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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가 기다려온 네트워크 인티앰프

드비알레 Expert 250 Pro

Expert Pro lifestyle 2

사유의 깊이

청음실을 새로 내면서 마포와 서초를 오가게 되었다. 실로 오랜만에 다시 출퇴근이 시작되었다. 그렇게도 피하려 했던 길이지만 의외로 생활에 리프레시가 되어주는 면이 많아 새삼 놀랍기도 하다. 때론 일부러 먼 길로 걸어가 더 먼 곳에 있는 전철역으로 들어간다. 소화도 잘 될 뿐더라 걸으면서 생각할 여유가 생긴다. 종일 모니터와 스마트폰에 자신도 모른 채 길들여진 많은 현대인들에게 걷기, 뛰기, 자전거 라이딩 등은 유익한 시간을 할당해준다. 무언가에 중독되어 있지 않고 오로지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짧지만 중요한 시간이다. 무슨 팔자 좋은 소리냐고 눈치를 줄지도 모르겠지만 집에서 조금만 일찍 출발하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전철 안으로 스르륵 미끄러져 들어간 순가부터 풍경은 다시 달라진다. 본능적으로 사람들은 무언가에 탐닉되어 있다. 자발적이라고 보기엔 본능이 이끌리는 대로 스마트폰이 머리를 박고 있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지옥 같은 일상에 이끌려 마치 시장에 팔려나가는 가축 같은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일상으로부터 잠시 탈출이라고 하고 싶은 걸까? 결국 그들이 집중해 있는 것은 쇼츠와 릴스다. 누군가에게 활기차고 신나는 하루가 누구에겐 지루하고 때론 고통스러운 일상이며 그 고통의 늪에서 탈출시켜주는 공간이 바로 유튜브와 SNS인 것이다. 그리하여 그 곳으로부터 얻은 도파민으로 하루를 견딘다.

하지만 빠르고 자극적이며 매우 짧은 컨텐츠에 익숙해진 사람은 더 이상 긴 문장과 긴 호흡으로 습득할 수 있는 지식과 지혜를 얻지 못한다. 거칠고 투박할지언정 오랜 시간 지구력을 토대로 입력된 지식은 이제 쓸모없는 것일까? 짧고 자극적이며 깊이라곤 없는 흥미 위주의 컨텐츠는 시간이 지나 금세 사라지는 신문 가십 같은 것. 고뇌와 깊이 있는 사유를 통해 얻어진 지식은 사람을 어떤 방식으로든 성장시킨다. 러시아에서 문학과 클래식 음악이 발전한 것은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혹독한 추위 속에서 남모르게 성장시킨 사유의 힘도 포함될 것이다.

익스퍼트와 음악 속으로

집에 오면 소파에 누워 잠시 TV를 본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아이폰에 켜고 이런 저런 기사를 검색하거나 게임을 하거나 하다가 종국엔 또 다시 유튜브를 켜게 된다. 유튜브 운영자로 생활한지 이제 3년도 더 지난 세월동안 나도 모르게 체득된 습관이다. 또 다시 온간 쇼츠 영상이 자극적인 썸네일과 헤드 카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거기서 아이폰을 끄고 TV도 미련 없이 꺼버린다. 몸에서 도파민을 달라고 아우성이지만 그 요구에 응답하는 순간 나의 짧은 여가시간은 의미 없이 증발해버릴 것이 뻔 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방으로 들어와 오디오를 켜고 음악을 평소 ROON에 저장해놓은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한다. 리클라이너에 앉아 며칠 전 사놓았던 책도 함께 펴고 독서를 하며 음악을 듣는다. 예전에 읽었지만 생각날 때마다 다시 펴보는 ‘생각의 탄생’ 중 한 꼭지를 읽다가 이내 ‘두터운 유럽’에 꽂혔다. 한참을 읽다가 시계를 보면 자정이 넘어가고 있다. 이 때부턴 영상을 본다. 프로젝터를 켜고 스크린을 통해 넷플릭스를 켜본다. 영화나 드라마도 보긴 하지만 다큐멘터리 영화에 재미를 들렸다. ‘2차 세계대전’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잠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상념에 빠진다. 오늘도 쇼츠아 릴스의 유혹에서 벗어난 대신 매우 유익한 책과 다큐멘터리를 통해 세상과 역사를 배웠다.

이런 시간을 가능케 했던 것은 스마트폰이 아니다. 만능일 것 같지만 그 기능이 되레 정신과 시간을 좀먹기도 한다. 나의 여가 시간을 정신적으로 풍족하게 만드는 데는 드비알레 익스퍼트 같은 올인원 앰프와 스피커 한 조였다.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섬세한 볼륨과 방 안을 가득 메우는 고급스러운 사운드가 독서와 다큐멘터리 감상을 가능케 한 배경이었다.

익스퍼트 250 Pro

음악을 듣기 위해 익스퍼트 250 Pro 외에 필요한 것은 스피커 한 조 뿐이다. 왜냐하면 이 제품 안엔 앰프와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모두 탑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건 이 앰프의 증폭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클래스 AB 혹은 클래스 D가 기존 제품들의 증폭 방식이었다. 그러나 드비알레는 클래스 A, D 증폭을 융합한, 일명 ADH 증폭 방식을 개발해 세상을 놀라겠다. 음질은 클래스 A에 필적하지만 클래스 D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10여 년 전에도 지금도 여타 메이커가 절대 따라하지 못하는 드비알레만의 독보적인 기술이다. 실제로 이 앰프는 6옴 이하에서 채널당 250와트라는 대출력을 내는, 작은 괴물이다.

한편 내장된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다양한 기능과 함께 고성능을 보장한다. 디자인 위주의 제품들 중 오디오파일 사이에서는 되레 성능을 의심받는 현상을 보기도 하지만 이 제품은 다르다. 디자인과 성능 모든 것에서 타협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일단 UPnP/DLNA에 대응하므로 유니버설 리모트 앱으로 작동해 스포티파이 등을 재생할 수 있고 벅스처럼 DLNA에 대응하는 온라인 서비스도 모두 다 사용할 수 있다. 한편 ROON 인증을 마쳤으므로 ROON 사용자라면 두 손 들어 환영할만한 제품이다. 필자처럼 아이폰 사용자라면 에어플레이를 사용하면 그만이다. 가장 손쉽고 편리하며 애플 클래시컬의 세계까지 빠르게 진입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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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 디지털 입력단도 다양하게 마련해 외부 기기와 연동 측면을 고려해놓고 있다. 일단 광, 동축은 물론 하위 모델 140 Pro에선 생략되어 있던 AES/EBU 입력도 탑재해놓고 있다. 한편 최근 네트워크 플레이어에선 대부분 생략해놓고 있어 불만이 많았던 USB(B) 입력도 생략하지 않고 있다. PC나 노트북과 연결해 사용하고 싶다면 굳이 네트워크 기능을 배제하고 간단히 유선으로 USB 연결을 통해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의미다. 최대 PCM 32/192, DSD64까지 대응하므로 현재 전 세계에 재생 못한 음원을 없다고 봐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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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아날로그 입력 같은 경우 라인 레벨 입력을 두 조 지원하는데 하나는 라인레벨/포노 입력 공용, 또 하나는 라인레벨/동축 입력 공용이다. 필요에 따라 자유자재로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세팅해 사용할 수 있다. 여기서 포노단의 경운 MM, MC 카트리지에 모두 대응한다. 게다가 과거 모노 시절 발매했던 초반들의 경우 RIAA 커브 외에 데카, 컬럼비아, RCA 등 다양한 레이블이 저마다 다르게 적용했던 커브를 지원한다. 과거 수천만원대 FM 어쿠스틱스 같은 포노앰프에서나 가능했던 일이 이젠 이 얇은 올인원 앰프에 가능해졌다.

SAM 락포트 테크놀로지스 Atria

스피커 최적화 그리고 락포트의 잠재력

익스퍼트 250 Pro와 락포트 테크놀로지스의 Atria의 매칭은 사실 모험이었다. 이 작고 슬림한 사이즈의 앰프, 그것도 네트워크 플레이어까지 탑재한 올인원이 Atria를 드라이빙하기엔 내심 부족하리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냥 한번 들어나 보자하고 매칭해 음악을 들어보았다. 하지만 예상 외의 선전을 보였다. 확실히 140 Pro와 체급차이가 분명했다. 하지만 웬지 모르게 저역이 약간 깊지 못하고 슬림하게 퍼져나왔다. 케이블을 교체해보고 MSB Analog DAC를 매칭해 사용해도 완전히 해결되진 못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히든카드가 있었다. 바로 SAM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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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Pro의 후면에서 SD 카드를 빼낸후 PC에 카드 리더기를 연결한 후 드비알레 홈페이지에 컨피규레이터를 통해 SAM 프로세싱에 Atria를 선택 후 저장, 다시 250 Pro에 꼽고 시동을 걸었다. 매시브 어택의 ‘Angel’을 재생하자 저역이 밀착되어 단단하면서도 깊은 저역을 내준다. 이전의 상황으로는 절대 돌아가지 못할 정도로 확연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실제로 우퍼를 옆에서 봤을 때 SAM 적용 이전과 이후는 전/후 진폭의 크기가 다를 정도다. 드비알레가 발표한 Atria의 저역 하한은 SAM 적용 이전에 28Hz에서 무려 11Hz나 내려간 17Hz다. 정말 놀라운 성능 향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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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ria 스피커는 정말 다양한 매칭을 시도했었다. 트랜지스터 대출력 앰프부터 올인원 그리고 중, 저출력 트랜지스터 앰프부터 845 싱글 24와트 진공관 앰프까지. 하지만 어떤 앰프에서도 이런 저역을 내준 적은 없었다. 지금 사용 중인 패스랩스 XA60.5 모노블럭 파워앰프가 그나마 음색과 음질 모든 측면에서 꽤 마음에 드는 소릴 내준 경우다. 신품 기준 천만 원이 넘고 여기에 적당한 프리앰프를 매칭하면 앰프만 2천만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어야 가능한 소리다. 하지만 뮤지카 누다의 ‘Come together’ 같은 녹음을 들어보면 과연 분리형을 운용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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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비알레는 기본적으로 클래스 A와 클래스 D 증폭의 강점만을 결합했다고 주장한다. 오스테르하위스의 ‘Human nature’ 같은 곡을 들어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매우 곱고 밀도가 높은 소릿결을 들려준다. 절대 차갑지 않으며 대역 밸런스가 차분하게 내려앉아 있어 산만하 구석이 전혀 없이 편안하고 찰진 소리를 들려준다. 그렇지만 클래스 A 파워앰프의 그것과 완전히 동일하진 않다. 더 빠른 반응 특성을 지니고 있어 어택이 빠르면 서스테인이 길지 않다. 소리의 꼬리를 길게 끌고 가지 않기 때문에 잔잔한 여운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마무리한다. 이런 특성 덕분에 매우 단정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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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교향곡 1번, 4악장을 티에리 피셔 지휘, 유타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로 들어보면 이러한 음색은 물론 다이내믹스, 음장 표현 경향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 앰프는 반드시 SAM 적용을 해서 들어볼 필요가 있다. 기본 세팅에서도 좋지만 SAM 적용 후엔 정말 무엇에 홀린 듯 다른 앰프가 되고 만다. 그도 그럴 것이 말러 교향곡에서 각 악기들이 더욱 섬세한 음색 표현과 함께 정위감이 뚜렷하게 상승한다. 저역 드라이빙이 제대로 자리를 잡으면서 동시에 중, 고역도 그 표현력이 상승한다. 모든 주파수 대역을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인데 산만한 구석이 없고 각 악기들이 단정하고 또렷하게 표현된다. 시쳇말로 전망 표현이 뛰어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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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최근 네트워크 앰프들엔 단순히 보편적인 네트워크 스트리밍 재생 기능 및 앰프 기능만 들어가지 않는다. 디락 라이브, 룸퍼펙트 등 룸 어쿠스틱 음향 보정 기능 등 부가적이지만 무척 진보적인 기능이 탑재되기 시작했다. 디지털 도메인 안에서 모든 입력 및 증폭이 이뤄지는 경우 앞으로 이러한 부가 기능은 점점 더 많아지고 경쟁 포인트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부가 기능 중 가장 충격적이었으며 지금 다시 사용 해봐도 음향적 설득력은 놀라울 따름이다. 한동안 별다른 펌웨어 업데이트가 없긴 하지만 드비알레가 열어가는 세상은 오디오파일의 생각 이상이다. 보유하고 있는 스피커에서 최대한의 성능을 이끌어내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매칭의 고민과 실패를 거듭했던가. 이젠 드비알레 익스퍼트 앰프라면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250 Pro를 통해 경험한 드비알레 익스퍼트는 이 시대, 우리가 원한 단 하나의 네트워크 앰프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공식 수입원 : 오드(주식회사 디아이)
제품 문의 : 02-512-4091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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