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20대에 듣던 음악을 엘피로 가끔 구입해 듣곤 한다. 그 당시엔 주로 CD로 듣고 가끔 해외에서 발매된 원반을 어렵게 구해 듣곤 했었다. 그 중 리믹스 혹은 리마스터링된 음반들도 가끔 표적이 된다. 오리지널 엘피가 좋긴 하지만 특히 새롭게 리믹스된 음반을 들어보는 것도 흥미롭기 때문이다. 특히 음향적으로 당시 뮤지션들이나 엔지니어들이 후회하는 앨범도 있다고 자백하는 경우도 있어 오리지널과 비교해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다.
아마 최근 몇 년간 가장 흥미롭게 들었던 리믹스, 리마스터링 앨범은 프로그레시브 록 앨범일 것 같다. 예를 들어 킹 크림슨이나 제스로 툴 같은 밴드들이다. 공통적으로 스티븐 윌슨이 맡아서 다시 작업한 결과물들인데 당시 오리지널과 비교해도 내겐 더 좋게 들린다. 스티븐 윌슨이라면 아는 분들도 있을텐데 스스로 보컬, 기타 등 다양한 악기들을 다루는 뮤지션이다. 국내에선 혹시 포큐파인 트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드림 시어터 같은 밴드 이전에 셰도우 갤러리, 마릴리온 같은 밴드들 사이에서도 정말 심오한 음악을 했던 밴드. 스티븐 윌슨은 바로 그 포큐파인 트리의 리더였다.
이 외에도 그의 작업물들을 조사해보면 정말 다양하다. 록시 뮤직, 마릴리온, 자넷 잭슨, ELP, 티어스 포 피어스, 시카고 등 장르도 다양한 편이다. 그 중 예스의 앨범들도 다수 포함한다. 그리고 그가 작업한 결과물, 총 다섯 매의 앨범을 하나의 박스로 내놓은 적이 있다. 이 박스셋은 라이노 레코드에서 발매한 후 품절되었고 이후 국내에선 구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최근 합리적인 가격대에 입수할 수 있었다.
The Yes Album (1971)
Fragile (1971)
Close To The Edge (1972)
Tales From Topographic Oceans (1973)
Relayer (1974)
박스셋에 포함된 앨범은 1971년 3집부터 1974년 8집까지다. 중간에 ‘Yessongs’라는 라이브 레코딩이 있지만 이는 제외했다. 세이지 오자와 지휘 아래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스트리빈스키의 ‘Firebird suite’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Siberian Khatru’는 압권이다. 아무튼 그 앨범이 빠진 것은 못내 아쉽지만 그들의 최전성기 앨범들을 모두 스티븐 윌슨 리믹스로 다시 들을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존 앤더슨은 물론이고 크리스 스콰이어, 스티브 하우, 토니 케이, 빌 브루포드 그리고 이후 릭 웨이크먼, 패트릭 모라즈, 앨런 화이트까지 당시 최고의 멤버들이 들고 나면서 완성한 앨범들. 감회가 새롭다.