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하이파이
애플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가 세상에 나온 이후 줄곧 세계는 반도체 전쟁이었다. 그리고 모든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단순히 전화기의 형태, 기능이 변화된 것이 아니었다. 전 세계 핸드폰의 설계가 바뀌었음은 물론이며 기존에 별도로 존재하고 있던 기기들이 스마트 기기 안으로 무섭게 빨려 들어갔다. 대표적으로 카메라, 게임기, 시계, 나침반, PDA 등 아마도 수 백 가지는 족히 될 듯한 디바이스가 완벽한 디지털 알고리즘 아래 손에 쏙 들어갈 만한 기기 안으로 흡수되었다.
이런 현상은 음악 재생에 관련된 기기 및 음원 서비스에서도 일어났다. 음악을 불법 사이트에서 내려받거나 소리바다, 냅스터에서 내려받던 현상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려받아서 소유하고 PC에서 듣던 형태가 바뀌어 언제부턴가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그저 들었다. 반드시 소유함으로써 스토리지를 낭비하지 않아도 되었다. 애플의 과감한 도전은 세상을 바꾸었다. 그리고 현재는 애플뮤직 외에 스포티파이 같은 공룡들이 음악 시장을 양분하다시피하고 있으며 유튜브 뮤직이라는 또 다른 공룡이 생겼다. 이 외에 타이달, 코부즈, 아마존 뮤직까지 합하면 이제 온라인 스트리밍의 춘추전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악을 재생하는 기기 쪽에선 이런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응하는 기기들을 만들어야 했다.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연결해서 듣는 건 문제 없지만, 하이파이 쪽은 그 나름대로 하이파이 오디오의 규격과 성능을 갖춘 제품들이 필요해졌다. 처음엔 거의 따라가지 못하고 엉성한 제품을 내놓았다. 수십 년 동안 하이엔드 오디오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은 레전드급 회사들도 자존심을 구기기 일쑤였다.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어설픈 하이파이 네트워크 플레이어들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무능한 천덕꾸러기 같았다. 물론 린, 메리디안 같은 선구자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진화하기 시작했다.
결국, 현재 뒤돌아 생각해보면 하이파이 오디오에서 디지털 소스기기, 그 중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돌고 돌아 마치 스마트폰 같은 기기로 진화되었다. 언제든 터치 몇 번으로 원하는 기능을 제어하고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다양한 경로로 음악을 재생하며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한다. 하지만 스마트 기기들이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진영으로 나뉜 거대한 생태계를 기반으로 하지만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리눅스 혹은 안드로이드 기반이다. ARM 같은 프로세스를 쓰지만, 회사마다 저마다의 스트리밍 플랫폼 개발에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스마트 기기들의 마지막 캐스팅 보트는 리모트 앱이 쥐고 있다.
WiiM Pro Plus
이와 같은 상황에서 디지털 소스기기 관련 신진 업체들이 하이파이 오디오 분야로 대거 유입되었다. 몇몇 메이커는 이미 그들의 기술을 증명하며 기존의 하이파이 오디오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 영상 및 DSP 개발 전문 업체 픽셀 매직 시스템을 기억하는가? 그들이 만든 하이파이 오디오, 그 중에서도 네트워크 플레이어 전문 브랜드가 바로 루민이다. 초기 린 클라이맥스의 카피캣이라 불렸지만, 지금은 어엿하게 이 분야의 강자로 성장했다. 오라릭 같은 경우도 미국의 지사를 두고 전 세계 시장에서 탄탄한 사용자층을 쌓아오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최근엔 지두 테크놀로지가 하이파이 오디오 사업에 진출해 에버솔로라는 브랜드를 런칭했다. 처음 에버솔로 DMP-A6를 접했을 때 어떻게 이 가격에 이런 스마트한 기능과 인터페이스, 성능을 구현했는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국내 씨아이테크가 출범시킨 하이파이로즈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또 하나 다크호스가 있다. 바로 WiiM이라는 브랜드다. 이들은 혜성처럼 나타난 듯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하만, 야마하, 마샬, 에디파이어 같은 브랜드의 제품 출시와 관계된 엔지니어 팀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자세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실제 제품을 운용해보면 제품의 빌드 퀄리티부터 리모트 앱 등 독자적인 스트리밍 플랫폼의 완성도가 상당히 높다. 우선 아날로그 입력이 한 조 그리고 아날로그 출력도 한 조 지원한다. 디지털 입력은 광 입력만 지원하며 출력의 경우 광 및 동축 출력까지 지원한다. 만일 외장 DAC가 필요하다면 동축으로 연결하면 그만이며 최대 PCM 24/192 해상도까지 지원한다.
기본적으로 블루투스 5.1 및 에어플레이 2를 지원하므로 간단히 즐기기에도 좋고 듀얼 밴드 와이파이 및 이더넷 지원은 기본이다. 지원 음원 포맷은 MP3, AAC, ALAC, APE, FLAC, WAV, WMA, OGG 등 다양하며 스포티파이, 타이달, 코부즈 등 지원하지 않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찾기가 더 힘들 듯하다. 당연히 DLNA/UPnP를 지원하고 ROON 인증도 깔끔하게 마친 상태다. 특히 구글 크롬캐스트 내장은 이 기기의 강점 중 하나다. 단독 크롬캐스트가 단종된 이후 이 기능이 아쉬웠던 사람들에게 WiiM Pro Plus는 한없이 귀여울 수밖에 없다.
사실 이 기기는 이전에 출시된 WiiM Pro의 상위 모델이다. DAC 칩셋 또한 이전의 TI 칩셋 Burr-Brown PCM5121 대신 상위 모델인 아사히 카세이 AKM4493SEQ로 변경했으며 라인 입력단에 사용하는 ADC도 변경했다. 이 외에도 클럭도 더 상위 모델을 사용하는 한편 전원부 및 전체 PCB 레이아웃도 세심하게 변경해 여러 세부 지표에서 성능 향상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THD 및 SN비 같은 경우 THD+N(1kHZ)에서 0.00032%, SN비는 120dB에 이를 정도로 뛰어난 것으로 발표하고 있다.
셋업 & 청음
이 제품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마치 애플 TV를 구매했던 기억이 오버랩되었다. 박스나 제품 디자인이 너무 유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 TV보다 본체는 커서 너비와 깊이가 14cm, 높이는 4.2cm 정도다. 한편 전원은 USB C 타입으로 5V/1.5A 입력을 받아 작동한다. 전면엔 재생, 멈춤, 볼륨 업/다운 등 간단한 조작용 터치 버튼이 마련되어 있다. 한편 전면에 LED가 하나 있는데 레드, 그린, 화이트 등 여러 색상에 따라 제품의 작동 상태를 알려주고 있다. 테스트는 자택에서 진행했고 앰프는 최근 영입한 마란츠 모델 40n에 스피커는 케프 LS50 Meta를 세팅한 상태에서 WiiM Pro Plus를 연결해 며칠간 들어보면서 테스트해보았다.
WiiM Pro Plus를 박스에서 꺼내면 전원 어댑터 및 광케이블 그리고 인터케이블, 리모컨이 동봉되어 있다. 설치는 이더넷 케이블 등은 연결한 후 마란츠 모델 40n에 아날로그 RCA 케이블을 연결하는 등 매우 간단하다. 제니퍼 원스의 ‘Somewhere, somebody’를 들어보면 전체적인 밸런스는 꽤 뛰어나다. 저가 기기의 경우 음상이 너무 높게 형성되고 가볍게 흩날리는 경우가 있는데 WiiM Pro Plus의 경우 되레 저역 쪽으로 꽤 낮게 형성되는 대역 밸런스를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톤이며 디지털 기기의 너무 딱딱하고 냉정한 톤을 발견하기 힘들었다. 예를 들어 다이애나 크롤의 ‘I’ll see you in my dreams’를 들어보면 피아노 타건에 힘이 실려 있으며 절대 가늘거나 얇지 않은 소리로 꽤 중립적인 표현력을 피로한다. 물론 상위 기기들의 해상력까지 바라는 건 아니지만 이 가격대에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소리다. 특별히 빠른 리듬감을 그리며 치고 빠지는 쾌감보단 되레 진하고 무게감 있는 소리를 들려주었다.
이 작은 몸체에서 이렇게 당찬 펀치력과 강단 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꽤 낮은 저역 쪽에서 높은 해상력은 아쉬웠지만, 상위 대역에서 부드럽고 고운 음질을 들려주었다. 예를 들어 다프트 펑크의 ‘Doin’ it right’을 들어보면 중저역 쪽이 울렁거리며 커다랗고 육중한 비트가 넘실댄다. 이 부분에서 WiiM Pro Plus는 두께를 희생하지 않으며 당당하고 깨끗한 재생음을 선사한다. EQ를 통해 좀 더 조정이 가능만 부분이기도 하지만 필자의 시스템에선 플랫 모드가 가장 자연스러웠다.
테스트하는 동안 잠시 쉬었다 다시 앱을 켜니 펌웨어 업데이트(2월 15일)가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더 나은 다이내믹스와 해상력을 선보인다. 볼륨도 좀 더 커진 듯한 착각이 든다. 일단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 2악장을 들어보면 자꾸 앰프 볼륨을 키우게 된다. 무대는 4X4미터 정도의 내 방에서 LS50 Meta로 꽉 채워 밀도 있는 재생음 품질을 들려준다. 리히테르와 빈 필이 함께 한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에서 깨끗하고 빠른 피아노 타건은 물론 예상을 뛰어넘는 입체적인 사운드 스테이징 등을 보여주었다.
총평
링크플레이 테크놀로지가 내놓은 WiiM Pro Plus는 작은 사이즈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기존 Pro 버전을 진지하게 들어보진 못했지만 아마도 전원, 클럭 그리고 아사히 카세이 DAC 등의 업그레이드가 청감상 음질에서도 꽤 많은 향상을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전원을 업그레이드하고 좀 더 상위급 DAC를 붙여서 동축으로 연결해 들으면 어떨까 하는 욕심이 생긴다.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일단 리모트 앱 편의성이 훌륭하고 EQ 세팅 등 기본적으로 네트워크 렌더러로서 기능성이 대단히 뛰어나기 때문이다. WiiM Pro Plus는 음악을 즐기는 가장 합리적이고 스마트한 방법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아마도 단분간 이 가격대 네트워크 플레이어로서 경쟁자를 찾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Audio Input
1 x Analog RCA Line input
2 Vrms
192 kHz/24-bit
SNR 106dB
1 x SPDIF in Optical, up to 192kHz/24-bit
Audio Output
1 x Analog RCA Line output,
1 x Digital optical (SPDIF) output,
1 x Digital Coaxial output,
up to 768kHz/32-bit
Internal DAC IC : AKM4493SEQ
SNR (built-in DAC) : 120dB
THD+N (built-in DAC) : 0.00032% (-110dB)
Network : 802.11 b/g/n/ac 2.4 GHz and 5 GHz dual bands Wi-Fi
10/100M Ethernet
Bluetooth : Bluetooth 5.1
Digital Audio Output : Bit-perfect output, up to 192 kHz, 24-bit with digital optical or coaxial output.
Audio Codec : MP3, AAC, ALAC, APE, FLAC, WAV, WMA, OGG
Protocol : AirPlay 2, Chromecast Audio, DLNA, Spotify Connect, TIDAL Connect, Amazon Music Casting, Qplay 2.0, Roon Ready (WiiM Pro has been certified, WiiM Pro Plus is in certification).
Streaming Services in App : Spotify, Amazon Music, Deezer, Tunein, Tidal, Qobuz, SoundCloud, Pandora, iHeartRadio, vTuner, Napster, Sound machine, etc.
Power Input : USB Type-C, requires 5V, 1.5A or higher Bundled adapter: 5V, 2A
LED : Three color status LED — Red, Green and White
WiiM Pro & WiiM Pro Plus LED Behaviors >
Button : Capacitive touch buttons – Play/Pause, Volume +, Volume -, 1 x Preset
Accessory : WiiM Voice Remote, Premium RCA Cable for Line Out
제조사 : Linkplay Technology Inc.
공식 수입원 : 오드(주식회사 디아이)
제품 문의 : 02-512-4091
소비자 가격 : 34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