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

린 Majik LP12

linn lp12 majik 6

집에 있던 오디오를 전부 시청실에 옮겨놓고 나서는 한동안 속이 시원했다. 작은 집에서 고군분투하다가 집이 넓어지니 세상 편했다. 하지만 그것도 순간이었다. 좀 지나니 집에서 들을만한 오디오가 없었다. 케프 LS50 Meta도 있고 리시버도 있었지만 엘피가 듣고 싶어졌다. 그래서 들인 게 그라함 LS5/9였고 마란츠 40n이었다. 하지만 정작 마음에 드는 턴테이블은 구하지 못하고 있던 와중이었다. 카트리지는 하나 ML을 구해놓았는데 끼워줄만한 턴테이블이 없으니 헛헛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처음엔 시청실에서 사용하는 건 그대로 두고 집에서 조촐하게 레가나 테크닉스 등 편리하게 사용할만 제품을 고려했었다. 그러다가 잠시 가라드 401이나 테크닉스 SP10, 야마하 GT2000 계열도 생각해보았다. 그러다가 아예 시청실에서 사용하는 트랜스로터 ZET-3MK2를 집으로 다시 데려오고 레퍼런스급 하이엔드 턴테이블을 구입해볼까 하는 가슴 웅장한 상상도 해보았다. 닥터 페이커트나 토렌스 124DD 혹은 좀 더 무리해서 JC 베르디에 같은 턴테이블도 알아보았다.

linn lp12 majik 3

결국 내가 선택한 건 린 LP12였다. 물론 플래그십 LP12는 너무 고가여서 제외했고 최근 출시된 LP12-50도 예외였다. 그냥 간단히 짧은 집에서의 여가에 사용할 걸 찾다가 Majik LP12를 선택했다. 원래 린 LP12는 1973년에 처음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50년, 반세기가 넘는 모델이고 긴 역사만큼이나 섀시와 톤암, 전원부 등 오만가지 구성물이 모두 다양하게 진화해왔다. 사실 스프링 서스펜션이 서브 섀시를 받치고 그 서브 섀시 위에 플래터는 물론 톤암까지 얹혀 있는 구조는 불안해보이기 일쑤다. 그리고 물리적으로 아주 좋은 방식은 아닐 수 있다.

linn lp12 majik 5

그럼에도 불구하고 린 LP12가 들려주는 오묘한 맛은 잊을 수가 없다. 이 때문에 몇 대의 LP12를 구입해 내부 부품을 교체해보기도 했다. 만지면 만질수록 참 오묘하고 재밌는 턴테이블이란 걸 알게 된다. 한 때는 톤암을 이톡 LVII로 교체해보기도 했고 전원부를 오리지널 발할라에서 허큘리스로 교체해보기도 했다. 노후하여 눌러 앉은 서스펜션 교체는 기본이고 오일도 전용 블랙 오일을 이베이에서 구입해 교체해주곤 했다. 오리지널 매트는 음질에 너무 좋지 않아 당시에 평가가 좋았던 링맷을 주문해 얹어주고 쾌재를 부르곤 했다. 아래가 그 과정 중의 일부 기록이다.

*ITTOK 톤암 LP12 에 무사히 안착
https://blog.naver.com/canrobot77/102802601?trackingCode=blog_bloghome_searchlist

*린 LP12 서스펜션 교체
https://blog.naver.com/canrobot77/103352560?trackingCode=blog_bloghome_searchlist

*LP12 업그레이드 두가지
https://blog.naver.com/canrobot77/104163444?trackingCode=blog_bloghome_searchlist

linn lp12 majik 7 1

최근 다시 린 LP12를 들이고 나니 오만가지 추억이 다 머릿속을 헤집고 지나간다. 뭐가 그리 재미있어서 그 고생을 사서 했는지. 당시엔 회사 다니면서 출퇴근하랴 시간도 돈도 빠듯했는데 말이다. 결국은 열정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되레 그런 결핍이 그런 소소한 재미를 만들어내지 않았나는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살다보니 진정한 행복은 결핍과 과잉 사이에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결핍이 많아도 힘들고 불행해지지만 너무 과잉이 되면 무료해지고 뭘 해도 흥미가 떨어진다. 플래그십 LP12에 비하면 톤암, 전원부, 베이스 보드 등 모든 면에서 마이너 리그이지만 Majik LP12로 그대로 가련다. 행복은 LP로 음악 자체를 듣는 데서 찾고 싶다.

Written by 코난

코난 이장호는 하이파이 오디오를 평가하는 평론가다. <고음질 명반 가이드북 1,2> 등의 책을 썼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c700v2 front

NAD C700 V2, 디락 라이브를 품다

bluesound dirac 1

블루사운드, 디락 라이브 탑재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