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게임?
하이파이 오디오라는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처음엔 그저 용돈을 쪼개서 오디오를 구입하고 놀라운 가슴을 쓸어내리면 음향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이전에 듣던 음악을 그저 올인원 스피커로 듣던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기도 하는데 이전엔 음악을 더 가슴 벅차게 즐기지 못했다는 자책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기기 경험이 쌓이면서 어떤 벽 앞에 서게 된다. 더 좋은 음질을 듣기 위해 필요한 자금의 한계에 부딪히는 쓸쓸한 경험이다. 그래서 때로 이런 상화에선 ‘결국 오디오는 돈대로 가는군’이라는 자조 섞인 말을 쏟아내곤 오디오에 대한 흥미를 점점 잃어가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오디오는 머니 게임인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하나의 단독 모델을 놓고 볼 때 맞는 이야기일 수 있다. 당연히 하나의 브랜드에서 출시된 인티앰프 라인업을 가격 순으로 나열하면 당연히 상위 모델이 더 나은 성능을 내준다. 스피커도 마찬가지다. 소스기기도 마찬가지고 스피커도 마찬가지다. 단, 스피커의 경우 자신이 음악을 듣는 공간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되레 하위 모델이 더 나은 소리를 들려줄 수도 있다. 그러나 특수한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기기 하나로 시야를 한정하면 머니 게임이라는 말에 수긍하게 된다.
그러나 오디오가 재미있는 건 운영하는 사람의 실력(?)에 따라 비슷한 자원을 가지고도 최종 성능은 천차만별일 수 있다는 데 있다. 예산 분배만 해도 스피커:앰프:소스기기:액세서리에 7:1:1:1로 시스템을 꾸린 것과 4:3:2:1로 셋업한 것과는 천지차이일 것이다. 때론 3:3:3:1로 꾸린 시스템이 스피커에 올인 한 시스템보다 더 좋은 사운드를 내주었던 경험이 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스피커가 있다면 앰프나 소스 기기 등 주변 컴포넌트에 충분한 투자를 통해 스피커의 잠재력을 끝까지 끌어내는 스타일을 좋아한다. 오디오는 그 과정의 즐거움이 반이다.
더 깊게 들어가면 앰프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이엔드 인티앰프 하나로 끝낼 거라고 호언장담한 사람 중에 그 약속을 지킨 사람을 보지 못했다. 오디오는 절대 그 취미를 끝내지 않는 이상 무엇 하나로 끝낸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유사한 가격 혹은 조금 더 투자를 통해 시스템 성능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기도 하다. 예를 들어 인티앰프에서 분리형으로 바꾸어 운영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파워앰프를 모노블럭으로 바꾸는 것이다.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겠다면 스테레오 두 대를 모노브릿지로 연결해 출력을 한껏 끌어올리는 것도 고려해볼만하다. 앰프 운용의 화룡점정은 바이앰핑 시스템으로 트위터와 미드, 베이스 우퍼를 별도의 파워앰프로 드라이빙 하는 것도 훌륭한 대안이다.
NAD M23 운용의 백미
여기 NAD M33이라는 올인원 스트리밍 앰프가 있다. 온갖 네트워크 스트리밍 기능을 모두 지원하며 앰프가 내장되어 있으므로 스피커 하나만 추가하면 근사한 사운드로 음악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복합기의 문제점은 뭔가 업그레이드를 하려 해도 사용자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소스 기기, 예를 들어 턴테이블을 추가한다던가 CDP를 연결한다던가 하는 일 뿐이다. 더 신경을 쓴다면 케이블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앰프의 받침대라도 오디오용으로 제작된 것을 사용해 진동에 신경 쓰는 것 정도다. 네트워크 스트리밍의 특성상 공유기나 네트워크 허브의 업그레이드도 생각해볼 만하다. 하지만 이것이 앰프의 근본적인 성능 향상을 이뤄내진 못한다.
여기에 확실히 M33 운용의 방점을 찍을 기기가 하나 등장했다. 바로 M23 파워앰프다. 우선 이 앰프는 M33의 내부 섹션 중 파워앰프 부문을 걷어내 별도의 섀시에 안착시킨 제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이 제품의 활용 방안은 무엇일까? 우선 일반적인 DAC, 네트워크 플레이어 중 볼륨 조정이 가능한 제품과 직결해 사용이 가능하다. 아마도 누군가는 두 대를 구입해 모노 브리지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통적인 시스템을 운영 중이라면 클래스 A, 클래스 AB 파워앰프의 전원을 내리고 M23을 통해 가장 진보한 클래스 D 증폭의 퍼포먼스에 감탄할 수도 있다. 하지만 NAD가 M23을 출시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M33 네트워크 앰프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해주기 위함이다.
M23
그렇다면 이 파워앰프 한 대가 올인원 스트리밍 앰프 M33에 어떤 업그레이드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걸까? 일단 M23은 클래스 D 증폭의 신기원이라고 할만한 아이겐탁트 증폭 모듈 1ET400A를 채용했다. 이 모듈을 설계한 사람은 브루노 푸제이로서 필립스 재직 시절 이미 클래스 D 증폭 모듈의 조상 같은 제품을 개발했으며 이후 하이펙스 Ncore를 개발해낸 천재적 엔지니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클래스 D 증폭 모듈로 평가받는 제품이다. 그리고 그는 퓨리파이를 설립해 아이겐탁트 증폭 모듈을 개발해냈다 이 제품은 왜곡율이 0.00017%를 기록했다 다이내믹 레인지가 131dB, SN비 또한 131dB를 달성하면서 전례 없는 성능을 자랑했다.
이미 M33에 이 퓨리파이 아이겐탁트 모듈을 탑재해내면서 올인원 스트리밍 앰프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SN비, 투명도, 저역 제어력 등 무엇 하나 단독 인티앰프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 성능을 발휘했다. 그리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M23을 합체할 경우 M33은 또 다른 경지로 퍼포먼스를 올릴 기회를 획득한다. 일단 M23의 후면을 보면 좌/우 스피커 출력 한 조씩을 마련해놓았다. 입력은 RCA, XLR 각 한 조 그리고 후면으로 가면 RCA 및 XLR을 선택할 수 있는 스위치를 마련해놓은 모습이다. 특히 게인 조정 기능이 있어 High, Mid, Low 세 단계 중 선택, 조절이 가능하다.
흥미로운 건 브리지 모드 전환 기능이다. 단순히 M33과 조합시 M33의 프리, 네트워크 스트리밍 기능만 활용하고 M23을 파워앰프로 사용한다면 M23을 추가한 보람이 전혀 없다. 하지만 브리지 모드로 사용해 M33과 결합시 M33과 M23이 좌/우 각 채널을 제어하게 됨으로 저역 제어력 등 상당한 수준의 성능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참고로 스테레오 모드시 8옴 기준 2백와트 출력이지만 모느 브릿지 모드로 전환해 사용할 경우 8옴 기준 채널당 700와트 괴물로 변신하는 파워앰프가 M23이다.
청음
NAD M23 테스트는 프로악 K3를 매칭해 진행했다. 진행 방식은 일단 NAD M33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 성능을 테스트하고 NAD M23을 M33과 연결해 브리지 모드로 작동시켰을 때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방식이었다. 프로악 K3가 M33 한 대만으로도 꽤 좋은 소리를 들려주긴 했지만 저역 제어에 있어 약간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는데 과연 M23 파워앰프를 추가하면 어떤 개선이 이뤄질지 내심 궁금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앨런 테일러 – Colour to the moon
M23의 성능은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한 바 있다. 또한 M33과 모노 브리지도 경험해 보았지만 다시 또 새롭다. 대체로 모노 브리지는 저역 드라이빙이 힘든 경우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단출한 구성의 녹음에서도 M33 한대보다 훨씬 더 저역이 타이트해지면서 집중력이 높아진다. 뒷맛도 개운하며 더블 베이스는 특히 손으로 움켜쥔 듯 탄력적이다. 힘이 증가된다고 해서 부작용을 겪진 않는데 다른 곡들의 재생음 변화 상황이 궁금한 것도 사실이었다.
잭 존슨 – Staple it together
전체적으로 힘이 붙고 탄력감이 상승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모노 브리지의 경우 때론 너무 과도한 힘 때문에 눈이 튀어나올 듯 공격적이고 산만한 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애초에 모노 브리지를 염두에 둔 M23의 경우 단점은 거의 드러나지 않으며 M33에서 부족했던 면을 면밀하게 메워준다. 악기의 윤곽이 분명해지며 악센트도 강해지면서 호소력이 짙어지는 모습인데 그것이 과하진 않다.
A.R. 라만 – Dacoit duel
어택은 매우 빠르다. 힘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마치 라이트급 선수가 웨이트를 통해 헤비급이 되었을 때 펀치력은 좋아지지만 순발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M33에서 M23이 추가될 경우 어택의 속도는 유지하되 그 타격감은 훨씬 더 향상된다. 프로악의 진하되 약간 질기게 응측된 저역을 깨끗하고 빠르게 풀어주어 손에 쥐고 흔드는 느낌을 준다. 그냥 M33만 듣고 끝냈다면 모르겠지만 M23을 더해 브리지 모노로 들어본 이후엔 절대 M23을 빼기는 힘들 듯하다.
신시네티 팝스 오케스트라 – 차이코프스키 ‘1812 서곡’
아마도 오디오 애호가 중 이 곡을 모르는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한번만 들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포 소리가 갖는 저역의 깊이, 어택의 속도, 무게감 및 그로 인한 부스트, 부밍 등을 통해 시스템의 성능을 체크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M23은 M33에서 2퍼센트 부족했던 지점을 정확히 포착해 채워준다. 커다란 볼륨으로 대편성을 자주 듣지 않는다면 상관없을 수도 있지만 이런 곡에서 다이내믹스 축소나 스테이징 분열이 없어 다행이다.
총평
NAD M23이 현재 상황에서 의미 있는 것은 일단 스트리밍 앰프의 결정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치트키 같은 제품으로 강력하게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보편적으로 성능 문제에 있어 모노 브리지가 항상 긍정적인 성능 업그레이드를 이끌어내지 않다. 출력 증강과 저역 제어력 향상은 분명하지만 음향이라는 것이 힘이 강해지면 반대로 너무 공격적인 재생음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출력 푸쉬풀보다 소출력 클래스 A 설계가 더 나은 경우도 많다는 걸 상기해보자.
하지만 M33과 M23의 조합은 제조사에서 면밀한 기술적 검토를 통해 모노 브리지의 강점은 극대화하되 단점은 최소화해 두 기기의 조합을 최적화시킨 모습이다. 간단하고 편리하면 음질은 전통적인 설계의 하이엔드 인티앰프에 육박하는 성능을 원하는가? M33을 구입하고 그 다음엔 M23을 더해 단계적으로 업그레이드해보길 추천한다. M23이 의미 있는 것은 같은 예산으로도 다양한 운용 방식으로 비약적인 성능 향상이 가능하다는 걸 일깨워준 것이다. M23은 스트리밍 앰프 M33의 마지막 비상구 같은 존재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