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 연주자 데이비드 샌본이 5월 12일 세상을 떠났다. 1970년대부터 불 붙기 시작한 크로스오버 재즈 붐의 주역이었던 그는 일급 세션맨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경험했던 인물이다. 데이비드 샌본은 6개의 그래미상, 1개의 플래티늄 앨범, 8개의 골드 앨범을 받으면서 재즈의 대중화에 앞장선 인물이었다.
그의 사운드는 어떤 앨범을 접해도 곧장 연주자를 감지할 수 있는 연주기법이 특징이다. 이를 연기에 대입하면 배우 공효진과 윤제문의 일관성 있는 어투와 분위기가 예일 것이다. 데이비드 샌본이 주로 연주하는 알토 색소폰은 예리한 고음역을 다루는 악기다. 그룹 형태의 연주에서는 도드라진 소리를 내지만 그만큼 쉽게 싫증이 날 수 있는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1945년 미국 플로리다주 템파에서 태어난 그는 성장기에 소아마비에 시달린다. 이를 계기로 허약한 신체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색소폰 연주였다. 가슴 근육을 강화하고 호흡기를 관리하기 위한 의사의 색다른 처방이었다. 그의 연주 인생에서 최초로 영향을 끼친 인물은 알토 색소폰 연주자 행크 크로포드였다. 그는 재즈, 펑크, 솔, 블루스 영역에서 고루 두각을 드러냈던 인물이다.
데이비드 샌본은 14세부터 유명 블루스맨 알버트 킹, 리틀 밀턴과 함께 연주 경력을 쌓아간다. 20대 초반에는 시카고 블루스를 대표하는 밴드인 폴 버터필드 블루스 밴드에 합류한다. 퓨전 재즈에 최적화된 연주자로만 알았던 데이비드 샌본의 출발점이 블루스였다는 사실을 알고 순간 놀랐던 기억이 있다. 특히 밥 제임스와의 협연작 ((Double Vision))는 스무스 재즈의 도래를 예견한 듯한 느낌을 준다.
소개 앨범은 그가 1999년 발표한 ((Inside))다. 이 음반에서는 스팅, 마커스 밀러, 딘 브라운, 빌 프리젤, 돈 앨리어스, 길 골드스타인, 카산드라 윌슨, 마이클 브레커를 포함한 20명의 뮤지션이 참여한다. ((Inside))는 초기작들과는 다른 느린 템포의 연주가 특징이다. 데이비드 샌본은 이 작품으로 2000년에 열린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컨템포러리 재즈 퍼포먼스 수상자로 등극한다. 또한 2004년에는 세인트루이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