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년 전 오토폰 카트리지와 하나 카트리지 중 하나를 구입해보려고 한 적이 있다. 와중에 즐겨보는 매거진 아날로그플래닛에 올라온 리뷰가 하나 있어 읽어본 적이 있다. 아날로그 구루 마이크 프레머 옹의 간단한 리뷰였는데 정확히 오토폰 퀸텟 블랙과 하나 SL 카트리지에 대한 비교 리뷰였다. 둘 모두 비슷한 가격대에선 호평을 받는 카트리지여서 무엇이 좋고 덜 좋고보다는 취향 차이로 갈릴 것이 분명한 모델들.
가장 정확한 표현이 나왔다. 오토폰은 스포츠카라면 하나 카트리지는 패밀리 세단 같은 느낌이라는 것이다. 테크다스 에어포스에 그라함 톤암 그리고 CH P1 포노 등 초하이엔드 아날로그 시스템을 운영하는 그이기에 이런 정확한 표현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하지만 결국 나는 그 어떤 카트리지도 구입하지 않았다. 당시 사용중이고 지금도 사용하는 다이나벡터 DV20X2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고 사실 세컨 톤암에 사용 중인 골드링은 그다지 사용 빈도가 높지 않아서다. 굳이 또 하나를 들이자면 턴테이블을 하나 더 구입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시간은 흘러갔다.
작년에 시청실을 따로 내면서 집에 있던 트랜스로터 턴테이블을 시청실로 이동했다. 한동안은 바쁘기도 하고 마음에 여유가 없다보니 집에선 엘피는 물론 음원 들을 시간도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사무실에선 종종 엘피를 돌렸지만 예전 같진 않다. 그리고 요즘 마음에 여유가 생겼는지 집에서 들을만큼 턴테이블을 따로 구입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마음이 앞서 카트리지를 먼저 구해보려 이리저리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머리를 굴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마음이 움직이는, 마음이 부르는 카트리지를 구입하게 되었다.
결과는? 하나 ML 카트리지다. 사실 이 카트리지에 불을 지핀 건 ML이 아닌 우마미 레드와 블루였다. 그 중 블루는 리뷰 테스트 용으로 한동안 트랜스로터에 장착해 사용했었다. 그리고 이걸 빼고 다이나벡터를 들어보면 뭔가 아쉽다. 다이나벡터는 다이내믹 컨트라스트가 높고 속도, 리듬감도 잘 살린다. 하지만 하나 카트리지는 반대로 음색이 더 곱고 물리적인 촉감이 부드럽고 촉촉하다. 동적인 측면에서 다이나벡터처럼 역동적이진 않지만 되레 여유 있고 품격이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소리다.
이제 턴테이블을 구해야겠다. 사실 턴테이블과 톤암을 먼저 고른 후 카트리지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카트리지를 먼저 구입하고 이를 적용할 최적의 턴테이블, 톤암을 구입하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카트리지는 전체 시스템에서 보면 트랜스듀서, 즉 스피커와 일맥 상통하는 장비이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턴테이블과 톤암이 머릿 속을 연일 휘젖는다. 과연 어떤 턴테이블을 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