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넘게 단종되지 않고 이어져 내려오는 모델, 단종은커녕 되레 라인업이 더 다채롭게 확장되어 지금은 Majik, Selekt, Klimax 등 세 개의 LP12로 다양한 선택지가 생겼다. 처음 LP12를 중고로 구입해 사용했을 때 뭐 이렇게 골동품 같은 턴테이블이 다 있나. 그리고 이런 턴테이블이 왜 항상 상위, 그 중에서도 역대 최고의 턴테이블로 꼽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하나하나 그 내부를 살펴보고 여러 번의 업그레이드를 손수 진행하면서 그 진가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그러나 오래된 LP12를 가지고 제대로 된 퍼포먼스를 즐기려면 거의 모든 부품을 갈아치워야만 했다. 그래서 마지막엔 결국 방출하고 말았다. 여러 번 들였지만 6개월 이상 사용하진 못했던 듯하다. 부품의 상하위 격차 이전에 온전한 부품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5~8만번대 였던 듯한다. 아마도 그 이후 제품들 중엔 조금만 손보고 세팅에 신경쓰면 괜찮을 수도 있다. 그렇게 빈티지 LP12만 써보다가 2천년대 들어 생산된 제품을 보니 격세지감이다. 우선 주름이 없이 나뭇결이 아름답게 살아난 몸체가 실제로 보면 무척 아름답다.
하지만 외양만 보고 쉽게 상태를 속단하면 금물. 겉으로 보기엔 무척 간단해보이는 턴테이블이지만 이 단순한 턴테이블을 구성하고 있는 내용물은 그리 간단치 않다. 베이스 위에 상판이 나사로 정교하게 조여져 있고 외부 플래터를 걷어내면 아래에 메인 플레터가 보인다. 그리고 좌측 뒤쪽으로 모터 풀 리가 드러나 있다. 여기에 벨트를 걸어 플래터를 회전시키는 방식이다. 속도는 기본적으로 33 1/3회전을 지원하며 45RPM은 별도의 어댑터를 장착해야 가능하다. 45RPM을 모터에서 직접 지원하면 좋겠지만 이는 상위 모델에서만 가능하다. 아마도 이 턴테이블로 45RPM 엘피는 잘 안 듣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부 베이스 보드를 걷어내면 우선 모터는 물론이고 전원부가 눈에 띈다. 린은 LP12을 개발하면서 세대마다 그리고 모델마다 다른 전원부를 만들어 장착하고 있다. 과거엔 내부에 발할라를 그리고 외장형으로 더 상급인 링고 전원부를 제작해 판매했다. 링고 전원부는 계속해서 진화해 지금은 과거 초창기 버전과 이름만 같을 뿐 많은 부분 진보된 설계와 형태를 띄고 있다. 참고로 최상위엔 라디칼이라는 외장 전원부가 있다. 내가 구입한 Majik LP는 내부에 Majik LP12 PSU라는 전용 전원부가 장착되어 있었다. 이것도 출시된지 10년은 지났지만 내/외부 거의 새것 같은 상태라고 기분이 좋다.
내부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 턴테이블 플래터가 어떻게 지지되어 있고 어떻게 회전하는지 알 수 있다. 일단 서브 섀시가 플래터 뿐만 아니라 톤암 보드까지 지지하고 있다. 그리고 서스펜션 스프링이 총 세 개 지점에서 받치고 있는데 그 위치도 오묘하다. 아마도 각 부품들의 무게, 위치 등을 고려해 지정한 위치겠지. 하판 정도는 트램폴린 서브 섀시처럼 좀 더 좋을 걸로 교체해 진동에 더 대처할 수 있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듯하다. 가장 중요한 건 플래터와 보드의 평형이다. 이 평형을 잡기가 쉽지 않은데 나중에 전용 지그를 구입하거나 대여해서 세밀하게 잡아볼 생각이다. 일단은 지그 없이 조정과 수평 확인을 번갈아 하면서 어느 정도 수평을 잡아놓았다.
수평을 잡으면서 동시에 메인 플래터와 모터 풀리의 높이도 맞게 세팅해야한다. 플래터가 너무 높이 올라와 버리면 벨트가 플래터 아래쪽으로 흘러내릴 수 있기 때문. 외부 플래터를 얹고 회전시켰을 때 플래터 거의 중앙 즈음에 벨트가 걸려야한다. 확인하는 방법은 외부 플래터를 뒤집은 후 메인 플래터에 올려놓고 시작 버튼을 눌러 육안으로 보면 된다. 다행히 거의 정확히 맞게 조정이 끝났다.
이제 톤암이다. 톤암은 초기 Majik LP12의 경우 프로젝트 오디오의 9CC 톤암을 사용한다. 이전에 베이직 플러스, 아키토, 이톡 LVII 같은 톤암을 사용해본 경험이 있지만 9CC는 처음이다. 상위로 가면 좋은 톤암들이 많지만 LP12의 경우 그냥 값비싼 톤암이라고 해서 좋은 게 아니라 이 턴테이블의 설계에 잘 맞아야 제 소리를 낼 수가 있다. 기본적으로 톤암을 서스펜션을 사뿐 사뿐 받치고 있는 설계여서 중량급 톤암은 금물이다. 예전에 SME 구형 톤암을 장착해서 쓰는 것도 본 적이 있는데 그리 추천하고 싶은 소리는 아니었다. 그런 면에서 9CC 톤암은 그리 값비싼 톤암은 아니지만 엄청난 강도에 체적 대비 매우 가벼운 무게는 LP12에 제격이라고 보인다. 카트리지는 린 Adikt MM 카트리지인데 이 또한 수준급 MM 카트리지지만 업그레이드를 해주고 싶어진다.
문제가 있다. 중고로 구입했는데 어디서 빠졌는데 원래 없었는지 톤암 안티스케이팅 추가 없다. 고민하다가 이베이 딜러한테 하나 주문했다. 또 하나 문제는 더스트 커버다. 무척 예쁘고 이음매도 깔끔해 굳이 제거하고 사용할 생각이 없다. 그런데 힌지(경첩)이 느슨해져서인지 들어올린 상태로 고정이 되지 않는다. 예전에도 이런 현상 때문에 빈티지 LP12를 구입 후 힌지를 교체했던 생각이 난다. 이런건 좀 개선하면 안될까? 또 사서 교체해줘야겠다. 이래 저래 완전체가 되는데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LP12 세팅기 3부는 다음 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