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하이파이 오디오는 스피커의 발전과 함께 동력을 얻어 진화해왔다. 박스형 인클로저에 유닛을 넣어 제작해오면서 다양한 로딩 방식이 개발되어 왔다. 백로드혼부터 시작해 미로형, 트랜스미션라인, 저음 반사형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박스에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가둔 멀티 웨이 스피커는 태생적으로 인클로저, 크로스오버의 패혜로부터 자유롭기 힘들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리본, 정전형 등 다양한 시도가 있어왔다.
영국의 바워스앤윌킨스(B&W)는 박스에 가둔 스피커의 본질적 문제를 기초부터 완전히 재검토해 노틸러스(Nautilus)라는 스피커를 발표했다. 1990년대 초 발표된 이 스피커는 당시 매우 독특한 디자인으로 마치 해양 동물, 정확히는 그 모델명처럼 앵무조개를 닮았다. 드라이브 유닛은 이러한 독보적인 디자인의 유선형 인클로저에 담았고 크로스오버는 완전히 멀티앰핑을 위해 설계되었다. 인류가 만들어낸 라우드스피커는 노틸러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틸러스는 B&W의 설립자 존 바워스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시작된 프로젝트였고 이후 로렌스 디키 같은 천재적 엔지니어에 의해 완성되었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하이엔드 스피커 탄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노틸러스 출시 이후 그 설계의 근간을 이루는 이론과 철학은 여러 스피커 메이커에게 영감을 주었으며 인클로저와 크로스오버 설계에 있어 획기적인 혁신을 가져왔다.
이 모델은 상징적 존재로 남아 계속해서 생산되어 왔다. 다만, 주문하는 사람에게만 오랜 시간에 걸쳐 제작 후 납품되는 형식이었다. 5월 10일 영국 현지 B&W에서 실로 오랜만에 노틸러스 애니버서리 모델을 발표했다. 다름 아닌 노틸러스 출시 30주년을 기념하는 버전이다. 이번에 발표한 모델은 아발로니 펄 마감으로 이전에 없던 색상이다. 이 외에 미드나잇 블루, 실버, 블랙 세 가지 등 다양한 마감도 주문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