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뽑는 올해의 기기는 한 해 동안 리뷰했던 하드웨어 중 가장 좋은 평가를 줄 수 있는 기모델이다. 대개 이런 일은 처음 뽑을 땐 매우 수월한 편이다. 중간 중간 기억에 뚜렷이 남는 모델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다시 살펴보면 다른 기기들이 눈에 들어온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거니와 빼기도 넣기도 애매한 모델들이 보인다. 특히 이런 선정 작업에선 해상도, 다이내믹스, 사운드 스테이징 등 음질의 평가 척도 중 어느 한 부문만 뛰어난 제품보단 두루두루 평점이 높은 기기들을 꼽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 목록에 꼽히지 않았다고 해서 성능이 떨어지는 기기라는 선입견을 갖는 것은 오산이다.
아무튼 2022년에 리뷰했던 기기 중 각 부문별로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한 제품 다섯 개 씩을 골라보았다. 카테고리는 스피커, 앰프, 소스기기, 올인원/라이프스타일, 액세서리 등 다섯 개다. 예외로 올인원/라이프스타일 및 액세서리 부문은 표본 집단이 적어 세 개씩만 선정했다. 참고로 유튜브 오디오월드 및 웹진 오디오플래닛 등의 매체로 통해 리뷰했던 제품들임을 밝힌다. 공식적으로 매체에 리뷰되지 않은 제품에 대해선 아무리 뛰어난 제품이라 해도 공정성 측면을 고려해 배제할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표기는 일반적인 가격대를 뛰어넘는 하이엔드 기기들이어서 별도로 선정해 넣었다.
※ 스피커 부문
봄부터 매지코 M9 등 얼티밋 하이엔드 스피커가 소개되면서 포문을 열었던 한 해다. 그리고 윌슨 베네시는 물론 연말엔 YG 어쿠스틱스의 PEAKS 시리즈 중 TOR를 리뷰하기도 하면서 하이엔드 메이커들의 신제품을 여럿 만나볼 수 있던 한 해였다. 미들 클래스 제품도 꽤 선보였다. B&W 같은 메이저 하이파이 브랜드에서 출시한 700 시리즈 S3는 가격 상승을 감안하더라도 이 가격대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였다. 이 외에 해외에선 화제를 뿌리던 브랜드 제품이지만 국내 처음 소개되었던 핑크팀, 리바이벌오디오, 퍼리슨 등의 제품들이 완성도, 개성 모든 측면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여주었다.
B&W 705S3
핑크팀 KIM
리바이벌 Atalante 5
YG TOR
퍼리슨 S7t
*매지코 M9, 윌슨 베네시 Omnium
※ 앰프 부문
스피커 드라이빙 측면에서만 앰프를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같은 스피커도 파워앰프, 프리앰프 그리고 인티앰프 등에 따라서 그 레벨은 물론 평가 자체의 격차가 커지기도 한다. 최근 스트리밍 앰프 등 올인원 앰프가 기능을 앞세워 순수 앰프들의 자리를 침범하고 있지만 여전히 고전적인 설계의 앰프들은 그 존재 가치가 분명하다. 국내에선 비주류였을 때부터 개인적으로 사용했지만 오랜만에 마주한 패러사운드는 여전히 좋은 소리를 내주었다. 코드가 간만에 기지개를 켜면서 발매한 PRE3가 프리앰프의 가치를 증명했고 옥타브는 V80SE도 좋았지만 V70 Class A의 음색이 독야청청했다. 연말이 가까워져 리뷰했던 아큐페이즈도 제왕의 귀환처럼 깊은 인상을 남겼다.
패러사운드 JC1+
코드 ULTIMA PRE 3 & 5
옥타브 V70 Class A
심오디오 700i
아큐페이즈 E-380
*MSB M205
※ 소스기기 부문
소스기기 부문에서 올 한해는 R2R 래더 DAC의 해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국내 굴지의 오디오 메이커 반오디오에서 신제품을 내놓았다. Firebird MKIII 버전이지만 거의 모델명을 바꾸어도 될 정도로 월등히 놓은 그레이드의 DAC을 내놓았고 결과물도 흡족했다. 이 외에 홀로오디오와 토탈덱도 다시 들어보면서 래더 DAC의 독자적인 음향적 노선과 품질을 경험할 수 있엇다. 한편 연말에 리뷰를 진행한 바쿤 DAC-9740은 단순히 칩셋 전쟁에서 벗어나 아날로그 출력단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면서 DAC에 대한 상념을 환기시켜주었다. 이 외에 고가의 하이엔드 기기 중에선 dCS Apex 버전 그리고 린 DSM 시리즈에서 철옹성 같은 성능과 품격을 확인해주었다.
반오디오 Firebird MKIII
홀로오디오 May
토탈덱 d1-twelve
바쿤 DAC-9740
레가 Planar 10
*dCS 비발디/로시니 Apex, 린 Klimax/Seleck DSM
※ 올인원, 라이프스타일 부문
아마도 최근 몇 년간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부문이 아닐까 한다. 클래스 D 앰프의 소형화, 고능률 특성에 더해 디지털 기술이 날로 발전하면서 집적화 일로를 걷고 이쓴 요즘 각 브랜드들이 올인원 경쟁에 불을 붙였다. 이 부문은 소스기기, 앰프, 스피커를 각각 어떤 방식으로 붙이고 조립해 축약해내는가가 관건이었다면 요즘에 거기에 더해 어떤 성능의 스트리밍 플랫폼 아래에 집결시키느냐가 또 다른 핵심이 되었다. 그런 면에서 케프 LSX II는 스트리밍 스피커 부문에서 성능과 대중성을 멋지게 포괄해냈고 하이파이로즈과 NAD는 BluOS 위에서 자유롭게 비상했다. 특히 하이파이로즈의 약진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더 인정받고 있는 모습이다.
케프 LSX II
하이파이로즈 RS520
NAD C700
※ 액세서리
올해 액세서리 부문은 공식적으로 리뷰 진행한 것이 많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액세서리 쪽 신제품이 많지 않았고 무엇보다 메이저 브랜드에서 앰프, 소스기기, 스피커 등이 많이 출시되었기 때문이다. 수년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출시 시기를 늦추었던 것들이 쏟아진 것. 베르테르 매트는 개인적으로도 구입해 사용 중이며 텔로스는 다시 접지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웠다. 실텍은 클래식 레전드 시리즈를 런칭하면서 하이엔드 케이블의 존재 이유를 역설했다. 특히 점퍼 케이블로 인한 음질 튜닝이 흥미를 더했다.
베르테르 Techno Mat
텔로스 Earth Grounding Monster
실텍 Clssic Legend 점퍼 케이블
에필로그
오디오플래닛은 하이파이 오디오 뿐만 아니라 그 양분이 되는 음악 관련 컨텐츠를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음악이 없다면 하이파이 오디오는 공허한 그릇에 불과할테니까. 다음 편에선 보다 영역을 확장해 음악은 물론 영화, 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 부문에서 2022년을 빛낸 작품들을 조명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