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대로 모니터오디오 Hyphn 신제품 발표회가 지난 9월 23일, 토요일 열렸다. 용산 랜드홀이라는 곳으로 기존에 매체를 통해 여러 차례 본 적은 있지만 방문한 적은 처음이다. 게다가 이번은 단순히 관찰자 시점이 아니라 주인공 시점에서 시연을 진행해야하는 형편이라 약간 일찍 랜드홀을 찾았다. 시연만 진행하면 되겠지만 소리가 너무 들어주기 힘들다면 내 입장에서도 난감하기 때문이다.
시스템 테스트는 항상 좌/우 채널 밸런스, 위상 체크에 있다. 이후 주파수 스윕 톤 재생 등을 통해 스윗 스팟을 찾는 것도 좋다. 그런데 시스템 설치는 끝났는데 한 쪽 채널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었다. 설치 스탭들이 빌려와서 일단 소리는 나게 했고 이후에 퀵으로 공수한 스피커 케이블로 변경했다. 결국 최종 시연에선 선야타 리서치로 시연할 수 있었다.
이 외에 프리앰프는 오디아 플라이트 No.1 MK3, 파워앰프도 오디아 플라이트 No.8 MK2로 사용했다. 소스 기기는 린 클라이막스 DSM. 모두 타이달에서 음원은 검색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린 전용 앱으로 재생했다. 평소에 자주 들어본 곡들 중 약 20여곡을 선곡해놓고 재생해보면서 음향적 특성을 살폈다. 예상했던 것처럼 저역이 좀 들뜨면서 탁한 느낌이 있다. 하이엔드 오디오 전용 시연룸으로 준비된 곳이 아니고 나무로 만든 강단이 울려서 그렀다. 어쩔 수 없는 노릇.
그래서 예상보다 Hyphn은 제 소리를 어느 정도 표출해주는 모습이었다. 우선 이 스피커 자체가 중, 고역이 가상 동축 구조를 취하고 있어서 유리한 면이 많다. 넓은 공간이면서 울림도 좀 있지만 보컬 음상 같은 경우 흐트러지거다 지저분하지 않고 꽤 또렷하게 맺혔다. 동심원 안에 트위터 한 발과 미드레인지 여섯 발을 배치한 묘안은 이런 공간에서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동축의 경우 근거리에서도 대역간 이물감이 적지만 큰 공간에서도 강점을 보였다.
저역을 재생하는 우퍼는 채널당 총 네 개를 사용한 스피커지만 원래 아주 큰 사이즈의 저역이 아니라 단정하고 깨끗하면 깊은 저역을 구사하다. 공간 특성상 몇 번 더 증폭된 저역을 들려주었는데 마이클 잭슨, 오존 퍼커션 그룹의 음악에선 특히 풍부하게 재생되었다. 본래 특성을 체험해보려면 이 스피커가 설치된 유일한 곳, 서초동 에이브이프라자에서 청음해보길 권해드렸다. 적어도 2옴에서 2천와트를 선형적으로 내주는 오디아 플라이트는 Hyphn을 마음대로 어르고 달래는 모습이었다.
가상 동축 구조로 마치 정전형에 필적하는 칼 같은 포커싱과 음상에 더해 저역 또한 빠르고 깊은 특성을 지닌 스피커다. 이는 그 구조에 단서가 있다. 두 개의 인클로저를 세우고 우퍼를 안쪽에서 서로 마주보게 장착한 것. 이는 마치 아이소베릭과 유사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저역 하한을 확장하기 위해 비비드오디오 G 시리즈나 케프 블레이드에서 구사하는 방식과 비슷하면서 다르다. 진동판을 사이드 패널 바깥 방향으로 설치한 경우 풍성하고 은은하게 공간을 메우는 한편 마주보는 구조의 스피커들은 좀 더 타이트하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저역을 내주는 모습이다. 일장일단이 있지만 국내 가정환경에선 Hyphn이 좀 더 유리해 보인다.
아무튼 Hyphn은 국내 처음 출시된 후 텍스트 리뷰, 영상 리뷰 등을 통해 들어보았고 이번에 시연회장에서 다시 또 들어보면서 최근 가장 많이 접한 스피커가 되었다. 기존 모니터 오디오 사운드에서 확실히 진일보한 성능을 보여주어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향후 수 년 안에 Hyphn 개발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새로운 라인업을 개발, 출시할 것은 예상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파격적이고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PMC가 출시했던 Fenestria의 트리클 다운이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닐 듯하다. 부디 Hyphn의 이 절묘한 디자인과 사운드가 제대로 이후 세대에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개인적으로 이 디자인은 정말 멋지다.
여섯 곡 정도를 시연하면서 진행자로서도 여러 생각에 잠기게 되는 시연회였다. 좀 더 음향적으로 뛰어난 공간에서 진행하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 하지만 약 100석 규모에 이 정도 편의성을 갖춘 공간도 많지 않은 걸 생각해보면 행사장으로서 나쁘지 않는 편이었다. 볼륨 조정이 쉽지 않았는데 앞에선 너무 크고 뒤로 가면 약간 작아 오디오 쇼에서도 항상 힘든 부분이다. 아무튼 이 날 꽤 많은 걱정이 앞섰지만 그저 무사히 치러진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가을바람이 솔솔 불면서 본격적으로 음악 듣기 좋은 시즌이 왔는데 내 청음실에서도 한번 작게 음악 감상회를 열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