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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하이엔드 네트워크 트랜스포트

하이파이로즈 RS130

RS130 Silver left low

바로 오늘 아침 필자의 시청실에서 있었던 상황이다. 75인치 4K UHD TV와 분리형 오디오 시스템으로 조성진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을 시청했다. 정명훈이 이끄는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와 협연 실황을 담은 유튜브인데, 넋 놓고 바라보다 39분이 후딱 지나갔다. 확실히 음악이 영상을 만나면, 그동안 머리속으로만 상상했던 연주자들의 표정과 움직임이 말 그대로 살아서 꿈틀거린다.

RS130 시청환경 조성진 유튜브

그런데 이날 시청환경이 평소와 많이 달랐다. 보통은 TV HDMI ARC 단자에서 사운드를 뽑아와 들었지만, 이날은 리뷰차 와있던 하이파이로즈(HiFi Rose)의 네트워크 트랜스포트 RS130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 즉, 유튜브 영상은 HDMI 단자를 통해 TV에, 사운드는 USB 단자를 통해 필자의 DAC에 나눠준 것이다. 유튜브 컨텐츠를 수신하고 사운드를 뿌려주는 주체가 기존 스마트 TV에서 네트워크 트랜스포트라는 전문 오디오 기기로 바뀐 것이다.

오디오파일 관점에서 보면 지금 이 상황이 지극히 합당하다. 스마트 TV를 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이더넷 케이블을 타고 들어오는 각종 컨텐츠는 RS130 같은 전용 네트워크 기기로 수신하는 것이 옳다. 그래야 저잡음 입출력 인터페이스나 초정밀 클럭, 정전압 클린 전원, 멀티코어 CPU 등의 각종 호사를 누리며 음질을 장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 TV는 말 그대로 넓은 화면으로 거들 뿐이다.

RS130 Silver left top

RS130 팩트체크

RS130은 대한민국 제작사 하이파이로즈가 최근에 선보인 플래그십 네트워크 트랜스포트다. 앞서 나왔던 RS150B가 DAC을 포함한 네트워크 플레이어인데 비해 RS130은 DAC 없이 트랜스포트 기능에만 올인했다. 그런데도 RS130이 플래그십 지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 기기에 들인 공이 많고 하이파이로즈에서 음질에 자신있어 한다는 뜻이다.

포맷변환RS130 전면

RS130은 우선 큼지막하고 시원시원한 외모에 고급스러운 디테일을 곳곳에 숨겨놓았다. 풀사이즈 직육면체 섀시는 알루미늄 재질이고, 전면 패널은 15.4인치, 1920×382 픽셀의 TFT LCD 터치 스크린이 꽉 들어찼다. 상판에는 하이파이로즈의 ‘로즈'(장미)를 형상화한 통풍구가 박혔고, 그 앞쪽에는 즐겨찾기, 뮤트, 재생/멈춤, 전원 온오프 등의 크리스탈 버튼 4개가 반짝거린다.

포맷변환RS130 후면

후면을 보면 네트워크 트랜스포트인 만큼 동축, AES/EBU, 광, HDMI, I2S라는 다양한 디지털 단자를 갖췄고, USB DAC 연결을 위한 USB 2.0 단자와 USB 메모리 재생을 위한 USB 3.0 단자 2개도 보인다. 눈에 띄는 것은 외부 마스터 클럭을 받을 수 있는 2개의 BNC 단자(50옴, 75옴)와 SFP 광 USB 3.0 단자, SFP 광 이더넷 단자다. 왜 광 USB와 광 이더넷 단자를 채택했는지에 대해서는 뒤에서 살펴볼 것이다.

RS130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타이달, 코부즈, 스포티파이, 벅스, 애플뮤직 등의 스트리밍 음원 재생과 USB 메모리나 SSD 파일 재생, NAS 음원 재생, 인터넷 라디오 재생, 그리고 하이파이로즈의 시그니처인 광고 없는 유튜브 프리미엄 컨텐츠 재생이다. HDMI 단자를 통해 4K UHD 영상을 외부에 송출할 수 있는 점도 눈에 띈다. 룬 레디(Roon Ready) 인증을 받았고, 에어플레이도 지원한다. 컨트롤은 전면 터치 스크린이나 로즈 커넥트(Rose Connect) 앱을 이용하면 된다.

리모트 앱

음원은 PCM은 최대 32비트, 768kHz까지, DSD는 최대 DSD512(22.5792MHz)까지 커버하며 MQA 압축파일은 풀 디코딩한다. 영상은 MP4와 WMV를 비롯해 ASF, AVI, MKV 등의 코덱을 최대 4K 해상도로 재생할 수 있다. 섀시 사이즈는 가로폭 430mm, 높이 125mm, 안길이 317mm이고 무게는 11.7kg이 나간다.

한편 필자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깐 로즈 커넥트 앱은 홈, 음악, 비디오, 로즈 라디오(인터넷라디오), 로즈 FM, 로즈 튜브(유튜브), 팟캐스트, 타이달, 벅스, 코부즈, 애플뮤직, CD, 설정 섹션으로 구성됐다. CD는 USB 3.0 단자를 이용해 외장 CD-ROM을 이용하는 경우다. 로즈 FM은 스마트폰 앱은 물론 RS130 전면 스크린이 아날로그 튜너 디자인으로 바뀐다.

RS130 설계 디자인

포맷변환RS130 내부

네트워크 트랜스포트에서 반드시 따져봐야 할 것들이 몇가지 있다. 디지털 오디오 기기로서 클럭의 정밀도와 CPU 사양, 운영체제(OS) 등은 기본이고, 입출력 인터페이스와 전원부 품질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이런 잣대 없이 제작사에서 공개한 화려한 스펙과 기술만 좇아가다 보면 정작 핵심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RS130은 기본적으로 안드로이드 기반의 로즈(Rose) OS로 작동되며, CPU는 헥사코어 ARM 64비트 칩(듀얼코어 1.8GHz Cortex A7, 쿼드코어 1.4GHz Cortex A53), GPU는 Mali-T864 GPU를 썼다. DRAM은 4GB LPDDR4.

clock
RS130에 투입된 OCXO 클럭

RS130에서 돋보이는 것은 클럭으로 10MHz OCXO(Oven-Controlled Crystal Oscillator)를 썼다는 점. 말 그대로 오븐으로 컨트롤되는 크리스탈 오실레이터인데, 수정발진자가 워낙 온도변화에 민감한 만큼 이를 오븐에 집어넣어 적정온도를 유지한다는 원리다. 따라서 온도보상값을 주는 TCXO보다 진일보한 클럭으로, RS130에 투입된 OCXO의 경우 주파수 안정도(frequency stability)가 +/-2ppb~+/-3ppb, 부하 임피던스 변화에 따른 주파수 편차(frequency pulling range)가 +/-3ppm에 그친다.

SFP 이더넷 어댑터
SFP 광 이더넷 포트에 들어가는 1000Base-T SFP 어댑터

다음으로 짚고 넘어갈 것은 SFP(Small Form-factor Pluggable) 광 이더넷 포트. 신호 감쇠가 구리 케이블보다 적고 전원 노이즈가 원천적으로 차단된 광섬유 케이블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인기가 높다. 기존 구리로 된 이더넷 케이블과 RJ45 단자를 쓰는 경우에는 기본 제공된 어댑터(1000Base-T)를 사용하면 된다.

SFP 광 이더넷 단자와 비슷한 맥락에서 SFP 광 USB 3.0 단자도 눈길을 끈다. USB 저장장치 연결을 위한 것인데, 역시 광섬유 케이블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자파노이즈 및 저장장치의 구동노이즈 차단 효과가 크다. 물론 이 SFP 광 USB 단자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별도 판매되는 USB/광 변환 허브와 광섬유 케이블이 있어야 한다.

포맷변환슈퍼 커패시터
RS130에 투입된 슈퍼 커패시터

전원부도 상당히 신경을 썼다. 기본적으로 토로이달 트랜스와 평활 커패시터로 구성된 리니어 전원부인데,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훨씬 높은 전력 밀도를 가진 대용량 슈퍼 커패시터를 썼다. 한마디로 안정적이고 노이즈가 적은 깨끗한 DC 전기를 생산해낸다는 것. 또한 AC 전원부와 DC 전원부를 가운데 트랜스를 두고 분리해 간섭 노이즈를 최소화했다.

포맷변환캐싱 SSD 메모리
RS130에 투입된 음원/영상 캐싱 SSD 메모리

이밖에 외부 마스터 클럭 입력 지원(50옴, 75옴), 256GB 용량의 음원/영상 캐싱 전용 SSD 메모리, 퓨즈 대신 채택된 서킷 브레이커도 RS130이 하이엔드 네트워크 트랜스포트임을 알리는 증거다. 특히 외부 마스터 클럭을 사용할 경우 동기식인 SPDIF, AES/EBU, I2S 연결시 기기간 지터를 제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하이엔드 오디오파일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아닐 수 없다.

RS130 보고 듣기 – 유튜브 보기

RS130으로는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먼저, 하이파이로즈의 시그니처라 할 유튜브 프리미엄 컨텐츠를 전면 LCD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다. 물론 후면의 HDMI OUT 단자를 이용하면 TV 화면으로도 볼 수 있는데, 이 경우 RS130 스크린의 영상은 멈춘다. 컨텐츠 선택은 로즈 커넥트 앱의 로즈튜브 섹션을 활용하면 편리하다. K-Pop Hot 30, Billboard Hot 30, Jazz at Lincoln Center 등 아주 다양한 컨텐츠들이 마련됐다. 물론 검색창을 활용해도 된다.

사운드는 어느 경우에나 다양한 디지털 출력단자를 이용해 DAC으로 출력하면 되는데, 설정 입출력 화면에서도 반드시 출력 단자와 해당 DAC을 선택해야 한다. 유튜브를 보면서 영상을 TV로 출력하는 경우에는 화면에서 HDMI를 선택하면 영상은 TV로, 사운드는 이전에 설정한 오디오 출력단자와 해당 DAC으로 넘어간다.

RS130으로 유튜브 영상을 시청했다. 시청환경은 75인치 안드로이드 4K TV와 코드 M Scaler, 마이텍 Manhattan II DAC, 패스 XP-12 프리앰프, 일렉트로콤파니에 AW250R 파워앰프, PMC fact.12 Signature 스피커. TV와 RS130은 HDMI 케이블로, M Scaler와 RS130은 USB A-B 케이블로 연결했다. RJ45 이더넷 케이블은 어댑터를 사용했다.

다이애나 크롤 유튜브
다이애나 크롤 유튜브 TV 전송 화면

다이애나 크롤 – Under my skin (Live in Paris)

다이애나 크롤의 유명한 유튜브 실황 영상인데, 연주자들 및 관객의 위치 등을 알 수 있어 오디오 기기 테스트용으로 자주 듣는 편이다. 확실히 평소 TV에서 사운드를 뽑아올 때에 비해 청감상 노이즈가 낮고 배경이 정숙하다. 음질은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또렷한 쪽. RS130의 내부 고정밀 OCXO 클럭과 정전압 클린 DC 전원, 노이즈 저감에 신경을 쓴 입출력 인터페이스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Die For You 유튜브
Die For You 유튜브 TV 전송 화면

위켄드 & 아리아나 그란데 – Die for you

로즈 커넥트 앱에 마련된 Billboard Hot 30 섹션에서 골랐다. 최신 인기곡을 이렇게 영상과 함께, 필자의 경우는 대형 TV 화면으로 보면서 분리형 오디오로 들을 수 있는 점이 역시 RS130의 최대 시그니처가 아닐까 싶다. 사운드에만 집중해보면 음의 윤곽선이 선명하고 SN비가 높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목소리는 그 표면이 무척 매끄럽다. 이 상태라면 하루종일 보고 들어도 안 질릴 것 같다. 맞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법이다.

RS130 보고 듣기 – 코부즈 듣기

포맷변환룬 세팅 화면
룬 세팅 화면

이제 영상은 잠시 잊고 RS130의 네트워크 오디오 트랜스포트 성능에만 집중해보자. 일단 RS130은 룬 레디 인증을 받았고 룬 세팅 화면에도 룬 레디 기기로 확인되지만, 리뷰 시점에서는 ‘Uncerified’로 나온다. 이는 절차상, 시간상의 문제로 조만간 정식 룬 서비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필자가 가입한 코부즈 스트리밍 서비스는 로즈 커넥트 앱을 통해 이용했다.

쇼팽 야상곡
쇼팽 야상곡

앨리스 사라 오트 – Nocturen in C sharp minor

음이 평소보다 단단해졌고 평소 느꼈던 약간의 색번짐 현상도 말끔히 사라졌다. 무엇보다 바이올린의 음이 무척 묵직하고 정보량이 많다는 느낌인데, 이는 역시 RS130의 리니어 전원부 덕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SN비도 늘어서 바이올린 말고는 무대에 그 어떤 것도 없다. 가끔씩 들리는 바이올린 현 튕기는 소리가 더 또렷하게 포착된 이유다. 한편 코부즈 음원 청취시에도 TV와 연결해놓으니 앨범 재킷과 곡 재생 시간 등이 RS130 스크린과 TV 화면에 동시에 뜬다.

Who Is It
Who Is It

마이클 잭슨 – Who Is It (Dangerous)

세상에. 이 곡 처음이 이렇게 강력하고 또렷했었나 싶다. 짐작컨대 RS130의 내부 DC 전원이 15V, 솜의 SMPS 출력 DC 전원이 9V인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다이내믹스, 다이내믹 레인지, 완급, 강약, 이 모든 것의 형편이 나아지고, 무대의 좌우, 앞뒤 길이도 늘어났다. 체감상으로는 음이 하나같이 묵직해졌다. 기존 오디오 시스템에서 수십 번 들었던 곡인데 이날 입체적이고 선명하며 파워풀한 재생음을 새로 맛봤다.

Goodbye Pork Pie Hat
Goodbye Pork Pie Hat

찰스 밍거스 – Goodbye Pork Pie Hat (Mingus Ah Um)

양 사이드에 자리한 테너 색소폰과 가운데 뒷편의 드럼, 그 앞에 있는 베이스 등 각 악기들의 형체가 분명해지고 무대가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특히 오른쪽 테너 색소폰의 세세한 아티큘레이션과 무대 왼쪽 피아노의 존재감이 이날 따라 잘 포착된다. 모든 것이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진다는 느낌. 전체적으로 평소보다 무대를 아주 넓게 쓴다. 분해능과 사운드스테이지는 이미 트랜스포트에서 결정되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

RS130 Silver with iPad dark thumb

총평

며칠 동안 흥분 상태에서 RS130을 보고 들었다. 예전 RS150 리뷰 때도 감탄했던 것이지만 유튜브 지원은 하이파이로즈가 마련한 신의 한수다. 기존에 쓰고 있는 네트워크 렌더러(솜 sMS-200 Ultra) 입장에서는 정말 꿈도 못꿀 상황. 솜 기기가 HQ Player 재생 등의 장점은 있지만 출력이 USB 단자 하나여서 늘 아쉬웠는데, RS130은 마음만 먹으면 동기식 SPDIF 출력을 이용할 수 있는 점에서 더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더 감탄한 것은 여러 음질적 우위였는데, 무엇보다 스트리밍 음원 재생에서 살집과 힘이 붙은 점이 확연했고 배경 노이즈도 훨씬 줄어들었다. 이는 RS130의 슈퍼 커패시터 역할도 크지만, 필자의 솜 기기가 SMPS 전원을 쓴 이유도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음의 밀도감과 입자감도 더 늘어서 전체적으로 재생음이 단단하고 고와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체감상 보다 많은 시그널이 뒷단인 M Scaler로 넘어가는 것 같다.

사실 이 정도만 되어도 엄지척인 상황이지만 RS130은 이게 다가 아니다. SFP 광 이더넷 포트, SFP 광 USB 포트, 외부 마스터클럭 입력단자, I2S 출력단자라는 비기를 갖췄다. 여건이 마련된 하이엔드 오디오 유저라면 그야말로 쌍수를 들어 환영할 만한 인터페이스다. 맞다. 한 브랜드의 플래그십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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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김편

김편은 오디오 평론가 겸 테크니컬 라이터다. 특히 스펙 분석, 연보 정리의 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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