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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타 디바, 명품의 반열에 오르다

네오복스 Casta Di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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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오디오

국내 오디오 산업은 작지만 꾸준히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가끔 생각해보면 정말 여러 오디오 메이커가 역사 속에서 명멸해왔다. ‘오디오인드림’이라는 업체가 생각난다. 당시 국내 군소 업체들이 자력갱생하고 있는 와중이었고 알음아름 아는 사람들만 각각의 제품들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었다. 정보가 많지 않았던 시절이고 지금의 와싸다 이전에 실용오디오, 소리전자 같은 사이트가 온라인에서 오디오 관련 정보를 동호인들끼지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장이었다. 물론 그 이전에 하이텔, 천리안 같은 커뮤니티가 있었긴 했지만 본격적인 국내 오디오에 대한 담론이 온라인에서 시작된 건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다.

지금도 생각나는 게 민성 오디오, 차폐트랜스와 포노앰프로 유명했던 크리스탈오디오, 그리고 지금도 사용자들이 있는 전원장치 네이처의 제작사 유진 어쿠스틱스가 생각난다. 한 때 캐리오디오의 845 모노블럭을 카피해 만드는 열정도 보였다. 그 외에도 굉장히 많은 국내 메이커들이 여러 커뮤니티를 통해 데뷔했고 고가의 해외 하이엔드 브랜드에 맞서서 가격 대비 뛰어난 오디오를 많이도 만들어냈다. 이후 풍악 같은 앰프 브랜드도 데뷔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에이프릴 뮤직은 국내/외에서 호응을 얻어갔다. 소닉크래프트도 약진했고 카시오페아, 크리스 오디오 같은 브랜드도 좋은 스피커를 여럿 출시했다.

진공관 앰프 제작사는 특히 많았다. 적은 비용으로 정말 좋은 소리를 얻을 수 있는 제품이 아마도 진공관 앰프이고 진공관 교체를 통해 음질 향상의 즐거움은 언제나 취미가들의 관심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올닉은 물론 그 이전의 실바웰드도 있었고 한상응 사장님의 오로라 또한 좋은 소리를 내주는 앰프로 유명세를 얻었다. 개인적으로는 SIS 전자의 6BQ5 인티앰프로 국내 진공관 앰프의 우수성을 알아가기도 했고 광우전자의 인티나 포노앰프는 당시 베스트셀러였다. 펜토드 모노블럭은 동호인 시절 서로 못구해 안달이었던 때도 있었을 정도로 열정이 대단했다.

그 중 케이블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리버맨오디오, 김치호 그리고 그 이후 조이투오디오도 인기였다. 처음엔 해외 제품군을 약간 카피한 듯한 케이블을 만들었지만 나중엔 가격에 비해서도 충분히 설득력 있는 케이블을 만들어내곤 했다. 이후 베럼 어쿠스틱스 같은 브랜드 등이 생각난다. 그 중 상투스 같은 하이엔드 케이블까지 출시되면서 해외 하이엔드 케이블에 맞서 든든한 터주대감으로 자리했다. 최근의 데탕트나 아테나 뮤즈 등 다양한 케이블 브랜드가 있지만 국산은 대부분 신뢰할 수 있으면서 가격도 합리적이어서 주머니 얇은 직장인 오디오 마니아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무리한 가격과 고가 정책, 리뷰어인 나조차도 이해가지 않는 가격대의 케이블 및 액세서리가 난무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일부 국내 메이커들도 상혼에 물들어가면서 적당한 가격대 제품들이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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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케이블 그리고 네오복스

최근 오랜만에 네오복스 케이블 신제품을 앞에 놓고 보니 네오복스의 초창기 시절이 생각난다. 아는 선배의 추천으로 들어본 당시 그냥 동호인이었던 나는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워낙 거품이 많은 오디오 분야이기에 케이블도 값비싼 케이블은 귀동냥으로만 듣거나 아주 가끔 구입해 레퍼런스도 아끼며 사용하던 당시였다. 그 때 네오복스의 케이블은 해외 브랜드라면 두, 세배 가격대 제품들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소리를 내어주어 시스템에 꽤 오랜 시간 머물렀다.

그리고 이후 리뷰어로 활동하면서도 종종 네오복스 케이블을 만날 수 있었고 공식 리뷰도 진행했다. 그러나 단지 몇 시간, 며칠 듣고 그냥 떠내보내는 수많은 기기와 달리 네오복스 케이블은 한 두 개 쯤은 거의 나의 시스템에 눌러앉혔다. 오이스트라흐, 타르티니 그리고 첼리비다케 등에 이르기까지 네오복스는 생각해보면 나의 시스템과 거의 함께 해왔다. 그만큼 네오복스 케이블은 일단 소재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케이블이 멀리서 보면 무척 단순해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분석해보면 그 안에도 우주가 있다. 이 때문에 각 케이블 메이커는 정말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여러 미시적인 부분에 걸쳐 독자적인 기술을 사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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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케이블에 있어 기본적으로 소재에 대한 투자만큼 그 성능 향상이 뚜렷한 분야도 없어 일단 양질의 동과 은, 단자를 투입하면 좋은 성능을 얻을 가능성은 드라마틱하게 높아진다. 네오복스 케이블의 초창기가 그랬다. 특히 은도금 도체들이 그랬는데 정말 이렇게 은은 사용할 거면 다른 메이커라면 얇은 연심선을 만들어 은선으로 제작해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할 것 같을 정도였다. 특히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오이스트라흐 라인업은 이런 제작자의 퍼주기(?) 마인드가 제대로 작동해 가능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그 결정체는 오이스트라흐 얼티밋 레퍼런스였다.

본격적으로 동선 라인업에 대한 출범을 알린 건 첼리비다케였다. 전설적 지휘자의 이름을 채용한 첼리비다케는 이전의 은도금 케이블 라인업과 완전히 다른 소리를 냈다 음조가 저역으로 내려와 차분해졌고 소리의 두께도 두터워졌다. 전체적인 대역 밸런스가 낮다보니 산만하고 얇은 소리를 내주는 최근 일부 하이엔드 스피커 시스템에도 잘 어울렸던 듯하다. 때론 수억원대 하이엔드 시스템에도 첼리비다케가 선전하며 자리잡는 경우도 보았을 정도다. 이런 동선의 성능에 대해 증명받은 이후의 자신감에서였을까? 네오복스는 카스타 디바라는 신형 케이블을 최상위 동선 케이블 라인업으로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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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타 디바

카스타 디바 케이블은 순동이다. 코로나 이후 여러 금속 원자재 값이 급등했으며 그 중에 구리도 있다. 구리는 특히 오디오 분야에선 알루민이나 철 은, 금과 함께 상당히 많이 사용하는 소재다. 일단 열, 전기 전도 효율이 무척 높다. 전도도에 있어 은보다 한단계 낮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구리는 매우 경쟁력이 높은 편이다. 케이블을 만들 경우 은과 함께 가장 많이 쓰인다. 대체로 일반적인 케이블 메이커 같은 경우 하위 모델들은 구리 OFC를 사용하다가 상위로 가면 OCC, UPOCC 그리고 싱글(모노) 크리스탈 동을 사용한다. 이후 은을 사용해 플래그십을 만든다. 그 중간에 은도금(합금) 동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때로 고가의 하이엔드 케이블도 알고 보면 은도금 동인 경우도 꽤 있다.

아무튼 이번 네오복스의 야심찬 신제품 카스타 디바는 동선이다. 흥미로운 건 도체의 순도가 무려 7N이며 특히 네오복스 최초로 UPOCC 입자 구조를 완성했다는 점이다. 도체 배열을 단일 방향으로 주조해 매우 규칙적인 입자 구조를 가지며 이 덕분에 전자의 이동이 OFC 같은 도체에 비해 매우 원활하다는 도체다. 여기에 더해 또 하나의 특이점이라면 도체의 지오메트리다. 하나는 12게인지 단심선이며 또 하나는 0.47mm 연선 19가닥으로 이뤄진 12게인지 연심선이다. 이를 스피커케이블엔 두조씩 섞어서 사용하고 인터케이블엔 각 한 조씩 사용하고 있다. 단자는 모두 특주 형태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일체 일반 시장에서 사고 파는 사용품은 전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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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은 통한다

약 20여년 동안 평론가로 활동하며 그리고 그 이전에 동호인으로서 활동하면서 수많은 케이블을 구입해 사용했다. 그리고 여러 케이블을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때론 이해할 수 없는 가격대의 제품이 납득하기 어려운 성능을 내주어 당황한 기억도 부지기수다. 그만큼 케이블이 하이엔드 오디오에서 중요성이 커지며 우후죽순 만들어낸 부작용이기도 하다. 케이블로 시스템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부분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으며 잘못 매칭될 경우 되레 시스템 본래의 소리를 퇴색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항상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케이블이기도 하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소재며 순도 높고 좋은 선재를 듬뿍 투입하는 것이다. 유수의 하이엔드 메이커들도 은도금 케이블 가닥이나 은도금의 두께에서 얄팍한 투자를 보이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네오복스 케이블은 대단히 적극적으로 소재를 투입한다. 이번엔 7N급 UPOCC 동선을 개발해냈는데 이 소재만으로도 이 케이블은 이전과 대단히 다른 소리를 낸다. 처음 테스트할 때 놀라웠던 것은 일단 대역폭이다. 드럼부터 더블 베이스 혹은 파이프 오르간 등 초저역이 굉장히 낮게 깔린다. 바닥을 꿍 찍는 저역에 놀랐는데 10여년도 더 전에 킴버 셀렉트 시리즈를 처음 접한 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던 기억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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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은 통한다고 하는데 이번 테스트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순은 케이블은 중, 고역은 아름답고 리니어리티가 좋지만 저역은 풀어지고 전체적으로 소리가 얇다는 단점이 있다고들 한다. 그러나 끝단으로 올라선 레퍼런스급 순은선은 절대 그렇지 않다. 당장 킴버 3038이나 크리스탈 케이블을 들어보면 단단하고 무게감 있는 저역을 들려주면서 깊이도 깊다. 흥미로운 건 카스타 디바의 고역이다. 마치 순은선의 그 빛나는 고역을 들려준다. 내가 테스트해보았던 레퍼런스급 순은 케이블의 그것을 닮았다.

케이블에서 SN비라는 것이 있다. 깨끗하고 싱그러우며 시스템의 소리를 왜곡하거나 오염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들려주기 위해선 불순물 없이 순도 높은 도체가 필요하다. 일부 케이블 메이커의 경우 여러 불순물들이 잔존하는 도체를 사용하는데 개인에 따라선 시원시원하고 칼칼한 느낌을 좋다고 느낄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그것은 왜곡된 소리다. 카스타 디바 같은 경우 케이블로 인해 배경이 지저분해지는 면이 없이 매우 투명하다. 그리고 조용하다. 독주곡이나 때론 가야금 산조 같은 곡에서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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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에서 힘이 좋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저역에 힘이 붇고 중, 고역이 다소 부풀려져 무대가 앞으로 쏠려나올 때 이런 정서적 반응이 나온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힘이 좋다고 느낀 케이블의 경우 시스템에서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 그 힘 때문에 반대급부로 해상도와 마이크로 다이내믹스 그리고 깊은 심도 표현이 사라지는 부작용을 겪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카스타 디바는 처음 들었을 때 매우 넓은 대역에 걸친 선형적인 특성을 드러내면서도 과하게 청자를 향해 공격적으로 들이대지 않는다. 그러나 힘이 좋다. 이는 원래 시스템이 가진 해상력, 정보량을 가감없이 최대한 전달해주는 에너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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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네오복스 케이블 같은 경우 초창기부터 거의 전 모델을 섭렵해봤다. 초창기부터 은을 동선에 입힌 은도금 케이블로 시작했다. 그리고 그 정점을 찍었던 것이 오이스트라흐 시리즈였다. 그리고 이번 케이블은 동선에서 이정표를 찍을 수 있는 케이블 개발이 목표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본래 출시하려는 시점을 한참 넘겨 지각 발매하게 된 것도 여러 번의 샘플 제작과 폐기를 반복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결국 드러난 카스타 디바의 모습은 그 성능 뿐 아니라 디자인, 마감, 박스에 이르기까지 기존에 비해 일취월장한 모습이다. 나는 이 케이블을 나의 시스테에서 절대 뺄 수 없었다. 윌슨 사샤와 락포트 Atria 두 조에 모두 적용했고 얼마 전 영입한 반오디오 불새 MKIII 파이널 버전에도 적용해 즐기고 있다. 한동안 계속해서 조금씩 변화하는 번인 시간도 즐겁다. 일청을 권한다. 카스타 디바는 20여년 치열한 연구와 고군분투 속에서 태어난 명품이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제조사 : 네오복스
홈페이지 : https://www.neovox.net
커뮤니티 : https://cafe.naver.com/neovox
연락처 : 010-3939-6583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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