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테르 어쿠스틱스의 투라지 모가담은 정말 엄청난 아날로그 구루 중 하나다. 아마도 전 세계에서 그만큼 아날로그 턴테이블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열 손가락 안에 꼽을 듯하다. 턴테이블 몇 종을 리뷰하면서 투라지 모가담이 설계해놓은, 마치 하나의 건축 양식을 구경하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록산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정말 평생 턴테이블에 바친 듯하다.
하지만 알고 보면 카트리지와 포노앰프에도 그 구력이 상당하다. 최근 ML 카트리지를 시청실의 트랜스로터 ZET-3MKII에 새로 세팅하면서 서덜랜드 PhD로 한참을 들었다. 사실 이 카트리지를 트랜스로터에 설치한 이유 중 하나는 새로 들어온 포노앰프 탓도 있었다. 바로 베르테르 어쿠스틱스에서 새로 출시한 CALON이라는 이름의 포노앰프다.
해외 자료를 찾아보니 제조사 설명 외에 커뮤니티가 하나 나온다. 종종 음반 관련 자료를 찾아보곤 하는 스티브 호프먼 포럼이다. 한 때 케빈 그레이와 함께 아날로그 프로덕션 등 엘피 재발매에 엔지니어로 참여했던 바로 그 스티브 호프만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어쿠스테크, 바로 서덜랜드와도 연결된다. 이쪽에 내부 사진이 올라와있는데 각 회로를 담은 PCB를 모두 격리하고 전원부 차폐도 상당히 신경 쓴 모습. 케이블도 고가의 자사 케이블을 사용한 듯 보인다. 회로만 봐도 노이즈, 상호 간섭 등에 대한 대책이 뚜렷해 보인다.
각설하고 CALON을 세팅해서 들어보니 이건 또 새로운 세상이다. 일단 이렇게 바닥 잡음이 없고 깨끗한 포노앰프는 처음 본다. 어떤 비법을 사용했길래…배경 잡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청감상 SN비가 굉장히 높다. 한편 토널 밸런스 왜곡이 극히 적다. 아니, 청감상 악기의 소리가 실제 소리에 가까울 정도로 착색이 없이 정확하다. 아마도 엔지니어들도 상당히 선호할 만큼 왜곡이 적은 소리다. 마이크로 다이내믹스, 세부 표현은 정말 어마어마하다. 포노앰프에서 이런 성능을 보는 것은 아마도 FM 어쿠스틱스나 볼더 등 극히 일부 하이엔드 모델 후 처음인 듯하다.
가끔 심심풀이로 보는 모노&스테레오라는 매거진을 보니 리뷰어인 내가 봐도 민망할 정도의 극찬을 쏟아냈다. 그리고 투라지 모가담의 한 마디는 더 가관이다. 성능을 생각하면 더 높은 가격에 출시해도 되지만 좀 더 접근이 쉬운 가격으로 책정했다는 내용이다. 이 제품의 출시가는 한화로 약 3천만 원에 육박하는 고가다. 사실 좋긴 좋다. 소리나 기능 모두. 한동안 좀 더 들어보면서 특성을 정리해봐야겠다. 간만에 아날로그가 풍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