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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인원에 대한 WiiM의 대답

WiiM 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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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인원 시대

어렸을 적 시내에 나가면 인켈, 롯데 파이오니아, 아남 테크닉스 등 골목골목마다 오디오 매장이 많았다. 음악을 좋아했던 나는 하굣길에 구경삼아 그 곳들을 순회하곤 했다. 그래도 중견 기업들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어린 꼬마가 한참을 구경해도 뭐라 한마디 하지 않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친절한 분들이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한다. 그러나 사실 구경만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대부분 앰프, 시디 플레이어, 튜너, 이퀄라이저, 턴테이블이 모두 분리된 제품들이 번쩍번쩍하고 있었고 어린 내겐 그저 머나먼 당신 즈음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고 합리적인 가격대에 기획된 제품도 있었다. 인켈의 핌코 같은 오디오가 그랬다. 앰프와 시디피, 튜너, 카세트 데크하 총 두 덩이에 합체되어 있었고 제짝 스피커도 함께 구성되어 있었다. 더 낮은 가격대의 제품들도 꽤 있었는데 이건 아예 앰프와 시디피 등 모든 것이 한 몸체에 담겨 있었다. 최근 올인원 앰프나 블루투스 오디오 등을 이야기하면서 올인원이 처음 나온 신문물인 것 마냥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올인원 오디오는 어느 시대에건 있어왔다. 어린 시절 카세트 라디오 같은 것도 사실 올인원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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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불어 닥친 올인원 오디오는 조금 양상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그 사이 테잎을 재생하는 카세트는 물론이고 턴테이블이 필요했던 엘피의 입지가 좁아졌다. 게다가 시디 또한 메인스트림의 왕좌에서 물러나 뒷방 신세다. 그 모든 수요는 음원이 빨아들였다. 처음엔 파일 재생으로 시작해서 이젠 80% 이상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듣는 시대가 되었다. 소스 기기의 종류와 사이즈는 한없이 축소되었다. 게다가 앰프는 클래스 AB가 아닌 클래스 D 또는 아예 디지털 앰프 기술이 고도로 발전 중이다. 모든 상황은 소형화의 필요충분조건을 만족시켜갔고 이젠 과거 올인원의 반에 반 사이즈보다도 작은 사이즈에 올인원 제품을 탄생시키는 트리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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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iM이 일으킨 돌풍

올인원에도 다양한 부류가 있지만 블루투스 스피커 등 올인원 스피커는 논외로 하고 이번 시간엔 올인원 스트리밍 앰프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전 세계적으로 소스기기와 앰프를 결합한 일명 스트리밍 앰프 출시 붐이다. 네임오디오, 캠브리지오디오 등 전통적인 영국 메이커들은 물론이며 NAD, 마란츠, 야마하 등 유명 브랜드들이 속속 이 부문에 진출 중이다. 게다가 국내 메이커인 웨이버사 시스템즈나 하이파이로즈까지 합세하면 현재 춘추전국 시대를 열고 있다. 하이엔드 메이커들이 인티앰프도 타협의 소산이라고 해서 프리, 파워 분리형만 고집하던 시대는 갔다. 품질에 대한 소신은 지키되 시대의 트렌드와 영악하게 타협하는 브랜드만 살아남는 시대다.

그런 의미에서 WiiM이 일으킨 돌풍은 대단하다. 단지 저렴한 가격대에 작고 편의성 뛰어난 기기를 만들어내기 때문만은 아니다.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크기를 드라마틱하게 축소하면서도 꽤 높은 성능을 유지했다. 한편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의 성능이 내로라할 메이저 브랜드 이상으로 완성도 높게 구축해놓았다. 축소와 가격 대비 성능 그리고 스마트한 플랫폼을 통해 WiiM은 WiiM Mini, WiiM Pro, WiiM Pro Plus 등 세 개의 제품을 연속으로 히트시켰다. 그렇다면 그 다음 단계는? 예상했듯 올인원 스트리밍 앰프로 방향을 잡았고 드디어 출시해 국내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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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iM Amp

이번에도 크기는 최대한 미니 사이즈를 고수하고 있다. 작어도 정말 작아 책상 위에 올려놓아도 거추장스럽지 않게 시스템을 꾸릴 수 있게 만들었다. WiiM Pro Plus를 사용할 때도 놀랐지만 이들은 하이파이 오디오계의 애플이 되고 싶은 걸까? 마치 애플 TV나 맥미니 같은 제품을 보는 듯한 느낌과 닮은 면이 있다. WiiM Amp의 크기는 너비 19cm, 깊이 19cm, 높이 6.3cm로 아담하다. 무게는 1.84kg으로 한 손으로 들어도 너끈하다. 전면엔 볼륨 노브를 하나 장착해놓고 볼륨 겸 재생, 정지 기능 등 아주 단순한 기능을 할당해놓았다. 좌측의 LED가 작동 상황을 알려주며 볼륨 수치를 대략적으로 표기해주는 LED 인디게이터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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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페이스 부문으로 시선을 옮기면 우선 이더넷 입력단이 마련되어 있고 USB A 입력단이 있어 USB 메모리 재생이 가능하다. 한편 아날로그 RCA 입력단을 한 조 마련해 외부 기기와 연동도 가능하다. 게다가 HDMI ARC 입력단이 있어 TV의 출력을 활용해 음성 출력을 WiiM Amp와 연결된 스피커로 감상할 수도 있다. 물론 돌비나 DTS 등 멀티채널 서라운드 포맷은 대응하지 않고 PCM 출력만 처리 가능하다. 출력의 경우 당연히 스피커 한 조를 지원하며 만일 저역이 모자란 북셀프 스피커라면 서브우퍼를 연결해 저역을 보강할 수 있도록 서브 우퍼 출력단도 잊지 않았다. 리모트 앱 설정에서 서브우처의 크로스오버 주파수와 레벨도 조정 가능하도록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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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하는 유/무선 음원 재생 기능은 블루투스 5.1 및 에어플레이2는 기본이다. 더불어 DLNA/UPnP에 대응하고 있으며 이 외에 타이달 커넥트, 스포티파이 커넥트 그리고 무엇보다 크롬캐스트를 지원하고 있다. 음원 포맷은 MP3, AAC, ALAC, APE, FLAC, AIFF, WAV, WMA, OGG. 재생하지 못할 포맷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며 PCM의 경우 최대 24/192 해상도까지 재생 가능하다. 다만 DSD는 지원하지 않는다. 한편 ROON의 경우 아직 지원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향후 지원을 기대해본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도 크롬캐스트를 통해 룬을 사용할 수 있다.

TI TPA 3255 ESS Sabre DAC

WiiM Amp는 과연 이런 기능을 어떻게 모두 이 작은 섀시 안에 구성할 수 있었던 것일까? 일단 내장된 앰프는 예상했겠지만 클래스 D 증폭 앰프를 사용하고 있다. 바로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의 TPA3255를 사용해 이 작은 사이즈에서 8옴 기준 채널당 60와트, 4옴 기준 120와트를 얻고 있다. 한편 DAC의 경우 ESS 테크놀로지의 ES9018 칩셋을 사용했다. 이 가격대 제품 치곤 초창기 플래그십 DAC를 사용해 음질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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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음

최근 WiiM Amp를 받아들고 과연 이 작은 앰프에서 어떤 소리가 나올지 궁금했다. 하지만 네트워크 플레이어도 아니고 앰프가 내장되었음에도 이렇게 작아서야 충실한 소리가 나올지 솔식히 미지수였던 것도 사실이다. 테스트는 바워스&윌킨스 705S3 그리고 케프 LS50 Meta 등 고성능 북셀프 스피커로 진행해보았다. 참고로 WiiM Amp는 Pro Plus처럼 내부에 커스텀 이퀄라이저 기능을 가지고 있다. 10밴드 이퀄라이저와 5밴드 파라매트릭 EQ가 그것이다. 자세한 활용법은 WiiM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참고하면 좋다. 이번 테스트에선 기본 디폴트 모드에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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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탈 챔버랜드 – ‘Miss Sarajevo’

소리가 가을 바람처럼 시원하게 뻗어 나온다. 전체적인 밸런스는 약간 고역 쪽으로 올라와있지만 그렇게 높지 않고 더블 베이스 등 중저역도 충분히 받쳐주는 사운드다. 피아노 타건이 또렷하고 명징하게 흘러나오는 걸 보면 어떤 악기도 어택이 빠르고 서스테인이 짧은 편이다. 이런 특성은 클래스 D 증폭의 강점으로 여느 음악에서 똑 부러지는 명쾌함을 선사한다. 케프의 동축 유닛이 그 선명한 음상과 포커싱 능력을 더욱 뽐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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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콜트레인 – ‘Good bait’

음색 면에서 이 앰프는 따뜻한 온도감은 적은 편이다. 클래스 D 증폭의 특성이 아주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토널 밸런스는 매우 정확하게 표현되어서 어떤 음악에서도 배음 특성이 손상되거나 왜곡되진 않는다. TI의 클래스 D 앰프 덕을 충분히 보고 있다고 보여진다. 존 콜트레인의 색소폰은 아주 쉽게 높은 대역까지 경쾌하게 뻗어 올라가서 막힘이 없이 시원한 청량감을 선사한다. 더불어 하이햇의 찰랑거리는 고역도 남김없이 모두 들려준다. 세부 약음 표현에서 이 가격대에 이 정도로 진보한 건 놀라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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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 – ‘I will remember’

시작부터 쏟아지는 퍼커션의 강도와 깊이, 양감 등이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다. 어택이 빠른 것 덕분에 펀치력 등 쾌감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딱딱하고 거친 소리가 아니라는 것에 안도했다. 대대 작은 사이즈로 설계된 클래스 D 앰프들이 강한 걸 넘어 딱딱하고 예리함을 넘어 거칠게 날선 소리를 내주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진공관이나 클래스 A 증폭의 촉촉하고 따스한 소릴 기대하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심하게 차갑고 건조하게 흐르진 않는 소리다. 전체적으로 WiiM의 네트워크 플레이어 Pro Plus와 일맥상통하는 균질성을 획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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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사라 오트/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

욕심이 생겨 클래시컬 음악도 재생해보기 시작했다. 리모트 앱이 정말 편리하고 꼭 필요한 기능만 적재적소에 논리적으로 배열되어 있어 편리하다. 다만, 집에선 PC와 시스템이 가까워 되레 타이달 웹 플레이어로 재생하는 게 더 좋았다. 이 때 크롬캐스트 지원이 된다는 게 좋았다. 아무튼 앨리스 사라 오트의 피아노는 또렷한 타겟을 향해 거침없이 빠르고 정확하게 타격하는 듯한 모습으로 말끔하며 명쾌하다. 케프 LS50 Meta의 낮은 저역까진 아니더라도 중, 고역의 투명도, 스피드는 가격 대비 매우 훌륭하다. 이런 시간축 엔벨로프 특성 덕분인지 지루하지 않고 무대도 선명하며 입체적으로 조망해주는 모습이다.

리모트 앱

총평

세상은 테크놀로지라는 추진력을 발판삼아 진화한다. 그리고 그 중심엔 인간의 편의 추구라는 명분이 있다. 하지만 종종 나는 편의의 위해 편리하지 않은 일을 해야만 하는 아이러니에 봉착하는 모습을 보아왔다. 음악 재생이라는 분야에서 예를 들자면 음원 스트리밍을 위해 NAS를 세팅하고 음원을 옮기는 데 너무 어려운 과정들을 수반한다. 때론 네트워크 스트리밍을 위해 불편한 앱 인터페이스를 감내하곤 하며 제조사의 미숙한 기술 때문에 수많은 버그에 시달리곤 한다. 그럴 때면 그냥 비싸더라도 시디나 엘피를 구입해 음악을 듣고 싶을 때도 있다. 어차피 살면서 한 개인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이란 물리적인 총량에 한계가 있지 않던가. WiiM의 경우 사용하면서 거의 불편을 느끼기 힘들었다. 빠르고 정확하며 사용자에게 불편의 전가시키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이 모든 기능과 성능을 갖추고 이 정도 가격만 지불하면 된다는 게 조금 민망해질 지경이다. WiiM Amp는 최근 만난 올인원 스트리밍 앰프 중 가장 혁신 적인 모델도 기억될 것이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Dimensions:(190 mm x 190mm x 63 mm)
Weight:1.84kg
Colors : Space Gray, Silver
Finish : Aluminum
Controls : Volume knob, play/pause, and more
LED : Status, Volume
Power : 60 Watts/channel at 8 ohms
120 Watts/channel at 4 ohms
Speaker Output : Stereo or dual mono sound
Home Theatre Audio Formats : Stereo PCM (Dolby Digital and DTS are not supported)
Audio Input : HDMI Arc, Optical, Line
Audio Output : Passive Speaker Terminal, Subwoofer Output
Audio Output Quality : SNR – 98 dB, THD+N – 0.002% (-92 dB)
Audio Format : MP3, AAC, ALAC, APE, FLAC, AIFF, WAV, WMA, OGG
EQ : Preset, 10-band Graphics EQ, 4-band parametric EQ
Subwoofer Output : Auto-detecting cable insert, user-adjustable 30-200 Hz crossover
Power Supply : 100-240V 50/60Hz AC Power
Network : IEEE 802.11 b/g/n/ac Dual band, 10/100 Mbps LAN
Bluetooth : BT 5.1, A2DP Sink and Source, AVRCP, BLE HID
Supported Streaming Protocol : AirPlay 2, Chromecast, Spotify Connect,
TIDAL Connect, Alexa Cast, DLNA

제조사 : Linkplay Technology Inc.
공식 수입원 : 오드(주식회사 디아이)
제품 문의 : 02-512-4091
소비자 가격 : 498,000원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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