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10워 31일 로스 앤젤레스, 쳇 베이커와 아트 페퍼 그리고 커티스 카운스, 칼 퍼킨스, 로렌스 매러블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이른바 플레이보이즈 세션으로 불리는 앨범을 녹음했다. 녹음 장소는 래디오 레코더스, 로스 앤젤레스에 위치한 스튜디오로 무려 1933년에 서립된 스튜디오, 웨스턴 어배뉴에서 산타 모니카 등에 이르기까지 유지하다 1977년 문을 닫았다.
이 스튜디오에서 당시 웨스트 코스트의 다이내믹 듀오라 할만한 쳇 베이커와 아트 페퍼가 리드한 세션은 월드 퍼시픽 레코드의 보물 같은 레코딩으로 남아 있다. 사실 이 시절 가장 인기가 높고 현재도 많은 재즈 애호가의 입에 오르내리는 ‘Sings’도 퍼시픽 재즈의 유산 중 하나다. 나중에 약물 중독으로 트럼펫 블로윙 자체도 힘겨워하는 말년의 연주와 달리 쳇 베이커의 젊고 싱싱한 트럼펫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이 앨범은 특별한 사연이 있다. 애초에 ‘Playboys’라는 이름으로 발매되었는데 여성의 상반신이 노출되어 있고 인형으로 가슴만 가리고 있다. 당시 유명한 성인 잡지 ‘Playboy’의 그것을 풍자(?)한 듯한 모습이 역력하다. 이런 핀업 사진을 잡지사가 탐탁해하지 않았는지 잡지 발행인 휴 헤프너가 고소하겠다고 위협했다고 한다. 사실 관계를 증명할 순 없지만 당시엔 꽤 진지한 이야기였던 듯.
아무튼 이후 이 앨범은 ‘Picture of heath’라는 제목으로 재발매 된다. 재킷 디자인도 핀업 사진이 사라지고 대신 당시 세션 중 촬영한 사진으로 대체된다. 이런 이름의 배경엔 작곡가의 이름이 있다. 다름 아니라 이 앨범의 수록곡 중 절반 이상이 지미 히스라는 작곡가의 작품이었기 때문. 한편 트랙 리스트에서도 변경이 있는데 순서를 바꾸었다. 이후 CD 시절인 1990년에 플레이보이즈 재킷을 사용한 적이 있지만 1998년엔 다시 또 ‘Picture of heath’로 되돌아가는 등 해프닝이 있었다.
이번에 출시된 엘피는 오랜만에 제대로 발매된 엘피 버전이다. 지금 들어도 굉장히 싱싱하고 상쾌한 당시 웨스트 코스트 재즈의 맛이 전해져온다. 음원에선 앙상하고 건조했던 톤의 소리들이 충실한 아날로그 마스터의 배음 덕인지 쭉쭉 고역까지 치닫는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엘피의 B 사이즈에서 몇 번의 잡음이 크게 들린다. 해외 구입자들 사이에서 이미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인데 내가 구입한 엘피도 마찬가지로 아마 대부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할 듯하다.
흥미로운 건 내가 운용하는 카트리지 중 다이나벡터 카트리지로 들으면 문제가 없다. 한편 골드링 카트리지로 읽으면 잡음이 살아난다. 엘피 표면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스크래치는 전혀 발견할 수 없어 더 안타까운 상황. 하드웨어의 문제로 넘기기엔 톤암도 동일하고 카트리지만 다른 더블 톤암 시스템에서 테스트라 변이 요소를 엘피라고 단정 지을 수밖에 없다. 혹시나 해서 침압, 안티스케이팅, 아지무스, 오버행 등 모두 확인해봤지만 이상이 없다.
최근 몇 년간 장르를 불문하고 가장 뛰어난 퀄리티의 재발매 레이블로 사랑받아온 톤 포엣 시리즈라서 많이 아쉽다. 이래저래 구입자들의 원성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으로 톤 포엣 제작진들은 원인을 파악해 어서 해명을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