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봉호
15년 전에 필자와 함께 일했던 직장 상사가 있었다. 그는 출근해서 퇴근 무렵까지 쉬지 않고 수다를 떠는 사람이었다. 그가 일주일이 멀다 하고 반복하던 인용 문구가 있었다. 바로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 이었다. 어떤 일이든 즐긴다는 느낌이 없으면 지구력을 발휘하기가 어려워지는 법이다. 그렇다고 회사 업무를 즐기면서 하기란 말처럼 쉽지는 않은 것이다. 세상의 모든 관념은 언젠가는 변형되거나 깨지거나 사라지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상사가 말했던, 즐기려는 자의 의지를 한 방에 날려버린 영화가 2014년에 등장했다. 영화 ((위플래쉬))는 제대로 미친 열정만이 대가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영화의 절반을 차지하는 인물은 미래의 유명 드러머를 꿈꾸는 앤드류(마일즈 테일러 역)가 아니라 선생 플래처(J.K.시몬즈)다. 앤드류는 아무것도 모르고 플래처의 권유에 의해 본격적으로 드럼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앤드류는 플레처의 정체를 잘 모르고 있었다.
앤드류는 영화에서 이렇게 힘주어 말한다. 90세까지 아무 일도 생기지 않고 조용히 사는 것보다 34살까지 살고 오래도록 기억되는 것이 훨씬 낫다고. 다혈질의 플레처 교수는 강도 높은 연주를 못 따라가는 학생에게 심벌즈를 던진다. 그는 색소포니스트 찰리 파커가 버드로 불렸던 이유가 필리 조 존스가 심벌즈를 날렸기 때문이라고 강의한다. 필리 조 존스는 카운트 베이시 악단에서 연주활동을 했던 드러머다. 찰리 파커는 불규칙한 생활로 인해 30대에 세상을 떠난다.
((위플래쉬)) 감독 데이미언 셔젤은 실제 드러머로 연주자 생활을 했던 인물이다. 당연히 재즈에 관한 애정이 남다른 인물이었다. 그는 하버드대학 시절 영화와 관련 논문을 준비한다. 2014년 개봉작 ((위플래쉬))로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2년 후에 흥행작 ((라라랜드))를 완성한다. ((위플래쉬)) OST는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영화 장면과는 달리 비교적 느린 템포의 음악이 등장한다.
독설가 교수인 플래처가 존재했기에 앤드류가 실력 있는 드러머가 된 것일까? 아니면 앤드류라는 인물 자체가 유명 드러머의 재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필자는 두 가지 요소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데이미먼 셔젤 감독의 후속 음악영화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