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렌더 A1000을 내 시스템에 도입하면서 여러 고심이 있었다. 어떤 시스템에 어떻게 적용하느냐의 문제다. 일단 윌슨 사샤에 라인마그네틱 LM-519IA plus를 매칭해놓고 Wcore/Wstreamer 그리고 반오디오 MK3로 이어지는 시스템은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한번 건드리기 시작하면 케이블 등 여러 부분들 다시 세팅해야하기 때문. 결국 락포트 Atria와 클라세 델타 그리고 패스랩스 XA60.5 모노로 이어지는 시스템이 오렌더 A1000이 들어갈 시스템으로 제격이라는 결론이 섰다.
이 시스템은 사실 집에서도 즐기던 시스템인데 시청실로 데리고 나온 것이다. 새로 구성한 윌슨 사샤 중심의 시스템보다 더 오랫동안 내가 즐기던 시스템이라고 애착이 많다. 두 시스템을 좀 더 특색 있게 운영하기 위해서 최근 앞단의 소스기기와 프리앰프를 시청실의 오른쪽 벽으로 분리해냈다. 가장 큰 이유는 턴테이블 때문이었다. 집에서 운영하던 때와 달리 턴테이블로 발걸음을 옮기는 게 의외로 귀찮았다. 거리가 먼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우측으로 옮기니 청취 위치와 가까워져 한결 엘피 듣는 수고를 덜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디지털 소스 시스템이다. 전면에 모두 모아놓았을 때는 반오디오에서 두 개 출력을 빼서 양 쪽 시스템에 모두 사용했는데 이젠 너무 멀어져버렸다. 10미터 정도 XLR 케이블을 연결하면 되겠지만 케이블 비용도 그렇고 좀 다른 디지털 소스기기를 매칭해보고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와중에 들어온 게 오렌더 A1000이다. 네트워크 렌더러는 N200 정도 성능인 듯하고 다양한 디지털 출력은 물론이요 AKM DAC 두 발을 탑재한 DAC를 내장해 아날로그 RCA 출력도 가능하다. 리뷰할 때도 그렇고 평소에도 골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렌더 A1000이 최종 낙점. 그러다가 집에서 사용하던 코드 Hugo TT2 DAC가 생각났다. 집에선 워작 간단하게 마란츠 40n 같은 네트워크 앰프로 듣다보니 DAC 사용 빈도도 현저히 떨어지고 마침 A1000의 내장 DAC 성능과 비교도 해볼 겸 시청실로 데리고 나왔다. 오렌더 A1000에 USB로 연결하니 바로 A1000이 연결된 DAC의 이름이 오렌더 디스플레이 상단에 뜬다. 알아서 접속된 DAC를 감지하며 USB 연결시 비동기 방식으로 연결되어 DAC의 클럭을 따른다는 의미로 ‘Async’, 즉 비동기 접속이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리뷰에 사용도 할 겸 여러 테스트를 해보는데 확실히 코드 Hugo TT2가 좋은 소리를 내주는 건 사실이다. 더 곱고 미세한 세부 표현, 유연한 동적 움직임을 능수능란하게 표현한다. 물경 5천불이 넘는 제품이나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오렌더처럼 DSD 음원 재생은 불가능하다는 단점도 있다. 음질 경향 같은 경우 꽤 다른다. 코드 Hugo TT2가 곱고 입체적이며 마이크로 다이내믹스 표현이 좋아 섬세한 약음 표현이 좋은 편인데 오렌더에 비하면 여성적으로 느껴진다. 반대로 오렌더 A1000의 내장 DAC를 사용해 아날로그 출력하면 에지가 더 선명하고 역동적이며 에지가 더 분명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AKM의 칩셋 경향이 지배적이다.
결국 오렌더 A1000의 디지털 출력과 아날로그 출력 두 가지 모두 활용하기로 했다. A1000에 XLR 출력이 없는 것은 아쉽지만 어쨌든 동일한 네트워크 렌더러를 사용해 자체 DAC 출력과 외장 DAC 출력을 그 때 그 때 골라 듣는 재미가 있다. 게다가 이렇게 세팅하면 리뷰 테스트시 좀 더 심도 있는 비교도 가능해진다. 전체 세팅을 마치고 이런 저런 음악을 듣다보니 반나절이 훌쩍 가버렸다. 써야할 원고도 많고 촬영 준비도 해야 하는데 천상 오디오파일 기질을 버리지 못한다. 확실히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동시에 패스랩스까지 이어지는 맑고 투명한 소리가 일품이다. 우선 두 번째 시스템의 디지털 소스 기기는 난데없이 찾아온 반가운 손님 오렌더 A1000은 이렇게 나의 시스템에 연착륙했다. 이젠 아날로그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