는 경우가 있다. 옥내 전기 공사 환경이나 시스템마다 접지 유무에 따라 험이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접지 전압이 완벽히 0에 수렵하는 경우는 없다. 어떤 기기라도 접지를 통해 접지 전류를 지구 대지에 모두 흘려버려 전위차를 0V를 만드는 건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기기들과 또 그 다양한 기기들을 설계한 제조사와의 차이들이 이런 복잡다단한 문제를 만들어내고 이것은 음질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다양한 오디오 메이커에선 과거부터 그라운드 노이즈 제거 관련 액세서리를 종종 만들어냈다. 박스 안에 광석 가루를 넣어 접지 전류를 감쇄시키는 경우도 있고 액티브 방식 접지 박스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텔로스 Macro
여기 텔로스라는 대만 오디오 메이커에서 액티브 방식의 접지 방식을 개발해 시판에 나섰다. 그 기술적 요체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GNR, 즉 ‘Ground Noise Reducer’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QNR, 즉 ‘Quantum Noise Resonator’라고 명명하고 있다. 일단 ‘GNR’은 기존에 제품화한 적이 있는데 이는 접지 전압을 최소한으로 낮추어주는 기능이 우선 첫 번째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접지 전압의 기준점을 설정하고 모든 컴포넌트의 접지 전압을 균질하게 조정해준다. 이는 마치 바닷물의 수위를 낮추어 바다 위에 떠있는 배들의 높이를 일정하게 맞추어주는 것과 비유할 수 있다. 패시브 방식 접지 장치처럼 전해질을 넣지 않고 내부 회로를 통해 액티브 방식으로 정교한 전위차를 형성해준다.
필자의 경우 몇 년 전 이 GNR을 직접 테스트, 리뷰까지 진행한 적이 있는데 그 효과를 무척 고무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사용 편의성도 무척 좋고 크기와 디자인에서도 강점이 있어 가정용으로 사용하기에 아주 좋았다. 하지만 가격대가 매우 높은 것이 흠이었는데 최근 텔로스가 바로 이 기술을 응용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유사한 효과를 내주는 액세서리를 개발했다. 바로 Macro G 시리즈가 그것이다. 특히한 것은 이 제품들은 접지 케이블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USB, RJ45, HDMI 같은 신호 전용에 쓰이는 단자 규격을 가지고 있다.
텔로스 R&D 팀은 GNR에 사용했던 동일한 기술을 담은 CPU를 탑재해 안정적인 전원을 공급하면서도 정확한 접지 기준을 맞추어주는 기술을 다시 한 번 그 용도에 있어 비틀어 적용한 것. 최근 음원 재생 비율이 높은 것을 간파하고 USB 규격 그리고 이더넷 프로토콜에 주로 활용하는 RJ45 단자 그리고 영상 또는 음원 양 쪽에서 사용하는 HDMI 단자를 채용해 각각의 모델을 출시했다. 단, 운용하고 있는 기기 중에 USB, RJ45, HDMI 여유분이 있어야 적용 가능하므로 사용상 제약은 있다.
텔로스 Macro G 시리즈가 GNR 기술의 트리클 다운이라면 텔로스 Macro N이라는 제품은 더욱 더 그 기술의 근간이 궁금했다. 알고 보니 다름 아닌 텔로스의 QNR이었다. 이 제품은 입력 전원의 공진과 노이즈를 빛으로 변환시켜 감쇄시키는 기술을 응용한 것이다. 입력된 전원의 파형을 텔로스가 개발한 내부 회로에서 측정, 분석한 후 순간적으로 위상 왜곡을 보상해준다는 것이 텔로스의 주장이다. 따라서 전원을 공급하는 일반적인 전원 컨디셔너와 달리 그저 옥내 벽체나 멀티탭에 꼽아놓는 것만으로 음질적 이득을 누릴 수 있다고 한다.
청음
제품 테스트를 위해 수입사인 소노리스를 들렀다. 홀로오디오 May DAC 같은 제품들은 물론 국내에선 생소한 제품을 다수 수입했던 곳으로 매지코같은 스피커의 잠재적인 능력을 가장 먼저 알아보고 수입한 곳도 이 곳. 이번엔 오디오NEC라는 독특한 설계의 스피커를 들어보다가 텔로스 시리즈 액세서리를 투입해 테스트해보았다. 이 외에 블록 오디오 프리앰프에 입실론 Aelius 파워앰프 그리고 홀로오디오 May DAC 등을 활용했고 ROON 누클리어스도 활용해 제품을 테스트해보았다.
더불어 텔로스 시리즈의 성능을 더 다양한 각도에서 테스트해보기 위해 자택으로 가져와 추가로 테스트해보기도 했다. 웨이버사 Wcore와 Wstreamer 그리고 MSB Analog DAC 및 코드 SPM-1400E, 스피커로는 락포트 Atria 등을 활용했다. HDMI 버전은 제외하고 USB 및 RJ45 버전 Macro G 그리고 Macro N 등을 다양하게 테스트해보았다. 모두 조금씩 다른 기술적 자양분을 통해 탄생한 제품들이지만 음향적인 부분에서 도출되는 변화는 대동소이했다.
예를 들어 배경의 정숙도 향상이다. 츠요시 야마모토 트리오의 ‘I’m fool to want you’를 들어보면 적막한 무대 위에 오직 피아노 한 대만 놓여있는 이미지가 눈 앞에 상상될 정도로 배경과 악기 사이의 구분이 명확히 대비된다. 피아노 타건의 맑고 동시에 밀도감이 더 높아진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너무 단단하게 조여 딱딱해지는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으며 되레 물리적인 움직임은 유연하게 들린다.
한편 악기의 위치, 즉 포커싱에 관한 상승효과도 관찰된다. 대개 이런 위치, 정위감에 관한 부분은 주파수 도메인에선 고역 재생 성능에서 기인하며 시간축 응답 특성의 개선으로 그 원인을 유추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앨리스 사라 오트의 쇼팽 ‘녹턴’을 들어보면 한층 맑으면서도 그 위치, 타건의 물리적 움직임, 강도 등이 더 세밀하게 들린다. 더불어 정보량이 증가한 듯 청감상 해상도, SN비 증가도 포착되는데 이로써 전체적으로 싱싱한 실체감이 증가하다.
여러 분야의 다양한 제품을 테스트하다보면 그 방법론에 있어서도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이런 액세서리의 경우 제품의 추가 전/후가 아니라 추가 후/전으로 그 순서를 달리하는 것이다. 이 제품들의 경우 추가한 후 한참 듣다가 빼면 약간 둔탁한 소리로 바뀌며 저역의 밀도, 깊이 등에서 손실이 생기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아마도 다양한 측면의 노이즈로 인한 폐해 유무가 가져오는 현상으로 보이는데 벨라 플렉스의 ‘Flight of the cosmic hippo’를 들어보면서 다시 적용하면 저역의 타이트한 그립감, 깊이가 살아난다.
전원 노이즈가 음악 재생음에 끼치는 영향은 대단히 다방면에 걸쳐 있다. 특히 배음 구조가 복잡한 악기의 소리에 영향을 많이 끼친다는 것은 여러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관악기들이 주류를 이루는데 청감상 해상도와 입자감, 정보량에서 오는 밀도감 등이 차이를 불러온다. 예를 들어 니어 이스트 쿼텟의 ‘갈까부다’ 같은 곡을 들어보면 더 곱고 입자가 빼곡이 들어차며 과일로 치면 가공 통조림이 아닌 실제 과일을 맛보는 듯 더 아날로그 사운드에 가까운 소리로 느껴진다.
총평
텔로스 오디오는 우리에겐 생소할지 모르겠지만 2006년 설립된 이후 해외에서 커다란 파장을 일으킴녀서 해당 분야의 숨은 실력자로 정평이 나있다. 설립자인 제프 린은 자신의 전기, 전자 지식 및 노하우를 근간으로 전원 관련 액세서리를 다수 내놓고 있는데 모두 과학적 이론 위에서 가장 영민하고 독창적인 방법론을 개발해 더 크고 많은 부품을 투입하지 않고도 매우 높은 음향적 개선을 이뤄내고 있다. 제프 린이 이끄는 텔로스 오디오의 성능은 이번에도 두 개의 시스템에서 그 음향적 상승을 증명했다. 전원 노이즈에 대한 텔로스의 Macro 시리즈는 마치 전원 개선을 위한 마법의 레시피다.
제조사 : Telos Audio Design
공식 수입원 : 소노리스 (www.sonoris.co.kr)
공식 소비자 가격 : 1,50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