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에 대해 두 말 하면 잔소리겠지만 실제로 제대로 된 전원 시스템을 갖춘 곳은 드물다. 예전에 어떤 업체 청음실에서 리뷰를 하려고 시스템 체크 중이었던 일이 생각난다. 대개 리뷰를 진행할 때 XLO 등 테스트 음반이나 음원 그리고 처음 가는 곳은 검전 드라이버를 가지고 다니기도 했다. 극성이 맞는지 확인해보고 바로잡은 뒤 리뷰를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아뿔사…그 시청실엔 극성은 고사하고 접지 자체가 없었다. 그런 상태로 시스템 운영하면 음질은 물론 기기에 데미지가 올 수도 있다.
최근 나의 시청실을 새로 꾸미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전기공사 스케줄을 잡은 것이다. 그리고 그 전에 공사에 필요한 자재를 모으는 일도 시작했다. 일단 건물 안에 접지가 있는 것은 확인했다. 하지만 이후 전원 공사에 필요한 케이블을 구했다. 다행히 지인이 여분으로 가지고 있던 걸 흔쾌히 빌려주어서 해결했다. LS 전선의 4SQ 굵기 전선으로 활성, 중선, 접지 세 가닥 모두 길이는 충분하다. 이 대목에서 갑자기 드라마 ‘Beef’에서 전기 공사 부실로 화재가 나고 집이 통째로 불타버린 장면이 생각난다.
케이블만 교체한다고 끝이 아니다. 이후 배전반에서 각 방의 벽체로 끌어온 케이블은 콘센트를 거치게 된다. 직결을 해도 되지만 적어도 2구 정도로 나누어줘야 전원 케이블을 다양하게 쓸 수 있을 듯해서 벽체 콘센트를 설치하는 방향으로 잡았다. 벽체 콘센트를 몇 개 써보기도 하고 리뷰도 했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건 베케르 콘센트다. 그 기억에 검색에 들어갔는데 운 좋게 국내에서 이 콘센트로 만든 벽체 콘센트가 있었다. 잊고 있었던 파워텍! 결국 파워텍까지 찾아가 상담하고 구입 완료했다.
벽체 콘센트 이후 경로는 바로 기기가 될 수도 있지만 그러면 기기를 두 개 밖에 연결하지 못하므로 멀티탭을 준비했다. 멀티탭은 자택 시스템에서 사용하던 걸 그대로 가져왔다. 하나는 후루텍 그리고 또 하나는 iFi 파워스테이션. 더 좋은 것들도 있지만 이 정도 성능의 멀티탭이면 멀티탭 때문에 음질이 안좋다고 할 이유는 별로 없어 보인다. 메인 시청실엔 후루텍을 일단 설치했고 사무 공간 쪽 시스템엔 파워스테이션을 설치했다. 아무튼 전기 관련 어느 정도 준비는 끝났다. 실제 전기 공사 날짜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