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주목을 받는 분위기가 있다. 특히 가구, 가정용 소품 등에서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춥고 긴 겨울은 가내 수공업 등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게 만들었고 그런 라이프스타일이 견고하고 실용적이면서도 독창적인 디자인을 완성시킨 게 아닐까? 음악도 마찬가지여서 북유럽은 오랫동안 켜켜이 쌓인 문화적 토양 위에서 토속적 음악 스타일을 완성해 여타 장르와 화학적으로 결합하곤 했다.
북유럽 하이파이 오디오는 전 세계적으로 신비로울 정도로 그들만의 독창성이 빛을 발한다. 독일, 스위스, 덴마크는 실로 오디오 강국이며 여기에 노르웨이, 스웨덴도 만만치 않은 구력의 브랜드들이 산재해 있다. 노르웨이만 해도 일렉트로콤파니에, 헤겔 같은 브랜드 뿐만 아니라 시어스(SEAS)라는 빼어난 드라이브 유닛 제조사가 위치해있다. 더 나아가면 오디오파일이 선호하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타이달도 알고 보면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합자 회사 아스피로(Aspiro)가 운영한 서비스다.
하지만 오디오파일에게 노르웨이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라면 그리그를 들겠지만 요즘 들어 가장 많이 듣는 노르웨이 가수는 아네트 아스크비크다. 1983년 노르웨이 태생으로 2011년 동명 타이틀 데뷔작으로 음악계에 등장했다. 그녀는 가수면서 작곡가이고 프로듀서로서 다재다능하며 특히 스타방에르 출신의 그녀는 바람과 폭풍, 빛과 어둠 그리고 별과 달, 행성 등 자연과 우주로부터 영감 받은 노래들이 빛난다.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노래는 아무래도 데뷔작에 실린 ‘Liberty’라는 곡이다. 해외 오디오 박람회에서 접했던 곡이며 종종 해외 브랜드에서 내한한 담당자들이 시연회에서 단골 메뉴로 재생하기도 한다. 특히 하이파이 오디오파일이 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매우 적막한 배경 위에 신비로운 분위기로 노래하는 아네트의 보컬은 위상, 포커싱 등 다양한 지표를 테스트하기에 뛰어난 특성을 모두 지녔다.
좋은 오디오로 뛰어난 음질을 듣고 싶다면 누구나 자신의 오디오가 가진 성능을 돋보이게 해주는 음원을 찾는다. 그래서 집중하는 소리들이 몇 개 있다. 예를 들어 숨을 들이쉬거나 내밷는 소리, 치찰음의 강도 그리고 매우 섬세한 페이드 인, 페이드 아웃 등이다. 실제로 이러한 소리들은 실제 청취자 앞에 가수와 뮤지션이 나타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곤 하며 현대 하이엔드 오디오일수록 잘 드러난다. 그런 의미에서 아네트의 이 앨범은 오디오 마니아들이 좋아할 특성 그리고 하드웨어를 테스트하기에도 좋은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참고로 CD와 LP 모두 발매되어 있는데 특히 LP가 압권이다. 45RPM, 2LP로 제작되어 고해상도 아날로그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