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라는 공간에서 재즈란 어떤 의미일까. 적어도 메인스트림에 속하는 음악은 아닐 것이다. 음반이 음악감상의 주요 채널이었던 20년 전 통계에 의하면 재즈와 클래식은 전체 음반 판매고의 5%를 차지하는 이른 바 ‘비주류 음악’이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0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브라보! 재즈 라이프))는 2010년에 등장한 음악영화이다. 대한민국 재즈 1세대의 삶과 음악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감독은 음악저서 ((Jazz It Up))의 저자이며 합정동 재즈 바 를 운영하는 남무성 작가. 내용 다큐멘터리 형식을 축으로 하여 한국 재즈맨의 삶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재즈이론을 연구하던 ‘이판근연구실’이 철거소식과 함께 은퇴한 트럼펫의 대가 강대관을 찾아 동료들이 여행길에 오른다. 그들은 자랑스런 대한민국 재즈맨이다. 그들을 위해 후배 뮤지션이 뜻을 모아 헌정 기념공연을 준비하고, 한자리에 모인 재즈 1세대의 후일을 기약할 수 없는 마지막 공연을 시작한다.
사실 최초의 재즈밴드는 1929년 지금은 이름도 생소한 경성방송국에서 연주했던 코리안 재즈밴드로 알려져 있다. 서울 YMCA를 포함한 부산, 마산, 진주, 대전, 군산에 이르는 원정연주를 했던 밴드의 리더는 [고향의 봄], [봉선화]의 작곡가인 홍난파였다. 1940년대까지 활동했던 재즈밴드는 주로 빅밴드나 캄보밴드 형태로 활동했다.
재즈라는 음악장르에 집중한 연주자나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시기는 미군이 주둔하던 1950년대다. 비밥과 쿨재즈의 전성기였던 미국의 소리가 한국으로 이동하는 통로가 주한미군부대라는 공간이었다. 1955년 미8군 사령부가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한국 연주인에게 재즈는 매우 중요한 생계수단으로 발전한다.
기술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전문 재즈맨이 하나, 둘 씩 등장한다. 다큐에 등장하는 인물인 강대환, 이판근, 류복성, 김수열, 이동기, 김준, 최선배, 강태환, 박성연이 그들이다. ((브라보! 재즈 라이프))를 기록지 이상으로 끌어올려준 인물이 바로 류복성이다. 재기 넘치는 대화로 다큐에 흥미라는 요소를 부가해준 재즈맨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1976년 최세진이 조직한 한국재즈음악동우회와 최초의 재즈클럽 올댓재즈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전문연주자의 길로 나선다. 1978년에는 박성연이 오픈한 재즈클럽 야누스가 선을 보인다. 신촌, 이화동, 서초동으로 둥지를 옮겨가며 대한민국 재즈클럽의 상징이었던 야누스는 지금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수 개월간에 걸친 후배 연주자들의 헌정음반제작과 기념공연의 과정이 ((브라보! 재즈 라이프))에 생생하게 담겨 있다. 매끄럽지 못한 장면과 진행은 어려운 제작여건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이해를 하고도 남을 일이다. 재즈란 폼생폼사의 장식품이 아닌 피와 땀과 눈물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다큐에 등장했던 재즈맨은 이제 연주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 자리를 차세대 재즈맨이 부지런히 매우고 있는 중이다. 나윤선, 웅산, 김주환, 박윤우, 민경인, 서덕원, 정수민 등이 먼저 떠오른다. 4월말에 열렸던 2023 서울재즈페스타에서는 다큐에 등장했던 김준, 류복성, 신관웅이 공연을 빛내줬다.
연주자들의 목소리와 함께 ((브라보! 재즈 라이프))의 속편을 고대해 본다.
“내가 언제 사람이 되나? 내가 음악을 잘 할 때 사람이 되는구나” 이동기
“어렸을 때부터 뭣 모르고 그냥 재즈가 좋아서 계속 라디오만 듣고 다녔어요”
최선배
“재즈판 몇 장 옆에 끼고 자랑스레 다니고…그런 시절이 있었어” 김수열
“처음 만난 재즈는 리듬, 멜로니, 하모니가 전혀 다른 완전 신천지였어요” 신관웅
“지금도 대한민국의 유일한 남성재즈보컬이라고 소개를 받으면 부끄럽기도 하고”
김준
“외롭고 괴로울 때, 난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래, 난 블루스를 더 잘 부를 수 있게 돌 거야!” 박성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